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476)
마법은 괜히 배워서-477화(477/502)
# 477
포화 속에서 2
자켓은 성문을 열고 백여 명의 직속 부하들과 함께 정찰병들을 찾아서 밖으로 나갔다.
성벽 위에서 보는 것보다 성벽 아래서 보는 것이 훨씬 더 안개가 짙었다.
밑으로 착 가라앉은 이물질이 성벽과 주변에 달라붙어 있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 지독한 안개는 처음이다.
라이컨슬로프 병사들은 오감을 집중했다.
이들이 인간들보다 월등한 전투력을 가진 이유는 단순히 힘이 세고 덩치가 크고 두꺼운 피부를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었다.
선천적으로 오감이 인간들보다 몇 백 배나 발달해 있기 때문이었다.
어떤 냄새를 기억하면 수 킬로미터 밖에서도 맡을 수가 있었다.
개냐고?
개나 늑대나.
뭐, 비슷한 종족 아닌가.
하긴 좀 이상하긴 하다.
늑대인간도 있고 호랑이인간도 있는데 왜 개인간은 없는 것일까.
분명 늑대과가 맞는데.
개가 인간과 친해서 선조들이 그들을 고의적으로 누락을 시킨 것일까.
아니면 개인간이란 어감이 좋지 않기 때문에 만들어지지 않을 것일까.
아! 생각해 보니 있다.
개인간.
독휴먼.
개새끼.
그렇구나. 이제 알았다.
개인간은 욕을 할 때 쓰는 말이었구나.
자켓은 이제야 개새끼의 어원을 알게 됐다. 평상시라면 뛸 듯이 기뻐했겠지만 현재 상황은 그다지 밝고 희망차지는 않았다.
“동료들의 목소리가 들리나?”
자켓이 부하들에게 물었다.
“사라졌습니다.”
“사라져?”
“네. 계속 전진할까요?”
부관이 물었다.
자켓은 부관을 바라봤다. 바로 옆에 있음에도 안개 때문에 전신이 유리창에 성에가 낀 것처럼 희미하게 보였다. 다른 부하들도 마찬가지였다.
몇 미터 밖에 있는 부하들의 모습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오감으로 그들이 줄지어서 걷고 있구나, 라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라이컨슬로프들은 극도의 긴장감에 빠져 있었다. 속으로는 ‘씨발 자켓, 왜 우리까지 데리고 나와서!’라고 욕을 하고 있었다.
“이거 우리 딱 죽는 각이야. 아무리 엑스트라라고 하지만 이렇게 소비해도 되는 거야? 여기서 죽고 싶진 않다고.”
한 라이컨슬로프 병사가 말했다.
“넌 이름도 없어. 그러니까 조용히 해. 운이 좋아서 여기서 살아남으면 너도 이름이 생길지도 몰라.”
“젠장, 여기서 살아남아야 한단 말이지?”
“아차 싶으면 무조건 도망쳐. 봐라. 엄청난 살기가 안개 속에 가득하다.”
“정찰병 한 명만. 한 명만 구하면 돌아가자.”
“그랬으면 좋겠군.”
이름 없는 병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아, 괴로워. 살려 줘.
한동안 멈췄던 정찰병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쪽이야!”
한 병사가 외쳤다. 다른 병사들이 귀를 쫑긋거렸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이동했다. 자켓과 부관도 가장 후미에서 부하들과 함께 움직였다.
선두에 섰던 병사가 정찰병을 발견했다.
“여깁니다.”
그는 약간 음성을 높였다.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동료들은 알아듣는다.
병사들이 모여들었다.
“괜찮나?”
그들은 비틀거리는 정찰병에게 물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아서 그에게 접근을 하지는 못했다.
반은 인간의 모습이고 반은 라이컨슬로프의 모습이다. 온몸에는 촉수같이 꿈틀거리는 것이 박혀 있었다.
그는 양손을 후적후적거리면서 입으로는 괴로워, 괴로워를 반복했다.
-아아아, 당연히 괴롭지.
