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5)
마법은 괜히 배워서-5화(5/502)
# 5
데이터를 모읍시다 2
사실 표정에 비해 레기온은 찔끔하고 있었다.
패링의 눈빛이 살벌하다. 으아, 눈빛만으로도 사람 잡아먹겠다. 이봐, 마크, 정말 이래도 되는 거야?
-너님이 마법사를 선택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음. 마법에 대한 지식이 있음?
없지.
-그럼 마법을 어떻게 배울 거임?
…….
레기온은 잠시 침묵했다. 내 후예는 인공지능 마크라는 놈에게 울화를 치밀게 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한 모양이다. 말을 할 때마다 속을 뒤집어 놓는다.
-너님 다 잘 되라고 하는 소리임.
그러고 나서 이런 말로 생선 굽듯이 앞뒤로 잘 뒤집는다.
-자, 우리는 마법을 배워야 하고. 너님과 나는 마법에 대한 자료가 하나도 없음. 그런데 눈앞에 마법사가 있음. 당연히 저 남자에게 우리는 최대한 많은 마법에 대한 자료를 뽑아내야 함.
내 전투력이 얼마지?
-종합 전투력 21. 정말 형편없음. 그나마 처음 먹은 보석이 정말 좋은 거였음.
꼭 뒷말에 ‘정말 형편없음’을 붙여야 하나.
-너님에게 도전의식을 불어넣어 주려고 계속 주지시키는 거임.
아, 네. 그러시구나. 여기서 질문 하나.
-뭐든지 하삼.
패링이 마법을 사용하는 것만 보고도 데이터 축적이 가능해?
-가능함. 수퍼 컴퓨터를 능가하는 나를 믿으삼.
수퍼 컴퓨터가 뭐야?
-쉽게 말해서 너님 천 명의 머리를 합친 것보다 좋다는 말임.
그렇군. 덕분에 내 인내심의 한계를 새롭게 경신하고 있어.
-아직 멀었음. 어쨌든 머리는 좋단 소리임. 한 번 보면 다 기억함. 분석도 탁월함. 천재 열 명이 와도 내 암기력 못 따라감.
정말이지?
-믿어. 믿어. 믿어. 오케이?
알았어. 뒷일은 마크, 네가 책임져라.
-내가 왜 책임을 짐? 책임은 너님이 지셈.
정말 말이라도 못하면.
레기온은 거만한 자세를 풀지 않은 채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패링을 바라봤다. 쫄지 말자. 쫄지 마.
“지금 그건 무슨 행동이오? 도련님.”
패링이 입을 열었다.
그는 매우 무서운 사람이다. 솔직히 작은아버지보다 그가 더 신경이 쓰였다. 뱀 같은 새끼! 눈매도 뱀처럼 쭉 찢어져서 날카롭다. 혀만 날름거리면 아예 뱀으로 보일 텐데.
더군다나 마법사.
아무리 영주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사람이긴 한데…… 그래도 뭐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이왕 이렇게 된 거 갈 때까지 가 보자.
“도련님? 영주님이라고 불러야지.”
“그 가운데 손가락. 나한테 한 짓이라고 믿어도 되겠소? 도련님?”
“새끼가 끝까지 도련님이래. 영주님이라고 불러라. 귀족 모욕죄로 즉결 처분하기 전에.”
“모욕죄? 처분? 큭.”
패링은 입술을 뒤틀었다. 그의 전신에서 상당한 마력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흐음.”
레기온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그런 패링을 지켜봤다. 마크를 만나기 전이라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패링이 매우 화가 났구나, 라고 생각하고 겁을 먹었겠지.
하지만 자신도 단전이 생기면서 마나를 끌어모을 수 있게 됐다. 마력으로 전환도 가능하다. 당연히 패링의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힘이 무엇인지 느끼고 있었다.
마나보다 살벌한 것은 저 살기.
놈은 진심으로 자신을 죽이고 싶어 한다.
정말 똥줄 탄다. 이러다가 놈이 쏜 마법 한 방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면 어떡하지? 에이, 설마 그런 일은 안 벌어지겠지?
제아무리 마법사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영주를 죽이진 않을 것이다, 그렇지 마크?
-모르겠삼.
나쁜 새끼!
“내가 그런 것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 아님을 아직도 모르십니까. 갑자기 미쳐 버린 도련님.”
