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501)
마법은 괜히 배워서-502화 (에필로그)(502/502)
# 502
에필로그
팔과 다리가 거대한 근육 덩어리 속에 들어 있는 대주교는 광기에 찬 눈빛으로 레기온을 향해서 외쳤다.
“봐라! 인간이여! 이곳에서 너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레기온은 그를 향해서 가운데 손가락을 폈다. 뻑킹 마더. 아, 입에 착착 달라붙는 욕이네. 역시 마몬의 욕은 입에 잘 달라붙어서 좋아.
“아직 위기감이 없는 모양이지? 이것을 봐라.”
허공에서 숫자가 떠올랐다.
59초, 58초, 57초…….
시간은 계속 간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레기온이 모를 리가 없었다. 흑룡이라는 놈이 자폭을 선택한 것이다.
저 새끼, 나랑 싸워서 이길 자신이 없는 모양이지?
맞다.
대주교는 레기온과 싸워서 이길 자신이 없었다.
그의 최대 단점.
한 번도 시련을 겪어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언제나 압도적인 힘으로 적을 말살시켜 왔다.
하다못해 레기온을 처음 만났을 때도 손쉽게 물리쳤었다. 이제껏 그와 맞서서 제대로 견뎌 낸 생명체는 단 하나도 없었다.
그 막강한 능력을 지닌 드래곤 로드와 에이션트급 드래곤 슈팅스타도 무릎을 꿇지 않았던가.
하물며 인간에게 패배할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
지나가던 개미 한 마리가 코끼리와 싸워서 이겼다는 말을 믿으면 믿었지.
하지만 레기온을 공격할 수단을 잃은 대주교는 자신의 육신을 날려 버리기로 했다.
태양조차 파괴할 에너지가 흑룡의 육신에 모여 있었다. 이런 혹성 하나 파괴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럼 자신도 약간의 육체만 남기고 파괴가 된다.
250년 전…….
대전쟁 당시 그는 드래곤들과 연합 종족의 공격을 받아서 철저하게 파괴가 됐다.
육체는 나눠져서 봉인이 되어 영원히 어둠 속에 묻힐 것만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약간의 세포만 살아 있으면 재생이 가능하다.
100년이건…….
1000년이건.
세포만 살아 있으면 된다.
그것이 바로 흑룡의 능력이 아니던가.
아쉽지만 이번 생의 육체는 버린다.
저 빌어먹을 인간을 공격하지 못하는 이딴 육체 따위는 버리고 다시 훨씬 강한 육체를 생성할 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먹은 대주교는 초그랜드 마스터를 뛰어넘은 레기온과 흑룡의 육신을 한꺼번에 날려 버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큭큭큭, 장하다. 인간. 단독으로 나와 맞서 싸울 수 있는 인간이 있을 줄이야. 마계도, 드래곤들도, 어떤 종족들도 비겁하다. 한 놈도 나와 정면으로 싸우지 않고 비겁하게 다구리를 놓았지.”
다구리?
무슨 대주교의 입이 저렇게 저렴해. 보통은 연합해서 공격을 했다든지. 대주교라는 새끼가 못 배운 티를 내네. 이래서 모든 종족을 막론하고 배워야 돼.
강하면 뭘 해.
무식함이 철철 넘치는데.
아, 격 떨어지는 느낌이야.
“저 행성은 내버려 두도록 하지.”
대주교는 싸늘한 눈빛으로 우주 공간에서 아름답게 빛을 내고 있는 레기온의 고향을 바라봤다. 푸른빛이 넘실거리는 행성이다.
다른 별들과는 차원이 다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내버려 둬?”
“그래, 지금은 평화를 만끽하도록 내버려 둘 것이다. 그리고 부활한 나의 공포를 맛보여 주지. 다시는 희망 따위 가지지 못하도록. 행성 자체를 완전히 파괴시켜 버리겠다.”
“개소리하고 자빠졌네.”
“네 여유 있는 면상. 정말 꼴 보기 싫군. 이제 끝이다.”
대주교는 허공에 떠 있는 숫자를 바라봤다. 15초, 14초. 겨우 10초 정도만 남았어.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조용히 뒈져 버려.
