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426)
마법은 괜히 배워서-427화(427/502)
# 427
재앙의 징조 3
뒤통수를 맞는다는 말이 이런 것이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포탈 속으로 사라지는 레기온을 모두가 두 눈 멀뚱하게 뜨고 지켜보고만 있었다.
눈앞에서 코를 베어 가는 데도 모르는 느낌이었다.
모두가……. 어? 어? 어?를 남발할 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도 몰랐다.
그나마 정신을 차린 것은 이곳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살아온 레드 드래곤 프리티아였다.
그녀라고 왜 정신적인 타격이 없을까.
하도 어이가 없어서 이건 뭐지? 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초특급 야뉴스.
장난스러운 눈매가 매력적인 잘생긴 청년. 보고 있으면 괜히 믿고 싶어지는 그런 얼굴이었다.
말주변도 좋아서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를 좋아했다.
단지 외모만 믿고 까부는 것이 아니었다.
무력도 상당하다.
근래 들어서 그녀가 봤던 가장 강력한 인간은 드레이져라고 할 수 있었다.
미친놈이 자꾸 뻘짓을 해서 그렇지 실력만은 진짜였다.
드레이져란 자는 천재다. 천재가 아니고서 그 나이에 그만한 실력을 쌓을 수가 없었다.
그래, 그 정신 나간 알렉산더 드 레코디언처럼.
그런데…….
이 청년도 천재과였다.
이 나이에 이토록 높은 수준의 마력을 쌓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도대체 어떤 기연을 만났기에 이 정도의 마력을 쌓을 수가 있는 것일까.
레기온이 들었다면 뒷목 잡고 쓰러질 뻔한 얘기다. 손가락 삐끗하는 바람에 돌고 돌아서 마법사가 된 그로서는 그 과정에 치를 떨고 있었다.
살을 빼기 위해서 1년도 넘게 수십 킬로그램의 군장을 메고 하루 종일 뛰어다녔던 기억도 있었다.
반년간 입고 다녔던 철갑은 또 어떻고.
그로서는 징글징글한 기억이다.
안타깝게도 프리티아는 그를 초특급 야뉴스로 알고 있다.
그녀뿐만이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를 야뉴스로 알고 있다.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던 프리티아의 의식이 돌아왔다. 확실히 빠른 회복력이다.
“텔레포트!”
그녀는 마법을 이용해서 순식간에 포탈 앞에 닿았다. 이미 포탈은 반쯤 닫힌 상태였다.
상관없다.
이 빌어먹을 초특급 야뉴스를 잡기 위해서라면 한 팔도 버리리라.
그녀는 마력을 가득 담은 양손으로 포탈을 잡았다. 무지막지한 마력으로 일시적으로 포탈이 닫히는 것을 억지로 잡아챈 것이다.
“너! 초특급 야뉴스! 너를 믿었건만.”
레기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다.
“미안요. 혹시라도 살아생전 만나게 되면 모히또나 한잔해요. 제가 살게요.”
“돌아와! 이 개자식! 죽여 버릴 테다!”
“쏘리. 바이 바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프리티아는 이미 거의 닫힌 포탈 안으로 몸을 넣으려고 했다.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잘못하면 상체와 하체가 반으로 잘릴 수도 있었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
더 재수가 없으면 다른 차원으로 튕겨져 나갈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빡!
딱딱한 물체가 그녀의 면상을 후려쳤다.
“악!”
하도 아파서 그녀는 얼굴을 쥐고 뒤로 물러났다.
빡! 빡!
연달아 친다. 급하게 방어막을 펼쳤지만 그것마저 쉽게 뚫고 들어왔다.
마치 송곳과 같은 주먹이었다.
도, 도대체 뭐야?
제대로 가격을 당한 프리티아는 포탈에서 튕겨져 나오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서 손을 흔드는…….
리치를 보았다.
“사요나라!”
프리티아는 어이가 없었다. 설마 포탈 속에 리치가 숨어 있을 줄이야. 그런데 무슨 리치의 주먹이 이렇게 매워. 마력도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엄청났다.
잠깐 느낀 것이지만…….
적어도 8서클 정도의 마력을 가진 리치다.
준마왕급.
이런 괴물이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었던 것이지?
프리티아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잡아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4억 골드를 가지고 튄 그 새끼를 잡아야 해.
일단 이 자리부터 모면하고.
프리티아는 포탈을 열어서 혼자 도망쳤다.
* * *
대륙이 요동친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과연 누가 이것을 상상할 수가 있을까.
넥 하우스 왕국이 파산했다.
왕조는 무너졌다.
이유는 알지 못한다.
