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461)
마법은 괜히 배워서-462화(462/502)
# 462
창공의 불꽃 2
레기온이 누벼누벼와 같이 출격을 하게 된 것은 순전히 운 때문이었다.
마을은 축제 분위기다.
내일부터는 16강전이 시작된다.
어디서 듣고 알았는지 도박사들의 배팅도 엄청나게 높아지고 있었다.
레기온도 배팅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지금껏 그가 상상을 초월하는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던 것도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행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엄청난 운이 작용했음에는 두 말을 할 필요가 없지만.
레기온은 도박사들과 함께 배팅을 하려다가 말았다.
“영주님, 도박을 하시려면 다른 곳에서 하세요. 그래, 라스베가스에서 하면 되겠네. 어차피 그곳도 영주님 도시잖아요. 아니면 항구 도시 씨엠에 가서 하던지. 그곳에도 카지노가 있잖아요.”
영지민들에게 안 좋게 보인다면서 극구 말리는 헤이즐러의 잔소리.
알았어. 알았다고. 안 하면 될 것 아냐.
레기온은 놀 사람이 없나 거리를 어슬렁거렸다. 거리는 화끈하게 달아올랐지만 마땅히 같이 술을 마실 사람이 없었다.
부하들은 모두 신경이 날카로워서 건들면 안 될 것 같았다.
드레이져에게 갔더니 눈에 살기를 풀풀 풍기더라.
“주인, 1차전에서 떨어졌다고? 잘하는 짓이유. 하면 영지 최강자라는 타이틀은 내가 먹겠소.”
도대체 그게 뭐라고 이렇게들 목숨을 거는지.
해서 그는 누벼누벼에게까지 찾아가게 된 것이다. 누벼누벼는 인간들과 생각이 조금 다른 모양이다.
그도 16강에는 들었지만 승부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1등을 한다고 하더라도 최신형 마차는 작아서 그가 몰지도 못한다.
하늘을 날 수가 있는데 굳이 마차가 필요하지 않았다.
돈도 꽤 많다.
와이번들은 영지에서 상위 직종군에 속한다. 대체로 상위 10퍼센트 내외로 돈을 번다는 뜻이다.
당연하다.
와이번 월드의 주인공들이니까.
개장을 하게 되면 그들은 돈을 쓸어 모으게 될 것이다. 그냥 손으로 박박. 손톱이 다 빠질 때까지.
“그럼 왜 영지 최강자전에 도전한 거야?”
-내가 세피아랑 한 번 붙은 적이 있지?
“예전에 일주일 동안 치고받은 적이 있었지?”
당시에 저택이 반쯤 무너졌다. 뒷골이 뻗쳐서 누벼누벼와 세피아 두 놈 다 혼꾸멍을 내줬다.
-놈이랑 승부를 내 보고 싶어서. 세피아는 자신이 최강의 마수라고 하더라.
“으음, 뭐 좀 그렇지.”
세피아는 드레이져와 리치 마몬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 지금은 아이템에 의한 절대 방어까지 손에 넣어서 혼자 적들의 전차 부대까지 궤멸을 시킬 수 있는 수준에 다다랐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
“뭘?”
-최강의 마수는 나라고.
아아, 그렇군.
이쪽도 이쪽 나름대로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구나.
레기온은 누벼누벼의 말뜻을 이해했다. 그리고 홀짝홀짝 술을 마신다.
역시나 뱀파이어 왕국에서 가져온 술은 최고의 맛이다. 이 술 때문에 영지에서 알콜 중독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극해의 위스키.
아예 맛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맛본 사람은 없다고 하니까.
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레기온조차 입안에서 폭죽이 터지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샤론즈에게는 미안하지만 아무래도 수입 제한을 해야 할 것 같다.
이러다가 영지민들 상당수가 알콜 중독자가 될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비상벨이 울린 것은.
당직을 서고 있던 정규직 병사 한 명이 다급하게 외쳤다.
