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51)
마법은 괜히 배워서-51화(51/502)
# 51
소문의 그 남자 2
새해가 밝았다.
마을은 어제부터 밤새도록 축제를 벌였다. 매년 있는 행사지만 몇 년 전부터는 영지에 돈이 없어 축소하여 조철하게 식사만 했던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영지에 갑자기 돈이 많아졌다.
정확히는 영주의 돈이 많아졌다. 덕분에 영지에 활기가 돌았다. 그 동안 미뤄 두었던 도로공사를 하고 가까운 영지에서 생필품과 공산품, 농기구들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솔직히 그것만 해도 감지덕지였다.
그런데 세금의 감면에, 수로의 정비, 농지 정돈, 몬스터들의 습격에 대비, 완벽한 영지가 되고 있다. 영지민들은 점점 더 돼지 영주를 존경하기 시작했다.
행운력 +5
봄이 되고 있었다.
레기온의 신장은 155센티미터. 풀은 다 자라는데, 내 키는 하나도 안 자라는구나. 지능은 103. 그래도 드디어 100을 넘겼다. 몸이 깨질듯이 아픈 것을 보면, 마크 이 자식이 겁네 열심히 움직이긴 한 모양이다.
종합전투력…….
자그마치 850이다.
정말 ‘다이어트는 몸에 해로워요’ 패시브 스킬을 익힌 후, 거짓말처럼 종합전투력이 쑥쑥 늘어나긴 하는데, 죽어라고 살이 안 빠진다.
몸무게는 빌어먹게도 125킬로그램.
피똥을 싸도록 수련을 했음에도 겨우 40킬로그램이 빠졌다. 그래도 한 번 오른 종합전투력이 떨어지지 않는 걸 보면 그 또한 재미있는 현상이다.
-살이 찌면 방어력이 오르고, 살이 빠지면 공격력도 오름. 이거 아주 훌륭한 스킬임. 다만 맨날 피똥 쌀 각오는 해야 함. 미스릴 또 준비함?
젠장! 며칠이라도 좀 100킬로그램 아래에서 생활 좀 해 보자.
대신 근력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늘어났다.
언젠가 종합전투력이 900을 넘으면 세피아와 팔씨름을 한 번 해 볼 셈이다.
“으으으. 머리 아파.”
레기온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뱃살이 접혀서 똑바로 앉기가 힘들었다. 그는 엉덩이를 조금씩 움직여 등을 벽에 댔다.
조금 편해졌다.
-너무 달렸삼.
그러게, 너무 달렸다.
레기온은 관자놀이를 엄지로 주물렀다.
축제는 어제 저녁부터 오늘 새벽까지 이어졌다. 마을 광장에 전 주민이 모여서 밤새 술을 마시고 춤을 췄다.
애, 어른 할 것 없이. 미혼남녀가 가장 짝을 많이 찾는 날이기도 하다.
어제 보니깐 전속 하인들과 메이드들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옷을 멋지게 입고 축제에 참석했다.
메이드들의 사복 입은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예전에는 저택에서 일하는 메이드들의 외모가 꽤 괜찮다고 여겼는데. 오늘은 왜 저렇게 못생겼지. 화장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냐?
오옷! 헤이즐러! 예전엔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정말 못생기셨군요. 어제 만난 트롤들이 더 예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저리 남자들이 주위를 맴도는 걸까? 헤이즐러 꼬시려고 온갖 수작질을 하고 있었다.
에이, 미친놈들. 아무리 짝을 찾고 싶어도 저건 아니지.
레기온은 잠시 얼굴만 비출 생각이었다. 영주의 위엄이 있지. 자신이 있으면 마을 사람들이 즐겁게 놀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웬걸.
사람들이 꽤 반긴다.
마을 촌장 콘소매부터 히타까지 번갈아 다가와 술잔을 따라 주었다. 오늘부터 성인이니까 술을 마셔도 된다나, 뭐라나.
덕분에 실컷 마셨다.
머리털 나고 이렇게 마셔 본 적은 처음이었다.
“어이쿠, 우리 영주님 보세. 술을 아주 잘 마시는구만. 자, 더더더더, 드세요.”
마을 사람들이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그의 술잔을 가득 채워 주었다.
레기온은 주는 대로 마셨다.
그러다 기억이 끊겼다.
자고 일어나니 집이었다.
“내가 어떻게 집에 왔지?”
-베이컨이 데리고 왔삼.
“그렇군. 별 일 없었지?”
-…….
마크 이 자식, 왜 걱정되게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래?
“왜? 무슨 일 있었어?”
-별일은 아닌데…… 너님, 사고를 좀 치긴 했음.
“사, 사고 무슨?”
깜짝 놀란 레기온이 되물었다.
-생각 안 나삼?
“안 나는데?”
-음……. 나가 보면 바로 알긴 할 텐데…… 알고 싶으삼?
“그래, 뭔데? 말해 봐. 별일 아니라며.”
