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477)
마법은 괜히 배워서-478화(478/502)
# 478
지옥에 살으리랏다 1
뱀파이어 왕국의 대신들은 몸을 살짝 떨었다. 몇몇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잘못 들었나?
우리의 여왕께서 무슨 말씀을 하신 거지?
극해의 뱀파이어 왕국은 태초의 진 뱀파이어가 태어나신 성스러운 곳이다.
이곳이야말로 성지였다.
그런 곳을 버려?
그래.
적들이 강대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라이컨슬로프 왕국이 무너졌다는 것은 자신들도 그렇게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곳을 떠나서는 안 된다.
죽어도 이곳에서 죽고 살아도 이곳에서 살아야 한다.
그것이 수천 년을 살아온 늙은 뱀파이어들의 생각이었다.
“좋은 생각입니다. 여왕 폐하.”
루카스가 동의를 표했다.
“좋은 생각이라니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루카스 님. 성지를 버리고 우리가 어디로 간다는 말입니까.”
뱀파이어 사제 스크래치가 말했다.
평상시에는 샤론즈를 깍듯이 보필하는 그였지만 지금은 꽤 불만이 많은 모양이었다.
“여기에 남아서 저 괴물들을 막아 낼 수 있겠습니까?”
“레기온 공작에게서 꽤 많은 무기들을 수입했습니다. 이미 전방에 지뢰라는 마력 탄은 수천 개나 심어 놨습니다. 그 엄청난 위력을 루카스 님은 모르실 겁니다. 하지만 저와 여왕폐하는 지뢰의 위력을 목격했죠. 그 외에도 다수의 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레기온 공작께서 파신 무기라면 상당한 위력을 가졌겠지요. 레기온 공작을 못 믿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우리 왕국의 은인이니까요. 저는 그를 위해서 목숨을 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레기온 공작께서도 예측을 하지 못하셨을 것입니다. 이것은 연륜에 비례합니다. 늙은 생강만이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다크 타워에 대해서 들어 보신 적이 있죠?”
루카스는 스크래치를 비롯하여 나이 든 대신들을 향해서 물었다.
대부분 한 번쯤을 들어 봤던 전설상의 언데드였다.
“다크 타워와 본 드래곤, 움직이는 대륙, 살라만의 전차 등은 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언데드들입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은 아실 겁니다. 국가 단위의 무력을 지닌 놈들이지만 최종 진화 형태가 아니라는 것을.”
루카스의 말에 샤론즈와 젊은 뱀파이어 대신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딱 1기의 다크 타워를 봤다.
그 다크 타워가 라이컨슬로프 왕국의 성벽을 어떻게 무너트리는지도 봤다.
말은 타워지만 그것은 살아서 움직이는 죽음의 생명체였다.
그런데-
이렇게 무시무시한 놈이 최종 진화 형태가 아니라고?
“놈들은 수많은 종족들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웁니다. 같은 언데드가 아닙니다. 인간들은 저희를 언데드 종족의 하나로 치부하지만 분명히 말해서 저희도 생명이 있습니다. 오로지 파괴만을 목적으로 탄생한 저들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무슨 소리인지 아십니까?”
“저 괴물들이 우리도 식량으로 삼는다는 뜻 아닙니까?”
“라이컨슬로프 왕국을 초토화시키면서 놈들은 3등급 언데드로 진화했습니다. 2등급 상급 언데드인 다크 타워도 탄생했습니다. 놈들이 우리를 모조리 먹어 치우면 어떻게 될까요?”
“그 이상의 존재로 태어날 가능성이 있단 뜻입니까?”
“당연하죠. 신급 언데드! 다크 피닉스와 같은 상상 초월의 언데드가 나타날 것입니다. 대륙은 쑥대밭이 됩니다. 우리가 여기서 목숨을 걸고 싸워 봤자 저들에게만 유리할 뿐입니다.”
“그래서 성지를 버리자…….”
“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2보 후퇴일 뿐이죠.”
“어디로 후퇴를 합니까?”
“뻔한 것 아닙니까?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인간은.”
“레기온 공작? 우리 뱀파이어들의 숫자는 20만이 넘습니다. 과연 그가 받아 주겠습니까?”
“그냥 들이밉시다.”
“들이밀다니요?”
“그냥 살려 달라고 바짓가랑이 잡고 늘어지자고요.”
“그, 그런 천박한 행동을…….”