그리고 명계에서 행성의 에너지가 나에게 흡수되는 것을 지켜보기나 해.
아주 멋질 거야.
완전히 소멸시켜 버릴 거거든.
네 친구!
네 동료!
네 가족!
모조리 내가 빨아먹어 주지!
“크하하하하!”
“시끄럽고. 10초면 충분해.”
레기온이 무동력 허공 밟기를 펼쳤다. 상상을 초월한 경공술이다.
그랜드 마스터조차 그의 움직임을 예상하지 못할 것이다. 앗! 하는 순간 레기온은 대주교의 앞에 다가갔다.
아무도 도달하지 못한 가공할 속도였다.
대주교조차 눈앞에서 사라진 레기온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주교의 눈빛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그 역시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았다.
쾅!
레기온은 대주교의 바로 앞에서 멈췄다.
발바닥이 대주교의 얼굴 근처를 밟았다.
“블랙홀을 아나?”
“몰라. 씹새야.”
울컥하는 대주교였다. 역시 이 자식과 자신은 맞지 않는다. 한마디만 섞어도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았다.
“블랙홀은 우주의 모든 에너지를 흡수하지. 그것을 최소화시킨 방어막이 이것이다. 너는 서 있는 것만으로도 숨을 쉬기 어려울 것이야. 이것은 칭찬해 주지. 그랜드 마스터 정도 되는 놈들이었다면 10초도 되지 않아서 이 방어막에 모든 에너지를 빼앗겼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너는 몇 초나 남았을까? 3초? 4초? 자, 어쩔쓰까나. 이 방어막에 에너지를 모두 뺏기는 것이 먼저일까. 내 육신과 함께 폭발하는 것이 먼저일까. 너는 무슨 수를 써도 이곳에서 살아남지 못해.”
레기온은 비릿하게 웃고는 손가락으로 대주교의 얼굴을 가리켰다.
어마어마한 초마력이 손가락 사이로 모여들었다.
단순 명쾌한 기술이다.
모든 대륙의 기사, 전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오러!
오러와 레기온이 가진 12서클의 마법을 합쳐서 검지 끝에 모은 것이다.
작은 빛이지만 그 에너지는 상상을 초월했다.
흑룡이 발사했던 브레스를 능가하는 에너지의 양이다.
“큭큭큭. 마지막 한 수란 말이지? 쏴 봐! 그게 통하지 않으면 네놈은 끝이다!”
“시끄럽다. 그렇지 않아도 쏠 거야.”
펑! 소리와 함께
근거리에서 마법 오러가 발사됐다.
티이이잉!
마법 오러는 대주교의 방어막에 빠르게 흡수가 됐다. 놀라울 정도로 강력한 방어막이었다.
하지만 레기온은 담담하게 연속으로 마법 오러를 발사했다.
큰 기술은 필요가 없다.
오히려 큰 기술은 방해만 될 뿐이다.
한 점!
저 말도 안 되는 방어막을 깰 수 있는 극상승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티이이잉! 티이이이잉!
마법 오러가 1mm로 안 되는 한 지점을 계속해서 때렸다.
놀랍게도-
쩌저저적!
무한정으로 에너지를 흡수할 것 같던 대주교의 방어막이 사방으로 갈라졌다.
그러나…….
방어막은 금방 재생을 한다.
남은 시간은 겨우 2초.
“크하하하! 끝났다. 이 빌어먹을 레기온아! 우주의 먼지로 변해 버려라!”
“아니……, 아직 한 발 남았다.”
“어디서 본 것은 있어서. 영화와는 달라! 너는 결코 내 방어막을 뚫지 못해.”
“네가 틀렸어.”
“뭐?”
“이번 편은 에필로그야. 하늘이 무너져도 네가 살아남을 일은 없어.”
“에, 에필로그……, 벌써……500회란 말인가.”
“그래. 이만 가라. 네 명줄은 이제 끝이다.”
레기온은 마지막으로 마법 오러를 발사했다. 행성조차 일직선으로 뚫어 버릴 수 있는 강대한 에너지가 대주교의 방어막을 뚫어 버렸다.
퍽!
