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419)
마법은 괜히 배워서-420화(420/502)
# 420
손바닥 뒤집기 2
프리티아는 레기온을 유심히 보았다.
엄청난 미남이다.
2천 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봤던 인간들 중에서 탑 쓰리 안에 들어가는 면상임은 분명하다.
한 번은 천 년 전에.
잘생긴 그 남자한테 반해서 다 줬다.
다!
다……. 가진 것 다.
개새끼.
그래 놓고 우리 집의 가보까지 훔쳐서 달아나?
잡아다가 지옥으로 보내 버렸다.
두 번째는…….
그 스토커!
알렉산더 드 레코디언.
사실 그 남자와 자신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 남자의 친구가 마음에 들었다. 한데 관심이 있는 그 남자는 자신을 멀리하고 옆에 있던 알렉산더 드 레코디언이 들어붙은 것이다.
개새끼.
몇 번이나 죽이려고 했다.
그 새끼는 인간의 외모를 한 바퀴벌레였다. 절대 죽지 않는다.
아무리 폴리모프를 했다지만 드래곤의 공격을 계속해서 버텨 내는 인간은 처음 봤다.
그 자식은 끝까지 자신의 뒤를 쫓았다.
레드 드래곤이 한 인간을 피해서 도망치는 사태가 발생했다.
나중에는 진심으로 짜증났다. 죽일 작정으로 8서클 마법을 난사했다.
놀랍게도…….
놈은 죽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강해져서 돌아왔다.
놈이 한 번 패할 때마다 ‘아일 윌 비 백!’이라고 하는 소리는 꿈에서도 나왔다.
끝내 프리티아는 본신으로 변신을 했다.
-이래도 내가 네 짝이냐? 이 망나니 같은 놈아! 난 레드 드래곤이다! 그러니까 제발 좀 꺼져!
“하하하, 그 외모야말로 최고요. 나는 최강의 인간이 될 것이오. 그러니 내 짝이 되려면 레드 드래곤 정도가 돼야지.
-이런 미친놈아!
레드 드래곤은 도망쳤다.
인간들 속담에 똥이 무서워서 피한다는 말이 있다.
나처럼 뼈저리게 그 말의 뜻을 이해하는 인간은 없을 것이다.
프리티아는 그렇게 은거에 들어갔다.
그 무서운 레드 드래곤이 인간을 피해서 은거에 들어갔다면 다른 종족원들이 알았다면 배꼽을 잡고 웃었을 것이다. 아니 아예 믿지를 않았겠지.
프리티아는 그것을 감안하고 레어에 박혀서 나오지 않았다.
알렉산더 드 레코디언이 수명이 다해서 죽을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프리티아는 레어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알렉산더 드 레코디언은 초인이다. 그런 인간이 쉽게 죽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겁먹었냐고?
당연한 것 아니야?
나랑 입장이 바뀌어 봐. 어느 누가 겁을 내지 않겠어.
미친놈은 약도 없다.
그런데…….
왜 저 잘생긴 꼬마한테서 그의 냄새가 나는 것일까.
10억분의 1도 닮지 않았는데.
도대체……. 왜.
“꼬마야.”
프리티아는 레기온을 불렀다.
레기온은 검지로 자신을 가리켰다.
“그래. 너.”
“초면에 꼬마라…….”
“기분이 나쁜가?”
“나쁘려고 하다가 말았어요. 왜요? 누나.”
둘은 초면이다.
그럼에도 서로를 상당히 의식한다.
어쩐지 애타게 찾던 그런 상대와 같은 느낌이었다.
정확히는 프리티아가 레기온을 찾았지만.
레기온은 프리티아에게서 끝도 없는 불길함을 느꼈다. 그랜드 마스터가 되고 나서 이제껏 상대방의 대한 스캔을 실패한 적은 없었다.
트레비아 공작이라고 하더라도 그랜드 마스터라는 것을 정확하게 집어냈다.
단지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그가 자신과 비교해서 얼마나 다르냐는 것이다.
둘의 승패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프리티아에게서는 그 어떤 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마력 측정이 가능해?
레기온은 마크에게 급히 물었다.
-지금 시도 중.
빨리 해 봐. 시간 없다.
-재촉하지 마셈. 나도 놀랐으니까.
레기온은 웃고 있지만 심장이 벌렁벌렁 뛰는 것을 느꼈다. 철갑을 입은 성형 전사는 충분히 상대가 가능하다. 조금 껄끄럽겠지만 제압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 여자는 아니다.
그렇구나.
이놈들의 우두머리가 이 여자구나.
마법사인가?
확실한 것은 8서클 이상이다.
대마도사.
그래, 대마도사일 확률이 높다.
대마도사.
8성급에 이른 기사, 전사들을 그랜드 마스터라고 부른다.
