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49)
마법은 괜히 배워서-49화(49/502)
# 49
파괴지돈 2
신장 155센티.
몸무게 155킬로그램.
이 정도면 괜찮은데? 레기온은 거울을 보며 생각했다.
마크가 매일 뭐라고 하긴 하지만, 사실 공감이 잘 안 된다. 요즘은 이놈도 포기했는지 한숨을 뱉곤 하는데, 뭐 아무렴 어떤가? 나도 지금 이 정도면 만족하는데.
“그리고 생각보다 이 스킬 괜찮은 것 같지 않냐?”
-매우 좋은 스킬이라 판단됨.
“그치? 집에 저울이 고장 났나 봐. 155킬로그램인데, 이렇게 몸이 가벼울 리가 없잖아.”
-맞음. 너님 머리도 좀 가벼워진 것 같음.
마크가 또 한숨을 뱉은 기분이다.
그건 그렇고. 나 마법사 맞아? 마법을 이렇게 안 써도 되나? 좀 걱정된다.
-좀? 난 많이 걱정됨. 그래도 오늘 보니 희망이 아예 없진 않은 거 같삼.
그치? 나도 그렇다니까!
-너님 생각하는 그거 말고!
그럼 뭐?
-마법사의 약점. 그걸 이 스킬이 보완해 준다는 거임?
응? 마법사의 약점? 나 마법사 맞아? 전사 아니었어?
-…….
삐졌냐? 알았어, 알았어. 장난 안 칠 테니 말해 봐.
-후우……. 참, 내 팔자가 새삼 꼬였다는 것을 느낌. 너님, 짱 드셈. 어쨌던 너님이 볼 때 마법사의 가장 큰 약점이 뭐임?
캐스팅 시간? 약한 몸?
-빙고! 마법사가 최강의 공격력을 가지지만 혼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거임. 캐스팅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걸 버틸 수 없다는 거. 보통 6서클에 들어가면 마법사들이 미친 듯이 듀얼 캐스팅을 연구하잖슴? 그게 다 그 때문임. 그런데 님은 그냥 몸으로 버티면 되는 거임. 이 얼마나 훌륭한 스킬임? 이 스킬을 잘 발전시키면 너님은 솔플의 제왕이 될 수 있임.
솔플이 뭐야?
-솔로 플레이. 쉽게 말해서 다른 사람 도움 없이 혼자 돌아다닐 수 있다는 말임.
좋은 거지?
-당연히 좋삼. 자, 생각해 보삼. 이 스킬을 익히기 전까지 너님 혼자서 이자들을 상대라도 할 수 있었을 것 같삼?
조금 위험했겠지.
-조금이 아니라 불가능함. 요즘 너님 자꾸 거짓말에 익숙해지는 것 같음.
알았어. 알았어.
-너님의 종합전투력 480. 거의 모든 전투력이 방어력에 치중됨. 하지만 아이언 아이즈 패시브 스킬과 듀얼 마법이 사용 가능함. 공격마법 사용 시 공격력이 무려 2,700까지 상승함.
레기온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와우! 2,700!”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종합전투력 50 근방에서 무한 도돌이표를 찍으면서 돌고 돌았는데.
그럼 나 마몬 하고 어느 정도 대련을 할 수가 있나.
-택도 없삼.
왜?
-마몬이 놀고먹고 있는 줄 아삼? 너님 잘 모시겠다고 끝없이 정진하고 있음.
그, 그러냐. 걔는 종합전투력이 얼마나 되는데?
-3,200은 기본으로 넘었고, 아마 소환술에 마법 쓰기 시작하면 8,000도 넘을 거라 생각함.
와! 엄청나네. 그럼 세피아는?
-세피아도 마찬가지. 곧 4,000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 됨. 요즘 들어 똑똑해지는 걸 보면, 조만간 마력까지 사용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함. 그러면 세피아도 8,000 이상 노릴 수 있음.
에휴-! 어째 소환수들이 나보다 강하냐.
-한동안 지켜본 결과 내가 정확하게 알게 됨. 너님은 머리만 나쁜 게 아니라 노력이 부족함.
레기온은 턱을 긁적거렸다.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 같은데……. 아! 생각났다.
어머니가 자주 했던 말씀이었다.
-레기온, 너는 머리가 나쁜 것이 아니란다. 단지 공부가 싫을 뿐이야.
어쩐지 그 느낌이다.