이상하다.
입에서 나오는 괴로워로 들리는 소리가 조금 다르다. 뭐랄까. 미묘하게 어긋난다고 해야 할까.
그렇기에 병사들은 선뜻 그에게 다가서지 못했다.
“뭐 하나? 어서 정찰병을 데리고 성으로 복귀한다.”
자켓이 명령했다.
솔직한 마음으로 병사들은 정찰병에게 다가서기 꺼려졌다. 저 몸에 박힌 수많은 촉수가 계속해서 꿈틀거린다. 어쩐지 저 촉수가 자신들을 공격할 것만 같았다.
“어서!”
자켓이 재촉했다.
병사들은 어쩔 수 없이 정찰병에게 다가갔다.
정찰병의 모습이 조금 더 확실하게 보인다.
-히히, 또 낚였네. 이놈들.
병사들은 그대로 굳어지고 말았다.
정찰병은 이미 죽었다. 그의 몸에 꽂힌 수많은 촉수들은 어떤 괴물과 연결되어 있었다.
적게 잡아도 10미터 이상의 크기.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기괴한 형태의 괴물이었다.
온통 촉수로 전신이 휘감겨 있었다. 얼굴로 보이는 곳에는 360도로 눈알이 데굴데굴 굴러 간다. 그의 옆으로 수십 명의 정찰병들이 똑같이 ‘괴로워’를 반복하고 있었다.
자켓도 그 괴물의 모습을 확인했다.
처음 보는 괴물이다.
하지만 무엇인지 감이 온다.
선조들이 남긴 ‘언데드 도감’에서 봤던 그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누군가 그려 놓은 저 언데드를 보면서 자켓은 오줌을 찔끔거릴 정도로 공포에 사로잡혔던 적이 있었다.
“서, 설마……. 광대 사냥꾼?”
광대 사냥꾼.
3등급에 해당하는 언데드다.
단순 무력만 비교를 하자면 라이컨슬로프 1개 연대와 비슷한 전투력을 가진 3등급 최악의 언데드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었다.
광대 사냥꾼의 모습이 하나 둘씩 나타난다. 놈들의 전신에서 수천 개가 넘는 촉수들이 안개를 뚫고 병사들을 향해서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막연히 언데드라고 하면 좀비, 구울 등을 떠올린다.
상급 언데드라고 하면 뱀파이어, 리치 정도만 생각을 한다.
하지만 언데드 종족은 무궁무진하다. 만약 그들이 계속해서 진화를 할 수만 있다면 인간계는 진작 언데드들에 의해서 지배를 당했을 것이다.
3등급에 해당하는 광대 사냥꾼.
그들은 수많은 촉수로 상대방을 공격한다. 그리고 상대의 의식을 흡수하여 적들을 낚기도 한다.
지금처럼.
자켓과 병사들은 제대로 낚이고 만 것이다.
아쉽게도 그들은 단 한 명도 성으로 복귀하지 못했다.
-스르륵, 스르르륵.
모든 라이컨슬로프 병사들을 먹어 치운 광대 사냥꾼이 점점 성벽으로 다가선다.
그들의 뒤로…….
20만 마리가 넘는 언데드 군단이 따르고 있었다.
-라이컨슬로프라는 종족이 가득 있다. 마력이 넘쳐 나는 종족이지.
모두 날뛰어라!
먹어라!
갈기갈기 찢어서 피의 파티를 시작하라.
진화해서 대륙을 피로 물들여라!
3등급으로 진화한 언데드들이 혀를 날름거리면서 라이컨슬로프 왕국의 성벽을 넘기 시작했다.
조용하고-
은밀하게-
* * *
“속보입니다!”
수십 마리의 박쥐로 변했던 정찰병이 뱀파이어 왕국의 왕성으로 날아들었다.
박쥐는 합쳐지면서 순식간에 인간의 형태로 바뀌었다. 정찰병은 한쪽 무릎을 꿇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면서 외쳤다.
“라이컨슬로프 왕국이 무너졌습니다.”