그럼 8서클에 이른 마법사들은 뭐라고 부를까?
그냥 대마법사라고 부른다.
누군가 ‘그랜드 메이지’는 어떠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많은 마법사들이 반대했다.
마법의 극의를 보지도 못했는데 그딴 호칭 붙이지 말라고.
누군가는 다시 물었다.
“그럼 9서클에 다다른 위대한 마법사는 뭐라고 부릅니까? 그냥 9서클의 마법사?”
그럴 리가 있나.
기사들도 그랜드 마스터라는 위대한 호칭을 붙인다.
인류의 역사에서 9서클에 도달한 위대한 마법사는 오직 한 명.
마루치였다.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대마도사라 불렀다.
즉 그랜드 마스터보다 더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가 대마도사인 것이다.
그렇기에 저 붉은 머리색의 여자가 대마도사일 가능성은 무척 낮았다.
낮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레기온은 생각했다. 본능이 그렇게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아, 미치겠삼.
왜? 측정이 끝났나.
-끝나긴 했는데…….
얼마나 되는데? 8서클?
-아님.
설마 진짜 9서클?
-아님.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면 뭐야?
-놀라지 마셈.
안 놀라.
-마력…….
마력 뭐?
-마력 무한.
…….
레기온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내가 잘못 들었나? 그런 게 가당키나 하나? 마력 무한이라는 단어도 있었나.
말이 돼?
-인간계 중에서 무한으로 마력을 생성할 수 있는 존재가 딱 하나 있음.
뭔데?
-모르겠음?
레기온은 잠시 생각을 해 보았다.
인간계에서 무한으로 마력을 생성할 수 있는 생명체. 딱 하나밖에 없네.
드래곤?
-빙고.
허걱! 그럼 눈앞에 이 여자가 드래곤이라고?
-맞삼.
드래곤은 머리 색으로 종족을 구별한다면서?
-반은 맞고 반은 틀림. 폴리모프를 하면 본래 머리 색이 나옴. 하지만 탈색 마법을 펼치면 머리 색 하나 변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임.
눈앞의 상대는?
-잘 모르겠음.
무슨 종족이든 드래곤은 맞는 거네?
-아마도.
아 씨, 어쩌지.
순간적으로 레기온의 머릿속이 타키온의 속도로 회전을 한다.
근래 들어서 지금처럼 맹렬한 속도로 생각을 한 적은 없었을 것이다.
눈앞의 상대는 드래곤.
그럼 성형 마법을 받고 있는 이 철갑 사내는 누구지? 시종인가? 적어도 7성급은 되어 보이는데. 좀 불쌍하군. 하긴 상대가 드래곤이니 뭐라고 말을 하지도 못 할 테고.
-재수가 없으면 너님도 잡혀서 시종이 될 수가 있음.
알았어. 알았다고.
-어쨌든 인질범을 모두 잡겠다는 계획은 무조건 엎어졌음.
엎어지긴.
-그럼?
변경이다.
-변경?
그래.
“누나.”
레기온은 프리티아를 보면서 방긋방긋 웃었다. 입술이 양쪽으로 올라가니 눈처럼 새하얀 치아가 보였다. 여기서 이빨이 누렇게 변해 있었다면 아무도 감동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눈빛은 반짝반짝.
그가 웃으니 주변이 환하게 변한다. 갑자기 없던 소녀 부대가 나타나서 ‘오빠! 오빠!’를 외쳤다.
어지간한 프리티아조차 잠시 볼이 발갛게 변할 정도였다.
“누나?”
“네, 누나. 혹시 동생인가요?”
“아니다. 누나가 맞을 거야.”
2천 살이 넘었으니……. 그래도 레기온에게 할머니라고 불리는 것은 싫은 그녀였다.
“저는 야뉴스라고 해요.”
“야뉴스?”
“네.”
프리티아는 돈데크만을 바라봤다. 알아?
돈데크만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작게 속삭이듯이 말했다.
“혹시 이 노래 아세요?”
“뭐?”
“초특급 야뉴스. 초특급 야뉴스. 초초초초초, 초특급 야뉴스.”
프리티아는 황당한 표정으로 돈데크만을 바라봤다. 이런 미친 새끼가.
“음유시인들이 저 녀석을 기리는 노래예요. 엄청 유행을 하고 있죠.”
“그런데?”
“왜 유명하냐면요. 넥 하우스의 오무천이기 때문이에요.”
“정말?”
“네.”
“호오.”
프리티아는 레기온을 다시 봤다. 오무천이라니.
바로크 왕국이 자랑하는 왕국 7대 강적에 필적하는 인물들.
이렇게 어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 아무리 많이 봐줘도 20대 초반이다. 이런 인물이 오무천이라고?