-그게, 별일 아니라면 아니긴 함. 그런데 또 이게 별일이라고 하면 별일이긴 해서 말이삼.
이 자식이 점점 사람 불안하게 하는 스킬만 늘고 있다.
“알았으니까, 말해 보라고.”
-음. 말하자면…… 너님은 어제부터 영지 여자들의 공공의 적이 됐음.
“엥? 내가? 왜?”
-말했다시피 별게 아니라면 별게 아니긴 한데…… 너님이 어제 말이 좀 과했음.
“무, 무슨 소리야?”
-너님은 헤이즐러에게 이렇게 말했음.
“뭐라고?”
점점 가슴이 뛰는 레기온이었다. 느낌상으로도 굉장히 안 좋은 말을 뱉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얼굴로 밥은 먹고 다니냐, 고 하였음.
“…….”
-창피하니깐 길에서 만나거나, 어디 가서 나 만나면 아는 체 하지 말라고도 했음.
“거짓말…….”
레기온은 충격 받았다.
-참말임. 헤이즐러가 너님 얼굴에 사표 던진 것 모르삼?
“모, 모르겠는데.”
-그뿐만이 아님.
“뭐가 또 있어?”
-로즈의 가슴에 또 못을 박았음. 그녀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음. 기다려, 로즈, 내가 반드시 마법 열심히 익혀서, 너의 얼굴 꼭 고쳐 줄게.
“저, 정말?”
-정말임. 로즈가 칼 들고 너님 죽인다고 한 것도 기억 안 남?
“안 나.”
레기온은 절망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잡아 뜯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술 끊으셈. 데이터 상으로 필름이 한 번 끊기면 습관적으로 끊기게 됨. 전 인류의 여자들을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으면 끊는 것이 좋겠음.
“그래, 끊자. 그래야겠다.”
마크가 말을 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다.
그는 며칠 전 히드라의 고기를 잘 손질해서 가지고 온 후에 주방에 갔다 놨다. 나중에 자기가 먹으려고 했는데…….
그 정력에 좋은 ‘히드라 고기’는 대량으로 영지민들에게 배포가 됐다.
요리사인 데카르슨이 레기온에게 ‘귀한 고기라고 가져오셨는데 정말로 모두 나눠 줍니까?’라고 물었다.
레기온은 대답했다.
“그래, 나눠 줘! 이런 날 아니면 언제 고기 먹겠어! 다 나눠 줘. 있는 거 다 꺼내 줘! 새해니까 내가 한 방 쏜다!”
그 해. 12쌍의 신혼부부가 탄생했고-
67명의 신생아가 태어났다.
영지가 생겨난 이후로 사상 최대의 출산율이었다.
영지민 최고령 출산자는 콘소매의 아내 패키지였다. 그것도 무려 세쌍둥이. 그녀가 세쌍둥이를 출산했을 당시 나이는 48세였다.
* * *
패링은 대리석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덜덜 떨고 있었다.
이 상태로 3일을 기다렸다. 손가락이 얼어서 이미 감각이 없었다. 입술을 새파랗게 질려서 터졌다. 반나절만 더 이러고 있다면 동상이 걸린 손과 발을 괴사하여 잘라 내야 할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그런 패링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덜덜덜덜-
척추까지 얼어붙은 것 같았다. 눈동자가 초점이 사라진다. 이렇게 죽는 구나, 패링은 생각했다. 그 개자식의 면상에 제대로 된 한 방을 날려 버리지도 못한 채.
-끼이익.
페르시몬 백작 가문의 저택 정문이 열렸다.
안에서 굉장히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는 사내가 밖으로 나왔다. 입고 있는 옷으로 보아 집사로 보인다.
그는 말했다.
“각하께서 들어오시라고 합니다.”
다행이다. 아직 하늘은 나를 버리지 않았구나.
패링은 비틀거리면서 일어났다. 온몸에 굳어서 제대로 뼈마디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두 번이나 바닥에 쓰러졌다. 그럼에도 사내는 패링을 일절 도와주지 않았다.
오기가 뻗친 패링은 혀를 깨물면서 고통을 참아 냈다.
“각하가 만족할 만한 얘기를 가져오셨기를 바랍니다.”
사내는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
* * *
레기온은 다섯 대의 마차를 끌고 뒤셀르프 산맥으로 향했다. 마차에는 오크들이 좋아할 만한 술과 옷, 공예품, 생필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오크족들이 도로공사를 해 준 덕분에 예전보다 훨씬 길이 편해졌다.
다섯 대의 마치는 베이컨, 로또, 조낸, 풉, 피라니아가 몰았다.
세피아는 이번 여정에서 빠졌다.
마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생겼는데 굳이 세피아까지 동행할 필요는 없었다. 그 시간에 남은 전속 하인들을 갈구어서 일을 시키는 편이 효율적이라는 게 레기온의 판단이었다.
“기분이 좋으신 것 같습니다.”
휘파람을 불고 있는 주인을 보면서 베이컨이 물었다. 주인이 기분이 좋으니 자신도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었다.