“좀 천박하면 어떻습니까. 20만이나 되는 저희 종족이 살 수 있습니다. 무릎 좀 꿇으면 어떻습니까. 그리고 제가 아는 레기온 공작이라면 결코 저희를 내치지 않을 겁니다.”
“어떻게 장담하죠?”
“그는 전형적인 내유외강의 사내니까요?”
“어딜 봐서…….”
“그는 약자들을 내치지 못해요.”
“저희가 약자라는 말입니까?”
“그럼 강자입니까?”
뱀파이어 대신들은 신음을 삼켰다. 인간보다 약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모두가 레기온 공작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전력으로 싸우면 자신들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은연중에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자, 생각을 해 보세요. 그는 엄청난 강자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희도, 그들도 저 무시무시한 괴물 군단에 의해서 모조리 멸망하고 말 테니까요. 그러니까 빕시다. 레기온 공작이 가진 무력이 저희보다 훨씬 강하기를.”
뱀파이어 왕국의 모든 왕국민들이 도시를 떠났다.
이미 전쟁이 난 것을 알고 있기에 그들은 큰 혼란 없이 도시 밖으로 나왔다.
라이컨슬로프 왕국의 생존자들도 합류했다.
약 1만 5천 명.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아이들이었다.
본래 1만에 달하는 노인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여성과 어린아이들을 탈출시키기 위해서 목숨을 내던졌다.
25만에 달했던 라이컨슬로프들이 모조리 전멸하고 간신히 그들만 살아남은 것이다.
어린아이들은 울지 않았다. 어린아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눈빛에는 증오가 시퍼렇게 서려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아버지와, 지아비, 아들, 남동생이 어떻게 죽어 가는지 똑똑히 목격했다.
거대한 불길 속에서 나타난 상상 초월의 높이를 가진 다크 타워를 보면서 공포와 절망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살았다는 안도감보다 죄책감에 휩싸였다.
반드시!
반드시 놈들에게 복수를 하리라!
반드시 이런 일을 일으킨 자들을 색출하여 뼈까지 씹어 먹고 말리라!
라이컨슬로프들의 생존자와 뱀파이어들을 이끌고 남하를 시작한 샤론즈는 새롭게 건설된 뱀파이어 왕국의 수도 엘사를 바라봤다.
아직 1천 명의 기동대가 성안에 남아 있었다. 그들이 무사히 성에서 빠져나오기를 바랄 뿐이다.
“괜찮을 겁니다.”
루카스가 샤론즈를 위로했다.
“반이라도 살아남았으면 좋겠네요.”
“충분히 그럴 능력이 됩니다.”
샤론즈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다.
이미 출발을 하기 전에 레기온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 좀 도와줘요.”
-응? 무슨 일 있어?
“스톤 헤드교가 일으킨 언데드 군단에 의해서 라이컨슬로프 왕국이 멸망했어요. 다음은 우리예요.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놈들은 훨씬 강해요.”
-으음.
레기온의 얕은 신음이 전화기 너머로 들렸다.
“도와주실 거죠?”
도와 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단정적으로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혹시라도 레기온이 거절을 할까 봐. 아무리 레기온이 아군이라고 하지만 그 역시 코가 석자일 가능성이 높았다. 자신부터 살아야 우리도 도울 것 아닌가.
-꽤 위험한 상황인가 봐?
“위험한 정도가 아니에요. 라이컨슬로프족은 겨우 1만 5천명밖에 살아남지 못했어요. 저희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어요.”
-알았어. 우리 영지로 와. 차라리 힘을 합치는 것이 낫겠네.
“고마워요.”
샤론즈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를 도와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했건만 입장이 바뀌게 되었다. 그래도 그가 받아 주는 것이 어딘가.
계속 신세만 지게 된다.
언젠가…….
언젠가…….
그가 결혼을 하게 되면 축의금이라도 많이 주자. 무력으로 도와줄 일은 없을 테니까. 돈을 밝히니 축의금이라도 잔뜩 주면 좋아하겠지.
혹은 서대륙에 있는 몰디브라는 나라에 풀 패키지로 여행을 보내 줄까?
그것도 나쁘지 않네.
“그런데 이건 뭐죠?”
걷던 샤론즈는 얼어붙은 동상을 하나 보았다. 블리자드에 직통으로 얻어맞아서 인간이 그대로 얼어붙은 모양이었다.
“극해에 오면서 반팔 차림이라니. 제정신인가.”
