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44)
마법은 괜히 배워서-44화(44/502)
# 44
패자의 역습 1
알고 보니 저 심연 깊은 곳에서 세상을 멸망시키고자 나온 마물이었다.
모두가 우르르 연무장 밖으로 뛰쳐나갔고-
천막으로 된 문 앞에는 세피아가 지키고 있었다.
-크르르릉(당장 뛰어 들어가라. 셋 센다).
“리치입니다. 언데드 리치가 안에 있다고요! 도망쳐야 합니다. 아니면 이곳은 쑥대밭이 될 것입니다!”
베이컨은 공포에 젖은 눈빛으로 외쳤다.
-크르르릉(셧 더 마우스! 내가 걔 이겨. 그러니까 안심하고 들어가).
“리치를……. 세피아 님이 이길 수 있다고요?”
-크릉, 크르릉, 크르릉(이거 보이지)?
세피아는 메이스를 들었다.
워낙 크고 살벌해서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 무기였다.
“세피아 님의 무기…….”
-크릉, 크르릉(맞아. 이거 한 방이면 놈은 산산조각. 그러니까 안심하고 가서 마법 배워라. 우리 형아도 있으니깐 다칠 염려 하나도 없다. 걔가 우리 형아 말이라면 죽은 척도 하는 착한 녀석이다).
전속 하인들은 세피아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누가 죽는 척을 해? 누가 착해?
마왕의 오른팔이라 불리는 리치가?
리치가 개야, 뭐야? 왜 주인님 말에 죽는 척도 해?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상식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들의 주인과 연관된 많은 것들이 비상식적이었다. 가장 비상식적인 것. 이 엄청난 덩치의 오거가 주인님을 ‘형아, 형아’ 하면서 쫓아다닌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드, 들어가세.”
“그러게. 들어가세. 이것 참. 민망하구만.”
“그래도 리치인데.”
“주인님 꼬붕이라잖아.”
* * *
리치 마몬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비록 해골 얼굴이기에 표정은 드러나지 않지만 분명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PT체조를 하는 스물다섯 명의 전속 하인들이 있었다.
그는 주인님께 허락을 받았다.
“주인님, 마법은 누구나 쉽사리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직 주인님처럼 초천재만이 배울 수가 있는 겁니다.”
개뼉다구 같은 초천재.
수재도 아니고, 범재도 아니고. 마법을 배우는 속도가 평범한 놈들보다도 더럽게 느리다. 그러나 리치 마몬은 차마 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주인님은 자신이 초천재인지 알고 있다.
“아니야. 가르쳐. 영지에 일이 많아서 그래. 한 1년쯤 배우면 1서클 마법쯤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지 않겠어?”
레기온이 말했다.
“쉬운 것이 아닙니다. 혹독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쓸 만한 마법사로 만들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죽을 수도 있습니다.”
“죽이진 마. 죽을 것 같으면 재능이 없는 거니까 그냥 하인으로 돌려보내.”
“알겠습니다.”
리치 마몬은 고개를 끄덕였다.
레기온이 연무장을 나가자마자 리치 마몬은 기다렸다는 듯이 PT 체조를 그들에게 선물로 안겨 주었다.
전속 하인들은 지옥을 구경하고 있는 중이었다.
리치 마몬은 오랜만에 재밌어 죽을 것만 같았다. 다시 죽을 수 있다면 말이지만.
당할 때는 그렇게 고통스럽더니, 조교가 돼서 교육시키니 이거 정말 즐겁구나. 이거 좀비 놈들 부려 먹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데?
“PT체조 5번 준비!”
“5번 준비!”
PT체조 5번의 동작은 간단하다. 다리를 어깨넓이로 벌리고 양손을 옆구리에 놓는다. 상체를 곧게 편 상태에서 무릎을 90도로 굽히고 손은 앞으로 뻗어 준다.
시선은 손끝을 향한다.
무릎을 펴고, 양손을 옆구리에서 놓는다.
무릎을 편 상태로 상채를 숙이면서 손은 아래로 뻗어 바닥을 짚는다. 다시 몸을 펴면서 준비동작으로 돌아간다. 이것을 반복한다. 꽤 힘이 든 체조 중에 하나였다.
“35회. 몇 회?”
“35회!”
“31회 시작! 마지막 구호는 생략한다.”
리치 마몬은 이걸 정말로 해 보고 싶었다.
혼자 하면서도 마지막 구호를 계속 틀렸다. 하물며 이들은 스물다섯 명이나 된다. 장담하건데 며칠 안에는 익숙해지지 않으리라.
“스물아홉, 서른…….”
착!
어라?
하인들의 구호가 딱딱 맞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좋아. PT 8번 준비!”
“PT 8번 준비!”
흐흐흐, 이것만큼은 제대로 못할 거다. 얼마나 힘든데. 리치 마몬은 비릿하게 미소를 지었다. 내가 당한 고통을 너희에게 돌려주리라!