“응, 뭐, 그럭저럭.”
“영지에서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있었지.”
레기온은 빙긋 웃었다.
좋은 일이란 다름 아닌 작은아버지와의 화해였다. 며칠 전 작은아버지가 레기온의 저택을 찾았다. 패링이 사라진 이후로 한동안 뜸했는데 할 말이 있다면서 찾아온 것이다.
“그래, 나에게 무슨 할 말이 있는 거지?”
줄리안 준남작이 물었다.
어쩐지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빠져 있었다. 축 처진 느낌이 들었다. 의욕을 잃은 모습이었다.
“궁금한 것이 있어서요.”
“어떤?”
“부모님의 실종과 작은아버지와의 관계.”
“형님과 나의 관계라. 너는 형님의 실종과 내가 얽혀 있다고 생각하는구나?”
“부모님이 타신 마차가 그렇게 폭사하고 난 이후로 가장 많은 이득을 얻으신 분이 작은아버지니까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레기온은 작은아버지가 원수인지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게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작은아버지가 걷어 간 세금만 봐도 그렇다.
세금은 철저하게 공익사업에 쓰였다. 작은아버지가 세금을 가지고 호의호식한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또한 그토록 높은 세금을 받았음에도 영지민들에게 작은아버지는 꽤 능력 있는 관리자로 인식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레기온은 조금 더 파고들었다.
작은아버지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살아오지 않았다. 그가 악독하게 보인 것은 패링 때문이었다. 패링이 작은아버지의 이미지를 그렇게 만들어 냈다.
패링이 사라진 지금, 작은아버지는 본래의 모습으로 투영되고 있었다.
특히 두 번의 전투에서 그가 보여 준 모습은 많은 영지민들에게 지지를 받기에 충분했다.
작은아버지의 긴 얘기를 들은 레기온은 두 가지 선택 중에 하나를 골라야 했다.
하나는 작은아버지의 말을 무시하면 된다.
곧 성인식이다. 성인식을 거치면 공식적으로 그는 영지의 영주로서 취임을 하게 된다. 작은아버지가 가진 권력을 모두 회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권력을 회수하게 된다면, 그를 내치는 건 어렵지 않다. 억지로 누명을 씌어도 된다. 영주가 작정하고 내치는데 무슨 수로 막을 것인가.
그는 빈털터리로 영지에서 내쫓기게 될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패링이 모든 것을 걸고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것이겠지.
두 번째는 모든 것을 눈감는 것이다.
작은아버지는 아버지의 실종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다. 사실 미심쩍은 면도 없지 않았다. 그것까지 모두 묻어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작은아버지의 능력을 다시 활용한다.
지금껏 작은아버지는 없는 형편에 영지를 잘 이끌어 왔다. 그의 능력을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솔직히 말하면 레기온의 주변에는 영지를 관리할 만한 사람이 없다. 아니, 사실 일할 사람 자체가 없었다.
해서 레기온은 두 번째를 선택하기로 했다.
“작은아버지, 저를 도와주세요. 지금껏 제게 가지셨던 불만이 있으셨다면 풀어 버리자고요.”
레기온의 말이 의외였던 모양이다.
그는 레기온이 모든 권력을 내놓고 꺼져라, 라고 말을 한다면 그대로도 할 생각이었으니까.
“나는 너에게 앙금이란 것이 없어. 서운한 것은 있어도.”
“그래요?”
“진심이다. 난 형님의 핏줄인 너를 미워한 적이 한 번도 없으니까.”
“암살자를 보냈잖아요.”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해. 패링의 과잉충성이었어. 나는 정말 몰랐어.”
“제가 그때 죽었다면 영주는 작은아버지의 것이 되었겠죠.”
“네가 죽었다면 많이 슬펐을 거야. 영주가 누가 되었든지.”
“좋아요. 그렇게 믿죠. 단도입적으로 말을 하겠습니다. 부디 저를 도와줘요. 작은아버지.”
레기온도 시니컬하게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의 앙금을 풀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사소한 오해에 칼부림이 나는 것이 요즘 세상.
그들은 꽤 오랫동안 적대관계에 있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그들은 똑같이 서로의 묵은 때를 그 자리에서 툭툭 털어 버렸다.
“내가 무엇을 도울까요. 영주님.”
작은아버지는 레기온을 보면서 빙그레 웃었다.
이제 자신이 영지에 없어도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작은아버지와의 일이 레기온의 기분을 좋게 한 것이다.
언제나 영지를 떠날 때면 똥을 싸고 닦지 않은 찜찜한 느낌이 있었는데 그것이 사라졌다.
기분이 절로 상쾌해지는 레기온이었다.
그때였다.
약 서른 명 정도의 사내들이 무장을 한 채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평범한 산적들의 무장이 아니었다. 정규군 수준의 무장을 갖췄다.
“으잉?”
어디서 많이 봤던 얼굴들이었다.
작은아버지의 사병들.
저들이 왜 내 앞을 가로막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