루카스는 얼어붙은 동상을 보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뱀파이어 종족과 라이컨슬로프들은 동상을 지나쳐 갔다.
그 동상은 극해에서 길을 잃은 하나의 징표가 되었다.
아무도 그의 이름을 모른다.
왜 그곳에서 얼어붙어 죽었는지도 모른다.
그에 대한 별별 얘기가 다 만들어졌다.
아픈 딸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극해에 있는 약초를 구해야 한다. 아빠는 약초를 구하기 위해 극해에 왔다. 하지만 극해의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얼어 죽고 말았다.
아빠를 기다리다 못 한 엄마는 예전 남자 친구를 찾아서 약초 살 돈을 빌린다.
딸은 병에서 회복된다.
아빠는 돌아오지 않았고-
엄마는 예전 남자 친구와 재혼을 한다, 는 건설적이고 교훈을 주는 내용이다.
외에도 다양한 얘기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맞는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얼어서 죽은 자는 분노에 이성을 잃고 초특급 야뉴스를 찾아 세상을 헤매던 트레비아 공작이었다.
한동안 레기온과 라이벌을 형성할 정도로 비중이 있는 캐릭터치고는 허무할 정도의 최후였다.
“분량을 줄이기 위해서 트레비아 공작을 이렇게 보냈을까요?”
샤론즈가 루카스에게 물었다.
“슬쩍 들었는데 아닐 거야. 원래 이런 죽음이었어.”
“레기온 공작과 둘이 사상 초유의 싸움을 벌일 줄 알았는데.”
“작가가 둘의 싸움을 쓰기 싫었나 보지.”
“혹시 트레비아 공작이 되살아나서 레기온 공작을 습격하지 않을까요?”
“절대 그럴 일 없어.”
“어떻게 장담하죠?”
“이제 막권이거든. 클라이막스야. 얘가 또 나오면 안 돼. 그러니까 이제 트레비아 공작은 잊어버려. 얘는 죽었어.”
“후, 알았어요. 조금 아까운 캐릭터네요. 1000회까지 갔다면 꽤 활약을 했을 법한 캐릭터였는데.”
“어쩔 수 없지. 이게 바로 자본주의 사회의 경쟁이니까. 자, 우리도 어서 가자고. 서둘러야 한 컷이라도 더 나오지.”
“알겠어요.”
고개를 끄덕인 샤론즈는 서둘러 레기온 공작의 영지로 남하를 했다.
며칠 후.
수십만의 언데드 군단이 뱀파이어 왕국의 도시 엘사를 습격했다.
엄청난 숫자의 라이컨슬로프들을 잡아먹고 진화한 언데드들이 바글바글하다.
그들은 열린 성문을 향해서 홍수가 터진 것처럼 진격했다.
그리고-
성 외부와 내부에 가득 심어 놓은 지뢰와, 온갖 종류의 마력 탄이 동시에 폭발했다.
쿠쿠쿠쿠쿠쿵!
뱀파이어들이 오랜 시간을 걸쳐서 복원을 하고 있던 아름다운 도시 엘사는 또다시 거대한 불길에 휩싸였다.
* * *
레기온은 밀려드는 피난민들을 보면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얼마라고?”
레기온은 실컷에게 물었다.
“현재 50만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3일 안에 100만이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공작령 전체를 합해도 10만이 되지 않는다. 공작령치고는 매우 적은 영지민들의 숫자였다.
본래 이곳은 척박하기로 소문이 난 땅이었다.
레기온이 남작으로 있을 때만 하더라도 영지민의 숫자는 겨우 몇 백 명이었다.
마을 사람들 개개인의 이름과 얼굴을 알고 지낼 정도였으니까.
겨울철이 되면 목책을 넘는 몬스터들을 막아 낼 장정들이 부족하여 사병을 고용해서 싸워야 할 정도로 상황은 좋지 않았다.
그런데 50만이라니.
3일 뒤에는 피난민의 숫자가 100만에 달한다고?
그걸 다 어떻게 먹여 살려?
그들이 메뚜기 떼처럼 공작령의 식량을 먹어 치우기 시작하면 단 며칠 만에 끝장이 날 위험도 있었다.
‘아차’ 하는 순간 적과 싸우기도 전에 안에서부터 붕괴를 한다.
“모든 사람들이 피난민은 아닙니다.”
“그럼?”
“반 정도는 저희와 합류할 귀족들입니다. 살아남은 전국의 귀족들이 이곳으로 왔으니까요. 그들은 꽤 많은 식량을 공수했습니다. 적어도 그들만큼은 당분간 식량 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50만이 남는다.
