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60)
마법은 괜히 배워서-60화(60/502)
# 60
만나면 좋은 친구 1
페르시몬 백작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는 전선에 나서면 폭군이라 불린다. 그만큼 그의 검에 인정이라는 것이 없었다. 단칼에 적과 말을 두 동강을 내 버리는 강력한 일격! 그것이 바로 그의 강함이었다.
하지만 평상시에 그는, 매우 고요하고 차갑다.
이것이야말로 폭풍전야임을 가신들은 잘 알기에, 페르시몬 백작이 이런 모습일 때 다들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러니까…….”
페르시몬 백작은 한참이나 탁자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다가 입을 뗐다.
“소울과 다른 녀석들이 또 전부 사라졌다는 말인가?”
하인츠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또 페르시몬 백작은 한참이나 눈을 감고 있다가 다들 안절부절못하게 될 때쯤에야 입을 열어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죄송합니다. 아직 확인을 하지 못했습니다. 바로…… 수색대를 보내 그들의 행보를 찾도록 하겠습니다.”
페르시몬 백작은 패링에게 고개를 돌렸다.
“내게 말을 하지 않은 것이 있나?”
“아닙니다. 제가 어찌 감히. 저는 모든 것을 각하에게 말씀드렸습니다.”
패링은 이마를 바닥에 바짝 붙인 채 부들부들 떨면서 대답했다.
“그럼 지금 일어나는 이 현상들은 대체 뭐지?”
페르시몬 백작의 기운이 패링을 압박해 들어갔다.
패링도 3서클 마스터지만 전신의 기운을 풀어놓고 있는 상태였다. 기운을 끌어 올려 페르시몬 백작의 맞서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 보니 페르시몬 백작의 찍어 누르는 기운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숨을 쉬기도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래…… 그놈 특이한 점이 있다고 했었지.”
페르시몬 백작이 기운을 풀었다.
“하아하아.”
패링은 얕게 숨을 내쉬었다. 숨 쉬기가 한결 편해졌다.
“오거를 애완동물로 키운다고 했던가.”
“그, 그렇습니다.”
“참으로 발칙한 상상이로다. 어찌하면 그 포악한 몬스터를 애완동물로 키울 수가 있을까. 방법을 아느냐?”
“그, 그것까지는.”
“만약…… 오거나 트롤을 길들일 수 있다면, 그건 정말 놀라운 일이긴 해.”
페르시몬 백작의 말에 하인츠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백작님, 하지만 그건 매우 위험한…… 물론 그게 가능하다면…… 각하께서는 왕국 최고의 군대를 가지시게 될 겁니다.”
“그렇지?”
“그렇사옵니다.”
하인츠의 말에 페르시몬 백작은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화가 꽤 누그러졌다.
하급 귀족들은 몬스터를 키울 수가 없다.
당연하다. 상급 귀족들이 그들을 가만히 놔둘 리가 없으니까. 누군가는 한 번쯤 생각해 봤을 법한 문제지만 성공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라면 가능하다.
왕국에서 자신보다 위에 있는 사람을 통틀어도 마흔 명이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상급 귀족과는 안면이 있는 상태였다.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 충분한 구실을 만들 수도 있었다.
그러니 자신은 몬스터를 길들여도 무방하다, 라는 것은 페르시몬 백작의 생각이었다.
“이번에는 정예로 추려라.”
“기사단을 출격시킵니까?”
“그래,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확실히 확인해라.”
“미스릴 광산의 위치와 오거의 길들이는 법을 알아 오면 되겠습니까.”
“그래, 이번에는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만반을 기해 조금의 실수도 없도록 준비하겠습니다.”
하인츠는 페르시몬 백작을 향해서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 * *
레기온은 자신의 방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눈앞에는 그동안 모은 보석들이 일렬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미스릴과 강철을 제외시켰다. 해체시켜 봤자 살만 더 찌고 지능만 떨어지니까.
지금은 내성을 높일 보석들만 챙겼다.
화염 내구성을 높일 수 있는 루비.
이걸 자주 해체시키면 불에 타 죽는 염려는 없을 것이다.
뼈를 단단하게 해 주는 다이아몬드. 이건 해체시킬까 말까 고민 중이었다. 칼슘을 먹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으니까. 마크의 말로는 생선 많이 먹으면 다이아몬드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그럼 얘는 패스.
새끼손톱보다 작은 이 작은 다이아몬드가 500골드가 넘는다. 500골드면 내가 죽을 때까지 생선을 먹을 수 있는 돈이다. 뼈를 조금 단단하게 하겠다고 이 귀한 다이아몬드를 해체시킬 수는 없지.
