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43)
마법은 괜히 배워서-43화(43/502)
# 43
우리도 마법사
“저, 주인님.”
베이컨이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레기온을 불렀다.
“응? 왜?”
레기온은 무척이나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베이컨을 바라봤다.
“존, 페인, 럭키, 라콘, 마이클을 다신 볼 수 없는 겁니까?”
“아까 봤잖아.”
“그렇기는 하지만…….”
레기온은 강압을 싫어하는 성격으로, 이번에 새롭게 편입된 전속 하인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싶어 했다.
그는 정확하게 의견을 물었다.
“여자와 연애하고 싶은 사람! 결혼하고 싶은 사람! 정착하고 싶은 사람!”
모두 열 명이 손을 들었다. 이 자식들 여자 이야기 나오니까 눈이 반짝인다. 하긴 상대가 오크일 거라고는 아직 생각 못할 테니, 저 세피아와 있느니 어떻게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인 걸까?
레기온은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미안하지만 다섯 명이야. 알아서 결정해.”
열 사람은 서로 가겠다고 다투다가, 결국 가위바위보로 결정했다. 중간에 베이컨의 표정을 보니, 저 녀석은 뭔가 알고 있는가 보다. 그 옆에 세피아를 세워 뒀다.
너 입 벙긋만 하면 뒤진다.
네, 당연합죠. 저만 아니면 됩니다.
배시시 웃는 표정이 제법 귀여운 녀석이다.
그렇게 이긴 사람 다섯이 환호성을 질렀고, 그 다섯을 놔둔 채 우리는 떠나왔다. 사실 행복이라는 게 다 마음먹기 달려 있는 것 아니겠는가?
부디 남은 다섯이 행복해졌기를 바란다.
* * *
저택의 식구가 늘었다.
모처럼 사람이 늘자 확실히 활력도 는 기분이다. 아니, 기분 문제가 아니라 이 녀석들이 제법 똘똘하게 일을 잘 한다.
역시 행운력은 올리고 볼 일이다.
하인들은 하루하루를 바삐 살고 있었다.
오자마자 뚝딱 저택 옆으로 자신들이 묵을 숙소를 짓더니, 그 옆에 다리까지 보수를 끝냈다. 도로를 손질하더니 주변 잡풀 제거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한다.
-헐! 종합전투력은 허접한데, 종합 청소력은 500도 넘을 듯함.
물론 그들이 열심히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세피아다.
조금 늘어지려고 하면, 세피아가 다가가 머리부터 입에 넣고 쭉쭉 빠는데 그걸 버텨 내는 하인은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오늘도 녹초가 되었는데, 오늘 저녁은 쉴 수가 없다. 호출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녁을 먹기 무섭게 하인들은 실내 연무장으로 모여들었다.
“무슨 일이랍니까?”
뻐드렁니 숀이 베이컨에게 물었다.
베이컨은 고개를 흔들었다.
“중요한 일이 있다고 주인님이 전원을 모이라고 했어.”
“아, 피곤한데.”
“쉿, 그런 소리 하지 말아. 낮말은 주인님이 듣고 밤말도 주인님이 듣네. 세피아에게 잡혀서 지옥구경을 하고 싶지 않으면 항상 입조심하게.”
베이컨의 말에 숀은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주위를 돌아봤다. 다행히 세피아는 나타나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레기온에 대한 두려움이 심해지는 전속 하인들이었다.
그때 천으로 된 문이 열리면서 레기온이 들어섰다.
베이컨이 벌떡 일어났다.
“일동 차렷!”
전속 하인들이 앉은 자세에서 허리를 펴고 꼿꼿하게 폈다. 턱을 올리고 눈도 부릅떴다.
“쉬어.”
“쉬어!”
베이컨이 뒤돌아서서 ‘쉬어’라고 말을 하자 그제야 몸에 힘을 푸는 하인들이었다. 마치 막 군대에 입대한 신병들 같은 모습이었다.
레기온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전속 하인들을 보았다.
꽤 건실한 재목들이다.
하나같이 이렇게 몸 쓰는 일을 잘할 줄이야.
영지 전체에 도로를 깔려면 앞으로도 족히 1년 이상을 걸릴 테지만, 기숙사의 공사는 이미 끝났고, 저택과 마을을 잇는 도로도 봄이 가기 전에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일 것 같았다.
듣기론 오크들도 뒤셀르프 산맥 초입까지 도로를 닦는 것이 착착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다.
좋은 소식만 들려서인지 지옥 다이어트 수련도 꽤 진척을 보았다. 옛날처럼 고통스럽지 않은 느낌이었다.