패링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한쪽 손바닥을 펼치자 기름을 부은 것처럼 불길이 ‘확’ 하고 타올랐다.
패링과의 거리가 조금 있음에도 열기로 인해서 레기온의 얼굴은 화끈화끈 거렸다.
식당 안에 있던 메이드들은 공포스런 분위기로 인해서 꼼짝도 못했다. 그저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이 분위기가 가라앉기를 두 손 모아서 기도한다.
불쌍한 영주님도 살려 주면 더 좋고.
그녀들은 알고 있다.
곧 영주 자리는 바뀌게 될 것이라고.
자신들의 주인은 병치레가 심하고 불쌍한 도련님에서 거구의 줄리안 준남작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그녀들은 안타까운 눈으로 레기온을 바라봤다.
반면 레기온은 아직도 꽤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봐, 마크! 마크! 데이터 수집 하고 있는 거지?
-옛설, 지금 스캔했음. 마법의 운영원리 분석 들어감. 조금 더 시간을 끄셈.
시간을 끌라고?
-최대한 끌면 더 좋고. 다른 마법도 한 번 사용하게 해 보셈.
그러다 나 죽으면?
-너님 참 겁이 많으삼. 사나이 한 번 죽지 두 번 죽나. 분석 성공하면 너님 마법 사용 가능. 그러니까 나랑 말씨름할 시간에 저 마법사에게서 정보를 끄집어내셈.
아 놔. 맨땅에 헤딩이구만.
레기온은 입술을 비틀었다. 명백한 비웃음이다.
그의 웃음을 본 패링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분노보다는 의문이 먼저 떠올랐다.
내가 알고 있는 영주가 맞나?
그가 알던 저 꼬마 영주는 겁에 질려 엉금엉금 기던 놈에 불과하다. 소리만 빽빽 지르는, 무능력하고 성격만 나쁜 어린 영주였다.
하지만 지금의 영주는…… 뭐랄까.
묘하게 위화감이 있다. 어떤 끈적끈적한 기분 나쁨? 그렇다고 겁을 먹을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대체 이 기분은 뭘까?
좀 전에 어쌔신을 죽였다는 말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운이 좋아서 따돌렸겠지. 아마도 어쌔신들은 영주를 찾기 위해서 산속을 헤매고 있을 거다.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지 알고 있으니까.
등신 같은 놈들.
지금 영주가 하는 행동은 자포자기였다.
벼랑 끝까지 몰린 영주의 마지막 발악이다. 저택에서 근무를 하는 하인들로 인해서 이곳 상황이 영지로 꽤 퍼져 나갔다. 영주가 곧 줄리안 준남작으로 교체된다, 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사실 이 자리에서 죽인다고 달라질 건 없다.
좀 귀찮은 일이야 있겠지만.
패링은 손바닥 위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불의 공을 바라봤다. 마법사가 되면 가장 기초적으로 배울 수 있는 파이어 볼이란 공격마법이다. 주먹 크기의 화염구를 날려서 적의 육체를 산산조각 부수거나 불로 태워 버릴 때 사용한다.
이 화염구를 눈앞에 땅딸 맞은 소년에게 던지면 1분도 채 되지 않아서 잿더미가 된다.
“눈빛 봐라. 쓰벌. 왜? 나한테 던지려고?”
레기온은 이죽거렸다.
패링의 눈매가 실룩거렸다. 정말로 던지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왜 저렇게 건방져진 거지?
죽고 싶어서 환장을 한 건가.
“할 테면 해 봐. 나 죽기 바라는 사람 많잖아. 너도 그중에 하나고. 내가 눈엣가시 같지? 제발 눈앞에서 사라져 줬으면 좋겠지? 그럼 그 마법을 나한테 날리라고. 이렇게.”
레기온은 불에 탄 사람처럼 시늉을 했다.
“으아아악! 존나게 뜨거워. 지금 영지에 하나밖에 없는 마법사 패링이 영주인 나를 불태우고 있어. 으아아아악! 저 새끼가 살인자야! 귀족을 불태워 죽이고 있어!”
정말로 불에 탄 사람이 아닌가, 착각을 할 정도로 섬뜩한 연기를 하고서는 자리에 앉은 레기온이었다.
그는 어깨를 으쓱거린 후 말을 이었다.
“이렇게 하고 죽어 줄 테니까.”