“55회. 몇 회?”
“55회!”
“54회 시작! 마지막 구호는 생략한다.”
“하나 둘, 셋 하나! 하나 둘 셋 둘!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셋 오십삼! …….”
착-
어라? 이런 씨벌.
리치 마몬의 표정이 굳어졌다. 왜 이렇게 잘해? 어쩐지 억울한 느낌을 받는 그였다. 그러나 잘하는데 뭘 더 시키기도 뭣하긴 한데…….
“좋아. 일어나.”
하인들이 재빨리 움직였다. 그들은 부동자세를 취하고서 숨도 쉬지 않았다. 마법을 배운다는 일념 하에 눈빛이 굉장히 빛났다.
“아직 너희들은 단전이 생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전수해 주는 심법만 익힌다면 금방 단전을 생성하리라 믿는다. 일단 오늘은 마법에 대해서 맛보기만 보여 주겠다. 마법의 술식은 굉장히 어렵다. 자, 너.”
리치 마몬은 베이컨을 가리켰다.
“넵, 1번 훈련병 베이컨.”
“9*9는 얼마인가?”
“81입니다.”
“맞다. 쉽지? 1서클 마법의 술식은 이와 매우 유사하다. 하지만 2서클 마법부터는 난이도가 높아진다. 많은 마법 워커들이 2서클의 난이도를 넘지 못하고 무너진다. 자, 1번 훈련병.”
“네! 1번 훈련병 베이컨.”
“9*7*5는 얼마인가?”
“315입니다.”
“……잉?”
“315가 확실합니다.”
“그, 그래. 맞다.”
리치 마몬은 정말 깜짝 놀랐다. 주인님은 아직도 여기서 헤매고 있는데 아직 마법 입문도 하지 않은 훈련병이 단숨에 술식을 파악할 줄이야.
“그럼 너.”
“네, 2번 훈련병 로또!”
“4*8*5*9는 얼마인가?”
“1,440입니다.”
뭐, 뭐야? 얘들.
“확실한가? 검산 안 해 봐도 되나? 마법의 술식은 조금만 틀려도 자신한테 해가 돌아온다. 반드시 한 번에 맞춰야 한다.”
“별로 어렵지 않은 문제입니다. 암산으로 충분합니다. 확실히 맞습니다.”
헐~.
도대체 얘들 뭐지?
“이봐, 너.”
“15번 훈련병, 숀!”
“4*5*6/6*9는 얼마인가?”
주인님은 죽었다 깨어나도 맞추지 못할 문제였다. 설마…… 이것까지?
“180입니다.”
2초 만에 풀어?
“그, 그래. 맞다.”
“스승님, 너무 쉽습니다. 더 어려운 문제를 부탁합니다.”
“…….”
리치 마몬은 진심으로 당황하기 시작했다.
* * *
쾅!
패링은 연구실에 놓인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탁자 위에 있던 온갖 물건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레기온에 대한 분노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이상하게 변해 버린 그날 이후로, 그 멍청하던 꼬마 영주는 자신의 모든 일을 꼬아 버리고 있다.
벌써 10년을 공들여 만든 이 연구실!
잃어버린 물건도 물건이고, 부서진 물품도 물품이지만, 벌써 보름째 하고 있는 정리가 도저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끔찍하게 아끼며 만든 공간이던가!
그런 곳을 이끌고 만들어 놓다니…….
“영주, 개새끼.”
그래, 나쁜 놈아, 정말 아깝지만, 돈 될 만한 것들, 다 챙겨 갔잖냐. 이것에 연구실 망가뜨렸잖냐. 그럼 된 거지. 뭘 더 얼마나 괴롭히겠다고.
그 지도만큼은 안 된다.
그 지도를 구하려고 얼마나 애썼는데. 정말 피똥 싸면서, 죽을 고비를 다섯 번 이상 넘기며, 동료 뒤통수쳐 가며 간신히 구한 지도다.
그것을 찾았을 때 얼마나 기뻤던가.
돌아가신 부모님이 살아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그토록 기쁘지는 않을 것이다.
“절대 놔두지 않겠어!”
‘히든 던전’의 지도가 없어진 후, 그는 절규했다.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 충격, 그 기분은 정말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는 마음을 먹었다.
영주를 죽이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 * *
킬 더 드래곤.
거창한 이름의 용병단이 알렉산더 영지에 들어섰다.
이름처럼 드래곤 슬레이어 집단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실력을 인정받은 소수정예의 용병단이다.
리더의 이름은 하이모.
190센티에 달하는 거구에 덩치만큼이나 대단한 완력의 소유자로 20킬로그램이 넘는 양날 도끼를 무기로 사용한다.
그의 오른팔인 스틸.
도적이자 암살자다. 평소엔 조용히 다니면서 정찰을 하는데, 적이라고 판단되면 은밀하게 접근하여 목을 따는 솜씨가 일품이다. 어지간한 어쌔신 길드 애들보다 낫다는 평이다.