레기온의 현재 상태.
지능 75, 몸무게 98킬로그램, 종합전투력 94.
지능을 2 늘려서 몸무게도 10킬로그램이 늘었다. 하지만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군장을 매고서 매일 20킬로씩 산악구보를 했더니 살이 꽤 빠졌다.
영지민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의 훈련량이었다.
진작 저렇게 했으면 소드 마스터가 되고도 남았겠다고 다들 생각했다.
-그런데 왜 우리 영주는 계속 살이 찌는 거야?
모두가 이해하지 못하는 미스터리였다.
-정말 할 거임?
마크가 물었다.
응, 할 거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셈. 그다지 좋은 생각은 아니라고 봄. 지금은 남 생각할 때가 아닌 너님에만 집중해야 됨. 언제까지 다이어트만 하고 살 생각임?
야! 다 너 때문이거든. 그딴 마법을 왜 익혀서 매일 살을 빼게 만든 거야. 네가 내 고충을 알아?
-다 살이 되고 피가 될 거임.
헐! 이 새끼 또 물타기 하네.
-어쨌든 난 비추임.
안 돼. 해야 돼. 성인식 하기 전에 힘을 비축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한 게 전부 다 뻘짓이 된다고.
-사실 그건 너님 말이 맞긴 함.
성인식 날 작은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영주의 대리권한을 회수할 수가 있다. 레기온이 직접 영지를 다스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그전, 그리고 그날, 작은아버지는 분명히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레기온을 없애려고 할 것이다.
그걸 버틸 수 있느냐, 그것이 문제의 핵심이었다.
너도 최대한 협조해.
-알겠삼.
레기온은 불안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전속 하인들에게 말했다.
“제군들.”
“예! 주인님.”
정말로 우렁차다. 그들의 목소리가 연무장 안에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이제부터 제군들은 마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전속 하인들의 두 눈에 황당함이 떠올랐다.
우리가 무슨 미친 소리를 들은 거지?
마법? 누가? 우리가?
* * *
베이컨은 로또를 바라봤다.
‘저 미친 주인이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로또는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그는 세피아의 전용간식이다. 틈만 나면 세피아는 로또를 잡고 머리를 빨았다. 그리고 아쉬운 듯이 내려놓는다. 그럴 때마다 로또의 정신은 어딘가로 외출을 했다가 돌아오곤 했다.
그래서 요즘은 아예 종종 넋이 빠져 있을 때도 있었다.
‘어이, 정신 차려!’
‘응? 아, 미안. 잠시 꿈을 꿨어. 꼬치구이가 돼서 오거에게 먹히는 환상이었지. 나 이러다가 정말 언젠가 세피아에게 먹히는 거 아닐까?’
‘정신 차려. 그러다 너 정말 큰일 나.’
‘오거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
‘어차피 이젠 그건 불가능해졌어. 포기해.’
‘아무래도 그렇겠지?’
베이컨은 로또의 얼굴을 보며 자신이 더 슬퍼질 것만 같았다. 로또가 처연하게 물었다.
‘그래, 나한테 뭘 물어봤어?’
‘저 또라이 주인이 또 무슨 일을 벌이려고 한다고! 못 들었어?’
‘들었어. 마법 가르쳐 준다면서.’
‘저게 제정신이라고 생각해? 우리는 평민이라고.’
‘그런데?’
‘마법은 귀족들의 전유물이잖아.’
‘그래서?’
‘내 말뜻이 이해가 안 가?’
‘응. 그게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주인님이 우리한테 마법을 가르쳐 준다잖아. 일생일대의 기회 아니야?’
‘기회?’
‘기회지. 우리 같은 놈에게 마법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있겠어? 그런데 주인님이 가르쳐 준다잖아. 그러니까 기회지. 자네도 알잖아. 마법사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알지.’
중급 마법사 하나가 때때로 범선 하나를 능가하기도 한다. 만 명 정도의 지상 병력이 마법사 하나 때문에 몰살을 당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때때로 5서클 이상의 마법사들은, 등장만으로도 한 전장의 사령관들이 맨발로 뛰어나가 맞이할 정도가 아니던가?
‘맞아. 그 정도까진 못 되겠지만, 배울 수만 있다면 이건 정말 엄청난 기회라고 생각하지 않아? 보통 귀족들은 이런 생각 자체를 안 하잖아.’
‘그, 그런가.’
‘그래, 우리 같은 평민이 마법을 배워서 안 된다는 법은 없잖아.’