다른 왕국에서 이유를 알기 위해서 첩자들을 급파했지만 끝내 그것에 대해서 밝혀내지 못했다.
넥 하우스 왕국은 IMF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 그들은 넥 하우스로부터 이자를 받아 원금을 제국에 돌려줘야 한다.
모르긴 몰라도 IMF는 넥 하우스 왕국의 엑기스를 쪽쪽 빨아먹게 될 것이다.
최소한 10년.
10년간은 넥 하우스의 암흑기다.
10년이 지나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약해진 넥 하우스 왕국을 가만히 둘 주변의 늑대들이 아니니까.
놈들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서 대놓고 왕국을 침범해 올 것이 뻔하다.
트레비아 공작의 저택.
트레비아 공작은 반쯤 눈이 풀려 있었다. 그의 앞에는 많은 위스키 병이 바닥을 굴러다녔다.
하녀들은 그런 트레비아 공작이 무서워서 위스키 병을 치우지도 못했다.
트레비아 공작은 언제나 완벽했다.
매너 좋고 예의도 발랐다.
모든 이들이 바라는 완벽한 귀족의 상이었다.
술은 적당히.
취하는 것을 본 적도 없었다.
그렇다고 여자관계가 복잡한 것도 아니었다. 한 번 사귀면 오래간다.
지금껏 트레비아 공작이 사귀었던 여자는 겨우 3명이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초고위족 귀족들은 난봉꾼들이 많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다른 여자를 침실로 불러들인다.
어떤 귀족은 자신의 영지의 모든 여자들과 동침을 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처녀, 유부녀를 가리지 않고. 그 과정에 상당한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고도 한다.
트레비아 공작은 결코 그런 일이 없었다. 여자를 힘으로 탐하지도 않았고 노약자는 보호했다.
그러했는데…….
트레비아 공작은 며칠 전부터 술만 마시고 있었다. 완전히 자신을 놔 버린 것 같았다.
똑똑똑-
누군가 트레비아 공작의 집무실 문을 두드렸다.
트레비아 공작은 흐릿한 눈으로 집무실 문을 보더니 다시 병에 입을 대고 독한 위스키를 마셨다. 들어오든지 말든지 상관을 하지 않는 모양이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스미스였다.
“자넨가……. 자네는 어찌 됐나?”
폭격 당시 딸 올가가 아이스 시티에 있었다. 그것을 묻는 것이다.
“운이 좋게도……. 살았습니다.”
“오오, 그거 천운이구만. 왕족과 귀족들은 몰살을 당했는데.”
“마침 심부름을 가는 중이었다고 합니다. 리조트를 나서는 순간 엄청난 폭발음이 들렸다고 하더군요. 뒤를 돌아보니 하늘에서 끝도 없이 포탄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해할 수가 없어.”
트레비아 공작은 늘어졌던 상체를 일으켰다. 조금 눈빛이 돌아온다.
“어떤 것이 말입니까?”
“배틀십의 건조 비용은 엄청나지?”
“엄청나죠. 다른 왕국들도 배틀십의 효용을 알면서도 만들지 못합니다. 배 한 척 만드는 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죠.”
“우리도 예산을 뽑아 봤지?”
“네.”
“얼마나 됐었지?”
“대략 대당 2천만 골드. 운용비용이 매년 1천만 골드 정도입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야.”
“맞습니다.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배틀십은 단독으로 움직이는 것이 금지됩니다. 배틀십을 보호하기 위해서 항상 세 척이 한꺼번에 움직이죠.”
“최소 함대를 만드는 데 6천만 골드. 운용비는 3천만 골드. 그렇지?”
“네.”
“무리야. 무리.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왕국들도 운용이 불가능해. 설사 억지로 배틀십을 건조한다고 하더라도 막대한 재정적 빚만 늘릴 뿐이야. 괜히 국민들의 세금만 높여서 불만만 폭주시킨다고.”
“맞습니다.”
“그날……, 제국에서는 배틀십이 뜨지 않았다고 한다. 공식적으로 확인을 했지. 제국의 기상도 좋지 않아서 배틀십이 뜰 환경도 조성되지 않았어. 맞지?”
“맞습니다.”
“폭격의 규모를 보면 적어도 2개 함대야.”
“그것도 맞습니다.”
“2개 함대나 운용을 할 수 있는 주변국들이 있던가?”
“아뇨.”
“다른 먼 강국에서 이곳까지 배틀십을 보낼 확률은?”
“제국을 지나쳐야 합니다. 불가능합니다.”
“레이더 부대에도 배틀십이 걸리지 않았어.”
“그렇습니다.”