기사 버팔로는 본래 신성 왕국의 성기사였다.
하지만 교단의 여사제를 잘못 건드린 탓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여사제는 유부녀였다. 정말 꿈에도 몰랐다. 현재 그는 버팔로란 가명을 사용한다. 아무도 그의 이름은 모른다. 여사제 남편한테 걸리면 뒈진다. 그냥 이렇게 살 것이다.
궁수 헤일러.
이 녀석도 굉장히 뛰어난 실력자다.
백발백중의 궁수! 입도 무겁고 자기 이야기도 하지 않는 조용한 녀석이다. 당연히 과거를 아는 사람이 용병단에도 하나도 없었다.
마법사 미즈셋은 인체 실험을 하던 마법사로, 그 사실이 발각되어 도주 중인 놈이다. 그녀의 소원은 암내 제거를 하는 치료법을 개발하고 싶었던 것뿐인데.
인체실험을 당했던 사람들이 임금을 더 주지 않는다면서 마탑에 꼰질렀다.
어쩔 수 없이 마탑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녀 역시 기사 버팔로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활동하는 중이었다.
겨우 다섯 명이지만 실력이 대단해 의뢰인들이 끊이지 않는 용병단이다.
“이런 외진 곳에도 사람이 사는군.”
도적 스틸이 투덜거렸다.
이는 이번 임무를 받아 온 미즈셋에 대한 불만 표시였다.
왕도에서 이곳까지 걸리는 시간은 자그마치 한 달 하고도 보름이 걸렸다. 길은 거칠고 험난했다. 유람 삼아서 한 번 가자고 했던 것이 개고생으로 변했다.
그들이 알렉산더 가문의 영지로 향하는 이유는 패링의 초청 덕분이었다.
마법사 미즈셋과 패링은 동문이다.
“사람이 살지 못하는 곳은 없어. 평균 온도가 영하 50도에 달하는 북극해에도 아일랜드라는 왕국이 있잖아.”
미즈셋이 스틸의 말을 받았다.
“정말로 아일랜드라는 왕국이 있기는 있는 건가. 그곳 사람을 본 적이 없어. 그런 곳에 사람이 산다는 것도 믿기지 않고.”
“난 본 적 있어.”
궁수 헤일러가 대답했다.
“어떤 사람들이야?”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난 놈들이야. 영하 10도에 덥다고 반팔을 입고 다니더군. 장담하는데 추운 지역에서 그들과 전투가 벌어진다면 무조건 도망쳐야 돼. 냉기에 내성이 없는 자라면 이길 방도가 없어.”
“그것 참 흥미롭군.”
“그다지. 먹고살 것이 없어서 그런 특이한 능력이 생긴 것이겠지.”
“그런데…….”
전사 하이모가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는 한창 공사 중인 도로를 보았다. 스무 명이 넘는 사내들이 딱딱하게 얼어붙은 흙 위로 돌을 까는 중이었다.
“어이, 이 돌은 너무 무겁잖아! 좀 가벼운 거 없어?”
“몰라요. 근처에 있는 돌들의 씨가 말랐어요. 아무래도 저쪽 강 상류로 가서 돌을 좀 구해 와야 할 것 같은데요?”
말을 하던 사내가 엄청나게 큰 돌을 집어 던졌다.
돌의 크기는 큰데, 그 돌을 받는 사람은 또 아주 가볍게 받아 바닥에 놓았다.
“뭐야, 이놈들?”
다섯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그들이 하는 것을 지켜봤다.
“이 바위칼도 이제 갈아야 할 때가 된 것 같아. 윈드 커터를 섞어도 잘 안 썰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는 바위를 무슨 두부 썰듯 성큼성큼 썰어 내고 있었다.
“윈드 블레이드.”
그 옆에선 또 체구 작은 남자 하나가 썰린 바위를 깔끔하게 다듬었다.
“칼 탓하지 말고, 집중력을 올리라는 말 못 들었어?”
그는 다듬어진 바위 조각들을 보지도 않고 뒤로 던졌다.
다른 사내들이 주문을 외웠다.
“그래비티 무브!”
그러자 잘 다듬어진 돌들이 차곡차곡 구석에 쌓이기 시작했다.
“망할! 이거 좀 더 연습하면, 까는 것도 직접 되는 거 맞지?”
“몰라, 인마! 까는 것까지 마법으로 하려면 5년은 더 공부해야 한다더라.”
“아, 제길! 괜히 중력 마법 배워서 몸이 더 고생이야.”
그는 툴툴거리며 쌓여 있는 바위 조각을 하나하나 들고 바닥에 깔기 시작했다.
“저놈들 대체…… 뭐야? 마법사야? 아니면 광대?”
하이모는 미즈셋을 돌아보며 물었다.
미즈셋은 경악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