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458)
마법은 괜히 배워서-459화(459/502)
# 459
절대 무위의 향연 1
포르세는 오래간만의 실전에 감각이 고양되었다. 그는 한 달에 걸쳐서 녹슨 몸을 철저히 단련시켰다.
비록 실력이 오르지는 못했지만 예전과 비슷한 수준까지는 다다랐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비밀 병기가 있지 않은가.
제아무리 레기온 공작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비밀 병기를 막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아까부터 조금 속이 좋지 않다.
배에서 꾸룩꾸룩 소리가 난다.
아무래도 조짐이 좋지 않았다.
어라!
갑자기 장에서 누군가 격류를 타는 것 같았다. 쏴아아 뭔가가 밀려 내려간다.
큰일 났다.
곧 도착한다.
포르세는 항문에 힘을 꽉 주었다. 다행이다. 막혔다. 안 되겠다. 속전속결로 해치우자.
포르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움직였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이 많은 관중들 앞에서 개망신을 당할 것만 같았다.
“오오오오! 이형환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조낸 해설께서 풀이를 하시겠습니다.”
캐스터 피라니아가 외쳤다.
“이형환위는 존나 빠르게 움직여서 몸이 2개로 보이는 기술입니다. 오러 블레이드를 형성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초장부터 대단합니다. 포르세 선수 극강의 경공술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포르세는 레기온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가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놀랍다.
그사이 더 강해졌구나.
나의 경공술을 보고도 꿈쩍하지 않다니.
그래, 8성급, 8서클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고 들었다. 인정한다. 너는 나보다 강하다.
하지만 이 일격을 막아 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받아라!
포르세는 레기온의 정면에서 갑자기 멈췄다.
주먹이 닿지 않는 거리였다.
설마 포르세가 100미터 신권을 선보이려는 것은 아니겠지.
영지에서 유일하게 100미터 신권을 선보이는 사람은 맘마 유지로뿐이었다.
그렇기에 제아무리 포르세라고 하더라도 100미터 신권을 사용하기란 어렵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서로의 거리는 겨우 2~3미터. 작정하고 쓰면 못 쓸 거리도 아니다.
100미터라는 거리가 어려운 것이지 고수라면 이 정도 거리에서 얼마든지 오러를 방출 가능하다.
“로켓 펀치!”
모두의 눈이 휘둥그렇게 변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기술이었다.
포르세의 왼팔이 분사를 하면서 엄청난 속도로 날아간 것이다.
왼팔이 레기온에게 닿는 시간은 겨우 0.001초. 눈으로 쫓을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다.
거리까지 가까웠다.
뻑!
역시나-
로켓 펀치는 마력 디펜스를 단숨에 뚫고 들어가 레기온의 배를 정확하게 강타했다.
“꾸에에엑!”
레기온은 영주답지 않은 비명을 지르면서 10미터 위까지 튕겨졌다.
그리고 다운!
심판을 맡은 로하스(레기온 저택의 하인. 간만에 출연)가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엄청난 목소리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원! 투! 쓰리! 포! 파이브! 식스! 영주님! 영주님! 뭐 하시는 거예요? 어서 일어나세요? 시합 시작한 지 3초밖에 안 됐다고요.”
카운트다운을 하면서 레기온에게 속삭였다. 카운트다운을 최대한 늦추면서.
놀랍게도 레기온은 울고 있었다.
쓰벌, 이게 도대체 무슨 꼴이냐.
아까부터 배가 아프더니 결국 사단이 나고 말았다. 시합이 시작되자마자 배 속에서 전쟁이 일어났다.
-전군! 항문으로 돌격하라! 공성부대는 항문의 문을 열어라!
라고 미친것들이 외쳤다.
참았다.
끝까지 버텼다.
문제는 거기에 온통 신경이 집중되어 있다 보니 제대로 포르세를 상대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실 눈앞에 누가 있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항문이 점령을 당할까 봐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시합은 시작도 안했는데 얼굴은 온통 땀범벅이었다.
마력 디펜스도 형성할 수가 없었다. 그냥 억지로 끌어 올려 최소한의 방어막만 만들었다.
물론 이런 마력 디펜스론 포르세를 막을 수는 없었다.
포르세가 움직였다.
엄청난 경공술이다.