-열심히 노력할 거임?
그 까짓것 하면 되지.
-약속하삼. 꼭 지금보다 두 배로 노력하겠다고.
야, 솔직히 지금보다 2배로 어떻게 노력을 하냐. 지금도 밤낮으로 미친 듯이 노력 중인데.
-방법이 있음.
뭐?
-너님이 싫어하는 것.
헐, 오토 모드?
-맞삼. 너님이 자고 있을 때 내가 수련하면 얼마나 편함.
편하긴 개뿔. 자고 일어났더니 더 피곤하거든. 자고 일어났더니 삭신이 쑤셔. 그게 편한 거냐?
-그럼 계속 소환수보다 약한 주인이 되든지. 아, 쪽팔려.
레기온은 표정을 구겼다.
마크 이 자식은 나에 대해서 너무 잘 안다. 하긴 같은 몸에서 사니 모르는 것이 더 이상한가.
알았어. 하면 되잖아.
-오케바리. 약속했음.
레기온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낮에도 수련, 밤에도 수련. 그래도 살은 안 빠지고.
너무 힘들어서 못살겠다.
그래도…….
이번 일은 마무리를 해야겠지.
레기온은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고 있는 패링을 보았다.
* * *
베이컨과 로또가 레기온의 흔적을 추격하며 패링의 저택까지 도착한 것은 이미 동이 트기 직전이었다.
주인님 성격 급한 거야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아예 여기까지 쳐들어왔다니!
“이거…… 벌써 큰일 난 거 아니겠지?”
“그러게 너무 조용한데?”
저택의 벽에 기댄 로또가 작게 말했다.
“벌써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니겠지?”
“재수 없는 소리하지 말라고.”
“하지만…….”
주인님의 능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3서클의 패링을 상대하는 것은 아직 어려울 텐데…….
“만약, 주인님께 무슨 일이 생기면……. 귀족이고 나발이고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로또의 눈빛이 살벌하게 빛났다.
“나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최우선으로 할 것은 주인님의 안전이야. 그걸 잊지 말라고.”
“알았어. 명심하지. 대장.”
“자, 한 번에 가자. 하나…… 둘…… 셋!”
베이컨이 저택의 문을 꽝! 발로 찼다. 대번에 문이 부서지며 열렸고, 로또는 그 틈에 화염구를 캐스팅해 손에 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뭐야?”
커다랗고 검은 물체 하나가 자신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로또!”
베이컨이 슬쩍 옆으로 몸을 피하자, 로또가 캐스팅했던 화염구를 날렸다. 화염구는 정확하게 검은 물체를 강타했다.
“꾸엑!”
꾸엑?
화염구에 불에 타며, 검은 물체가 한쪽 구석에 처박혔다.
“와, 니들 정말 잔인한 놈들이었구나.”
익숙한, 그리고 태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둘은 고개를 들어 목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봤다.
“어? 주인님?”
저택 안에 있는 상황은 그들의 예상과는 너무 달랐다.
“니들이 여긴 어쩐 일이냐? 그리고 왜 들어오자마자 패링을 때리고 그래?”
그제야 둘은 구석에 처박힌 검은 물체를 보았다. 아직은 살아 있는지 꿈틀꿈틀 거린다.
‘저게 패링이라고?’
화염구 한 방에 저 몰골이 될 수 있나? 아니, 얼굴이…… 세피아 님만 한데?
“저, 저희는 그냥…….”
“얘들한테 볼일 있어?”
레기온은 거꾸로 매달려 있는 패링과 다섯 용병들을 바라봤다.
“이, 이게 다 무슨 일입니까?”
베이컨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보면 몰라? 이 싸가지 없는 것들 손 좀 봐 줬다.”
아, 주인님께서 손 좀 봐 주셨구나…… 가 아니라, 패링과 다섯 명의 용병들. 상당한 실력자들이다. 자신들에게 왕창 깨졌지만, 그건 실력 탓이 아니라 쪽수 탓이었다.
그런 용병들 다섯과 패링을 혼자서 깨부쉈다고?
이거 정말인가?
“뭘 그렇게 보고만 있어?”
레기온이 베이컨과 로또를 보면서 말했다.
“네?”
그들은 레기온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기 있는 물건 다 가지고 집으로 가.”
“네에?”
더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었다.
영주께서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것일까. 꼭 강도처럼 말씀하신다.
“못 들었어? 패링은 마법사잖아.”