“제국군의 배틀십 출현! 수는 대략 30대. 공습 경보를 울리겠습니다. 항공대에 남아 있는 모든 와이번과 용기사들은 5분 내로 출동 준비!”
레기온도 깜짝 놀랐다. 그는 급히 당직자에게 물었다.
“제국군? 그것도 배틀십이 서른 대나?”
막말로 서른 대의 배틀십이면 중소 왕국 정도는 순식간에 지도상에서 삭제를 해 버릴 수 있는 전력이다.
그런데 놈들이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을까.
설마 정면으로 치고 오지 않고 빙 둘러서 왔나?
그제야 레기온은 자신이 뭔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영지를 너무 꽁꽁 싸맸다. 영지 외에 다른 곳으로 전파가 닿지 않는다.
설마 그사이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니겠지. 그는 곧바로 전파 방해 마법을 풀었다. 풀면서도 뿌듯하다. 나 정도는 돼야 이런 엄청난 마법을 손쉽게 펼칠 수 있는 거야.
동시에 영지 안에 갇혀 있던 수많은 첩자들이 활동을 개시할 시간이기도 했다.
레기온은 핸드폰의 전원을 켜고는 바세라바밥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 있나?
바세라바밥은 대뜸 물었다.
“집인데요.”
-상황이 어떤지 알고 있나?
“잘 모르겠네요.”
-메일로 상황을 보내 주지. 보고 곧바로 복귀를 하게.
“어디로요?”
-어디긴 어디야. 성도 포만이지.
레기온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성도 포만은 왕국의 수도다. 그렇지만 어쩐지 정감이 가지 않았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자신이 가장 편한 곳은 바로 이곳이었다.
“가고 싶은데 여기도 문제가 생겼어요.”
-무슨 문제?
“제국군 함대가 나타났어요. 자그마치 서른 대나요.”
-으으음.
바세라바밥의 신음 소리가 흘렀다. 그로서도 예측을 하지 못한 상황인 것 같다.
-해결할 수 있겠나?
“일단은 해 보고요.”
-꼭 해결을 했으면 하네. 이쪽은 3개 군단이 벌써 격파됐어. 왕국 대지의 1/4이 제국군에게 유린을 당했네.
“네에?”
여기선 레기온도 꽤 놀랐다.
바세라바밥의 말이 사실이라면 영지 최강자전이나 하면서 축제를 열 때가 아니었다.
-제국군의 지상군 숫자는 80만. 함선은 50척에 이르네. 놈들의 신무기 항공모함도 포함되어 있어. 우리는 속수무책이네. 놈들과 맞서 싸울 방도가 없어. 그래서 자네가 필요하네.
아마도 공왕과의 내전에서 선보였던 와이번 군단을 뜻하는 것이리라.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부탁하네. 이런 말을 하기에 염치가 없지만……. 자네밖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네.
아오, 부담스럽게시리.
“알겠습니다. 곧 다시 연락을 드리죠.”
레기온은 핸드폰을 껐다. 그는 누벼누벼에게 고개를 돌렸다.
“술 먹었는데 하늘을 날 수 있겠어?”
-크릉. 음주법에 걸리지?
“걸리지. 그거 중범죄라고.”
-영주께서 오늘은 눈감아 줬으면 하는데.
“아아, 나는 비리 영주가 되는 것인가.”
-그럼 제국군의 폭격을 몸소 막아 내던가.
“훗, 알았어. 가자고.”
레기온은 재빨리 누벼누벼의 등에 올라탔다.
전국이 화마에 휩싸이고 있다고?
누구 마음대로?
누구 마음대로 니들이 우리 땅을 침범하는 거지!
레기온의 눈빛이 차갑게 식기 시작했다.
동시에 용기사들을 태운 서른 마리의 와이번들이 거대한 날개를 펄럭거리면서 일제히 달이 뜬 하늘을 향해서 날아올랐다.
* * *
쿠쿠쿠쿠쿵!
