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489)
마법은 괜히 배워서-490화(490/502)
# 490
끝없는 절망 1
빗발치듯 몰아치는 언데드들의 포격.
그것을 막기 위한 전속 하인들의 고군분투가 계속됐지만 끝은 이미 나와 있었다.
전속 하인들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그랜드 마스터와 스물네 명의 소드 마스터.
전원이 마검사.
국가의 전복을 넘볼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전력이지만 언데드들을 상대로는 무용지물이었다.
“하악, 하악, 야! 존나, 살아 있냐?”
베이컨은 쓰러져 있는 존나의 옆구리를 발등으로 툭 찼다. 존나는 온통 피로 뒤덮여 있었다. 언뜻 봐도 살아 있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배가 갈라져서 내장이 다 보일 정도였다.
“씨발, 발로 차지 마쇼. 진짜 아프니까.”
다행히 입을 살아 있는 모양이었다.
“아직 살 만하구만.”
“으윽.”
존나는 신관에게 받은 응급처치 포션을 2병이나 꿀꺽꿀꺽 마셨다.
신관은 목숨이 경각에 달렸을 때만 1병씩 포션을 마시라고 했다. 포션에 마약 성분이 있어서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한다고.
그것을 두 병이나 마셨으니.
본래 예의 발랐던 존나는 닥치는 대로 욕을 하기 시작했다.(들으면 귀가 썩으니 욕은 생략.)
효과는 확실하다.
내장이 보일 정도로 갈라졌던 배의 상처가 확실하게 아물고 있었다.
문제는 다른 전속 하인들도 상당수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는 것.
풉은 굼뱅이 새끼가 발사한 에너지 파에 스쳐 맞았음에도 왼팔이 날아갔다. 직격을 당한 산봉우리는 아예 사라져 버렸다.
풉은 사라진 왼팔을 보면서 절규했다.
“안 돼! 포르세 님처럼 되긴 싫어!”
피라니아는 그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정신 차려! 무쇠팔 무쇠다리, 로켓주먹이라는 애니메이션 알지? 그 애니메이션이 대박을 치면서 포르세 님한테 얼마나 많은 저작권들이 들어오는지 알아? 너도 그렇게 될 수 있어.”
풉은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으로 피라니아를 바라봤다.
“그럼 네 왼팔을 날리던가.”
“나는 마누라가 있어서.”
“마누라랑 왼팔이랑 무슨 상관인데.”
“…….”
“뭔데?”
“결혼한 사람만 아는 내용이야. 그러니까 쉿.”
“이런 미친…….”
“너희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헛소리를 해야겠냐! 미친놈들아! 으악! 저 새끼가 또 쏜다!”
로또는 방어막을 형성하면서 한쪽으로 뛰었다. 굼벵이가 또다시 에너지 파를 발산한다. 놈의 마력은 끝도 없다. 벌써 열 번 이상 에너지 파를 쏴 대는 것 같았다.
덕분에 이 근처는 초토화가 되었다. 성벽이 무너진 것은 일도 아니었다.
저기 멀리 보이는 뒤셀르프 산맥의 만년설이 담긴 봉우리는 흔적도 없이 날아갔다. 봉우리가 사라졌기 때문일까. 곳곳에서 산사태가 일어난 것이 이곳에서도 보일 정도였다.
“진짜 손가락 하나 까닥 못 하겠다. 지쳤다.”
로또는 차가운 돌바닥에 등을 대고는 누워 버렸다.
“야, 야, 언데드한테 잡아먹히고 싶냐. 잘못하면 저 굼벵이의 신체 일부가 된다. 그러고 싶어?”
“아, 정말 싫다. 차라리 자살을 할까.”
“자살을 해도 언데드 된다.”
“어떻게 죽어도 언데드가 되네?”