레기온의 말에 패링뿐만 아니라 줄리안 준남작, 그의 가신들은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봐도 레기온이 맞는데…….
하지만 어제와 오늘은 완전히 다른 영주다. 한 마디로 막 나가는 미친놈 같았다. 자신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그런 미친놈.
“어서 던지라니까!”
레기온은 쉴 새 없이 도발한다.
패링의 눈매가 파르르 떨렸다. 얼굴의 근육이 처참할 정도로 무너지고 있었다. 폭발 일보 직전. 기사들은 그런 패링을 보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안 됩니다. 여기서 영주를 죽이면 절대로 안 돼요. 빼도 박도 못합니다. 중앙정부에서 알게 되면 우리는 모두 큰 벌을 받게 될 거예요.
“던져!”
“…….”
“던져 보라고!”
“…….”
“등신이네. 그런 것도 못하고.”
마지막 말에 패링은 폭발하고 말았다.
“말대로 해 주지.”
패링은 손바닥을 쭉 폈다. 그곳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던 화염구가 레기온을 향해서 날아들었다.
쓰벌, 진짜 던졌네.
레기온은 꼼짝도 하지 못했다. 상당한 열기가 자신의 얼굴을 향해서 날아왔다.
-움직이지 마셈. 너님을 향해 던진 것이 아님.
알고 있어.
레기온은 두 눈을 똑바로 떴다. 화염구는 레기온의 얼굴 옆을 지나쳤다.
지지직-
뺨이 화끈거리고 머리카락에서 타는 냄새가 났다.
이윽고 날아간 화염구는 레기온의 뒤편, 식당 벽면을 때렸다.
쿠쿠쿵!
1서클의 공격마법이지만 충격은 상당했다.
한쪽 벽면이 완전히 무너졌다. 나무로 된 장식품들은 불길에 휩싸였다. 공격마법을 처음으로 본 메이드들은 겁을 먹고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뭣들 하는 게야. 어서 불을 끄지 않고.”
주방장이 외쳤다.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몇몇 하인들이 급히 물이 든 양동이를 가지고 와서 불이 붙은 장식품에 쏟았다.
레기온은 무너진 식당의 벽과 패링은 번갈아 쳐다봤다.
놀랐다기보다는 서글픈 마음이 먼저 들었다. 영주인 내가 얼마나 병신같이 보였으면 코앞에서 공격마법을 날릴까.
“살려는 드릴게.”
패링은 음산하다 못해서 소름이 끼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뭐?”
“그 짧은 목숨……. 잘 간수하시길.”
“큭큭. 이것 참. 누가 누구한테 하는 소리인지 모르겠네.”
레기온은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는 마크에게 물었다.
아직 멀었어?
-1서클 파이어 볼 운영방법 획득. 마력 사용 시 종합 전투력 120까지 상승.
사용할 수 있어?
-가능.
좋아. 저 새끼를 날려 버리자.
-반격의 가능성이 있음요.
한 방에 날릴 방법은 없어?
-있음. 일시적으로 마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
뭔데?
-금, 은, 동은 마력을 상승시킴. 지금 식탁에 깔려 있는 쟁반, 포크, 등은 모두 은으로 만든 제품. 해체하셈. 그럼 마력을 일시적으로 높여서 사용할 수 있음.
아씨, 사람들 앞에서 이걸 처먹으라고?
-그럼 마법을 익힌 것으로 만족하든가. 조용히 고개 숙이고 있으셈.
그럴 수는 없지.
레기온은 식탁에 있는 은으로 만든 제품을 손으로 모아 바닥에 내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우겨 입으로 꿀꺽 넣었다. 놈들 앞에서 쟁반을 씹어 먹으려니…… 졸라게 창피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의 단전이 활성화가 되면서 마나가 급격하게 높아졌다. 마나의 양은 단전의 크기보다 훨씬 커졌다.
동시에 마나는 마력으로 전환이 된다.
-손바닥으로 마력을 집중시키겠음. 파이어 볼.
“파이어 볼.”
레기온도 마크의 말을 반복했다.
그가 손바닥을 펴자 놀랍게도 패링과 똑같은 화염구가 생성됐다. 화염구의 열기가 모든 사람에게 또렷하게 느껴졌다.
“이, 이럴 수가!”
“마, 말도 안 돼?”
“여, 영주가 마법을 사용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