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411)
마법은 괜히 배워서-412화(412/502)
# 412
사상 최대의 인질극 2
“우와!”
“씨파, 정말 엄청나네.”
“인간의 기술이 아니무니다.”
격렬하게 괴수들을 퇴치하던 코브라 부대원들이 잠시 멈췄다.
그들은 자신들로서는 상상도 못하는 기술을 펼치고 있는 트레비아 공작을 경탄스럽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진심으로 감탄한다.
코브라 부대원들의 실력은 뛰어나다. 마음만 먹는다면 훨씬 좋은 대우를 받고서 영주들에게 취업을 하면 된다.
하지만 그들은 부대에 남아서 고통스러운 훈련을 받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더 강해지고 싶어서.
무의 극의를 보고 싶어서.
언젠가 소드 마스터에 닿는다는 꿈을 꾸면서.
코브라 부대의 지휘관은 아나콘다 백작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코브라 부대를 손에 넣고 좌지우지하는 것은 트레비아 공작이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총사령관인 것이다.
병사들은 트레비아 공작의 실력이 얼마쯤 되는지 궁금했다.
“왕국 최강의 전사는 누굴까.”
“오무천 중에 한 명이 아닐까.”
바로크 왕국에 왕국 7대 강자가 있듯이 넥 하우스 왕국에도 비슷한 타이틀을 가진 강자들이 있다.
그들 역시 궁극의 무의를 본 자들이었다.
넥 하우스의 시민들은 그들에게 경의를 붙여 오무천이라고 불렀다.
워낙 대단한 자들이라 실력은 오십 보 백 보였다. 누가 강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오무천 중에서 가장 강한 자는 누구일까, 말하는 것을 좋아했다.
사람들은 오무천 중에서 트레비아 공작을 상위에 올리고 있었다.
“나는 철이라고 생각해.”
“철이?”
“응, 지금은 실종이 됐지만 언젠가 돌아올 거야. 우리의 철이는.”
기계 전사 철이.
엄마의 원수를 찾아서 의문의 연인 메텔과 함께 의문의 열차 999를 타고 어디론가 떠났다고 알려져 있다.
열차를 타기 전에 그의 무력은 7성급.
단 몇 년 만에 7성급에 올라선 천재 무인이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가 돌아오면 트레비아 공작보다 한 수 위가 아닐까 하고.
하지만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예상일 뿐이었다.
기계 전사 철이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럼 캐산은?”
신조 무인 캐산.
오무천 중에서 가장 연로한 무장이었다.
70년 전 왕국을 침략한 기계 마법 제국을 물리친 영웅이다. 사람들은 그의 대단한 업적을 기리며 영화로 만들기도 했다.
바로크 왕국에서도 캐산에 대한 영화가 수입이 됐다. 해서 바로크 왕국의 사람들은 캐산을 자국의 영웅인 줄 착각하기도 한다.
“캐산은 너무 늙었지.”
“그래도 그랜드 마스터에 가장 근접한 사람이 아닐까?”
“음,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이가 너무 많아.”
“난 근래 들어서 가장 핫한 고무 전사 루피라고 생각해.”
“아! 맞다. 고무 전사 루피!”
부대원들은 손바닥을 짝 하고 때렸다.
젊은 무인들 중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자라면 고무 전사 루피였다.
하지만 그는 동료들과 함께 배를 타고 신세계를 찾아서 떠났다.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그는 아직도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그럼……. 그 남자는?”
“음, 모르겠다. 애매하네.”
“없는 사람은 빼자. 현직 최강자는 트레비아 공작인 걸로.”
“그래. 현직 최강자는 트레비아 공작으로 하자.”
부대원들은 그렇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오늘 트레비아 공작의 실제 능력을 보게 됐다.
“와아아! 쓰벌, 대박.”
50미터 크기의 빛나는 검.
그런 검을 소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
괴수들의 왕 킹 기도라가 세 개의 머리, 세 개의 입에서 거대한 각기 다른 클래스의 화염을 내뿜었다.
하지만-
빛의 검을 태우지는 못했다.
빛의 검이 화염을 뚫고 킹 기도라의 몸에 박혔다.
두꺼운 외피가 조금씩 찢어진다.
-쿠아아아아!
킹 기도라는 강렬한 피어를 내뱉었다. 얼마나 음파가 대단한지 반경 수십 킬로미터 안에 있는 거의 모든 생명체들이 일시적으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마비가 됐다.
수천 명은 고막이 터졌고, 수천 명은 내상을 입고 피를 토했다.
오러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코브라 부대의 부대원들조차 인상을 찌푸릴 정도였다.
그럼에도 킹 기도라는 빛의 검을 막지 못했다.
찢긴 외피 사이로 빛의 검이 파고들었다.
킹 기도라가 발버둥을 친다. 양손으로 빛의 검을 잡았다. 치칙! 소리를 내면서 양손이 타 버렸다.
-쿠아아아아!
킹 기도라는 몸을 틀었다. 이미 빛의 검은 관통을 시작하고 난 후였다.
늦었다.