“놈들은 우리 왕국의 상공을 제집처럼 드나들었다는 소리야. 도대체 어떻게?”
“신무기가 아닐까요?”
“어디 왕국에?”
“그건 잘…….”
“놈을 잡아야 돼.”
“놈이라 하심은?”
“그 빌어먹을 배신자!”
“초특급 야뉴스?”
“맞아. 그 빌어먹을 새끼가 이번 판을 짰어.”
당시-
야뉴스가 4억 골드를 가지고 튀었음에도 그들은 움직이지 못했다.
어차피 4억 골드를 주기로 되어 있었다. 왕자만 무사하면 된다.
왕자는 눈물을 흘리면서 뛰어왔다. 그리고 아나콘다 백작에게 안겼다.
“짐을 구하러 왔구나.”
“……누구니. 너는?”
아나콘다 백작은 자신의 품에 안긴, 자신을 왕자로 착각하고 있는 사내를 보면서 물었다.
“이런 무례한 것. 나를 알아보지 못하겠느냐!”
“알아본다. 왕자 전하는. 그런데 너는 못 알아보겠다. 누구냐. 너는?”
“나다! 이 미천한 놈아! 나! 제1왕자 펠레다!”
혹시나 해서 아나콘다 백작은 사내의 뺨을 잡고 이리저리 훑어봤다. 신장만 비슷하고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일부러 선글라스를 쓰게 해서 왕자처럼 보이게 했다.
아~, 빌어먹을 속았다.
“왕자 전하 어디 있어!”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아나콘다 백작은 검을 빼 들고 오러를 내뿜었다.
만약 왕자 전하가 잘못됐다면 모조리 참수를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몽땅 튀었다.
바벨탑을 점령했던 용병들도 도주를 하는 중이었다. 눈이 뒤집힌 트레비아의 무장들은 용병들은 닥치는 대로 잡아들였다.
그럼에도 300명 이상이 도망갔다.
사로잡힌 그들은 충격적인 얘기를 뱉어 냈다.
제1왕자는 죽었다.
트레비아 공작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이 모든 판을 짠 것은 초특급 야뉴스다. 우리는 그의 말을 들은 죄밖에 없다.
이렇게…….
트레비아 공작은 완전히 독박을 쓰게 된 것이다.
정말 제대로 맞았다.
왕국이 파산 날 정도였으니.
왕조가 무너질 정도였으니.
그때까지 트레비아 공작은 손도 쓰지 못하고 무너지는 왕국을 지켜만 봤다.
마치 귀신에 홀린 것 같았다.
어쩌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것일까.
차라리 죽어 버릴까.
하루에도 자살을 하고 싶은 충동이 수십 번씩 일어났다. 실제로 샤워를 하는 도중에 팔목을 긋기도 했다. 놀란 하녀들이 급히 고급 신관을 불렀다.
“우울증 증세입니다. 심적으로 너무 많은 일을 겪으신 겁니다. 이 약을 드세요. 술은 멀리 하셔야 합니다. 우울증 증세를 악화시킵니다.”
신관이 신신당부를 했지만 트레비아 공작은 듣지 않았다.
자신의 잘못 때문에 왕국이 무너진 것 같았다.
죄책감으로 인해서 술이 없으면 잠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스미스와 얘기를 하다 보니 가슴 속에 남아 있던 분노라는 감정의 찌꺼기가 되살아나고 있었다.
“놈을 잡아서 4억 골드라도 받아 오자.”
“순순히 내놓을까요?”
“4억 골드야. 죽었다가 깨어나도 그 돈을 다 쓰지 못해. 4억 골드를 찾아오면 최소한의 부담은 벗어나게 된다.”
“하긴…….”
“지금부터 코브라 군단을 움직인다.”
“그게…….”
“왜?”
“재정적으로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코브라 군단은 해체되었습니다. 몇몇은 다른 부대로 편입이 되었고 다른 몇몇은…….”
“몇몇은?”
“실직 상태입니다. 1백만이 넘는 실업자가 쏟아지고 있어요.”
“으음.”
“왕국을 다시 재건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때까지 고통이 너무 큽니다.”
“실직 상태의 코브라 부대를 모아라. 아나콘다 백작은?”
“우울증이 심해져서 신전에 입원 중입니다.”
“꺼내. 전원 준비하라. 개새끼. 초특급 야뉴스를 잡는다.”
“알겠습니다.”
기가 팍 죽어 있던 스미스 자작의 눈빛이 서서히 되살아나고 있었다.
쌓였던 울분을 초특급 야뉴스에게 몽땅 풀어내려고 하는 것이다.
* * *
마침 레기온은 야뉴스가 사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