예전이라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레기온이 보기에 포르세의 움직임은 완만했다.
충분히 잡아낼 수가 있었다.
터지려는 항문만 아니면!
초 그랜드 마스터가 된 후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설사 썩은 고기를 먹어도 위장에 탈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탈이 났다.
도대체 난 어떤 음식을 먹은 걸까.
초그랜드 마스터조차 설사를 일으키는 음식이라니. 분명히 말해서 독은 아니었다. 독이었다면 혀에 대는 순간 알아차렸을 테니까.
미치겠다.
아아!
저 자식이 공격한다.
뭐야? 저건!
생각났다.
비데가 포르세에게 잘린 왼팔을 만들어 줬다더니 저거였구나.
아아! 피할 수가 없어.
어떡해!
로켓 펀치는 하필 레기온의 배를 정확하게 가격했다. 장의 운동이 더욱 활발해진다.
레기온은 쓰러졌고-
-장군! 드디어 항문을 열었습니다.
-좋아! 탈출이다. 세상의 맑은 공기를 마셔 보자!
적들이 레기온의 항문을 통해서 밖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레기온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냥 의식을 놔 버렸다.
의료반이 긴급 투입 돼서 응급 들것을 가져와 레기온을 올렸다.
“으읍, 이게 무슨 냄새지?”
“엄청 독해. 설마 포르세 님께서 영주님에게 독을 쓴 것은 아니겠지?”
그냥, 가. 씹새들아. 쪽팔려 죽겠어.
하지만…….
슬픈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포르세도 때를 놓쳤다.
꾸룩꾸룩.
포르세는 하늘을 보면서 한 방울의 눈물을 흘렸다.
오늘 아침.
요리사 데카르슨의 식사를 한 사람들은 모두 같은 꼴을 겪었다.
그리고 데카르슨도 이번 경기에 출전한다.
* * *
프리티아의 숙소.
레기온은 프리티아에게 특별히 개인 저택을 제공했다. 내심 찔리는 것도 있으니 그녀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괜히 돈데크만에게 5천만 골드를 맡겼다고 생각했다. 어서 빨리 그 자식이 돈을 가지고 프리티아에게 건네지 않는다면 어떤 깽판을 부릴지 알 수가 없었다.
적어도 100명 이상 지낼 수 있는 커다란 저택에는 프리티아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본래 12명의 시녀가 있었지만 한 달 동안 특별 지시로 모두 자리를 비웠다.
프리티아는 의자에 앉아서 다리를 꼬고 책을 보고 있었다.
과거에 굉장히 유명했던 책이다.
제목은 드래곤 불이다.
어떤 소녀가 일곱 개의 드래곤 불을 모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기본 베이스가 깔린 소설이었다.
그리고 프리티아는 이 소설에서 착안을 하여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바로 아공간에 만들어 놓은 사막의 방이라는 곳이었다.
현실 세계의 하루가 그곳에서는 1년이다.
무조건 말도 안 되는 레벨의 괴물들을 만들어서 마구 집어넣었기에 어중간한 강자가 들어가면 반나절도 되지 않아서 뼈만 남는다.
즉 사막의 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프리티아도 이 방을 사용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겨우 나흘을 버텼다.
너무 덥고 답답해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한데 드레이져와 리치 마몬. 이것들은 벌써 한 달째 감감 무소식이다.
한계 리미트에 다다랐다.
만약 한 달이 넘으면 그것들은 죽었다고 판단을 해야 한다.
인간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자라 기대를 했건만 아무래도 틀린 모양이다.
프리티아의 생각으로는 그들이 최대 15일까지 견딜 수 있을 것이다 내다봤다.
그 이상은 인간의 의지로 무리다.
마몬이야 인간이 아니지만 레기온의 영향을 받아서 인간의 생각과 매우 흡사했다.
둘이 제아무리 오순도순 세세세를 하면서 지낸다고 하더라도 보름이 지나면 그들은 미쳐 죽을 것이다.
그런데 프리티아의 생각을 훌쩍 뛰어넘었다.
처음에는 ‘호! 제법인 걸’ 이라고 생각했다.
20일이 지나자 걱정이 된다. 들어가서 확인을 해 볼까? 라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만뒀다.
만에 하나 그들이 수련 중이라면 자신으로 인해서 리듬이 깨질 수가 있었다.
