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474)
마법은 괜히 배워서-475화(475/502)
# 475
아름다운 그녀 2
바로크 왕국의 남부 지역의 작은 마을.
공중함선 한 대가 마을과 상당 거리 떨어진 곳에 정박했다. 온통 검게 칠해진 함선이다.
함선 앞에 흉포한 눈빛을 가진 눈알을 그려 놔서 매우 흉측해 보인다.
나포한 함선 중에서 첫 번째로 개량을 마친 함선이었다.
레기온은 비데에게 가장 작은 함선부터 개량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비데의 기술력은 뛰어나다.
사상 최강의 스태프인 지니를 만들 때와는 또 다르다. 그때는 하나의 기술로만 지니를 만들었다면 지금은 온갖 기술을 접목해서 왕국에서는 누구도 할 줄 모르는 공중함선까지 훨씬 높은 수준으로 개량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함선의 항속거리는 손볼 필요가 없다. 제국의 함선이었을 때부터 1년 이상 이동이 가능했으니까.
대신 기동력이 조금 느린 편이었다. 바람이 불면 그나마 낫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오직 마력 엔진으로만 움직여야 했다.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것을 개량하여 약 1.5배에 달하는 순항 속도를 얻었다.
덕분에 왕국 북부에서 남부까지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최단거리로 올 수가 있었다.
레기온이 이곳까지 온 이유.
나름 최종 병기라고 생각하는 그들 때문이었다.
그들이 누구냐고?
후후후.
아마도 모두 잊어버렸겠지.
작가가 최종막에 등장시키려고 끝까지 감춰 뒀던.
라일락이라고 기억나?
나를 끝까지 괴롭히다가 결정으로 환생한 불쌍한 NPC.
걔가 사이클롭스 던전에서 괴롭히던 키메라 군단의 키메라들이 사는 곳을 드디어 제가 찾아왔습니다.
박수!
“짝짝짝짝!”
전속 하인들이 길게 하품을 하면서 박수를 쳤다.
“더 크게.”
“네. 박수.”
베이컨이 부하들에게 눈을 부라렸다. 너희들 출연 횟수 적지? 먹고 살려면 빨리 박수 쳐!
베이컨의 눈빛에 어떤 의미가 들어 있는지 깨달은 전속 하인들은 열광적으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브라보! 주인님!”
“브라보! 마이 라이프 인생아!”
“지금껏 달려온 주인님의 용기를 위해!”
“브라보! 브라보! 찬란한 당신의 미래를 위해!”
전속 하인들을 보고 있던 라이스는 얼굴을 붉혔다. 보는 내가 다 쪽팔리다.
저렇게까지 하고 싶을까.
나 같으면…….
나도 한다.
1000회까지 가는 대하소설(?)이었다면 안심하고 있었을 것이다. 최소한 2년은 더 연재를 할 테니까. 그럼 나의 통장에도 적지만 월급이 꼬박꼬박 쌓였겠지.
하지만 이젠 아니다.
조기 종결(?)이 코앞이다. 이제 28~29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럼 나의 출연 횟수가 얼마나 될까. 기껏해야 10회 정도 되지 않을까.
만약 작가가 중요 인물로만 스토리를 끌고 간다면 5회도 안 될 수가 있었다.
그러면 안 되는데.
좋아.
나도 하자.
존재감을 발산해서 작가가 내 이름을 까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도 박수!
라이스도 박수를 친다. 치다 보니 전속 하인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뭔가 특별한 것이 필요하다.
라이스는 최신 유행하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너도 나도 레기온 맨!”
베이컨은 어이가 없었다.
미친…….
저건 또 뭐 하는 짓이람.
미친 짓 같지만 라이스의 눈빛에서는 어떤 집념이 읽혀졌다.
여기서 끝낼 수 없다는.
한 번이라도 더 출연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느껴졌다.
그래, 안다.
너나 나나 곧 실직자구나.
최선을 다해서 춤을 추자.
“자, 우리도 가자!”
베이컨도 앞으로 나섰다.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레기온!
커피 한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 있는 레기온!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레기온!
밝히지만 끝내 혼자서 뒤돌아서는 반전 있는 레기온!”
레기온은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정말 나가도 한참 나갔다.
관두자. 관둬.
저들과 있다가는 나도 미친놈 취급 받는다.
음, 아까 어디까지 얘기를 했더라.
아, 맞다.
키메라 군단.
마지막까지 숨겨 뒀던 비장의 한 수.
본래 스토리는 이렇다.
흑룡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나.
근데 졸라 흑룡이 쎄.
내가 위기에 처해 있어.
이때 키메라 군단이 짠 하고 나타나는 거야. 그럼 독자들은 와! 하고 놀라겠지.
대부분의 독자들은 키메라 군단을 까먹고 있었을 거야.
몇몇 분들은 탄성을 내뱉을지도 몰라.
그래서 연출을 하기로 했어.
내가 흑룡과 사투를 벌일 때! 극적인 순간에 너희들이 와서 도와줘.
그래서 전화를 걸었지.
