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451)
마법은 괜히 배워서-452화(452/502)
# 452
폭풍전야 3
레기온은 심호흡을 했다.
눈을 감고 양팔을 벌리면서 들숨 날숨을 반복한다. 그러다 보면 가슴의 분노는 가라앉고 그님이 오신다.
그님은 레기온의 귓가에 속삭인다.
평화를 얻었나.
네.
영원한 안식처를 얻고 싶은가.
네.
그럼 돈을 내라.
네?
세상에 공짜는 없단다. 네가 버는 돈의 10퍼센트를 내면 영원한 안식을 평생 제공하도록 하지.
미친…….
레기온은 고개를 흔들었다.
가끔 들리는 이 미친 소리는 도대체 뭔가 싶다.
그렇지 않아도 쉬도 때도 없이 지니가 부르는 ‘오빠’ 때문에 미치겠는데.
-오빠, 예정대로 오늘도 수영복이 바뀌었어. 한번 입어 봐. 오늘은 무척 야해. 젖꼭지만 가리는 수영복이야. 나한테 육체가 있다면 죽었다 깨어나도 입지 못하는 수영복이야.
아아!
정말 환장하겠다.
매번 등장할 때마다 신상을 입어야 한다는 계약 조건을 내건 덕분에 지니는 어디서 구했는지 해괴망측한 비키니들을 잔뜩 구해 왔다.
한 번은 아무도 없을 때 입어 보기는 했다.
정말-
성능 면에서는 굿이다.
엄지 척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방어력, 공력력, 민첩, 체력 모든 신체적 능력을 수십 배 이상 올려 준다.
마력의 제공은 무한에 가깝다.
어떻게 그런 능력이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대륙이 존재하는 한 마력의 흡수는 끝나지 않아. 혹 마력의 흡수를 그만하고 싶으면 오빠가 살고 있는 혹성의 중심핵을 파괴하면 돼.
이 무슨 미친 소리여!
그만 듣고 싶다.
하지만 비키니를 입고 적과 싸울 용기가 도저히 없었다. 간혹 매우 작은 비키니를 입으면 밑의 털과 거시기가 빠져나오기도 한다.
끔찍하다.
그거야말로 안구 테러였다.
레기온 영지에서 성추행범은 중범죄에 속한다. 최소 2년은 탄광에서 썩어야 한다.
그런데…….
자신은 지니를 얻으면서 킹 오브 더 변태가 되고 말았다.
지니…….
변신형 스태프라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정확히 말하면 합체형 스태프였다.
변신과 스태프는 엄연히 다르다.
레기온은 루카스의 ‘캣걸’을 연상했다.
하지만 지니는 그런 형태로 합체를 염두했다.
그 상태로 합체를 했으니…….
동영상이나 사진이라도 찍히면 망신, 망신, 개망신이다. 선조들의 얼굴에 똥칠을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후로 레기온은 지니를 봉인시켰다.
그녀와 합체를 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 맹세했다.
아아~! 어감도 이상해.
그녀와 합체…….
진짜 합체다.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말길 바란다.
그랬더니 지니가 쉴 새 없이 떠든다.
-오빠, 왜 나를 안 불러.
-오빠, 벌써 애정이 식은 거야.
-오빠는 전형적인 나쁜 남자네요. 한 번 나와 합체를 했다고 다신 찾지 않네요.
미친…….
레기온은 아무것도 안 했는데도 지친다.
마크와 지니가 서로의 존재에 대해서 인지를 했다. 다행히 둘은 꽤 친해진 모양이다.
서로…….
내 머릿속에서 사랑을 속삭인다.
아! 짜증 나!
좀 꺼져! 제발 꺼지라고!
심호흡을 하니 별의별 생각이 다 떠올라서 화만 더 솟구쳤다.
레기온은 벌게진 얼굴로 병사를 바라봤다.
“나 몰라?”
“몰라. 근데 왜 자꾸 반말이야. 나보다 어려 보이는데. 이렇게 보여도 나 공무원이야. 공권력의 호된 꾸지람을 듣고 싶냐?”
“알았어. 알았으니까 나 좀 들어가자. 진짜 피곤하다고.”
“들어가고 싶으면 줄을 서라고. 나도 너 같은 놈들 때문에 피곤하다고.”
병사는 관자놀이를 매만지면서 줄을 가리켰다.
레기온은 길다 못해서 끝도 보이지 않는 줄을 바라봤다. 도저히 저 줄에 설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말은 안 했지만 정신적으로 매우 녹초가 되어 있었다.
초그랜드 마스터가 된 것도 모자라 10서클 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의 정신으로 그것을 모두 감당하기란 정말로 힘들었다.
지금까지 간신히 버텼다.
이제는 아무 곳이나 엎어져서 눈을 붙이고 싶었다.
누벼누벼 이것만 아니었다면 이런 귀찮은 일은 없었을 텐데.
