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395)
마법은 괜히 배워서-396화(396/502)
# 396
안녕하시렵니까 2
‘안녕하시렵니까.’ 담당 피디는 10년의 수명이 줄어든 것 같았다.
이번 사연 신청자는 엄청난 거물이었다.
레기온 공작.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백작의 작위를 가진 사내였다. 백작의 작위도 결코 낮지 않다.
한 지역을 다스리는 패자다. 그 지역 내의 입법, 사법, 행정을 관장할 수 있는 막중한 권력을 가진 초월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지방 정권이 강력한 왕국들의 가장 기초적인 조직은 백작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백작과 공작을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공작의 권력은 백작을 월등히 넘어선다.
간단히 말해서 백작이 가진 힘으로는 왕국을 엎을 수 없지만 공작은 가능하다.
그런 존재가 갑자기 나타난 것이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그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레기온 공작이 어떤 남자이냐의 따라서 왕국의 판도는 180도로 변할 테니까.
소문은 그다지 좋지 않다.
온갖 악행에 대한 소문이 돈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소문은 간신이라는 것.
외에도 100명의 동자, 동녀들을 애첩으로 키운다느니.
인간 고기를 먹는다느니.
사실은 흑마법사가 불러낸 악마와 인간이 합해진 인간이라느니.
근원이 불분명한 온갖 소문이 나도는 것도 사실이었다.
문제는 사람들이 그 소문을 믿기 시작했다는 것.
성도 포만을 끝장내려던 언데드 군단을 물리친 와이번 군단, 오거 군단을 직접 목격한 병사들의 말이 그 소문의 신빙성을 더했다.
담당 피디는 궁금증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한꺼번에 가졌다.
하나 메인 홀에서 벌어진 레기온 공작과 왕국 7대 강자 중에 한 명인 드레이져 자작의 난투극을 보면서 어쩌면 소문보다 더 악랄한 인간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들을 말리려던 서른 명의 경비원들이 손도 쓰지 못하고 마력에만 휘말려서 응급실에 실려 갔다.
한 마디로 말도 안 되는 괴력을 지닌 인물들이었다.
그들이 자발적으로 화를 식이지 않았다면 방송국은 초토화가 됐을 것이다.
담당 피디는 자신이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는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새롭게 승급된 레기온 공작은 마왕의 비견될 법한 악랄한 인물이다.
담당 피디는 그렇게 생각했다.
왜인지 그는 레기온만 그렇다고 생각했다.
드레이져에 대해서는 조금도 위화감을 가지지 않았다.
레기온이 그의 마음을 알았다면 ‘나는 왜!’라면서 멱살을 잡고 흔들었을 것이다.
셔틀과 미백도 심장이 벌렁벌렁 뛰기는 마찬가지였다.
세상 누가 레기온과 드레이져 이 두 괴물을 막을 수가 있딴 말인가.
북의 패자라 불리는 페르시몬 후작마저도 두 손 두 발을 다 드는데.
하긴 페르시몬 백작은 레기온이 공작으로 승급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서 영지로 돌아갔다. 도저히 레기온과 얼굴을 마주할 기분이 생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담당 피디가 ‘자꾸 이러시면 방송 출연은 없는 것이 됩니다!’라고 외친 것이 효과를 발휘했다.
레기온은 씩씩거리면서 마력을 거뒀으니까.
사실 어이가 없는 것은 드레이져였다. 이 미친 주인이 느닷없이 자신의 뒤통수를 갈기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왜 그런지 모르겠다.
“인기 많으면 다냐? 다야?”
주인의 말뜻도 이해하지 못하는 드레이져였다.
정말 종잡을 수 없는 주인이다.
그는 대기실에 도착하고 나서야 화를 풀었다. 아무래도 동영상에만 보던 연예인, 연기자들을 보는 것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차례가 되면 부르겠습니다. 여기서 잠시만 대기해 주세요.”
담당 피디는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대기실을 나갔다. 그는 담당자 한 명을 붙여 놓았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자신에게 곧바로 연락을 하라는 말을 남기고서.
레기온과 드레이져, 미백과 셔틀은 탁자 위에 잔뜩 놓인 과자를 먹으면서 커다란 모니터를 바라봤다.
실시간으로 고민 상담이 이뤄지고 있었다.
* * *
“대국민 고민 상담! 안녕하시렵니까!”
나나나 나나나나나! 나나나나나나 나나!
진행자가 외치자 관객들이 박수를 친다. 박수에 맞춰서 음악이 흘렀다.
