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457)
마법은 괜히 배워서-458화(458/502)
# 458
개최! 영지 최강자전 2
영주 대기실.
레기온은 자유 연합에서 수입해 온 음료를 즐긴다. 뭐랄까. 처음에 먹었을 때는 ‘우엑! 무슨 음료가 이렇게 써!’라면서 뱉어 버렸다.
하지만 몇 번 더 마시다 보니 중독성이 장난 아니다.
지금은 하루에 한 잔 정도 마신다. 워낙 고가에 수입품이기에 마음껏 마시지도 못한다.
마음껏 마시면-
-영주의 씀씀이.
-주민들의 복지도 완전하지 않은데 영주는 노동자 보름치 일당에 해당하는 음료를 물 마시듯이 마신다.
-알렉산더 영지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
-탄핵!
-영지 계염령.
이런 말들이 나올지도 모른다.
마법 TV와 마법 라디오가 활성화되면서 미디어의 힘이 엄청나게 커졌다.
글자도 모르던 수많은 농민들이 글자를 깨우치기 시작했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게 됐다.
특히 9할에 가까운 세금을 내던 농민들은 눈이 뒤집혔다.
어느 기자가 각 영지의 세금을 비교, 조사, 분석하여 뉴스에서 방송한 것이다.
세금이 가장 적은 영지는 놀랍게도 가장 살기 힘들다는 북쪽이었다.
페르시몬 후작의 영지는 세금이 15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레기온 공작의 영지도 비슷하다. 레기온 공작의 영지는 복지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면서 세금이 20퍼센트 정도가 된다.
대신 일자리를 잃었거나 몸이 다쳤을 때, 아버지를 불의의 사고로 잃고 홀어머니가 자식들을 키워야 할 때, 노인들만 남았을 때 등등 영지 복지실에서 충분한 돈으로 그들을 지원한다.
자작에서 백작으로 승격하여 독립을 하게 된 페르시몬 후작의 오른팔 하인츠 백작의 영지도 상황은 비슷했다.
당연히 후작령이나 공작령에 속한 대부분의 귀족들도 비슷했다.
당연히 다른 지역의 농민들을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근래 들어 곧잘 농민 반란이 일어나는 것은 모두 미디어의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너무 앞선 생각을 했다.
레기온이 자유 연합에서 수입해 마시는 음료는 커피였다.
엷게 물에 타서 마시면 맛이 더 좋다. 여름에는 살짝 아이스 마법을 펼쳐서 마시면 활력이 돌아오기도 했다.
지금도 레기온은 커피를 마신다.
“정말로 출전하시는 건가요?”
하녀들의 장 헤이즐러가 레기온의 사발에 커피를 가득 담아 주면서 물었다.
“응, 우승해야지.”
“꼭 우승을 해야만 하나요? 영지 축제인데.”
“내가 우승을 해야 폼이 나지 않겠어?”
“지금 한창 분위기가 달아올랐는데 영주님 때문에 찬물을 끼얹을 것 같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나요?”
“네버! 내가 나가기만 하면 용광로처럼 끓어오를 거야.”
“흐흠.”
헤이즐러는 레기온을 쓱 훑어봤다. 그녀는 10년 전부터 레기온을 돌봤다.
당시에는 17세에 지나지 않았다.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았지만 워낙 가난한 영지라 앞뒤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집에는 아픈 노모가 계셨으며 딸린 동생도 다섯이나 됐다.
하지만-
10년의 세월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참말이었다.
영지가 이렇게 커질지 상상도 못했다.
자신의 위치가 100명이 넘는 메이드들의 장이 될지도 몰랐다.
월급은 당시에 비해서 몇 십 배나 올랐다. 다섯 동생들을 모두 대학에 보내고도 충분히 남는다.
모두 자신이 모시는 꼬마 영주 덕분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눈에 독기만 가득했던 꼬마 영주였는데…….
어느새 이렇게 자라서 늠름한 사내가 되었다.
외모도 훤칠하다. 아니 훤칠 정도가 아니었다. 눈이 부시도록 빛이 난다.
