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462)
마법은 괜히 배워서-463화(463/502)
# 463
제국의 몰락 1
느닷없이 대승이라고 해야 하나.
엄청난 운빨의 작용이라고 해야 하나.
우연의 우연이 겹쳐져서 레기온은 전혀 타격을 입지 않고 다섯 대의 배틀십을 포획했다.
항공 1전대 중에서 추락한 와이번은 없었다. 날개가 찢어져서 빙글빙글 돌다가 간신히 중심을 잡은 몇몇 와이번은 누벼누벼가 특별 훈련을 시킨다면서 데리고 갔다.
용기사들도 특별히 다치지는 않았다. 앞에서 레기온이 다 휩쓸고 지나가는데 다치는 것이 더 이상하다.
오히려 멍 때리고 있다가 레기온의 마법에 휘말려서 넘어져 다친 용기사만 있을 뿐이다.
레기온은 용기사 앞에서 ‘괜찮아.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을 해서 다독거려 준 다음에 항공대 수장인 라이스에게 그 사실을 알려 줬다.
“너희 부대원 존나 빠졌드라. 정신을 놓고 다니던데. 나 아니었으면 걔들 죽었다.”
그렇지 않아도 리치 마몬에게 치욕스럽게 패배를 당했던 라이스였다.
눈이 뒤집힌 그는 출동을 했던 용기사들 전원을 집합시켰고 전함을 포함한 함선 5척을 포획하는 대전과를 올렸음에도 용기사들은 하루 종일 비명을 지르면서 구를 수밖에 없었다.
* * *
레기온과 비데, 스토브 잡스가 한데 모여서 배틀십을 살펴보고 있었다.
“우옷! 끝내준다. 역시 기계 마법의 시조라고 불리는 제국의 물건답네.”
비데는 연신 탄성을 내뱉었다.
“좋은 물건이야?”
“좋은 물건이 아니고 이럴 때는 엄청난 물건이야, 라는 말을 쓰는 거야.”
“상당히 망가졌는데?”
와이번 전대의 폭격과 브레스를 맞아서 함선들은 이곳저곳이 박살 나 있었다.
배틀십에 대해서 모르면 수리하기도 쉽지가 않았다.
물론 배틀십을 조종했던 병사들에게서 모든 정보를 쪽쪽 빨아먹었다.
이제껏 리치 마몬을 앞에 두고 제정신을 유지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리치 마몬이.
“나는 정신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대신 고문을 좋아하지. 너희들의 발톱부터 머리카락 하나까지 천천히 분해를 시킬 거야. 그러니까 부탁이야. 끝까지 버텨! 끝까지 버티는 용기 있는 사람을 보고 싶어.”
아쉽게도 끝까지 버티는 사람은 없었다.
대부분이 시작도 하기 전에 모든 사실을 불어 버렸다.
리치 마몬은 요즘 애들은 근성이 없다면서 투덜거렸다.
“내 실력 몰라?”
비데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알지. 알지만 지금껏 네가 만든 물건이랑은 많이 다르잖아.”
“만류귀종이라고 하지.”
“어느 나라 문자야?”
“알고 싶으면 네이년 사전 찾아봐.”
“음.”
“여튼 그런 게 있어. 천재는 하나만 잘해도 다른 것도 다 잘한다는 뜻이야.”
“오, 이해 가.”
“그래?”
“나 봐. 마법을 잘하니까 오러도 마음대로 사용하잖아.”
“맞아. 바로 그거야. 그게 만류귀종이란 뜻이야.”
“그러니까 존나 잘난 사람을 치켜세울 때 하는 말이네.”
“그렇지. 바로 우리 같은.”
“맞아. 우리 같은.”
“푸하하하! 역시 우리는 잘 통하네.”
“본래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이니까.”
레기온과 비데를 보면서 스토브 잡스는 어이가 없었지만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
저 뒤끝 끝판왕들이 자신의 비웃음을 보면 어떤 식으로 보복을 할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그냥…….
그래, 너희들 잘났다.
그런 마음으로 살아라.
남들한테 폐 끼치지 말고, 라고 생각만 할 뿐이다.
“그래서 개조는 가능해?”
레기온이 물었다.
“개조? 당근이지. 딱 보면 사이즈가 나온다. 엔진 부분 같은 경우는 여기 스토브 사장이 보면 될 테고. 무장 같은 경우는 지금보다 3배 이상 화끈하게 높여 줄게.”
“오오오! 좋아. 좋아. 근데 이 함선들이 너무 커서 그런지 기동성이 좀 떨어지더라고. 그건 좀 어떻게 안 되나?”
비데는 스토브 잡스를 바라봤다. 엔진 부분이다. 네가 설명해라.