음악이 끝나자 메인 진행자가 말했다.
“이번 고민 상담자는 매우 특이한 분입니다.”
“어떻게 특이한 분이시죠?”
“자신의 말로는 차원을 넘어왔다고 하는군요.”
“하하하, 정말로 특이하신 분이네요. 대마법사도 하지 못하는 차원 워프를 성공시켰다는 말인가요?”
“설마요. 자, 그럼 특이하신 분의 고민이 무엇인지 불러 볼까요. 나오세요!”
순간 모두의 시선이 번쩍였다. 아무도 보지 못했지만 그들의 시야에는 한 사내가 서 있었다. 보통 키의 보통 체구, 긴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사내였다.
“아, 쇼맨십이 대단하신 분이네요. 이리 앉으세요.”
진행자가 사내에게 말했다.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진행자들 옆자리에 앉았다.
“일단 자기소개를 해 주세요.”
“저는 마법은 괜히 배워서, 라는 소설을 쓰고 있는 동은이라고 합니다.”
“아, 작가시네요. 작가 지망생?”
“아닙니다.”
“프로세요?”
“네. 몇 작품을 출간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무슨 고민으로 이곳에 나오셨습니까.”
“네이년이라는 사이트가 있어요.”
“그래요? 처음 듣는 말이군요. 그런데요?”
“평점이 4점대예요.”
“4점대? 5점 만점에?”
“아니요. 10점 만점에.”
“그렇게 낮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나요?”
“그게 제 고민이에요. 왜 그렇게 평점이 낮은 걸까요?”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열심히 공부하고 쓰면 독자들이 알아봐 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아니더라구요.”
“좋습니다. 그럼 한번 물어볼까요? 혹시 마법은 괜히 배워서, 라는 글을 읽으신 분?”
100명의 관객들은 조용했다.
한 명이 손을 들려다가 주위를 돌아보고 재빨리 다시 내린다. 창피한 모양이다.
“아, 방금 손 내리신 분. 왜 내렸어요?”
“그, 그냥요.”
“마법은 괜히 배워서 보셨어요?”
“네. 뭐, 조금.”
“어때요?”
“그냥 그래요.”
“아, 그냥 그래요…….”
“네.”
“혹시 마법은 괜히 배워서 보신 분. 계신가요? 창피해하지 말고 손 들어 보세요. 상품 나갑니다.”
그러자 몇몇 사람들이 더 손을 들었다.
“어떠세요? 이분 소설.”
“그냥 의리로 봐요. 보던 거라서.”
“재미는 있어요.”
“소소해요.”
“다른 분은 어떠세요.”
“제 취향에 맞긴 한데 다른 사람들한테는 그저 그런가 봐요.”
진행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작가에게 물었다.
“악플도 달리죠?”
“많이 달리죠. 개쓰레기 글이라느니. 너 같은 것도 작가냐, 라느니.”
“기분이 어떠세요?”
“절필하고 싶죠.”
“절필하시겠어요?”
“아뇨. 천직으로 생각하고 쓰려고요. 제가 재미있으면 언젠가 독자 분들도 즐겁게 읽지 않을까 해서요.”
“자, 답이 나왔네요. 그냥 쓰세요. 모든 독자들이 악플을 달지는 않잖아요. 평점이 낮은 것은 당신이 못 써서 그런 거예요. 그러니까 더 열심히 노력하세요.”
“아, 네. 뭐. 끝인가요?”
“네. 끝! 고민 해결!”
나나나, 나나나나, 나나나나나.
갑자기 음악이 나왔다. 그리고는 진행자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작가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런 진행자들을 바라봤다.
* * *
레기온은 모니터를 보면서 한참 웃었다.
“겁나 재밌어!”
“이게 글케 재밌수?”
“응. 웃기잖아.”
“조금 전에 나왔던 작가…….”
“그 작가 뭐?”
“좀 짠하지 않수?”
“짠하긴 뭐가? 재밌기만 한데.”
“왠지 모르지만……. 그냥 그런 느낌이 드우. 우리와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아닐까 해서.”
“난 저런 작가 모른다.”
“댁이 아는 작가도 있수?”
“그럼 있지.”
“누구?”
레기온의 얼굴이 발그레졌다. 어떤 장면이 생각난 모양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기에 저런 표정을 지을까. 청소년이 방문 잠그고 몰래 동영상을 보다가 아빠가 문을 벌컥 열었을 때 화들짝 놀란 그 표정이다.