소리와 함께 대주교의 머리가 박살이 났다. 너무도 강력한 에너지 때문인지 오러 마법에 맞는 순간 대주교의 육신은 흔적도 없이 증발했다.
띠딕-
그리고-
1초.
0.
폭발.
쿠쿠쿠쿠쿠쿠쿵!
흑룡의 육체는 우주 공간에서 대폭발을 일으켰다. 그 힘은 흑룡이 발사한 브레스보다 몇 백배 이상 강력했다. 그 거대한 폭발은 레기온을 순식간에 휘감았다.
순간-
레기온의 육신을 따뜻한 기운이 감쌌다.
“어?”
솔직히 말하면 죽는 줄 알았다. 도저히 자신의 능력으로는 빠져나갈 수 없는 폭발이었다. 한데 이 따뜻한 기운은 뭐란 말인가?
“귀여운 내 손자. 오랜만이다.”
다크 우드에 있어야 할 할머니가 나타나서 레기온의 뺨을 훑었다.
“어라? 할머니가 왜 여기에 있어요?”
“음, 그건 나중에 말을 해 주마.”
에이브레함은 대주교에게 패해서 흑룡의 육신에 흡수를 당했다.
하지만 그것은 에이브레함이 원한 일이었다. 그녀는 미래를 볼 수가 있다.
그리고 손자가 어떤 식으로 사망을 하는지 목격했다. 하나밖에 없는 손자다.
절대 그렇게 둘 수는 없었다.
하여 레기온이 떠나고 대주교가 흑룡의 힘을 얻기 위해서 다크 우드를 열었을 때……, 일부러 패해 흑룡의 일부가 되었다.
바로 지금과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을 예견했기에.
그녀는 마지막 힘을 짜내 레기온의 육신을 대륙으로 옮겼다.
“아, 할머니? 할머니? 어디 가?”
폭발 속에서 레기온은 에이브레함을 몇 번이고 찾았다. 할머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할 수도 없었다.
이 한 번의 힘을 짜내기 위해서 그녀와 다크 우드는 모든 에너지를 소비했다.
입을 열 힘도 없었다.
그저…….
손자의 안녕을 기원한다.
됐어.
나는 살 만큼 살았어.
할머니!!!!
레기온이 몇 번이고 불렀지만…….
할머니는 끝내 대답을 하지 않았다.
* * *
그렇게 레기온은 살아남았다.
당시를 생각하면 코끝이 찡해진다. 겨우 두 번밖에 만나 보지 못했던 할머니지만 그녀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사무칠 정도로 잘 느껴졌다.
“정말 가지가지 한다.”
몬샌겨가 레기온의 눈 밑을 닦아 주었다.
“어?”
“갑자기 왜 울고 지랄이야. 정말 창피하다. 길거리에서 이러지 말자.”
“아…….”
동료들이 그런 레기온을 보면서 킥킥거렸다.
“아, 또 왜 저래.”
“정말 이것도 병이다. 병.”
“나 원, 쪽팔려서.”
레기온은 울컥한다. 이것들이. 우리 할머니 생각하고 있는데 왜 지랄이야. 지랄은.
“어서 가자고. 이러다가 늦어.”
몬샌겨가 레기온의 팔을 잡고 결혼식이 열리고 있는 신전으로 이끌었다.
* * *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결혼식은 꽤 경건하게 진행이 됐다. 포션을 팔아서 거부가 된 배불뚝이 신관이 신랑, 신부의 머리에 성수를 뿌려 주었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어쩌고저쩌고…….”
역시 결혼식 과정은 지겹다.
결혼식이 끝나고 피로연이 가장 즐겁다. 먹고, 마시고 즐기니까.
베이컨에게는 미안하지만 라이덴도 영지에서는 빠질 수 없는 전력이다.
어쨌든 그도 공적을 인정받아서 자작이라는 작위를 받았으니까.
헉! 그럼 이제 헤이즐러는 자작 부인이 되는 거야?
아, 이런 메이드 장을 다시 뽑아야 하나. 자작 부인한테 메이드 장을 하라고 할 수는 없잖아.
큰일이네.
어쩐지 레기온은 아쉬웠다.
뭐랄까. 그는 헤이즐러에게 모정과 같은 비슷한 느낌을 받고 있었는데.