‘그거야 그렇지.’
‘그런 점에서 우리는 땡 잡은 거야. 우리가 마법만 배우면 정말 우리 자식들은 대대손손 잘 먹고 잘살게 된다니까! 세피아와 함께 있는 건 정말 싫지만. 산적이 될 뻔한 우리를 품에 안아 주고, 면책시켜 주고, 취직도 시켜 주고, 거기다 마법까지 가르쳐 준다니! 나는 정말 평생 주인님을 따를 거야.’
레기온에게 그런 마음은 없었지만, 확실히 꿈보다 해몽이다. 그리고 듣다 보니 베이컨도 서서히 설득이 되고 있었다.
‘맞아. 하긴 그러네. 다른 귀족 새끼들은 우릴 사지로 밀어 넣기만 했지. 뭘 가르쳐 주려고 하진 않았잖아. 이거 엄청난 은혜잖아.’
‘그렇다니까. 자네가 자식을 낳아도 주인님한테는 목숨을 걸고 은혜를 갚도록 가르쳐야 돼. 여기 있는 모든 친구들도 마찬가지고.’
‘맞아. 주인님께 은혜를 갚아야 해.’
베이컨은 고개를 끄덕였다.
레기온이 그들에게 마법을 가르치려는 이유도 단순했다.
첫 번째, 마을의 안정화를 빨리 하기 위해. 두 번째, 작은아버지의 힘에 대항할 힘을 키우기 위해. 세 번째, 앞으로 좀 더 잘 부려 먹기 위해.
어떤 것이든, 사람이 사람을 키우는 것에 키워지는 사람이 고마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나, 그들은 한 가지 모르는 것이 있었다.
상대가 레기온이라는 것,
레기온은 전속 하인들을 훑어봤다.
지들끼리 뭐라고 소곤소곤 거리긴 하는데…… 잠시 뒤 흥분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봤다. 아, 대충 알겠다. 녀석들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호~ 배움에 목말라 있었나 보군.
-하긴, 이 세계는 문맹이 천지임. 배우고 싶어도 못 배우는 사람이 넘쳐 남. 그런 맥락에서 보면 너님은 저들에게 엄청난 기회를 주고 있는 거임.
그럼 라우젤에게 글도 가르치라고 해야겠군.
-그것도 좋은 생각임. 영지에 선생이 있고 없고는 차이가 매우 큼.
레기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요즘 라우젤이 아이들을 가르치자 영지의 품격이 높아진 느낌이다. 단순하게 글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도의, 예의, 품위도 함께 가르친다.
라우젤은 정말 훌륭한 선생이었다.
덕분에 요즘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밀릴 때가 있을 정도다.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을 기특해했고, 아이들은 성장하며 영지를 발전시킬 것이다.
레기온이 하인들을 둘러보다가 물었다.
“여기서 글 모르는 사람?”
베이컨과 로또를 빼고는 전원이 손을 들었다. 글을 모른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니다.
조금 불편할 뿐이지.
“마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글을 반드시 배워야 한다. 내일부터 영지 전속 선생에게 글을 배울 것이다. 알았나!”
“예! 알겠습니다. 주인님!”
여전히 목소리는 우렁차다.
“좋아. 그럼 이제부터 너희에게 마법을 가르칠 선생을 소개해 주겠다. 그전에 너희들이 하나 알아 둬야 할 것이 있다.”
레기온은 주변을 주욱 둘러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지금부터 보는 것에 그다지 놀랄 것이 없다는 것이다.”
레기온은 소환마법을 발동시켰다.
그러자 연무장 한복판에서 아공간이 열리며 사악한 기가 마구 뿜어져 나왔다. 얼마나 마력이 강한지 전속 하인들은 참지 못하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대, 대체 뭐야?”
로또는 뭐가 나오든 놀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뭐가 나오더라도 오거의 입속만 하겠는가? 그런데 아공간에서 로브를 깊게 눌러쓴 해골이 나오는 순간, 차라리 오거의 입속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리치!”
“서, 설마.”
“언데드 리치다. 언데드라고!”
“으아아악! 우리는 모두 좀비가 될 거야. 도망가야 돼!”
리치 마몬의 등장과 함께 연무장 내부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레기온이 말리고 자시고 할 시간도 없었다.
이건 본능이었다. 살고자 그들은 뛰었다. 모르긴 몰라도 인생 가장 빠른 움직임이었을 것이다. 마법을 가르쳐 준다더니, 언데드로 만들려는 목적이었나 보다.
저 미친 주인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