어릴 적부터 봐 왔기에 남동생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면 자신도 반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완벽한 외모, 왕국 2대 공작 중에 한 명, 왕국 최대 부자, 기라성 같은 수많은 사내들이 제 발로 찾아와 모시게 해 달라는 말을 듣는 압도적인 퍼포먼스.
10년의 세월은 코흘리개 꼬마를 완벽한 사내로 탈바꿈시켰다.
하나 자신에겐 아무리 봐도 귀여운 꼬꼬마다.
“헤이즐러는 마나는 남자 없어?”
“없어요.”
“내가 괜찮은 남자 소개시켜 줘?”
“됐네요.”
“내가 소개하면 확실하다고. 귀족으로 해 줘?”
“아아, 거절하겠어요.”
“후후, 역시 소문이 사실인가 보군.”
언제나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헤이즐러의 미간이 살짝 흔들렸다. 무슨 소리냐는 눈빛으로 레기온을 바라봤다.
“베이컨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면서.”
“무, 무슨. 그, 그게.”
“소문 쫙 퍼졌어.”
“무슨 소문요?”
“베이컨이랑 물레방앗간에 갔다면서.”
사랑을 나누는 젊은 남녀가 필수적으로 다녀가야 하는 코스. 물레방앗간.
레기온 영지에는 5성급 여관도 여러 군데 지어졌다. 하지만 이곳은 레기온의 본가가 있는 마을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지낸다.
여관에 팔짱 끼고 갔다가는 다음 날 소문이 쫙 퍼진다.
해서 젊은 청춘들은 남몰래 물레방앗간을 찾았다.
“그, 그건 그날 비가 와서. 비가 그칠 때까지 잠시 있었던 것뿐이에요.”
헤이즐러답지 않게 당황한다.
레기온은 빙그레 웃었다.
그런 헤이즐러가 재밌는 모양이었다. 헤이즐러는 굉장히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다.
언제나 표정이 변하지 않기에 도도하면서 차갑다는 이미지도 있었다.
지금껏 한 번도 헤이즐러가 당황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지금이 처음이다.
그렇기에 레기온은 신이 났다.
“물레방앗간에 들어갔다 나오면 대부분 결혼을 하던데. 10개월도 되지 않아 자식도 낳고.”
“그, 그런 일 없거든요!”
“정말?”
“정말입니다. 저를 어떻게 보고.”
“그래도 베이컨이랑 사귀는 건 맞나 보네.”
“사귄다기보다는…….”
“썸?”
“뭐…….”
“축하해.”
“그게 축하 받을 일인가요. 뭐.”
“우리 얼음 공주 헤이즐러께서 드디어 금남의 벽을 깨고 썸을 탄다고 하니 내가 다 마음이 뿌듯하다.”
“그러는 영주님은 언제 연애를 하시려고요? 제 눈은 속이지 못해요. 한 번도 사겨 본 적 없죠?”
“어라?”
“흥, 맞네. 제 걱정 마시고 영주님부터 애인을 만드세요. 때 놓치면 장가 못 가요. 늙어 죽을 때까지 야동이나 보면서 밤을 지세우고 싶으세요? 그런 자들이 성추행범이 된다고요.”
악담을 해라. 악담을.
“애인 만들 거야.”
“언제요?”
“곧!”
그 순간 레기온의 머릿속에는 딱 한 명의 여성이 떠올랐다.
몬샌겨.
아아!
전생에서도 들들 볶였는데 환생을 하고서도 들들 볶여야 하나.
문제는 몬샌겨를 빼고는 아는 여자 한 명이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가장 최근에 썸을 탔던 사람은 로즈마리 공주였다.
뭐랄까. 가질 수 없어서 더욱 마음이 끌렸던 것 같다.
어차피 라우젤의 여자가 되어야 할 운명이었으니까.
그녀가 죽었을 때는 정말 믿기지 않았다.
감정의 격한 변화로 인해서 4차 성징을 이루고 지니를 각성시켜서 초그랜드 마스터, 10서클의 마법사가 됐지만 당시에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기쁜 마음은 조금 있었다.
그 개자식들을 자근자근 씹어 먹을 수 있는 힘을 손에 넣었으니까.
하나 영지로 돌아오고도 한참 동안 두문불출했다.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강렬했다.
