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494)
마법은 괜히 배워서-495화(495/502)
# 495
멸망의 날 2
누벼누벼는 살아생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비벼비벼와 장난스럽게 이런 말을 한 적은 있었다.
-어떤 신비한 존재에 의해서 대륙이 멸망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어떤 신비한 존재?
-응.
-예를 들면?
-고대의 존재가 부활을 한다든지.
-그런 생각은 하덜 말어. 고대의 존재가 부활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곳에서는 힘을 못 써.
-왜?
-드래곤들이 있잖아. 한 마리도 아니고 수백 마리나 득실득실. 인간계에 있을 수 없는 힘을 가진 그들이 있기에 이곳은 안전해.
-하긴 맞는 말이네. 그래도 만에 하나 드래곤의 존재를 뛰어넘을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나타난다면?
-음, 그냥 한순간에 끝장나지 않을까.
-한순간?
-예를 들면 브레스 같은 걸로 대륙 자체를 사라지게 만든다든지.
-흠, 그럴 수도 있겠군. 그럼 무서움도 아픔도 별로 없겠네.
-잘 상상이 안 간다. 그런 생각하지 말자고. 어차피 일어나지도 않을 일인데.
누벼누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는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세상의 종말이 어떤 식으로 일어날지 상상으로도 감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의 종말이라면 지금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장 근접하다.
살아남은 드래곤들의 숫자는 열 마리도 채 되지 않는다.
인간계의 신처럼 보였던 그들도 이렇게 보니 하나의 겁을 먹은 생명체에 지나지 않았다.
드래곤 로드를 잃고.
에이션트급의 모든 드래곤들도 잃었다.
남은 드래곤들은 윔급과 후방에 빠져 있던 어린놈들뿐이었다.
그들은 더 이상 싸울 의지를 잃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라서 우왕좌왕할 뿐이었다.
싸우면 죽는다.
도망치면 대륙은 멸망한다.
자신들보다 열 배, 백 배 이상 강한 드래곤들이 죽은 이상 자신들만으로 흑룡과 싸울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 저들은 드래곤.
이런 말도 안 되는 경우는 처음이겠지. 어떤 드래곤도 이런 경험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했다.
레기온과 함께 몇 번이나 절망과 나락을 헤쳐 나왔다.
우리가 할 것은?
-레기온이 사막의 방인가 뭔가에서 언제 나오지?
-대략 2~3시간.
-좋아. 우리가 시간을 끈다. 최후의 보루는……. 레기온이다.
-라져!
전 와이번 전대가 활강을 하면서 흑룡을 향해 용감하게 나아갔다.
흑룡은 끝도 없이 생명의 마나를 흡수하고 있었다. 놈의 육체는 더욱더 커진다.
저것을 생명의 진화라고 해야 할지, 포식자라고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것이 무엇이 됐든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이대로 흑룡을 내버려 두면 우리가 살고 있는 대륙은 확실하게 멸망한다.
우리의 대륙, 더 나아가서 우리의 별의 생명력을 모두 흡수한 흑룡은 어디론가 떠나겠지. 다른 별을 찾든지 차원을 넘어선 어디론가 가든지.
여기서 우리는 작가의 취향을 고려해야 한다.
작가의 취향대로 가면 레기온은 패배한다.
레기온은 피를 흘리면서 쓰러지겠지. 그리고 두 눈으로 혹성이 두 동강 나는 모습을 보면서 절규를 할 것이다. 작가는 그런 레기온을 보면서 고개를 흔들겠지.
“이게 바로 우리 소설의 교훈이다. 꼭 정의가 승리하지는 않는다.”
라는 개똥 소리로 우리와 독자들을 엿 먹일 것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드래곤 불알이라는 명작 소설에 보면 ‘원기옥’이라는 기술이 나온다.
세상 사람들의 기운을 모두 한꺼번에 모아서 적을 물리치는 기술이다.
우리도 그것을 사용해야 한다.
자! 모두 댓글로 힘을 모아라!
-씨발, 작가! 신상 털기 전에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어라!
-흑룡이 이기기만 해 봐라! 다신 너의 글을 안 본다!
-악플로 도배를 해 버리기 전에 해피엔딩을 맞이하라!
힘을 모아라.
작가의 힘이 약해질수록 우리는 분전할 수 있다.
누벼누벼는 마음으로 빌었다.
신께 기도하는 마음은 처음인 것 같다. 인간의 신이든 와이번의 신이든 오크의 신이든 누구든 도와 달라!
쐐애애애액!
수천이라는 표현은 옳지 않다.
아마도 수만.
어쩌면 더 많다.
눈앞이 깜깜해질 정도로 온갖 크기의 촉수들이 세상을 가득 뒤덮고 있었다.
-와이번 브레스!
와이번 전대가 일제히 브레스를 발사했다.