걔들이 준 핸드폰으로.
-없는 번호이오니 다시 한 번 확인해 주고 걸어 주시길 바랍니다.
뭐?
레기온은 핸드폰을 멍하니 바라봤다.
너무 예상치 못한 일이라 당황하다 못 해서 황당했다.
설마…….
핸드폰은 양산형 보급품이 아니다. 조금 있는 사람들만 가지고 다니는 사치품에 해당한다.
혹시 핸드폰 요금을 내지 못해서 그런 것일까?
다시 한 번 전화를 걸었다.
-없는 번호이오니…….
이런 개새끼!
레기온은 핸드폰을 바닥에 던져서 지근지근 밟아 버렸다. 이렇게 황당한 적은 정말 오랜만이다.
모든 계획이 뒤틀렸다.
해서 깁스에게 부탁했다.
“깁스! 키메라 군단 좀 찾아 줘.”
“영주님, 지금 스톤 헤드교 애들 뒤를 캐는 것만으로도 엄청 바쁘다고요. 다른 길드에 의뢰하세요.”
“내가 아는 다른 길드가 어디 있어.”
“에먼네 있잖아요.”
“걔들도 바쁘대.”
“헐, 에먼한테 먼저 갔다 오신 거예요?”
“아니, 그게 아니고. 에먼한테 부탁한 게 있어서. 겸사겸사.”
“아, 정말 너무하시네요. 공작령에 속한 전속 길드는 저희가 아니던가요.”
“미안, 미안. 진짜 미안해. 다음에는 꼭 너부터 찾을게. 그러니까 한 번만 봐주라. 진짜 급해서 그래. 연재분이 한 달도 안 남았어. 이렇게 말씨름으로 페이지를 낭비할 수가 없단 말이야.”
“뭐,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야. 알았어요. 저희가 찾아보죠. 키메라 군단이라고요?”
“응.”
“정보가 없어서 꽤 돈이 들 것 같아요.”
레기온은 물끄러미 깁스를 바라봤다. 이 돈만 밝히는 수전노 같은 새끼.
깁스도 레기온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당신만 할까. 대륙 최고의 왕 짠돌이.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읽었지만 내색하지는 않는다.
“알았어. 계약서 먼저 써.”
“당연하죠.”
그렇게 깁스는 1만 골드나 받아 처먹었다.
처음에는 키메라 찾는 데 무슨 돈이 그렇게 많이 드냐고 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와 보니 그럴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산골짜기 마을에서 키메라 군단을 찾는 것이 더 용하다.
나 같으면 못 찾았다.
역시 깁스.
“베이컨만 따라와. 나머지는 여기서 기다려.”
레기온은 함선에서 뛰어내렸다.
수백 미터 상공.
뛰어내리는 레기온을 보면서 항공대 대원들은 화들짝 놀랐다.
특히 새롭게 육성된 대원들은 레기온의 무위를 보며 혼이 빠진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우와! 지금 영주님이 하늘을 걷고 있어. 봤냐?”
“겁나 쩔어. 우리 영주님의 능력이 이렇게 대단했나?”
뒤따라서 베이컨도 레기온의 뒤를 따라서 허공을 풀잎처럼 밟기를 시전했다.
“마검왕 베이컨 님의 경공술이네. 마검왕이니까 저 정도는 당연히 펼쳐야지.”
“암, 마검왕이잖아.”
“그래도 멋지네.”
“그러게 말이야.”
레기온과 베이컨.
대원들은 아직까지도 베이컨이 훨씬 위에 있는 실력자로 착각을 하고 있었다.
뭐랄까.
그들은 레기온이 펼치는 경공술을 보면서 기특하다고 느꼈다.
우쭈쭈, 우리 영주님, 할 줄 아는 것도 많아요.
레기온이 그들의 대화를 듣지 않아서 다행이다.
* * *
마을 시장에서 햄버거를 팔아서 생업을 유지하는 픽업은 노총각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20대 중후반이지만 실제로는 서른 살이 넘었다고 한다.
하지만 노총각이라고 해서 그를 무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마을에는 없어서는 안 될 일꾼이다.
본래 이곳은 화전민촌이다. 예전에는 금광이 있어서 약 400세대가 살았다고 하지만 지금은 모두 떠나고 150세대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꽤 많은 젊은이들이 한두 명씩 이사를 왔다.
노인들이 많던 마을에는 활력이 돌았다. 몇몇 젊은이들은 도시에 나가서 선을 봐서 마누라를 얻기도 했다. 그들은 이곳 산골 마을에 이주를 하여 나름 행복하게 살았다.
이주한 젊은이들은 모두 81명.
눈치를 챘겠지만 전원 키메라들이다.
현재 그들은 폴리모프를 하여 인간과 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픽업은 키메라 군단의 군단장인 1212호였다.
그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햄버거를 구웠다. 그다지 흥밋거리가 없는 마을에서 꽤 인기가 많은 음식이었다. 노인네들이 제법 좋아한다.
한 달 내내 팔아 봤자 겨우 2골드 정도 남나?