“좋수. 그럼 가장 감명 깊게 본 소설이 뭐유?”
“있어. 그런 거.”
“뭔데. 나도 좀 압시다.”
“여인 추억이라고…….”
“여인 추억?”
“도미시마…… 라는 작가가 쓴 책이야. 매우 감동적이지.”
“…….”
딱 봐도 어떤 책인지 감이 온다. 분명 검색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맞다. 그런 책이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우리 불쌍한 주인.
여친이 없으니까 그런 책을 보면서 마음에 위안을 얻는 구나.
내가 앞장서서라도 주인에게 소개팅이라도 시켜 줘야겠다. 이러다가 정말 매일 밤 동영상만 보겠다.
“자, 레기온 공작 각하. 나오십시오. 이번에 나갑니다.”
담당 피디가 들어와서 레기온을 불렀다.
“다른 사람들은?”
“앞자리에 앉아 있으면 됩니다.”
“좋아. 가자.”
그들은 생방송이 진행되고 있는 촬영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 * *
지금까지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아니었다.
당연하다.
최상위 귀족인 레기온 공작이 직접 이 자리에 나온 것이다.
소시민들은 그와 눈도 마주치지 못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귀족들과 눈을 마주친 소작농들은 예의가 없다는 미명 아래 한 줌 핏방울이 되어서 쓰러지기도 했다.
공포가 지배하던 귀족의 시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귀족과 시민들의 경계가 많이 무너졌다.
왜 그런지는 모른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뒤셀르프 산맥 근처의 영지는 귀족, 아인종, 인간들 모두 함께 어울려서 살고 있지.
그곳에는 가식이 없어. 다른 지역도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구만. 이라고.
아마도 그곳에서부터 시작된 평등주의가 조금씩 남하를 하면서 분위기가 바뀐 모양이었다.
하나 아직도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귀족들의 권세가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
더군다나 그들의 눈앞에 있는 잘생긴 사내는 대귀족 레기온 공작.
소문도 악랄하다.
그런 레기온을 앞에 두고 긴장하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레기온 공작님.”
“네, 안녕하세요.”
생방송이기에 레기온도 친절하게 존댓말을 사용했다.
레기온이 생글생글 웃자 이곳저곳에서 여자들의 탄성이 터졌다.
“와! 무슨 남자가 저렇게 아름답지?”
“내 남편이 각하의 반만 닮았으면 소원이 없겠네.”
레기온은 귀가 좋다.
비록 못생긴 여자들이지만 서비스를 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들을 향해서 윙크.
“아아아! 난 아이스크림이야. 녹아내리고 있어.”
“내 심장은 화살에 맞았어.”
진행자가 그들을 진정시켰다.
“공작님의 외모에 모두가 자지러지고 있네요. 굉장히 미남이십니다.”
“타고난 겁니다.”
이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누군가 레기온의 성형 전후의 초상화를 SNS에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대박. 레기온 공작. 성괴였어?
-이건 뭐야? 정말 레기온 공작 맞아? 졸라 뚱뚱해. 키는 왜 이렇게 작아?
-야! 진짜 우리 왕국은 성형 대국이다. 어떻게 키도 이렇게 키울 수가 있지.
-야야, 우리는 꿈도 못 꿔. 적어도 1만 골드는 있어야 한다더라.
-1만 골드? 아빠, 엄마, 내가 평생 벌어도 못 볼 꿈의 액수네. 귀족은 좋겠다. 그런 엄청난 돈을 얼굴에 처 바르고.
미백이 그것을 발견했지만 조용히 덮었다. 여기서 아는 척을 했다가는 난리가 난다. 최소한 여기서는 성형 괴물이라는 사실을 몰랐으면 한다.
“늦었지만 공작으로 승급되신 일, 축하드립니다.”
진행자가 깊게 고개를 숙였다. 다른 보조 진행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편하게 진행을 하려고 하더라도 공작이라는 작위를 가진 인물을 앞에 두고는 쉽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비록 변방이기는 하지만 레기온도 귀족이다.
실컷에게 어느 정도 교육은 받았다.
그는 가식적이지만 우아하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위대하신 공작 각하께서 어떤 고민이 있어서 이곳까지 나오셨습니까?”
TV 마법 상자를 지켜보는 수많은 시청자들과 관객들이 숨을 죽이면서 레기온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도대체…….
모든 것을 가진 레기온 공작의 고민은 무엇일까.
“후우…….”
레기온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저 깊은 한숨의 정체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