폭발력은 발군.
그동안 와이번들은 궁사들이 화살을 쏘면서 연습을 하듯 브레스도 표적을 세워 놓고 명중률을 높여 왔다.
적들과 전투.
특히 제국의 배틀십과의 전투에서는 그 위력을 십분 발휘했다.
하나…….
흑룡과의 전투에서는 명중률과 상관이 없었다.
드래곤들의 브레스도 흑룡의 방어막을 뚫지 못했다. 일반적인 브레스가 아니었다.
거의 모든 드래곤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발사한 일제사격이었다.
위력은 가늠조차 할 수가 없었다.
눈이 뒤집힌 드래곤들은 대륙이 멸망하든 말든 상관이 없는 듯했다.
만약 흑룡이 아닌 대륙의 어느 한 지점을 향해서 드래곤들의 일제사격이 이뤄졌다면 감히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강은 증발하고, 바다는 해일로 넘치고, 산맥은 모조리 무너지고, 하늘에서는 검은 비가 쉴 새도 없이 내리겠지.
어쩌면 말로만 듣던 빙하기가 드래곤들의 브레스에 의해서 발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드래곤들의 일제사격을 흑룡은 상처 하나 없이 견뎌 냈다.
제아무리 와이번들의 브레스가 강력하다고 하더라도 드래곤의 브레스보다 강할 리는 없었다.
그들의 브레스는 흑룡에게 어떤 상처도 입히지 못했다.
그것은 누벼누벼도 예상했다.
저 상식 초월의 괴물에게 조금이라도 상처를 입히기 위해서는 최대한 가까이 접근을 해야 한다.
브레스는 눈속임일 뿐이다.
허공에서 브레스가 연속적으로 폭발하며 촉수들을 주춤하게 만들었다.
-연막탄을 터트릴까?
비벼비벼가 외쳤다.
-아니. 놈들은 시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다른 오감으로 우리를 노린다. 아마도 생명력이 있는 뭔가를 감지하는 것이 있는 것 같아. 연막탄은 오히려 우리의 움직임을 방해한다.
-오케이.
-전력으로 놈에게 가장 가까이 접근해.
-어디를 노릴까?
-딱 보면 답이 나오지 않나.
-눈.
-빙고.
-전 와이번 전대는 들었지? 우리는 놈의 눈을 노린다. 저 괴물의 눈알을 파 버리자고!
-예에에!
하지만 이미 1천 5백 미터까지 커진 흑룡에게 접근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잠시 멈칫거리던 촉수들이 일제히 움직이면서 와이번 전대를 노렸다.
그 숫자는…….
셀 수가 없다.
-크아아악!
-크흑, 부디 무운을…….
“자폭하겠다!”
“젠장, 댄디, 그동안 반가웠다.”
-차탄! 자네도 나 때문에 고생 많았네.
수십 마리의 와이번들이 허공에서 폭발했다. 그들은 흑룡에게 생명력을 뺏겨 미라가 되는 대신 자폭을 선택한 것이다.
와이번과 용기사들의 자폭에 촉수들이 주춤거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폭을 하기 전에 촉수에 붙잡힌 와이번과 용기사들도 있었다.
그 숫자는 백 마리도 넘는다. 그들의 눈은 공포로 가득했다.
마력탄을 가지고 있는 용기사가 잡힌 이상 와이번과 함께 자폭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쿠아아아악!
“이런 젠장!”
순식간에 수십 마리의 와이번들과 용기사들이 미라가 돼서 지상에 추락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흑룡의 얼굴에 마력탄을 쏟아붓기도 전에 와이번 전대는 전멸을 하고 만다.
-젠장! 도저히 다가갈 수가 없어! 놈의 방어력이 너무 막강해!
-말을 할 시간도 아껴라! 버텨야 한다. 버티면 반드시 희망은 온다.
그러나 누벼누벼의 간절한 희망은 이뤄지지 않을 듯했다.
흑룡에게는 그들의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접근을 하면 할수록 놈에게 생명 에너지만 가져다 바치는 꼴이었다.
그렇다고 후퇴도 할 수가 없었다.
희생양이 돼서라도 버텨야 한다.
희망은 그것 하나뿐이었다.
놈의 눈과 마주쳤다.
그만큼 가까워졌다.
세상을 파멸시키려는 놈의 눈빛은 의외로 담담했다.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자신은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있으니 너희들은 귀찮게 방해하지 말아라, 라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더 화가 치민다.
너한테는 우리가 그렇게밖에 느껴지지 않느냐!
우리는 살아 있다!
모두 내일을 위해서 아등바등 열심히 살아가는 살아 있는 존재란 말이다.
흑룡은 이렇게 말을 하는 듯했다.
-가치 없다.
가치가 없어?
우리가?
엿 먹어!