“자, 모두 모이세요! 사진 한 방 찍으면서 이 소설을 끝냅시다.”
사진사가 말했다.
출연진들이 모두 모이고 사진사가 사진을 한 방 찍는다.
헤이즐러가 부케를 던졌다. 그녀가 던진 꽃은 몬샌겨가 받았다.
얼굴이 붉어진 것은 몬샌겨뿐만이 아니었다. 레기온의 얼굴도 붉어졌다.
전생에 이어서 이번 생애도 저 여자와 함께해야 하다니.
전생과 이번 생을 합쳐서 딱 한 여자와밖에 못 해 봤다.
아아아!
이걸 불행이라고 해야 할지. 행복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행’이라고 말을 할 것이다.
본의 아니게 지고지순한 남자가 되고 말았다.
“와!”
“몬샌겨 님 축하해요!”
“땡큐, 모두들.”
“자, 그럼 모두 모여서 독자 여러분에게 손을 흔들어 주세요. 자, 사진 찍습니다. 치즈!”
수많은 출연진들이 환하게 웃으면서 사진에 그대로 남겨졌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들이 세상을 떠날 무렵이 되면 빛바랜 추억이 담긴 이 사진을 보면서 지금을 생각할 것이다.
뜨거웠던 젊은 시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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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난 줄 알았냐? 사진사 저리 가!”
모두가 활짝 웃고 있을 때 꽤 아름다운 여성 한 명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여성은 한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모두의 얼굴이 흑색으로 변했다.
그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라이덴을 바라봤다.
쓰벌, 생각도 못 했다.
설마…….
그녀가 나타날 줄이야.
사라 코너였다.
“왜 표정들이 그래? 내가 분명히 말했지. 한 번은 꼭 나온다고. 자, 카일 리스. 네 아버지란다.”
사라 코너는 아들의 등을 툭 하고 밀었다.
아들은 환하게 웃으면서 뛰어가 새신랑 라이덴의 다리에 엉겨 붙었다.
“이런 개자식! 유부남이었어?”
헤이즐러의 강펀치가 라이덴의 면상을 날려 버렸다.
결혼식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쓰러진 라이덴의 혼은 이곳에 없었다. 사라 코너가 카일 리스에게 ‘네 아버지야.’라고 말을 한 순간 모든 것이 끝났음을 직감했다.
“아, 몰라! 내가 뭘 잘못했다고!”
라이덴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신전 밖으로 도망쳐 버렸다.
감당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도망치고 있었다.
“쫓아! 카일 리스! 네 아빠야!”
“네, 엄마!”
카일 리스는 경공술을 펼쳐서 아빠인 라이덴을 쫓는다.
엉망진창이다.
레기온과 몬샌겨도 넋을 놓고 그 모습을 지켜봤다. 설마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상상도 못 했다.
“정말 네 영지는 하루라도 시끄럽지 않은 날이 없네.”
몬샌겨가 레기온의 손을 잡았다.
레기온은 몬샌겨를 바라봤다. 둘의 눈이 엇갈리듯이 교차했다.
두 번의 생애를 한 여자만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처음으로 깨닫는다.
한번 나와 보라고 그래.
두 번의 생애 동안 한 여자만 사랑한 남자 있으면.
난 꽤 행복한 남자라고.
레기온은 몬샌겨의 이마에 키스를 했다.
“좀 강하게 해 봐라!”
몬샌겨는 레기온의 뺨을 잡고 자신의 입술로 당겼다.
혀가 쑥 들어온다.
아아.
봐라.
나 행복한 남자잖아.
한 남자가 피로연장으로 향한다. 난리법석이지만 그와는 상관이 없다는 듯이 유유자적한 모습으로.
비싼 와인을 공짜로 마신다.
비싼 고기도 실컷 먹는다.
이럴 때가 아니면 기회가 없으니까.
아들도 놔두고 왔다.
마누라도 놔두고 왔다.
그냥 혼술이나 해야겠다.
누구냐고?
작가다. 왜?
왜 나왔냐고?
그래도 한마디는 해야 할 것 같아서.
뭐냐고?
“흠흠. 끝!”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