정찰병의 말에 여왕 샤론즈의 대신들이 얕은 신음을 흘렸다.
혹시나 했다.
뱀파이어 왕국과 견주어 결코 밀리지 않는 막대한 전투력을 가진 종족이다.
그들에게 조언을 한다는 것은 자존심을 긁는 일이다. 그럼에도 경고를 했다.
-당신들 존나 위험해. 그러니까 정신 바짝 차려. 스톤 헤드교의 미친 광신도들이 당신들을 노리고 있단 말이야!
라고.
바보가 아닌 이상 그들도 말을 알아들었을 것이다.
지금이야 평화협정을 맺고 있지만 평생 숙적으로 살았다. 그런 상대가 자신들에게 경고를 했다?
자신들의 예상보다 훨씬 큰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해서 라이컨슬로프들은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결과는 지금과 같다.
그들에게 경고를 한 지 겨우 일주일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사이 라이컨슬로프 왕국이 무너지고 만 것이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진격 속도였다.
단순하게 광신도?
아니다.
그들에게는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다.
“어떻게 된 것인지 소상하게 아뢰도록 하여라!”
샤론즈의 오빠지만 권력에는 욕심이 없어 여행자로서 삶을 살고 있는 루카스가 언성을 높여서 말했다.
샤론즈는 외부에 나가 있는 모든 병력을 불러들였다. 루카스에게도 마찬가지로 파발을 보냈다.
-당장 돌아와서 저를 도와주세요. 오라버니.
루카스는 떠날 때 ‘우린 다신 보지 못할 거야. 내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권력 싸움에 노출될 수가 있거든. 그러니까 내가 이곳에 없는 것이 나아. 잘 살아. 내 동생.’이라는 말을 했다.
샤론즈는 눈물을 뿌리면서 루카스를 배웅했다.
하지만 지금은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왕국 최강의 마법 전사인 루카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다행히도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루카스는 곧바로 복귀했다.
이미 세상은 전쟁의 포화 속에 휘말려 있었다. 어디를 가도 피난민과 스톤 헤드교의 신자, 언데드들뿐이었다.
종종 드래곤들이 나타나 도시에 브레스를 내뿜어 초토화를 시켜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루카스는 여행을 고집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샤론즈에게 루카스의 합류는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었다.
“말로 하는 것보다…… 직접 보시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정찰병은 레기온 영지에서 구입한 드론으로 촬영한 동영상을 모두에게 보여 주었다.
뱀파이어 왕국과 견주어 결코 낮지 않은 엄청난 높이의 성벽에 뭔가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화면을 확대하자 그것이 언데드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언데드 치고는 활동력이 너무 좋다.
일단 빠르다.
좀비나 구울들이 저렇게 빠를 수는 없었다.
“저, 저것은?”
대신들 중 한 사람이 성벽 위에서 라이컨슬로프들을 학살하고 있는 언데드를 가리켰다.
적어도 100마리 이상이다.
광대 사냥꾼이었다.
고대 던전 100층 내려가야 한 번 볼까 말까 할 정도로 희귀한 최악의 언데드 다수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문제는 광대 사냥꾼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수백 마리의 라이컨슬로프들이 한꺼번에 쓰러졌다. 그들의 전신에서 오색찬란한 빛의 덩어리가 뽑혀 나갔다. 어쩐지 강제로 그 빛의 덩어리가 뽑혀 나갔다고밖에 표현을 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머리가 셋 달린 기괴한 모습의 언데드의 입으로 빨려 들어갔다.
영혼 강탈자라고 불리는 전설 속의 언데드들 중에 하나였다.
하늘에는 해골이 거대한 두 쌍의 검은 날개를 펄럭이면서 떠 있었다.
단순한 해골처럼 보이지 않는다.
셔틀이 소환한 해골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놈들이 내뿜는 사악한 기운은 강력한 육체를 가진 라이컨슬로프들조차 진저리를 치게 만들었다.
다크 엔젤.