“으음, 확신은 못 하겠지만 한번 해 볼 만한 가치는 있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엔진 부분만큼에서는 저희가 대륙에서 독보적이니까요.”
“가능하다는 말이겠지?”
“가능할 겁니다.”
“내 피 같은 돈을 쪽쪽 빨아먹으면서 못 하면 안 되겠지?”
레기온은 어린아이처럼 방실방실 웃으면서 말했다.
레기온의 표정을 본 스토브 잡스가 뻣뻣하게 굳어졌다. 이 돈 귀신.
그래, 어찌 보면 좋은 오너다.
화끈하게 연구비로 밀어주지.
월급 빵빵하지.
포상금 엄청나지.
남들이 보면 엄청나게 좋은 조건으로 밀어주는 후견자였다.
하지만 봐라.
저렇게 사람을 쫀다.
하루에도 몇 번씩 쫀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문자를 보내서 쫀다.
일의 진척은 얼마만큼? 언제까지 가능? 내일이면 시험 제품 볼 수 있음?
분명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까지 6개월 정도 걸린다고 얘기했는데 보름이 지난 다음부터 쪼기 시작한다.
그거 사람 환장하게 만든다.
더군다나 신제품이 대박을 치면 돈은 레 사장이 싹 쓸어 간다.
포상금은 확실하지만.
뭐랄까.
재주는 우리가 부리고 돈은 레 사장이 챙긴다는 기분이랄까.
하긴 레 사장의 돈이 없으면 연구 자체를 못 하니까.
그래도 스트레스 좀 그만 줬으면 좋겠다. 봐라. 여기 올 때는 탐스러운 연예인 느낌의 머리 스타일이었는데 지금은 스트레스성 땜방이 생겼다.
젠장, 레 사장!
“가능할 것 같은데.”
그래, 가능하다. 가능해. 이 말을 듣고 싶은 거지?
“가능합니다.”
“언제까지?”
“1년.”
“1년?”
“네.”
“그사이 대륙 멸망하겠네.”
“무슨 소립니까?”
“됐고 한 달.”
“네?”
“한 달.”
욕 나온다. 레 사장.
“불가능합니다.”
“얼마 전에 임파서블 미션이라는 영화를 봤어.”
“근데요.”
“주인공이 완전 멋져.”
“그러니까 그게 왜요.”
“그 주인공은 뭐든 가능하더라.”
“그거야 영화니까요.”
“세상은 영화보다 드라마틱한 일들이 많아.”
“아, 진짜 왜 이러세요.”
“주택 대출 있더라. 20년.”
“요즘 세상에 대출 없는 사람도 있나요.”
“대출금이 없으면 얼마나 좋을까. 멋진 패밀리 마차도 사고.”
“그러니까…….”
“그냥 하는 말이야. 그냥.”
레기온은 스토브 잡스의 어깨를 툭툭 쳤다. 비열하게 웃으면서.
스토브 잡스는 저 면상에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 그렇지만 참는다.
그래 대출금 갚아 준다잖아.
패밀리 마차도 주고.
“알았어요. 합니다. 해.”
“한 달?”
“오케바리. 한 달.”
“잘 생각했어.”
레기온은 환하게 웃었다.
비데는 스토브 잡스의 축 처진 어깨를 보면서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꼈다.
장담하는데 스토브 잡스 팀은 한 달 동안 2시간도 자지 못하고 작업에 매달릴 것이다.
해내면 꽤 큰 포상이 이뤄지겠지만-
실패하면 어쩔꼬.
레기온이 아예 껌처럼 달라붙어서 계속해서 쪼아 댈 텐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 * *
레기온은 영지 최강자전을 무기한으로 연장했다.
사람들의 불평불만이 터졌다.
하지만 전쟁이 터졌다는 말에 모든 영지민들이 입을 다물었다.
전쟁이 터졌다는데 ‘다 필요 없어. 최강자전을 시작해. 너무 보고 싶단 말이야!’라고 외칠 수는 없었다. 그런 사람이 있으면 미친 매국노다.
레기온은 각 마을 광장마다 전광판을 설치했다.
실시간으로 상황을 알리는 전광판이었다. 다른 귀족들이 봤다면 기겁할 일들이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군사 비밀이 될 만한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전광판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다.
-동부 지역 3군단 패퇴. 후퇴 중.
-동부 군사 도시 노르망디 제국군에 항복.
-동부의 피난민 급증. 수십만의 인파가 서쪽과 남부, 북부로 이동 중.
-너클 후작이 이끄는 동부 최후의 방어선 패퇴.
한마디로 난리가 났다.
이렇게 빨리-
이렇게 신속하게 제국군이 침략할 줄은 몰랐던 것은 둘째치고 나름 강국이라 생각했던 바로크 왕국이 이토록 빨리 무너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
수많은 왕국들이 숨을 죽이면서 제국군과 바로크 왕국의 전쟁을 지켜봤다.