지우개로 쉽게 지울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치유가 된다. 다시 웃음을 찾았고 예전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게 됐다.
시간이 약이다, 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게 됐다.
그녀에게는 미안하지만…….
나의 삶은 계속된다.
“나는 예선전 없지?”
“네, 본선 직행이에요. 이것도 다 영주 특혜라고 말들이 많다니까요.”
“됐어. 원래 개최지 어드벤테이지라는 것이 있는 거야. 내 돈으로 개최를 했으니 그 정도는 양해해 달라고.”
“주민들이 양해를 못 하니 문제죠.”
“내 차례는 언제야?”
“곧이요.”
“알았어. 때 되면 가르쳐 줘.”
“알겠어요.”
고개를 끄덕인 헤이즐러가 중앙 광장에서 특별히 설치된 링의 상황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레기온은 몸을 풀기 위해서 상의를 벗었다. 군살이 하나도 없는 탄탄한 상의가 그대로 노출됐다.
그런데…….
이상하네.
아까부터…….
배에서 꾸루룩, 꾸루룩 소리가 난다.
아침에 뭘 먹었지?
아, 좀 많이 먹었네.
설마 배탈이 난 것은 아니겠지.
* * *
사회자는 초장에 드레이져를 만나서 곧장 떨어진 비프였다.
“레이디 엔 젠틀맨!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러분! 일주일에 걸쳐서 펼쳐진 예선전을 모두 보셨나요?”
“네에에!”
자신들이 응원하는 도전자의 이름이 적힌 팸플릿을 들고 수많은 소녀 팬들이 외쳤다.
소녀 팬들의 면면도 모두 색다르다. 오거, 고블린, 오크, 인간, 소녀지만 거대한 와이번 등이 꺅꺅거리면서 오빠를 외쳤다.
“좋습니다. 예선전은 정말 엄청났죠? 외지에서는 오러 블레이드를 생성하면 엄청난 대우를 받죠. 하지만 이곳에서는?”
“명함도 못 내민다! 꺼져!”
“맞습니다. 32강 안에 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서 타고 날아 다녀야 할 정도는 돼야 이곳에서는 인정을 받습니다.”
대기실에서 듣고 있던 많은 도전자들이 깜짝 놀랐다.
진짜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서 타고 날아다니는 실력자가 있었어?
그런 기술이 있다는 것 자체도 처음 들었다.
도대체 그런 기술을 가진 상대가 누굴까? 드레이져 님? 포르세 님? 리치 마몬 님은 흑마법사니 오러 브레이드를 타고 다닐 일은 없고.
순위권 안에 들려면 목숨을 걸어야겠군.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했다.
“자,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익사이팅한 첫 번째 대결! 우주적 존재! 킹 오브 더 킹! 무신은 바로 나를 일컫는다. 내가 바로 왕국의 권력자! 대간신이다! 레! 기! 온!”
비프가 레기온을 소개했다.
링으로 올라가던 레기온의 표정이 팍 굳어졌다. 그는 비프를 쏘아보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
“대간신? 대간신? 이 새끼가 몰랐던 사람이 훨씬 많은데 아주 공개적으로 나를 망신시켜라! 넌 좀 이따 보자.”
그제야 자신이 너무 나갔다고 생각한 비프의 안색이 핼쑥해졌다.
“그, 그럼, 대역죄인?”
“이런 미친. 그냥 해!”
“아, 네. 모두 함성을 높여 주세요!”
비프가 박수까지 치면서 분위기를 끌어 올렸지만 어쩐지 관중석은 잠잠했다.
레기온과 비프도 민망하다.
설마 박수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줄이야.
그렇게 몇 초쯤 지났다.
순간!
와아아아아!
“끝내준다. 우리 영주님! 겁나 잘생겼어!”
“저렇게 잘생긴 남자 처음 본다. 도대체 몇 살이야? 저 피부 봐. 나보다 더 좋아.”
“세상에. 소문으로만 들었던 영주님을 직접 보게 될 줄이야. 가문의 영광이다.”
“나 당장 팬 카페 만들 거야. 왕국 최고의 도시남이야. 졸라 시크해 보여. 아아, 저 품에 한 번만 안기고 싶어라.”