150톤급의 배틀십 구축함 한 대가 화마에 휩싸였다. 정확하게 화약고를 건드린 모양이다.
쿠쿠쿠쿠쿵!
구축함의 옆구리가 뻥 하고 뜯겨져 나갔다. 곧이어 연쇄 폭발이 이어졌다. 배의 밑창에서부터 퍼퍼펑 폭발이 일어나더니 구축함은 완전히 불길에 휩싸였다.
그리고 추락!
수많은 병사들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지상으로 떨어졌다.
“3번기 추락! 5번기 반파! 13번기 추락! 17번기 추락! 23번기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아아! 격추됩니다!”
부관은 안타깝다는 듯이 외쳤다.
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쉴 새 없이 흐르고 있었다. 아니 함장실에 있는 모든 병사들이 그럴 것이다.
출항을 하기 전에 그들은 여유로웠다.
제국이 자랑하는 배틀십을 타고 적국의 머리 위를 날아다닌다?
어떤가.
생각만 해도 짜릿하지 않은가.
그런 쾌감을 맛보기 위해서 오랜 시간 동안 참았다. 지루한 항해를 기꺼이 감수했다.
그리고 드디어 적국의 머리 위에 들어섰다. 시원하게 폭격을 하면서 놈들이 아우성치는 모습만 지켜보면 되는 것이다.
그러했는데…….
저것들은 뭐냔 말이다.
수십 마리의 와이번들이 함선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가장 놀라운 것은 놈들이 함선의 머리 위에서 폭격을 시전했다는 것이다.
빗나가면 자신의 영토에, 자신의 영지민들이 죽는다.
그러나 놈들은 거침없이 마력 포탄을 투하했다.
몰랐다.
놈들의 마력 포탄에도 추적 마법이 달려 있다는 것을. 설마 마력 포탄에 그 비싼 추적 마법을 달아 놓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핀 포인트 저격!
1차 폭격에 이미 상당수의 함선들이 충격을 받았다. 곧이어 2차 폭격이 이어졌다.
배수량이 작은 함선들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추락했다. 배틀십이 배라면 바다로 뛰어내리면 된다. 그럼 살 수 있는 확률이 있다.
하지만 배틀십은 하늘을 나는 배다.
수백 미터 상공에서 뛰어내리고 살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배틀십이 추락한다는 것은 전원 사망을 뜻한다.
또다시 3차 폭격.
이미 함대는 인사불성이다.
“대공포를 쏴라! 대공포를 쏴!”
나도가마 함장이 미친 듯이 외쳤다. 그는 모자도 벗어던졌다. 멋을 부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얼굴은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최정예 함선을 겨우 와이번 따위에게 잃을 수는 없었다.
“와이번 브레스! 일제히 발사했습니다. 2번기 전함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충직! 2번기 함장 톰브입니다. 적들의 화력이 너무 막강합니다. 이것은 함정입니다. 누군가 저희의 항로를 알려 주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가 없습니다.
“으음, 알고 있다. 분명 첩자가 있다.”
-알고 계시다니 다행이군요.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 사령관님. 충직.
“충직.”
그렇게 화면은 꺼졌다.
그리고 제국 2함대 중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2번기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전함에 와이번들의 브레스가 직격했다.
쿠쿠쿠쿠쿵!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전함은 휘청거린다. 하지만 워낙 거대한 배틀십이다 보니 와이번들의 브레스에도 어느 정도 견뎌 냈다.
하지만 마음을 놓을 때가 아니었다.
펄럭펄럭!
와이번들이 다가와 레기온과 용기사들을 전함 갑판 위에 내려놓은 것이다.
“씨발, 존나 비싼 배다! 이거 우리는 못 만들어! 반드시 탈취한다!”
레기온이 외쳤다.
“우와아아아!”
용기사들이 호응했다.
그렇지 않아도 용기사들은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있었다. 말만 용기사지 자신들이 하는 일은 와이번들의 시다바리였다.