-쿠아아아아아(본 드래곤 새끼와 강철 골램 놈한테 다구리 당한 것도 억울한데! 여기까지 와서 또 당할 줄이야!)
킹 기도라의 거대한 육신이 정확하게 반쪽으로 잘려 나갔다. 수백 톤이 넘는 킹 기도라의 상체가 지상으로 추락했다.
쿠우우우웅!
군사 도시 테마 전체를 울리는 진동이었다.
단순히 킹 기도라의 상체가 바닥에 떨어졌을 뿐인데도 수백 미터 상공까지 흙먼지가 치솟았다.
흙 폭풍이 사방으로 밀려들며 수백 채의 가옥을 한꺼번에 집어삼켰다.
엄청난-
너무나도 엄청난 괴물의 최후였다.
흙먼지를 뒤집어쓴 코브라 부대원들은 침을 퉤 퉤 뱉었다.
한참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크르르릉.
괴수들의 움직임이 이상했다. 무작위로 살육을 벌일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놈들은 눈치를 보고 있었다.
-어라? 대장이 당했다.
-우리도 위험한 것 같은데.
-야, 가자. 가. 예전의 엄마가 인간 세계에 나가지 말라고 했잖아. 그냥 사막에서 살라고.
-맞아. 엄마 말이 딱 맞아. 여기 있다가는 대장처럼 죽을 수도 있어.
-그러게 괜히 사막에서 나와서리. 가자. 여기 있다가는 죽는다.
-헛! 샌드 웜 아저씨도 당했어. 저걸 어째. 수백 조각으로 나눠졌다.
-자이언트 거미 아줌마도 당했어. 아오, 불쌍해. 살려 달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어.
-끼에에에에엑(살려 줘. 이것들아. 할로윈 데이 때 내가 너희들한테 사탕 많이 줬잖아)!
하지만 이미 겁을 먹은 괴수들은 자이언트 거미 아줌마를 구하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의 눈빛만 교환한다.
도망치자.
30미터에 이르는 초대형 항공 괴수. 샌드 파리가 애애앵, 소리를 내면서 도망쳤다.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낸 괴수이기도 하다.
그 순간!
트레비아 공작의 오러 블레이드를 맞은 샌드 파리의 날개가 모조리 잘리고 말았다.
-으아악! 나 좀 살려 줘!
샌드 파리가 지상에 추락했다.
코브라 부대원들이 샌드 파리에게 달려들어서 수백 조각으로 난도질을 하고 말았다.
-도망치자! 도망쳐!
괴수들이 일제히 등을 돌리고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놈들이 도망치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코브라 부대원들은 그들을 쫓지 못했다.
트레비아 공작은 눈살을 찌푸리면서 흙먼지를 내며 도망치는 괴수들을 보았다.
언젠가 놈들은 꼭 소탕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는 주변을 돌아봤다.
군사 도시 테마는 시가전까지 염두해서 고층 건물들이 많았다.
10층 이상의 건물들도 100개 이상이 된다. 다른 도시에 비해서는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였다.
그러나 지금 꼴을 보라.
8할 이상의 고층 건물들이 무너졌다.
도시 전체로 치면 6할 정도가 초토화가 되었다. 겨우 하루 반나절 만에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사상자는 집계 불가.
도시 재건에는 적어도 10년 이상이 걸릴 듯했다.
당연히 이곳에 들어갈 돈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뿌드득.
트레비아 공작의 어금니가 갈렸다.
도대체…….
왜 괴수들이 이곳을 습격한 거지?
그가 명령한 것과 완전히 달랐다. 괴수들은 이곳이 아닌 바로크 왕국 남부 지방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어야 한다.
“아나콘다 백작.”
“네. 각하.”
신장이 2미터 30센티에 달하는 거대한 무장이 트레비아 공작에게 고개를 숙였다.
왕국에서 가장 힘이 센 무장이다.
“그랜파더는 아직 연락이 안 되나?”
“예, 아직입니다.”
연구소장 그랜파더는 가족에게 메일 마법을 보낸 후에 모든 재산을 가지고 바로크 왕국으로 도주했다.
다른 연구소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괴수가 진로를 틀어서 본국을 습격했다?
일단 이것만으로도 사형이다.
그런데 연구 결과는 괴한들에게 모두 뺏겼다?
모든 연구원들은 단순히 사형만 당하는 것이 아니다. 모진 고문 끝에 사형을 당하게 될 것이다.
그들이 살 수 있는 길은 단 하나였다.
다른 왕국으로 투항.
처음에는 제국에 투항할까 했지만 관두기로 했다. 자신들의 연구 자료는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기계 마법이 극의에 달한 그들이라면 이미 자신들이 하는 연구를 끝마쳤을 확률이 높았다.
다른 먼 나라들은 제외. 그곳까지 가다가 본국에서 보낸 자객들을 먼저 만날 확률이 높았다.
그럼 스톱비 왕국?
그 얍삽이들도 그다지 반겨 줄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면 적국인 바로크 왕국뿐이다.
적국이기에 자신들이 훨씬 가치가 있다. 최소한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해서 그들은 모든 것을 가지고 바로크 왕국에 투항했다.