프리티아는 스캔 마법을 사용해서 레기온의 몸을 훑었다.
그녀의 고운 미간이 살짝 좁혀진다.
마력 측정이 되지 않는다.
말이 안 되는데. 자신이 측정하지 못하는 것은 그 빌어먹을 알렉산더 드 레코디언뿐이었다.
근래 들어서는…….
아, 또 생각하기 싫은 멍청이가 생각났다. 레코디언의 후손이 아닐까 의심이 되는.
뭐였더라. 이름이.
아! 드레이져.
그녀는 확실히 알았다.
더럽게 살벌하게 생긴 인간 남자들과는 결코 상종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드레이져란 인물도 엄청나게 강했다. 인간계에서 상당히 강한 축에 속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상대는 되지 않는다. 그의 능력치가 절로 측정이 되는데 지면 그것이 더 웃기다.
그러나 야뉴스라는 잘생긴 청년의 능력치는 도저히 가늠이 되지 않았다.
이럴 경우는 딱 두 가지다.
자신의 상식 이상으로 강하거나.
자신의 상식 이하로 마력이 약하거나.
두 번째의 경우는 아니다.
마력이 없으면 6성급의 전사인 잭 니처를 저 모양 저 꼴로 만들 리는 없으니까.
그럼…….
겨우 20대 초반의 나이에 드래곤인 자신이 능력을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고?
이게 말이 돼?
2천 년 동안 수많은 인간들을 보았다.
온갖 천재는 다 만나 봤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말도 안 되는 경우는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의 능력으로 상대의 능력치를 정확하게 알아보지 못하다니.
레기온과 프리티아.
그들은 서로를 경계한다.
“야뉴스는 협상가로 유명합니다.”
돈데크만이 말했다.
“협상가라. 그래 네가 협상가란 말이지?”
“뭐, 그렇게 됐어요.”
“그래, 협상가 야뉴스 군. 너는 우리가 무엇을 할지 알고 있지?”
“알다마다요.”
“우리의 손에 2억 골드를 쥐어 줘. 그럼 조용히 물러난다. 하지만 1골드라도 깎으려고 하면 저곳에 있는 수많은 인질들의 목숨을 날아가. 너희 왕국의 제1왕자도.”
“그것도 알고 있어요.”
“자, 그럼 들어 볼까. 협상가 야뉴스의 제안을? 허튼소리를 하면 그 잘생긴 얼굴에 심한 스크래치가 생길 거야.”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첫 번째 제안을 하죠.”
프리티아는 팔짱을 끼고 레기온을 바라봤다. 눈빛은 많이 부드러워졌지만 그렇다고 경계를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
놈이 술수를 부린다면 곧장 지진 마법을 펼쳐서 무저갱으로 보내 버릴 생각이다.
잘생긴 것은 아깝지만 얼굴이 2억 골드를 주는 것은 아니니까.
“저도 같이 끼워 주세요.”
“…….”
“…….”
프리티아와 돈데크만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우리 잘못 들은 것 맞지?
“뭐?”
프리티아가 다시 물었다.
“저도 같이 끼워 달라고요.”
“어딜?”
“누나 패거리에요.”
“너를?”
“네, 저를요.”
“혹시 여기 오기 전에 머리를 다쳤니?”
“아뇨.”
“그럼 우리가 하는 일이 장난으로 보여?”
“당연히 아니죠. 저는 초특급 야뉴스라고요.”
“그래, 초특급 야뉴스. 지금 잔재주 부리는 소리라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절대 아님. 2억 골드잖아요. 넥 하우스 몇 년 재정을 통틀어야만 만들 수 있는 어마어마한 금액.”
“그런데?”
“인생은 한 번 아닌가요? 혹시 여기서 인생 두 번 사시는 분 계신가요?”
“…….”
프리티아와 돈데크만은 그제야 레기온이 하는 말을 정확하게 알아들었다.
그들은 미친놈을 많이 만나 봤다.
하지만 단연코 이런 미친놈은 처음이다.
야뉴스 뒤에는 1만의 정규군이 진을 치고 있었다. 놈들의 수장은 그 유명한 트레비아 공작이었다. 객관적으로도 엄청난 전력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런 부대를 등에 업고 나타난 놈이 한다는 말이…….
같은 패가 되자고?
“제정신이냐?”
“당연한 말씀을. 그리고 제가 끼면 판돈을 3억 골드로 올릴 수 있습니다.”
“뭐? 그게 정말이냐?”
“네. 이왕 시작한 거 한번 끝까지 가 보죠.”
레기온은 프리티아와 돈데크만을 보면서 환하게 웃었다.
프리티아와 돈데크만은 어쩐지 가슴 한구석이 서늘하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오늘 처음 본 초특급 야뉴스라는 사내.
정말로 믿어도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