그래도 픽업은 즐겁게 햄버거를 정성껏 구워서 마을 사람들에게 팔았다.
수백 년 동안 라일락에게 온갖 생체 실험을 당했던 그로서는 이런 평범한 일상이 무척이나 즐거웠다.
웬만하면 영원히 이런 생활을 영위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평범하고 소중했던 생활에 금이 가게 하는 사내가 나타났다.
“오랜만이네. 1212호.”
레기온이 웃으면서 말했다.
“어?”
픽업은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당신이 왜 여기에? 라는 표정이었다.
레기온은 이럴 때 눈치가 빠르다.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대번에 눈치챘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지 알아차렸다.
평화롭게 살고 있는 은둔 고수를 찾아온 몹쓸 새끼. 대륙은 네가 지켜야 돼. 하면서 은둔 고수를 꾀어낸 어떤 조직의 수장.
그리고 은둔 고수는 마지막에 처참하게 죽는다. 슬로우 장면으로 천천히.
이게 누구 때문이냐?
바로 나 때문이겠지.
나는 괜히 찾아와서 욕만 먹고.
아니라고!
얘들이 꼭 전화 달라고 했다고. 그런데 없는 번호가 말이 되냐?
“그동안 잘 살았지?”
아 씨, 말을 해 놓고 보니까 더 악당 같네.
“그럼요. 은인께서도 잘 계셨죠?”
픽업은 떨떠름하게 말했다.
“후후후, 누구 덕분에 그냥 그렇게 살았어. 자네들을 찾는 데 얼마나 돈이 들었는지 모를 거야.”
아아, 수렁에 빠지는 것 같다. 점점 악당 멘트야. 누가 좀 바꿔 줘.
“그렇습니까? 죄송합니다. 고의는 아니었습니다.”
“연락처는 왜 없어졌지?”
“핸드폰 요금 내기 벅차서요. 제가 버는 돈으로는 무리더라고요.”
으음, 역시나.
이럴 줄 알았다면 1212호가 멋지게 하늘을 날아오기 전에 ‘핸드폰 요금은 내게 해 줄게.’라고 말을 해 볼걸.
“그래도 내가 왜 왔는지 알겠지?”
“그럼요. 저희도 약속을 했으니까요. 은인을 위해서 목숨을 걸겠습니다.”
“대륙 전쟁이 벌어진 것은 알고 있어?”
“전쟁이 일어났어요?”
“응.”
“아, 몰랐어요.”
레기온은 주위를 돌아봤다. 정말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는 산골이다.
몬스터가 없지만 그다지 살기 좋은 곳은 아니었다. 산세가 험해서 길을 잃거나 절벽에서 떨어질 수도 있었다.
그래도 평화로운 곳만은 분명하다.
“당신들 힘이 절실하게 필요해.”
“동료들을 모으겠습니다.”
“모두 몇 명이었지?”
“81명입니다.”
“81명이라.”
매우 적은 숫자다. 이 정도 숫자 가지고 대세를 판가름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적인 숫자론일 뿐이다. 이들이 얼마만큼 강하냐의 따라서 전황이 확 바뀔지도 모르니까.
“일단……, 실력 좀 보자.”
“네?”
픽업은 레기온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다.
레기온은 베이컨에게 힐끗 눈빛을 줬다. 적당히 실력 좀 봐.
베이컨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력으로 이 남자를 치라고요? 알았습니다.
베이컨의 발도술이 펼쳐졌다.
섬광이 번쩍거리면서 상점 전체가 폭사하는 것처럼 보였다.
베이컨은 7성급 전사.
소드 마스터다.
보통의 키메라가 오러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소드 마스터의 검을 막아 낼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베이컨은 단순히 7성급 전사가 아니었다.
7서클의 마법사이기도 했다.
두 가지 모두 뛰어난 성취를 이룬 마검사 베이컨은 왕국 전체를 통틀어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실력자이기도 했다.
안타까운 것은 그가 레기온 영지에 속한 전속 하인이라는 것이다.
어디 가서 극진한 대우를 받아야 할 베이컨은 여전히 레기온의 수발을 들고 있었다.
발도술과 함께 ‘불장난’ 이라는 마법검술이 펼쳐졌다.
어떤 젊은 남녀가 어딘지 모를 방앗간에서 쿵덕쿵을 하다가 여자의 아버지에게 걸려서 바지도 제대로 챙겨 입지 못하고 도망치는 남자의 형상이 불길로 표현된 마법이었다.
위력은 6서클.
레기온은 깜짝 놀랐다.
이 미친놈이 기껏 찾아낸 키메라 군단의 수장을 태워 죽이려고 한다.
레기온은 급히 손을 써서 베이컨의 마법검을 멈추려고 했다.
하지만-
픽업은 베이컨의 마법검을 두 손가락으로 받아 냈다.
피시시식!
불장난 마법이 순식간에 힘을 잃고 꺼졌다.
“제법 뜨거운 장난이군요.”
픽업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레기온은 진심으로 놀랐다.
이 새끼…….
장난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