수백 마리의 다크 엔젤이 닥치는 대로 라이컨슬로프들을 사냥한다.
놈들의 공격력은 상상 이상이다.
아니 너무 잔혹하다.
놈들의 공격에 스치기만 하더라도 라이컨슬로프들의 살이 썩고 문드러졌다.
전신의 피부가 완전히 괴사하여 죽음을 선사하는 데는 겨우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그나마 라이컨슬로프들의 국왕인 올킬과 그의 친위 부대가 분전을 하고 있지만 성벽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으음, 저것은…….”
루카스가 깜짝 놀라서 신음을 흘렸다.
“왜요? 오라버니.”
“설마……, 저런 것도 보게 될 줄이야.”
루카스는 화면에서 외진 곳을 가리켰다. 그곳에서 뭔가가 하늘을 향해서 미친 듯이 솟구치고 있었다. 수많은 죽은 자들이 자살을 하려는 듯이 그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피부가 갈리고 뼈가 뭉개진다.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로운 목숨을 내던진다.
그것은 점점 커진다.
높이는 자그마치 200미터 이상으로 높아졌다. 수많은 죽은 자들은 외벽이 되었다. 그들은 팔을 마구 휘저으면서 ‘산 자를 죽여! 산 자를 죽여!’라고 외쳤다.
“도대체 저건 뭔가요?”
박식한 샤론즈도 처음 보는 기괴한 형태의 괴물이었다.
“다크 타워. 어떤 고대 던전 탐험 때 얻은 고대 괴생명체 도감에서 봤던 괴물입니다.”
“다크 타워?”
“죽은 자 10만의 영혼이 합쳐지면 저런 상급 언데드가 탄생하지요. 어지간한 전쟁터에서는 볼 수 없습니다. 오직 아마겟돈 정도의 대규모 전쟁에서만 볼 수 있는 형태의 상급 언데드입니다.”
“어, 얼마나 강하죠?”
“10만 언데드의 힘이 응축되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 힘은……, 국가 단위.”
“구, 국가 단위의 힘을 가졌다고요? 저것 한 마리가?”
“간단히 설명 드리는 편이 낫겠군요. 본 드래곤과 동급의 언데드입니다.”
세상에 가장 널리 알려진 최상급 언데드는 본 드래곤이다. 리치와는 조금 느낌이 다르다.
리치는 자신들이 만들어 낸 병력으로 인간을 침공하는 ‘마왕’과 같은 느낌이라면 본 드래곤은 단일 개체로서 도시 자체를 끝장내 버리는 최종 병기와 같은 느낌이 강했다.
해서 막아 내기란 본 드래곤이 훨씬 어려웠다.
성도 포만에 나타났던 본 드래곤.
지금은 리치 마몬의 소환수가 되어 있는 본 드래곤은 본래 가장 어린 축에 속하는 드래곤이었다.
드래곤은 나이에 비례해서 강해진다.
만약 윔급 드래곤이나 에이션트급의 드래곤이 본 드래곤으로 변했다면…….
그 위력은 10배 이상 아니 100배 이상 차이가 났을 것이다.
그만큼 본 드래곤이 가진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것과 비교가 될 만한 언데드가 나타났다고?
문제는 다크 타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광대 사냥꾼, 포식 마수, 영혼 강탈자, 다크 엔젤과 같은 전설급의 언데드들도 다수 생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놈들은 라이컨슬로프들을 학살하면서 계속해서 태어난다.
쿠쿠쿠쿵!
끝내 다크 타워에 의해서 라이컨슬로프들 왕국의 성벽이 무너졌다. 그 사이로 강화되고 진화된 언데드들이 물밀 듯이 밀려들어 갔다.
더 이상 동영상을 보지 않아도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알 수가 있었다.
모든 대신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샤론즈를 바라봤다.
우리가 살아날 수 있는 방도를 알려 주소서!
“왕국을…….”
샤론즈는 결정을 했다는 듯이 어금니를 깨물면서 말했다.
“우리의 고향을 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