그는 성도 포만에서 누벼누벼에게 전화를 했다. 몇 번 울리지 않고 누벼누벼는 전화를 받았다.
“나 좀 데리러 와 줘.”
-아아, 죄송한데요. 다음에 가면 안 될까요?
“왜? 무슨 일 있어?”
-간만에 애들 데리고 어린이 극장 왔어요. 지금 번개맨 보고 있어요. 애들이 너무 좋아해서 나갈 수가 없네요.
“그, 그러냐. 알았다.”
-다른 애들이라도 보낼까요?
“됐다. 그냥 택시 마차 불러서 갈게.”
-요금이 꽤 나올 텐데요.
당신 같은 짠돌이가 진짜 택시를 탈 거냐? 라는 의미였다.
내가 안 낸다. 바세라바밥이 준 마탑 법인카드를 쓸 거다. 이건 아무도 모른다.
나만의 비밀이다.
바세라바밥이 고맙다는 의미로 마탑 법인카드를 그의 손에 안긴 것이다.
마음껏 써도 된다는 조건도 달면서.
레기온은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왕국에서도 몇 명 없다는 골드카드.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본래 레기온도 골드카드가 발급되었다. 그의 카드는 영지로 배달이 됐다.
실컷이 카드를 받아서 레기온의 집무실에 올려놨다. 아직까지 뜯어 보지를 않아서 문제지.
레기온은 자신에게 골드카드가 발급됐다는 것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바세라바밥에게 받은 골드카드가 너무도 감격스러우면서도 신기했다.
그렇게 레기온은 택시 마차를 이용해서 영지에 도착했다.
그동안 도로가 잘 뚫린 덕분에 성도 포만에서 영지까지 3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걸어서 움직이면 20일 이상 걸리는 것이 기본이었는데.
카드를 긁으니 요금은 120골드.
삼시 세끼 다 주고 마차에서 재워 주고 혹시 모를 몬스터의 습격에서도 보호를 해 주는 대가로 치면 꽤 싼 편이다.
여기까진 좋았다.
한데 병사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의 집에 들여보내 주지 않을 줄이야.
마법 핸드폰을 들었다.
게임을 하느라 에너지를 모두 소진했다. 마력석이 있어야 충전을 하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것이 없었다.
해서 누구를 부를 수도 없게 됐다.
“뒤로 가라고!”
“우리가 핫바지로 보이냐! 이 새끼야! 새치기는 너희 집 앞에 가서 해라. 여기서 하지 말고!”
줄을 선 사람들의 감정이 점점 격해졌다.
안 되겠다.
이러다가는 사람들에게 돌을 맞게 생겼다.
“이봐. 병사.”
“왜?”
“저 줄에 서면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나?”
“몇 시간?”
“그래, 몇 시간.”
“몇 시간이 아니라 일주일.”
“…….”
레기온은 잠시 할 말을 잊었다.
“얼마?”
“일주일.”
“농담이지.”
“내가 농담을 좋아하는 얼굴로 보이나.”
“…….”
레기온은 머리를 쥐어뜯고 싶었다. 망했다. 도대체 이걸 어쩌냐!
그때였다.
“주인?”
무척이나 반가운 목소리.
이제까지 저 자식의 목소리가 이렇게 반가운 적은 처음인 것 같았다.
“드레이져!”
레기온은 드레이져에게 고개를 돌리면서 밝게 말했다.
“으잉?”
드레이져 옆에는 예상치 못한 인물이 같이 말을 타고 있었다.
불처럼 타오르는 붉은 머리의 소유자.
윕금 드래곤이지만 에이션트급의 절대무력을 가지고 있는 전투의 화신.
레기온에게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후에 극심한 슬럼프를 겪고 있는 인물.
레드 드래곤 프리티아가 두 눈동자를 깜박깜박거리며 레기온을 바라봤다.
그녀는 눈을 비볐다.
“잘못 봤나. 잘못 봤을 거야. 그 새끼가 여기 있을 리가 없잖아.”
“프리티아, 내가 소개할게. 여긴 우리 영지의 영주님으로서…….”
“닥쳐! 드레이져.”
“잉? 아, 응.”
프리티아의 점점 높아지는 강력한 살기에 드레이져는 입을 다물었다.
프리티아는 눈을 씻은 후에 레기온에게 말했다.
“너지?”
“뭐가?”
“너 맞지?”
“그러니까 뭐가?”
프리티아는 스캔 마법까지 펼쳐서 레기온의 전신을 샅샅이 훑었다.
얼굴에 점까지 그와 똑같다.
자그마치 4억 골드를 가지고 도망친, 세상에서 가장 간 큰 도둑 초특급 야뉴스.
그녀는 마법 TV에서 그를 칭송하는 ‘초특급 야뉴스! 초특급 야뉴스! 야야야야야! 초특급 야뉴스!’라는 음악만 나오면 다 부숴 버린다.
그만큼 레기온에게 당한 일은 프리티아 인생을 통틀어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터벅터벅 걸었다. 무방비로 그냥 걸었다.