소녀 팬들은 레기온의 외모를 보고 눈이 휙 뒤집혔다.
중년이건 노년의 여인이건 마찬가지였다.
잘생긴 남자를 싫어할 여자는 없다.
레기온을 향한 어마어마한 함성은 좀처럼 꺼지지 않았다.
“영주님과 1차전에서 붙을 운 없는 사내! 하지만 그가 진정 운이 없을까! 한때 왕국 최강을 지향했던 사내이기도 하다. 지금은 네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아빠! 그렇다고 결코 평범하게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 예선전에 상대를 한 모든 도전자들을 5초 안에 깨트렸던 절대 무적이 사나이! 포르세!”
포르세가 후드를 뒤집어쓰고 걸어왔다.
굉장히 분위기가 있어 보여서 사람들의 환호성은 엄청나게 높아졌다.
도박사들이 보기에는 꽤 흥미로운 대결이기도 했다.
그들의 무력에 대해서 흥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저들의 배경이 더 재미가 있었다.
한 명은 왕국 최고의 권력자라고 해도 무방하다.
다른 한 명은 권력을 내려놓고 조나스의 남편이 돼서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해설을 맡은 조낸이라고 합니다. 아쉽게도 예선에서 떨어졌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캐스터를 맡은 피라니아라고 합니다. 저 역시 안타깝게도 예선전에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피라니아 씨는 1차전에서 떨어졌죠? 그다지 안타까운 일은 아니죠.”
“저는 세피아 님을 만났거든요. 다른 도전자들은 모두 신전에 입원했습니다. 보세요. 저는 세피아 님을 만나고도 멀쩡해요. 안 죽었잖아요.”
“아 자랑이십니다.”
“그러는 조낸 씨도 예선 2차전에서 떨어졌잖아요?”
“네, 피라니아 씨보다는 오래갔죠.”
“상대가…… 메이필드(고블린 족장 오메가에 이은 NO 2. 레기온의 결정 덕분에 절정에 암살 기술을 익히게 됐다)였었죠? 큭큭큭, 고블린한테 맞아서 나가떨어지는 모습이란……. 참 가관이었어요.”
“그쪽이 한번 붙어 보시죠. 메이필드가 얼마나 강한지.”
“아아, 싫어요. 저는 격이 맞는 상대와 붙고 싶습니다. 최소 마검왕 베이컨 님 정도는 돼야죠.”
“말 함부로 하시네요.”
“제가 못 할 말 했나요. 뭐.”
저 멀리서 메이필드가 초고속 표창을 던지려는 것을 오메가가 억지로 말리고 있었다.
“참아. 나중에 쟤 잘 때 혼꾸멍을 내줘.”
“저 개새가 하는 말 들었지? 격이 맞는 상대와 붙고 싶단다. 뒈졌어.”
그렇게 피라니아는 절정의 암살자 메이필드에게 악감정을 가지게 했다.
“자, 말씀드리는 순간 경기 시작됐습니다!”
“오오오! 포르세 선수가 먼저 나섰습니다. 역시 선수 필승이죠.”
“맞아요. 참고로 저희는 알고 있습니다만 많은 사람들은 레기온 선수의 실력을 모르죠.”
“네, 그렇습니다. 레기온 선수는 이상하게 저평가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단언 드릴 수가 있습니다. 레기온 선수는 영지를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실력자입니다.”
“와아아아! 진짜? 영주님이 그렇게 세?”
관중들이 꽤 놀랐는지 웅성거렸다.
“하지만 포르세 후작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금이야 독박 육아를 하고 있다지만 전직 왕국 7대 강자 중에 한 명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대회를 위해서 뼈를 깎는 훈련을 했다고 합니다. 자, 포르세 선수가 앞으로 나갑니다! 오오오오! 저럴 수가! 신기술입니다! 신기술! 과연 레기온 선수가 어떻게 막을까요.”
캐스터 피라니아와 해설 조낸의 입에서 동시에 비명에 찬 함성이 터졌다.
“저, 저게 뭐야?”
“아아아, 이건 뭐죠?”
“누가 보면 짜고 치는 포커인 줄 알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