우리의 가치를 평가하기 전에 네놈이나 되돌아 봐라!
-가자아아아!
생존한 와이번 전대가 흑룡의 머리가 있는 방향을 향해서 맹렬한 속도로 날아갔다.
단순히 머리임에도 그 크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하다. 머리 하나만 따져도 여느 드래곤보다 컸다.
이제 놈이 내뱉는 브레스의 위력 따위는 상상도 하기 싫었다.
그야말로 모두에게 지옥을 선사하겠지.
놈이 다시 브레스를 발사하기 전에-
최대한 타격을 주자!
-마력탄 투하!
“옛설!”
브레스가 발사되고 마력탄이 끊임없이 떨어진다.
퍼퍼퍼퍼펑!
그럼에도 수십만 개로 늘어난 촉수를 뚫고 저 무심한 눈빛을 가진 흑룡에게 접근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크아아악!
또다시 11기의 와이번 전대가 촉수에게 잡혀서 추락했다.
촉수는 단순히 징그럽게 생긴 것이 아니었다. 잡히면 놈의 모습이 변한다. 끝부분이 벌어지면서 셀 수도 없을 만큼 뾰족한 삼각 이빨이 가득한 아가리가 튀어나온다.
그것에 물리면 어떤 고통이 올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젠장! 젠장! 흑룡 개새끼!
누벼누벼와 와이번 전대는 흑룡의 코앞에서 멈추고 말았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굵기와 크기의 촉수들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은 것이다.
하나하나의 굵기가 마탑을 연상시킬 정도로 두꺼웠다. 길이는 수십 킬로미터에 달한다.
저것을 무슨 수로 뚫고 흑룡의 면상에 마력탄을 쏟아붓는다는 말인가.
거대한 촉수들이 다가온다.
끝장이다!
그 순간-
함선 한 척이 거대한 촉수들을 들이받았다. 엄청난 중량을 가진 함선이다. 함선의 양 허리 부분에서 수십 문의 마력포가 연속적으로 발사됐다.
쿠쿠쿠쿠쿵!
일시적으로 촉수들이 뒤로 물러났다.
-라이스?
항공대 수장인 라이스가 누벼누벼를 향해서 브이자를 그리고 있었다.
“가세요, 여기는 우리 항공대가 맡겠습니다.”
-함선의 능력이 대폭 개량된 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함선의 능력으로 잡을 수 있는 괴물이 아니야.
“알고 있어요. 저런 수퍼 괴물은 듣지도 보지도 못 했는걸요. 고대 괴물, 마계 괴물, 지옥 괴물, 몬스터 도감을 통틀어도 저런 것은 본 적이 없어요. 정말로……. 대륙 최후의 날인가 보네요.”
-알면 뒤로 빠져 있어. 차라리 시민들을 항공모함에 태워서 달아나.
“항공모함은 뒤로 빠졌어요. 무거운 물건은 모두 하차시키라고 말했어요. 누벼누벼 님 말대로 시민들을 태울 거예요. 하지만 그들을 태울 시간이 부족해요.”
-여기서 죽겠다?
“죽긴 왜 죽어요. 저는 ‘죽기를 각오하고 돌격하라!’라는 배짱은 없어요. 비프나 압둘 자바는 그럴지 모르겠지만. 저는 최대한 시간만 벌고 뒤로 빠질 겁니다.”
라이스가 빙긋 웃으면서 말을 하는 시간에도 함선 두 척이 거대한 촉수에 휘말려 반토막이 났다. 함선에 가득 실은 마력탄이 터지면서 엄청난 폭발을 만들어 냈다.
-행운을 빌지.
“누벼누벼 님도요.”
간신히 생존한 와이번들의 숫자는 서른 마리에 지나지 않았다. 수백 마리의 와이번들이 단 한 번의 전투에서 몰살을 당한 것이다.
지금껏 그들을 키우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자금과 훈련이 뒤따랐던가.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결과물을 깡그리 무시해 버릴 정도로 흑룡은 상식 이상으로 강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도망치고 싶다.
도망치고 싶지만…….
그래선 안 된다는 것을 안다.
-가자.
누벼누벼와 와이번들은 흑룡을 물리치기 위해서가 아닌 목숨으로 시간을 벌기 위해서 날아올랐다.
“전군! 와이번 전대를 향해서 경례!”
라이스는 부하 장병들과 함께 와이번들을 향해서 거수경례를 올렸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고 있는 것이 있었다.
종족 연합군이 연전연패를 하면서 계속해서 뒤로 밀리는 바람에 두 전선이 맞닿게 된 것이다.
중심에는 레기온의 마지막 영지가 있었고-
흑룡과 신급 언데드들이 드디어 그곳에서 조우를 했다.
-쿠아아아아아!
인간의 이성을 한순간에 날려 버리는 피어가 사방에서 휘몰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