아오! 미치겠네.
“아니 왜 다들 이곳으로 와? 시진피 공작의 공작령으로 가면 되잖아.”
“아, 말씀을 안 드렸군요.”
“뭘?”
“라우젤 국왕 폐하와 시진피 공작도 이곳으로 합류를 한다고 합니다.”
“…….”
레기온은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왜?
도대체 왜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 거야!
“안 돼! 되게 불편해. 그래! 페르시몬 후작 있잖아. 그곳으로 보내.”
페르시몬 후작의 영지도 이곳과 마찬가지로 진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10년에 걸쳐서 계획한 일이 단 며칠 만에 완성이 되는 마법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자신들의 목숨이 걸린 문제다 보니 모든 사람들이 발 벗고 나선 덕분이었다.
페르시몬 후작은 3중으로 성벽을 쌓는 중이라고 하였다.
3중 성벽.
30중 마법 방어막.
수천 명의 마법 전대.
10만이 넘는 병력이 페르시몬 후작의 영지를 꽁꽁 싸매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곳도 레기온 공작령과 마찬가지로 밀려드는 피난민으로 인해서 상당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이것은 인지도 차이에서 견인된 일이다.
아직도 레기온 공작보다 페르시몬 후작을 믿는 귀족들이 많았다.
그들은 대간신 레기온 공작보다 북의 패자 페르시몬 후작을 선택했다.
덕분에 페르시몬 후작의 영지도 꽉 찬 포화 상태에 빠졌다.
“여기 전화요.”
실컷은 핸드폰을 내밀었다.
“누구 전환데.”
“받아 보시면 압니다.”
레기온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공작 각하!
“누구?”
-날세. 공작 각하. 페르시몬 후작.
“아아, 안녕하세요.”
페르시몬 후작보다 레기온의 작위가 높다. 그렇다 보니 페르시몬 백작일 당시 백작령에 속해 있던 레기온으로서는 말을 낮추기가 쉽지 않았다.
그것은 페르시몬 후작도 마찬가지.
그러다 보니 둘의 대화는 반말도 아니고, 존댓말도 아닌 이상한 형태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무슨 일이셔요? 여기 되게 바쁜데.”
-나도 바쁘네. 언제 언데드 군단이나 드래곤 군단이 쳐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이니까.
“그렇게 바쁜데 저한테 전화할 시간은 있으세요?”
-아아, 공작 각하. 자네는 부처의 심장을 가진 나의 가슴에 자꾸만 파문을 일으켜.
“엥, 왜요?”
-론스타 자작 가문, 레몬 자작 가문, 카일 자작 가문, 나디져 자작 가문의 사람들을 몽땅 나한테 보냈더군. 자그마치 5만도 넘어.
“아, 그런가요. 잘 생각이…….”
-레기온 공작 각하.
“네…….”
-자네 영지가 나의 영지보다 10배는 넓네.
“열 배까지는 아니고요.”
-그만큼 넓어. 그러니까 더 이상 피난민을 보내지 말게. 여긴 폭발 직전이야.
“저도 마찬…….”
뚜뚜뚜두.
“이런 얍삽한.”
레기온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자기 할 말만 하고 끊다니. 영상 통화를 해서 욕이라도 해 줄까, 하다가 말았다. 이상하게 페르시몬 후작과는 트러블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폐하 일행이 도착했다고 합니다.”
베이컨이 급히 다가와서 레기온에게 말했다.
“휴…….”
절로 한숨이 나온다.
왕은 언제나 불편하다.
그게 아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왜 하필 그때 주워 온 사람이 왕세자였을까.
“알았어. 가자. 가자고.”
레기온은 터덜터덜 왕이 도착한 곳을 향해서 걸어갔다.
그리고 그의 턱이 발밑까지 떨어졌다.
쓰벌…….
저, 저게 다 얼마냐.
우리 자애로운 왕은 성도 포만에 있는 시민들을 몽땅 데리고 온 모양이다.
“에이, 여기가 레기온 공작의 영지야?”
“완전 시골이네. 아우, 똥 마려. 여긴 비데가 있으려나.”
“아우, 모기 봐. 여긴 방역도 안 하나 봐.”
온갖 불평불만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레기온은 끝도 없이 펼쳐진 피난민의 행렬을 보면서 기절해 버렸다.
더 이상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