바로크 왕국과 오랜 기간 동안 국교를 나눴던 어떤 나라도 도움의 손길을 주지 않았다.
어쩔 수가 없었다.
만약 바로크 왕국이 원정을 떠난 제국군과 비슷한 전략이라도 유지했다면 지원군을 파병했을지도 모른다. 바로크 왕국이 무너지면 자신들도 위험하기에.
차라리 그럴 바에는 전쟁터는 자신들의 땅이 아닌 바로크 왕국이 되는 편이 낫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도 없었다.
압도적인!
아예 상대도 되지 않는 제국군의 군사력이 아니던가.
그 어마어마한 전력은 바로크 왕국을 빠르게 절벽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자네의 와이번 군단이 제국군의 제2함대를 물리쳤다는 말인가?
바세라바밥의 음성이 매우 높아졌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음성이었다.
“저를 믿는다면서요. 그런데 목소리가 왜 그래요?”
-믿지. 믿지만 너무 쉽게 그 거대한 함대를 침몰시켰다니까 그러지.
“운이 좋았어요.”
바세라바밥은 피식 웃었다.
세상에 누가 제국의 배틀십 함대를 운 좋게 침몰시킬 수가 있을까.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바세라바밥이 알기에 단 한 명뿐이다.
전쟁의 신, 죽음의 신의 가호를 받고 있는 레기온 공작.
“아 참. 제국군의 배틀십 다섯 대를 나포했거든요. 전함급 한 척, 구축함 세 척, 이지스함 한 척입니다.”
-뭐?
“왜요? 너무 적어요?”
-진짜로 제국군의 배틀십을 다섯 척이나 나포를 했단 말인가? 오오오! 왕국의 홍복이로세. 자네야말로 영웅이야. 왕국은 자네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저 너머로 바세라바밥이 미친 듯이 환호를 하면서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엄청 많은 귀족들이 시끄럽게 환호를 내지르는 소리도 들렸다.
-역시 레기온 공작!
-우리는 당신을 믿었어요.
-누가 그보고 대간신이래! 그는 대간신이 아니야! 대영웅이지!
이 새끼들 봐라.
허구한 날 내 뒤통수에 욕을 하다가 간신히 살아나니까 내 칭찬하는 꼴을 보자니 괜히 속이 뒤틀린다.
“배틀십 개조하는 데 30일쯤 걸립니다. 실전에 투입하려면 최소 일주일 정도 더 걸리고요. 그때까지 막을 수 있겠죠?”
-…….
“못 막아요? 전쟁 터진 지 보름도 안 됐잖아요?”
-이쪽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네. 항공모함을 가진 적들의 배틀십이 근거리에 와 있네.
“그래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데요?”
-최대 보름.
“보름요?”
-짧으면 일주일일세.
레기온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망했네. 망했어.
왕국이 망하면 그도 망한다. 기껏 와이번 월드를 완공 직전까지 만들어 놨는데 제국에게 몽땅 뺏기게 생겼다.
-방도가 없겠는가?
“잠시만요. 제가 다시 연락드릴게요. 생각 좀 해 보고요.”
-최대한 빨리 부탁하네. 정말 시간이 없네. 미안하네.
“네, 알겠습니다. 가신들하고 얘기 좀 나눠 보고 곧바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알겠네.
바세라바밥은 힘없이 전화를 끊었다.
예상보다 상황이 훨씬 좋지 않았다.
“80만 대군과 50척이 넘는 대함대라…….”
레기온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80만이라는 숫자가 잘 감이 오지 않는다. 80만의 병력이 한꺼번에 움직인다? 그게 가능하기나 할까?
제국의 물량에는 두 손 두 발 다 들 지경이다.
그럼 이제 어떡해야 할까?
와이번 군단이라고 하지만 전투 와이번을 모두 합하면 100마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거짓말이 아니라 이번 전투는 너무 운이 좋았다. 만약 상대방이 작정을 하고 와이번들만 노렸다면 꽤 큰 피해가 발생했겠지.
이제는 적들도 와이번 군단에 대해서 정보를 입수했을 것이다.
그들을 다시 투입한다는 것은 적들이 파 놓은 함정에 머리부터 집어넣는 꼴이 될 수가 있었다.
성도 포만을 구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와이번 군단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와이번 군단의 기동력이 아니면 시간 안에 성도 포만을 구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외통수일지도 모르겠다.
그때 예상치 못한 사람이 레기온을 찾아왔다.
“어? 바쁜 네가 웬일이냐?”
뱀파이어 왕국의 여왕인 샤론즈가 예고도 없이 직접 찾아온 것이다.
그녀는 레기온을 향해 다급하게 말했다.
“제국군이 문제가 아니야. 그들도 함정에 빠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