한 번은 한 용기 있는 용기사가 와이번에게 이렇게 대들었던 적이 있었다.
-내 점심은 크림치즈 파스타로 가져와.
용기사는 와이번 앞을 가로막았다.
“내가 니 시다바리가.”
와이번은 용기사를 노려봤다.
-죽고 싶나……. 씨…….
용기사는 크림치즈 파스타를 사서 와이번에게 가져다줬다.
그뿐만 그런 것이 아니다. 다른 용기사들도 처한 상황은 비슷했다.
한데 지금은 마음껏 날뛸 수가 있는 것이다.
용기사는 와이번을 모는 기사가 아니다. 와이번은 알아서 잘 돌아다닌다.
그들의 목적은 핀 포인트 포탄 저격과 와이번의 빠른 기동력을 이용한 적 수뇌부의 제거였다.
적의 사령부를 제압하는 역할을 하는 기사들이 약할까?
당연히 아니다.
그들은 강하다.
순식간에 전함에 있던 수십 명의 병사들을 제거하고 사령실까지 침입했다.
“누구냐!”
전함의 함장인 톰브가 레기온과 용기사들을 보면서 외쳤다.
“날려!”
“네! 각하!”
레기온의 명령에 용기사들은 시원하게 톰브를 무덤으로 보내 버렸다.
“전원 동작 그만!”
레기온이 외쳤다.
몇몇이 비상벨을 누른다. 용기사들이 그것을 발견하고 단검을 날려 손목을 찍어 버렸다.
“다음은 목이 날아갈 것이다.”
용기사들이 외쳤다.
그들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아아! 살맛 난다.
그래, 이게 용기사지.
와이번의 시다바리가 아니라.
사령실에 있던 제국군은 모두 어이가 없다는 표정 혹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양손을 들어서 항복 표시를 했다.
쿠쿠쿠쿵!
그 시간에도 그들의 눈앞에서 함선들이 마구 추락을 하고 있었다.
배틀십의 화력이 와이번보다는 월등하게 높다. 하지만 배틀십은 와이번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기동력에서 차이가 너무 난다.
배틀십은 와이번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것이다. 공중전에 필수인 꼬리잡기도 하지 못한다.
만약 이곳에 항공모함이 있었다면 얘기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항공모함에는 기동력이 빠른 소형 함선이 잔뜩 실려 있었다.
화력은 약하지만 그들의 기동력이라면 와이번의 빠른 움직임을 어느 정도 따라붙을 수 있었을 테니까.
즉! 제국군은 정보 부족으로 인해서 판단 착오를 일으킨 것이다.
만약 내전에서 와이번 군단이 나타나 언데드 군단을 쓸어버렸다는 것만 알았더라면 배틀십 함선들만 단독으로 작전에 투입하지 않았을 테니까.
레기온은 제국군 부장에게 다가갔다.
“직책은?”
“이, 씨발. 내가 누군지 알아?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여 놓고 살아남길 바라냐?”
“훗, 안 되겠네.”
레기온은 입술을 뒤틀면서 웃었고 아공간이 벌어지면서 뼈의 손이 훅 하고 튀어나와 부장의 전신을 휘어 감았다.
“이, 이게 뭐야?”
“너 말고 대답할 사람은 많아. 혀를 잘못 놀리면 이렇게 된다. 사령화.”
부관은 소환된 리치 마몬에 의해서 순식간에 생기가 빨려 버렸다.
완전히 생기가 빨린 부관은 언데드가 돼서 멍청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영혼도 삼켜졌다. 이제 그는 명령에 의해서 움직이는 인간도 괴물도 아닌 존재가 되어 버렸다.
부관의 모습을 본 몇몇 병사들이 참지 못하고 속을 게워 냈다.
“자, 다음. 너.”
레기온은 한 사내를 가리켰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레기온에게 불었다.
하지 않아도 될 것.
자신의 가족 상황부터 옆자리에 앉은 병사의 누나가 시집을 가지 않았다는 것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