“그, 그런데요?”
“거기다 이놈은 수집병도 있단 말이야. 저번에 왔을 때도 진귀한 게 엄청 많았어.”
“저, 저번에 왔을 때라니요?”
점점 미궁으로 빠지는 대화였다.
베이컨과 로또는 주인님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너희들 눈치 정말 없구나. 답답하네.”
네, 맞습니다. 저희는 답답합니다.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을 해 주세요.
“내가 예전에 이 집에 온 적이 있어.”
“왜요?”
“왜긴. 털러 왔지.”
베이컨과 로또는 두 눈을 깜박거렸다. 로또는 귀를 팠다. 우리가 잘못들은 거지? 영주가 남의 집을 왜 털어?
“그때 내가 여기서 보석 몇 개 하고 던전 지도를 훔쳤거든.”
헐~
이건 도대체 뭐라고 답변을 해야 하나.
“그때는 급해서 그것만 가지고 나갔는데. 사실 이곳에는 그것 말고도 값나가는 물건들이 꽤 많아. 그거 가지고 나가라고.”
“자, 잠시 만요.”
“왜?”
“주인님, 그건 도둑질 아닙니까?”
“그런데?”
레기온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나쁜 짓이라고요.”
“나쁜 짓?”
“네.”
“그건 맞지. 그런데 말이야. 이놈들 보여?”
“네.”
“얘들, 용병들인데, 나 죽이겠다고 패링이 부른 놈들이야.”
“아…….”
“그래서 체포해서 목을 치고 재산 몰수하고 귀족을 능멸한 죄로 가족까지 싹 다 죽여도 되겠지만…… 그건 너무 잔인하고. 재산만 가져가겠다고. 알겠어?”
“아! 그렇군요. 정말 너그러우십니다.”
“그래, 맞아. 그러니까 여기에서 돈 나가는 물건들 다 털어.”
“네? 아, 네.”
어쩐지 말린 느낌이 드는 베이컨과 로또였다.
그들은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몇 마디를 더 나눴다가는 살아왔던 가치관의 혼란을 느낄 것만 같았다.
그들은 레기온이 시키는 대로 패링의 저택에서 돈이 될 만한 물건들을 싹쓸이했다.
* * *
해가 지고 달이 떴다.
공기가 맑아서 하늘에서 별들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널리 퍼져 있었다.
레기온은 두꺼운 옷을 입고 저택 중앙 계단을 내려왔다. 며칠간 피똥 싸도록 훈련을 했음에도 겨우 3킬로 빠졌다.
그래도 다행히 지능은 높였다.
이제야 간신히 99.
본래 레기온이 가지고 있던 지능이었다. 지능을 높인 대신 몸무게는 170킬로그램으로 늘어났다. 어이가 없게도 몸무게가 늘어나니 종합전투력은 760까지 치솟았다.
이제 확실히 알았다.
몸무게가 500킬로그램이 되면, 드래곤의 브레스도 막겠다 싶다. 그렇게 세계 최고가 돼서 무엇하랴.
작년에 입던 방한복은 허벅지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해서 메이드들이 며칠 동안 밤을 새서 새로운 방한복을 만들었다.
그것을 입고 나니 더 뚱뚱해 보인다.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린다. 기약 없는 다이어트다. 그럼에도 살기 위해서 다이어트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보온력도 굉장함. 절대 체온이 떨어지지 않음. 수련에 매우 적합함.
그래? 다행이군. 젠장, 이러고 꼭 나가야 하나. 오늘 엄청난 한파라잖아.
-이런 날씨일수록 수련의 효과가 늘어나는 거임.
너무 추운데.
오늘은 기록적인 한파였다. 몇 년 전까지 통틀어서 가장 추운 것 같았다. 아무래도 영하 50도는 거뜬하게 넘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날씨에 밖에 나가서 수련을 해야 하다니.
레기온은 저택의 정문을 열었다.
휘이이이이이잉~
상상을 초월하는 한파가 그의 얼굴을 때렸다. 돌출된 얼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나른하던 표정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정신이 번쩍 든다.
와! 쓰벌.
이런 날씨에 나가라고? 내가 왜?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해야 하는데.
레기온은 진심으로 생각했다. 수련하기 싫어. 그냥 들어갈래. 하루만 쉴래.
-내 이럴 줄 알았삼. 오토 모드.
마크는 레기온의 의식을 꺼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