간혹 그녀의 외모에 반한 놈들이 있었지만 얼굴도 보지 않고 날려 버렸다.
겁을 상실한 산적들도 간혹 나타났다. 그들도 날려 버렸다. 짜증 나서 아예 국경선 너머까지 보내 버렸다.
그녀는 계속 걸었다.
텔레포트를 시전할 힘도-
포탈을 열 마음도 없었다.
그냥 걷다 보니 고향인 뒤셀르프 산맥에 들어섰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하산을 했을 때는 마을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데 지금은 거대한 도시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몇 백 명이 살던 마을이 아니었다.
적어도 수십만 명이 모여서 도시를 형성했다.
이런 면에서 인간들에게 놀란다.
잠시 안 본 사이에 어쩜 이렇게 발전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래도 프리티아는 의욕이 없었다.
그냥 마음에 드는 술집에 들어갔다.
로즈가 운영하는 술집이었다.
프리티아는 뱀파이어 왕국에서 수입된 술을 마셨다. 슬럼프에 빠졌어도 술맛까지 잃은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술 한두 잔으로 잊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냥 주는 대로 계속 마셨다. 주머니에는 한 푼도 없었다.
돈이 없어도 그냥 마신다. 에라 모르겠다, 라는 자포자기의 심정이었다.
그러다 옆자리에 앉은 사내를 보게 됐다.
“어라?”
“어?”
서로 잘 아는 얼굴-
드레이져였다.
옛날 같으면 성질 더러운 스토커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냥 주먹부터 날리고 ‘다신 내 주위에 얼쩡거리지 마!’라고 외쳤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기운도 없었다.
프리티아가 별말이 없자 드레이져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술을 마셨다.
서로의 의식이 흐릿해질 때부터 그들은 잔을 부딪쳤다.
서로가 불만에 대해서 털어놓았던 것 같다. 하지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기억이 나는 것은 한 가지다.
눈을 떴더니-
둘이 한 이불을 덮고 있었다는 것. 이불을 살짝 들추니 서로가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었다는 것!
프리티아는 절망했다.
에라, 될 대로 되라.
내 인생이 뭐 그렇지.
그렇게 프리티아는 거의 자신을 내려놓은 채 드레이져와 함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자신을 슬럼프에 빠트린 주인공을 만나게 됐다.
어찌 반갑지 않으랴!
어찌 분노하지 않으랴!
어찌…….
놈의 사지를 찢어 놓지 않으면 나는 인간도 아니다!
“맞지! 너?”
프리티아의 전신에서 엄청난 마력이 쭉쭉 뻗어 나왔다. 레드 드래곤답게 그녀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뜨거웠다.
“음, 오랜만이야. 프리티아.”
레기온은 솔직하게 시인했다. 여기서 발뺌을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니까.
그럴 바에는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는 편이 나을 듯싶었다.
하지만 프리티아는 그런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너! 초특급 야뉴스! 여기서 네놈의 골수를 파먹고 말리라!”
프리티아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레기온을 향해서 덤벼들었다.
레기온은 한숨을 내쉬면서 작게 말했다.
“나와라. 마몬. 실추된 네 명예를 되찾을 기회를 주지.”
동시에 레기온의 곁에서 아공간이 열리며 리치 마몬의 막대한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리치 마몬의 흉악한 눈빛이 어둠 속에서 빛을 낸다. 그는 마왕에 의해서 철저히 당했다. 자신이 평생을 걸쳐서 이룩한 8서클의 마법은 마왕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다.
만약 자신이 리치가 아닌 인간의 몸이었다면 100번쯤 사망을 했을 것이다.
마왕은 그만큼 강했다.
마몬은 충격을 먹었고 절치부심을 하면서 강해지기 위해 노력을 하는 중이었다.
지금 막 폭포 수련을 할 찰나였는데 주인이 불렀다. 주인이 부르면 어쩔 수 없지.
마몬은 아공간을 뚫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시선에 어디서 많이 봤던 붉은 머리의 여자가 보였다.
아, 자신이 때려서 쌍코피를 터트렸던 여인이었다. 불쌍한 것. 또 맞으려고 왔니?
그 순간!
레기온에게 덤벼들던 프리티아는 방향을 바꿔 마몬의 긴 생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곧장 무릎차기.
빠각!
마몬의 안면이 박살 났다.
“쓰벌, 이 해골바가지 새끼. 너는 진짜 벼렸다. 이 새끼 아름다운 내 면상에 주먹을 마구 날려? 이 새끼! 이 새끼! 죽여 버릴 거야!”
프리티아는 오랜 시간 공을 들여서 기른 마몬의 긴 생머리를 모두 뽑아 버렸다.
“아악, 제발. 내 머리카락만큼은! 드레이져! 나랑 같은 샴푸 쓰잖아. 내가 한 통 양보할게. 좀 도와줘. 아악! 아파! 이년! 도대체 왜 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