괜히 욕먹는 것은 싫다.
그렇게 열흘을 더 기다렸다.
지금은 반신반의한다.
죽었을 수도 있고 살았을 수도 있다.
드레이져의 면상을 생각하면 죽어도 죽지 않을 것 같지만.
띠, 띠, 띠, 띠.
시간을 맞춰 놓은 타이머가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프리티아는 보던 책을 덮고 사막의 방문 앞에 섰다. 그녀도 은근히 입안이 마른다.
그들이 살아난다면 도대체 얼마나 강해졌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설마 나보다 강해지는 것은 아니겠지.
곧바로 프리티아는 고개를 저었다.
에이션트급의 무력을 가진 자신을 넘어서는 인간이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음, 말이 되지 않는 존재가 한 명 있기는 하지만. 그는 논외로 치자.
세상 어디든 돌연변이라는 것이 존재하니까.
띠, 띠, 띠.
시간이 다 됐다.
치이이이익!
사막의 방문 옆에서 공기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끼이이익!
그리고.
드디어 사막의 방문이 열린다.
검고 긴 그림자가 프리티아의 얼굴을 가렸다.
드레이져와 리치 마몬이 나타났다.
프리티아는 잠시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정말 인간 같지도 않은 것들이군. 도대체 얼마나 강해진 거야?”
드레이져와 리치 마몬의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서 넘치는 마력을 육체 안에 잠재울 수가 있다는 뜻이다. 마력은 언제나 발산하는 에너지다. 그것을 육체 안에 잠재운다는 것은 그만큼 커다란 그릇이 되었다고 보면 된다.
마력을 갈무리한다는 뜻은 바로 이것이다.
마력을 배운 모든 종족을 통틀어 극소수만이 닿을 수 있는 경지였다.
그럼에도 마력이 약하게만 느껴지는 그들에게서는 기묘한 위화감이 흘러나왔다.
“이제 확인을 해 봐야지.”
드레이져가 입술을 뒤틀면서 웃었다.
저 웃음.
자신감의 발로였다.
드레이져와 리치 마몬은 자신들의 머리카락을 목숨처럼 아낀다.
그런 머리카락이 엉망이 됐다. 지금껏 한 번도 손질을 하지 않고 수련에만 몰두했다는 증거였다.
“최강자전은?”
“시작됐어.”
“당신은 안 가나?”
“니들 두고 어떻게 가?”
“고맙군.”
“나중에 꼭 갚아.”
“몸으로?”
“닥쳐!”
드레이져는 피식 웃은 후에 하늘을 바라봤다. 그의 전신이 팍! 하고 사라졌다.
깜짝 놀란 프리티아가 주위를 돌아봤다.
“윕니다. 위.”
리치 마몬이 뼈의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놀랍게도 드레이져는 점처럼 작아 보였다. 상식을 초월하는 엄청난 속였다.
내가 과연 드레이져를 쫓을 수가 있을까?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본신으로 돌아간다면 모를까 폴리모프를 한 상태에서는 불가능했다.
“이곳에 30일이면 그쪽의 시간으로는 30년이죠?”
“그렇지.”
“30년을 고생했는데 겨우 저렇게밖에 못 하다니. 역시 재능이 없어.”
“뭐?”
“저렇게 느려서 주인님을 어떻게 이기겠다고.”
“뭐?”
“먼저 갑니다. 그럼 천천히 오세요.”
리치 마몬은 낡은 후드로 몸을 감쌌다. 그러자 그 역시 팍! 소리를 내면서 사라졌다.
팍! 팍! 팍!
공중에서 소리가 계속된다.
리치 마몬의 전신이 수백 미터 단위로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했다.
그 속도는 음속 이상이다.
“이럴 수가. 다중 텔레포트! 저 마법을 저렇게 쉽게? 도대체 얼마나 마법의 숙련도가 높아진 거야.”
프리티아는 기가 찼다.
저것들은 자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최소 한 수 이상은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어쩌면…….
“레기온 공작, 긴장 좀 하셔야겠는데.”
프리티아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 드레이져와 리치 마몬을 보면서 입술을 뒤틀었다.
안타깝게도 레기온이 1차전에서 탈락했다는 것을 모르는 프리티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