레기온은 녹색이 감도는 보석을 보았다.
얘는 에메랄드. 해독 능력이 있는 보석이다. 얘도 개당 300골드가 넘는다. 같은 효과를 발휘하는 10골드짜리 신전의 포션이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지가 맞지 않는다.
왜 포션 30개 값에 해당하는 에메랄드를 해체시켜야 할까. 그거야말로 미친 짓이다.
만약 다른 스킬처럼 차곡차곡 경험치가 쌓여서 MAX가 된다면, 그렇게 해서 만독불침이 된다면 얼마든지 루비이건 에메랄드이건 해체시킬 용의가 있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냥 먹고 소화만 되는 보석이 분명히 존재했다.
수백 골드가 뱃속에서 소화가 된다고 생각하면…… 정말 앞이 깜깜해진다.
“하아, 어쩌지. 마몬을 부를까.”
생각이 리치 마몬에게까지 닿았다.
하지만 그 새끼를 생각하니 입맛이 뚝 떨어지는 레기온이었다.
머리를 기르고 나서 리치 마몬은 기분이 무척 좋은 모양이었다. 소환된 뒤면 노래를 부른다.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 주던 그 리치. 오늘따라 왜 이렇게 그 리치가 보고 싶을까.”
소환수고 나발이고.
죽여 버릴 뻔했다.
이후로 어지간해서는 그 자식을 소환하고 싶지 않았다.
“아, 그래도 궁금해. 보석들의 기능이 무엇인지 궁금한데.”
특히 아브리늄의 효능이 궁금하다.
오리하르콘의 하위버전이라고 불리는 금속이지만 이것도 대단하다. 실제로 오리하르콘을 평생 보지 못한 대장장이들도 수두룩하지 않은가. 신의 금속이라고 불리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일단 더럽게 안 보인다.
그 희소성 때문에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나마 아브리늄은 그보다는 생산량이 많긴 한데…….
“아, 먹을까. 말까.”
레기온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관두기로 했다. 비싼 보석들은 일단 내버려 두고 감당이 되는 것들만 처리하자.
그는 보석들을 하나씩 해체시키기 시작했다.
-상급 아쿠아가 해체되었습니다. 냉기에 대한 내성이 +1 상승하였습니다. 종합전투력이 865가 되었습니다.
오호! 이건 괜찮네. 오케이, 아쿠나는 언제라도 해체시키면 된다.
-중급 로즈를 해체하였습니다. 방광염에 좋습니다. 마스터는 하루에 세 번씩 소변을 보십니다. 방광의 상태는 건강합니다. 2년에 한 번씩 로즈를 해체하여 방광에 대해서 점검하세요.
이건 또 뭐야. 알았어. 일단 킵!
-하급 블루 사피이어를 해체하였습니다. 어둠에 대한 내성이 +1 상승하였습니다. 종합전투력이 866이 되었습니다.
오오옷!
좋아. 좋아!
레기온은 신이 났다. 종합전투력이 빠르게 늘고 있었다.
그는 한 시간 동안 자그마치 5,000골드가 넘는 보석들을 해체시켰다. 그러자 이제 그의 앞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몇 가지 보석과 아브리늄밖에 남지 않았다.
그렇다고 종합전투력이 월등하게 높아진 것은 아니었다.
현재 전투력 917.
해체시킨 금액은 5,300골드.
그 정도의 전투력이라면 3주간 살을 열심히 찌우면 충분히 올릴 수 있었는데.
돈을 생각하니 미치도록 아까운 레기온이었다.
* * *
마을의 주점.
베이컨과 로또는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들은 레기온의 특명을 받고 새롭게 장가(?)를 가게 될 새신랑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울과 기사, 용병들이 아마존 오크 여전사의 마을로 떠난 지 20일이 지났다. 지금쯤이면 다른 새신랑들이 도착해서 이곳 분위기를 살피고 있어야 하는데…….
역시 주인님의 계산은 정확했다.
“오늘쯤이면 그들이 올 거야. 이제껏 영지에 왔던 자들 중에서 가장 실력이 좋을 거야. 그러니까 경거망동하지 말고 그들을 깍듯이 모셔. 계획은 저번과 같다.”
거창한 계획은 아니었다.
그들은 하인으로서 고객 접대에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우선 식사.
왕실에서도 접하기 힘든 히드라 고기를 대접한다. 이것이야말로 영약 중에 영약. 장가를 가기 전에 몸을 최상의 상태로 바꿔 줄 것이다.