“그러니까 저것들 한 놈이라도 더 소멸시키고 죽어야지. 내가 이건 약속하마. 너 놈들한테 잡아먹힐 때쯤에 내가 살아 있으면 아예 흔적도 없이 재로 만들어 줄게.”
베이컨에 말에 로또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존나 고맙다. 친구야.”
“고맙긴. 자, 가자고.”
전속 하인들은 마지막 힘을 짜내 밀려오는 언데드들에게 달려갔다.
그들은 여기서 목숨을 버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선천지기까지 끌어 쓸 생각이다.
한 놈이라도 더.
한 놈이라도 더 지옥으로 끌고 가자.
수백 마리의 다크 나이트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전원이 일치단결했기 때문일까. 마법 검은 동시에 강대한 오러를 내뿜었다. 스물다섯 발의 7서클 마법이 다크 나이트의 머리 위로 떨어진다.
쿠쿠쿠쿠쿵!
강력한 방어력을 자랑하는 다크 나이트 수백 기가 전속 하인들의 마법과 오러를 막아 내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나서 흩어졌다.
그러나 언데드들의 숫자는 수십만이 넘는다. 수백 기의 다크 나이트가 사라졌다고 하더라도 티 하나 나지 않았다.
오히려 전속 하인들을 잡기 위해서 언데드 군단이 더욱 물려들었다.
-쿠아아아앙!
생기의 반응에 눈을 번쩍 뜬 놈들은 서로를 짓밟는다. 약한 언데드들은 거대한 놈들에게 물어뜯기기까지 했다.
놀랍게도-
신급 언데드의 에너지 파가 번쩍거리면서 같은 언데드 군단을 쓸어버렸다.
본 드래곤과 다크 타워 수십 기가 에너지 파에 휩쓸려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씨발, 우리가 존나 맛있어 보이나 보다.”
왜 저것들이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알고 있다.
언데드들은 생명이 가진 생기를 광적으로 좋아한다. 그것을 흡수해서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것은 아니다. 놈들은 죽음의 사기를 흡수하여 에너지로 변환시킨다.
따지고 보면 생기는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언데드들은 생기를 미친 듯이 좋아했다.
마치 불을 보면 뛰어드는 나방처럼.
-끼이낑, 끼이잉.
신급 언데드가 내는 소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처량하다.
뭐랄까.
부모를 잃은 어린아이가 우는 소리와 비슷하달까. 물론 어린아이와는 완전히 다른 생명체지만.
놈은 우리를 노리고 있다.
수천 개의 눈알이 데굴데굴 굴러가면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눈알에서 에너지가 모여든다.
“아, 씨발, 진짜 끝이네.”
“욕 좀 하지 맙시다. 좋게 좋게 가자고요.”
“어떻게 가?”
“저 에너지 파에 맞으면 꽥 소리도 내기 전에 가는데 눈 한 번 감으면 되지 않을까요.”
“쓰벌, 닥쳐. 난 죽기 싫어. 저기요. 사령관님!”
“왜 불러? 나 지금 기도하고 있다.”
“저 집에서 애들 기다리고 있는데 저만 살짝 빠져나가도 됩니까?”
“집에 가서 죽게?”
“이왕이면 애들 안고 죽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아직 애들이 어려서 겁이 많거든요.”
“그래라. 얼른 집에 가서 애들과 밥이라도 한 끼 먹어라. 마지막 만찬일 텐데. 이왕이면 고기반찬 해서 먹어.”
“아, 고맙습니다. 얘들아. 먼저들 가라. 나는 나중에 갈게.”
“쓰벌, 가족이 있으니까 이게 좋네. 그래, 애들 잘 챙겨 줘라. 우리 먼저 갈게.”
하지만-
피라니아가 빠져나가기 전에 굼벵이의 눈알이 번쩍거렸다. 이제껏 놈의 포격은 무차별적으로 진행이 됐었다. 그렇기에 한 곳에 집중되지 않았었다.
지금은 다르다.