아직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트레비아 공작이었다.
“당장……. 놈들을 잡아 와!”
“명령 받잡겠습니다.”
아나콘다 백작은 서른 명의 추격조를 뽑아서 비밀 지하 기지 연구소로 급파했다.
“각하.”
군사 도시 테마의 영주 아이러니 백작이 나타났다.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하루 사이에 10년은 늙어 버린 것 같았다. 전신의 갑주는 온통 붉은 피와 초록색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오, 아이러니 백작 무사했구려.”
“네, 공작 각하 덕분에 꽤 많은 도시민들을 구할 수가 있었습니다.”
아이러니 백작의 말에 트레비아 공작은 결코 웃을 수가 없었다.
적어도 10만 이상의 사람들이 사라졌다. 그들이 모두 사망자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9할 이상은 사라진 것이 분명했다.
전쟁이 벌어진 것도 아닌데…….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너무도 큰 피해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
“네.”
아이러니 공작이 고개를 푹 숙였다.
불길한 느낌이 들어서 트레비아 공작은 말을 듣기도 전에 가슴이 쿵 내려앉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게……. 무엇이냐?”
“그, 그게.”
“어서 말을 하라.”
“왕세자……. 전하가 실종됐습니다.”
“실종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역시 불길한 느낌은 어김없이 들어맞는다.
트레비아 공작은 아이러니 백작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것이…….”
아이러니 백작은 트레비아 공작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호위 기사들이 괴수들에게 몽땅 죽임을 당했다.
다행히도 왕세자 전하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근처에서 누군가에게 목숨이 구해진 것 같다.
부하들이 급히 그들의 뒤를 쫓았다. 놀랍게도 그들의 자취가 사라졌다.
아무리 주변을 뒤져도 그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마법으로도 찾지 못했나?”
“감지 마법, 탐지 마법을 모두 사용했습니다. 개들까지 풀었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실종자들의 수색도 중요하지만……. 일단 모든 일은 뒤로 미룬다. 무조건 왕세자 전하부터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왕국의 상황이 복잡했다. 언제 왕자의 난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왕자의 난이 벌어지면 넥 하우스 왕국의 국력은 순식간에 곤두박질치고 말 것이다.
트레비아 공작이 계속해서 바로크 왕국을 끌어들이려고 하는 이유 중에 하나였다.
내부의 불안을 외부로 표출시키기 위해서.
바로크 왕국을 최대한 약화시킨 다음에 전쟁을 일으킨다.
당연한 말이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모든 왕국의 힘이 결집이 된다.
역사를 모두 뒤져 봐도 전쟁 중에 내부에서 일이 터진 경우는 드물었다.
설사 불만이 있더라도 그것은 전쟁이 끝나고 난 후였다.
바로크 왕국을 점령하게 되면 그것 역시 사라질 것이다. 모든 이들에게 떡고물을 던져 줄 수가 있을 테니까.
한데 바로크 왕국에 대한 작전은 계속해서 실패했다.
트레비아 공작은 똥줄이 탈 지경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왕위 계승 1순위인 펠레가 사라졌다?
끔찍한 일이었다.
그가 사라지면 왕좌를 차지하려는 다른 왕자들의 전쟁이 벌어지고 만다.
“찾아라! 반드시 찾아야 한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트레비아 공작의 얼굴이 벌겋게 변해서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각하! 각하!”
하지만 그에게는 또 다른 절망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무슨 일이냐!”
“인질극이 벌어졌습니다.”
“무슨 인질극?”
“바벨 신전을 점거한 테러리스트가……. 펠레 왕세자 전하를 인질로 삼았다고 합니다.”
“뭐?”
이, 이게 무슨 개 같은 소리냐?
갑자기 테러범들이 왜 나타나?
그들이 왜 왕세자 전하를 인질로 삼아?
트레비아 공작은 현재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 * *
레기온은 바닥에 침낭을 깔았다. 조금은 눈을 붙여야 할 듯싶었다.
쑥대밭이 돼서 시체가 산처럼 쌓인 도시 안에서는 자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냥 멀리 떨어져 있는 이곳에서 한숨 자고 이동을 할 생각이다.
모닥불을 피고 침낭에 들어갔다.
아주 포근하다.
금방 잠이 올 것 같았다.
“어라?”
셔틀의 목소리가 들렸다.
레기온은 애벌레처럼 꼼짝하지 않고 있다가 고개만 돌려서 셔틀을 바라봤다.
“왜?”
“성에서 기마대가 나옵니다.”
“기마대?”
“네, 어라.”
“왜?”
“이곳으로 곧장 달려오고 있습니다.”
“잉?”
레기온은 어쩔 수 없이 꼼지락거리면서 상체를 움직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서 셔틀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봤다. 정말로 수천에 이르는 기마대가 자신을 향해서 곧장 달려오고 있었다.
이렇게 누워 있다가는 저것들한테 밟혀서 죽게 생겼다.
“아이 씨, 십장구리 새끼들.”
절로 욕이 나온다.
정말로 포근했는데.
다시 일어나려니 진짜로 귀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