솔직히 우리도 못 먹어 본 귀한 음식이었다.
오로지 새신랑을 가는 분들을 위한 맞춤형 음식이다.
두 번째로 편안한 잠자리. 앞으로 혼인관계를 유지할 오크 여전사들과 첫날밤이 이뤄지는 방이었다.
단 한 명도 소홀히 대접하지 말라는 엄명이다.
준비는 완벽했다.
메이드들도 저택을 깨끗하게 청소를 해 두었다.
“하아, 꼭 우리 집이 여관이 된 것 같아.”
메이드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려고 하는 영주님을 위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다들 마음을 잡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오늘 새신랑이 될 사람들의 숫자는 지금까지 왔던 숫자보다 적었다.
스무 명밖에 되지 않는다.
“주인님이 실망하시겠는데?”
로또가 말했다.
“그래도 안 온 것보단 낫잖아.”
베이컨은 긍정적이었다. 문제는 그들이 지금까지완 달리 상당히 강해 보인다는 거였다.
어지간해서 긴장을 하지 않는 베이컨과 로또가 숨을 멈추고 고개를 숙일 정도였다. 그들에게서 뿜어지는 기세는 전속 하인들 개개인과 비슷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분위기를 보다가 수장으로 보이는 자에게 인사를 한 다음 주인님에게 안내를 할 생각이었다.
그랬는데-
잠시 뒤 들어선 한 남자 때문에 모든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이 남자, 엄청나다.
일단 키가 거의 거의 2미터는 될 법한 거구였다.
아직 쌀쌀한 날씨에 반팔을 입고 다니는 변태, 팔뚝의 근육이 세피아 님에 버금갈 수준이다. 팔뚝의 근육에서 심줄이 터질 것처럼 부풀었다.
그의 엄청난 근육을 본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기사들도 한 몸매 한다.
전원이 근육질로 탄탄하다.
하지만 저 남자에 비해서는 이름도 꺼내 놓지 못할 정도였다.
유명한 조각가가 현실적이지 않은 신의 근육을 일부러 저렇게 조각을 해 놓은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가 등에 차고 있는 거대한 배틀 엑스.
창의 종류인 핼버드와 길이는 비슷했지만 날은 훨씬 컸다. 무게만 봐도 엄청날 것 같다.
2미터가 넘는 거구, 일반인들은 들기도 어려울 것 같은 무게를 지닌 배틀 엑스를 들고 다니는 무사.
기사들의 머릿속에 비슷한 외모를 가진 한 사내의 이름이 떠올랐다.
-크레이지 드레이져.
왕국 7대 엑스 마스터 중에 한 명.
상상을 초월하는 무력을 갖춘,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고 고독한 늑대처럼 홀로 세상을 누비는 광전사!
‘고독한 늑대처럼’이라는 단어를 쓰기는 했지만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왜 그를 표현하는 이름 앞에 ‘크레이지’란 단어를 써 붙이겠는가.
한 마디로 미친 개새끼다.
어떤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지 부모도 못 알아보는 쌍눔의 새끼라고 말을 하기도 한다.
술 먹으면 행패.
눈 마주쳤다고 행패.
기분 안 좋다고 행패.
술값을 안 냈으면서 냈다고 행패.
왕국에서 악명이란 악명을 모조리 쓸고 다니는 놈이다.
만약 그가 왕국 7대 엑스 마스터가 아니었다면 결코 지금까지 살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개차반인 크레이지 드레이져가 그토록 강한 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보통 성격이 나쁘면 머리가 나쁘지 않나?
머리가 나쁜 아이들은 노력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새끼는 적어도 무공에 대해선 똑똑하고, 무공에 대해선 겁네 부지런하다.
그래서 그는 세상의 수많은 백수건달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
본인은 결코 원하지 않았겠지만.
당연히 기사들은 그런 드레이져를 무척이나 싫어한다.
고결한 자신들을 먹칠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고결은 개뿔이라면서 고결하답시고 깝치면 두들겨 패니, 그 또한 드레이져답다고 건달들이 환장한다.
어쨌건 지금까지 수많은 기사들이 그런 드레이져가 아니꼬워 결투를 신청하곤 했다.
아직까지 드레이져가 살아 있는 것을 보아 결투에서 이긴 기사들은 나오지 않은 모양이지만.
기사들 중에서 한 명이 일어났다.
눈매가 승냥이를 닮은 기사였다.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드레이져를 향해서 저벅저벅 걸어갔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기사는 드레이져에게 다짜고짜 반말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