놈의 에너지 파는 오직 전속 하인들을 향해서 날아왔다.
“야, 야, 피라니아! 얼른 가라. 우리가 저걸 막을 테니까.”
피라니아를 제외한 모든 전속 하인들이 일렬로 서서 신급 언데드의 에너지 파를 막아섰다. 그들은 어서 피라니아에게 가라고 외친다.
“젠장, 정말 눈물 나게 하네. 새끼들. 고맙다.”
피라니아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왜 그라고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지 않겠는가. 그들과 함께 최후를 맞이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집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토끼 같은 자식들과 여우 같은 마누라를 생각하면 도저히 이곳에 있을 수가 없었다.
미안, 친구들.
내가 죽을 곳은…….
집이야.
저승에 가서 사과할게.
그때였다.
섬광이 번쩍였다.
천둥이 치는 것 같았다.
얼마나 빛이 강한지 마법적 내성이 강한 언데드들까지도 눈을 감을 정도였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그랜드 마스터인 베이컨도 막지 못했던 굼벵이의 에너지 파가 일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완전히 소멸이 됐다.
전속 하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주위를 돌아봤다.
“새끼들, 불알이 완전 쪼그라들었다. 그렇게 겁을 먹어서야 제대로 싸울 수 있겠냐.”
하늘에는 드레이져가 떠 있었다.
* * *
프리티아의 옆으로 간신히 살아남은 뱀파이어 군단의 생존자들과 마탑의 마법사들, 기사들, 병사들이 지나쳐 갔다.
전원 얼굴에서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공작 각하의 명령입니다. 전원 차분하게 후퇴를 하세요. 내성으로 옮겨서 다시 전열을 가다듬을 겁니다.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가 반복해서 같은 말을 했다. 만약 스피커에서 나온 말이 아니었다면 훨씬 더 난장판이 됐을 것이다.
뱀파이어 군단은 강하다.
그들은 홍마법, 흑마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육체적인 능력도 인간들보다 월등하다.
평상시에 그들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른다.
어떤 뱀파이어는 이렇게 말을 하기도 했다.
“레기온 공작만 아니었다면 남쪽 지역은 우리 뱀파이어들의 땅이 됐을 거야. 하지만 우리 뱀파이어들은 인간과 다르지. 우리는 은혜를 알거든. 그러니까 뒤셀르프 산맥 아래로는 침입하지 않아.”
그만큼 자신감이 넘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런 뱀파이어들도 이번 전투에서 처절한 패배를 맛봤다.
초반에는 나름 나쁘지 않은 성과를 올렸다.
전방에 나선 골램 군단을 보면서 코웃음을 치기도 했다.
“강하다고 해 봤자 인형들이지.”
그러나 골램 군단은 생각보다 강했다. 놀랍게도 골램들은 수만이 넘는 언데드들을 쓰러트렸다.
3등급으로 진화한 언데드들조차 놈들에게는 제대로 힘 한 번 쓰지 못했다.
그들과 함께 있던 광신도들 역시 골램 군단에 막혀서 제대로 진군을 하지 못했다.
덕분에 뱀파이어 군단은 큰 희생 없이 놈들을 막아 낼 수가 있었다.
원거리 포격 위주로 전투를 하면 되니까.
놈들의 머릿수가 아무리 많아도 골램 군단만 있으면 어찌어찌 막아 낼 수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드래곤들이 나타나고 나서 전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수백 마리의 드래곤을 보는 것은 그들 역시 처음이었다.
놈들을 막기 위해서 전군이 출동했다.
최정예 부대가 목숨을 걸고 놈들을 막았다. 한 명, 한 명이 천재라고 불리는 뱀파이어 전사들이었다.
그러나 애초에 개별적인 능력치에서 너무 큰 차이가 난다.
최정예 뱀파이어 부대는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뱀파이어 군단 반수 이상을 잃고서야 겨우 서너 마리의 드래곤을 잡을 수가 있을 뿐이었다.
완벽한 패배였다.
마탑의 마법사들도-
인간들의 군대도 지리멸멸해서 흩어지고 말았다.
8만에 달하는 군세.
이들은 단순히 숫자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 전원이 기사급 이상의 능력을 가진 자들이었다.
병사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럼에도 단시간에 처절할 만큼 패배했다.
생존자는 반도 되지 않는다.
그나마 수천 발의 지뢰를 한꺼번에 폭사시키는 바람에 놈들의 진군 속도를 늦출 수가 있었다.
그들은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서 스피커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맞춰서 후퇴를 했다.
단 한 명도 웃는 자들이 없었다.
모두가 자신들의 미래를 직감하고 있는 듯했다.
후퇴하는 그들을 뚫고 나아가는 자는 단 한 명.
프리티아였다.
드레이져는 그녀에게 셔틀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얘라도 데리고 가. 보기보다 쓸모가 있잖아.”
셔틀은 인상을 찌푸렸다. 9서클의 네크로맨서에게 보기보다 쓸모가 있다라니. 나 삐질 테다. 흥.
“됐어. 네가 데리고 가.”
“혼자서 괜찮겠어?”
“괜찮지 않으면.”
“위험할 것 같은데.”
“됐거든. 이놈은 네가 데리고 가. 나는 혼자서 움직이는 것이 편해. 지금껏 그랬고 계속해서 그럴 테니까. 그리고…….”
“그리고?”
“이건 드래곤들과의 문제야. 내 종족은 잘못된 길을 가고 있어. 바로잡을 드래곤은 나 하나뿐이야.”
“드래곤 로드와 에이션트급 드래곤들을 상대할지도 몰라.”
“그렇겠지.”
“그들의 전투력을 감당할 수 있겠어?”
“야, 야. 내가 누구냐?”
“레드 드래곤 프리티아지.”
“예전에도 에이션트급의 힘을 가졌던 나야. 지금은?”
“드래곤 로드급?”
“그건 모르겠지만……, 이미 내 초마력은 한계를 넘어섰어. 그러니까 어지간해서는 네가 걱정하는 일은 없을 거야.”
“혹시 위험하다 싶으면 호출해. 네가 있는 곳까지 1분이면 가니까.”
“흐흠, 같은 편이 있다는 것. 꽤 든든하네.”
“아무렴. 내가 죽는 순간까지 당신 뒤를 지켜 줄 거야.”
“뭐야. 그거 설마 프로포즈야?”
“흐흠, 정식 프로포즈는 아니고. 이번 전쟁이 끝나면 반지와 함께할 생각이야.”
“미친놈. 내가 받아 줄 것 같아? 나는 드래곤이라고. 너는 일개 인간이고.”
“드래곤보다 강한 인간이지.”
“잘났다.”
“그래, 잘났으니까. 전쟁이 끝나도 살아남아 보자고.”
“그랬으면 좋겠네. 간다.”
“몸조심하고.”
“너도.”
그렇게 드레이져와 프리티아는 다른 전선으로 향했다.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한참을 걷자 뱀파이어들은 모두 사라졌다. 인간들도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은 불타고 뭉개진 시체들뿐이었다.
성벽과 높은 건물들은 거의 붕괴됐다. 쑥대밭이 됐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주변에는 독무가 가득했다.
굉장히 지독한 독무였다.
언데드들에게는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는 독이지만 생명을 가진 존재에게는 치명적이다.
보라.
나뭇잎 하나까지 모조리 말라 죽었다.
그린 드래곤의 포이즌 브레스다. 포이즌 브레스의 독무가 이 일대를 완전히 잠식한 것이다.
물론 자신에게는 아무런 해를 끼치지 못한다.
프리티아는 걸음을 멈췄다.
“자, 놈들에게 지옥의 맛을 보여 줄까.”
그녀의 눈빛이 살기로 번들거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