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65)
마법은 괜히 배워서-65화(65/502)
# 65
백작의 초대 2
드레이져는 엄청난 속도로 강해졌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수련을 했다.
여자를 보기에 돌같이 했다.
눈앞에서 최고의 아름다움을 가진 왕족이 가슴을 풀어헤치고 그를 유혹한다고 하더라도 넘어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어렸을 적에 헤어졌던 부모님도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오직 대륙 최강자라는 호칭을 얻기 위해서!
그런데!
그러했는데!
도대체 저 여인은 누구인가.
천족들에게 미모의 시샘을 받고 인간계로 떨어진 천사 같았다.
드레이져는 돌처럼 굳어져서 조나스를 바라봤다.
조나스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사실 그녀는 레기온에게 어느 정도 마음이 있었다.
외모는 다른 인간들과 비교할 바가 못 된다. 멀리서 보면 공이 굴러다니는지 인간이 움직이는지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니까.
하지만 무시무시한 일처리 능력과 영주로서의 책임감은 그를 남자로 돋보이게 했다. 그라면 짝이 되어도 상관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레기온의 사촌동생이 엄마와 결혼했다.
레기온이 자신과 짝이 될 수는 없었다. 족보가 엄청나게 꼬인다. 종족수가 모자란 오크들로서는 별로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인간의 입장에서는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막장이었다.
해서 조용히 마음을 접었다.
그런데!
저 근육질의 남자는 누구란 말인가.
똥을 실은 마차가 떠나면 황금 실은 마차가 온다더니. 그 말은 진실이었다.
거구의 사내가 뿜어 대는 엄청난 투기는 조나스의 전신을 흐늘흐늘하게 녹여 버렸다.
레기온은 드레이져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그제야 드레이져는 자신의 가슴팍에도 오지 않는 뚱뚱한 영주를 바라봤다.
“얘는 조나스라고 해. 내 사촌동생 와이프의 딸이야.”
“아, 네.”
“엄청나게 예쁘지?”
“아, 뭐. 그야.”
드레이져는 말문이 막혔다.
엄청나게 예쁘다. 사랑스럽다. 귀엽다. 안고 싶다. 온갖 미사여구가 그녀의 앞과 뒤에 일렬로 나열했다.
이런 마음 처음이었다.
진심으로 ‘어떤 것’을 원한다는 마음.
“쟤와 교제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엄청나게 많아. 결혼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엄청나게 많아. 쟤와 말이라도 한 마디 섞어 보려는 사람을 줄 세우면 연무장 열두 바퀴야.”
“그, 그렇습니까.”
“네가 그렇게 줄을 서서는 조나스에게 말 한 마디 붙이기 어렵겠지. 남녀관계는 주먹으로 되는 것이 아니니까.”
“그, 그렇지요.”
드레이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여자의 마음을 모른다. 그냥 쑥맥이다.
하지만 이렇게 마음을 뒤흔드는 여자를 만나고 나니 굳건했던 그의 다짐은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인생 최대의 강적을 만난 것처럼 심장이 두근두근 뛴다. 너무 폭발적으로 뛰어서 이러다가 심장이 터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소개시켜 줄까?”
“네?”
천청벽력과 같은 소리가 들렸다.
그는 한순간에 봄눈 녹듯 사라지는 증오심을 느꼈다. 그런 그의 어깨를 레기온이 툭 치며 말했다.
“까짓것 뭐, 소개시켜 줄게. 잘 되면 한턱 쏴.”
고개를 돌린 레기온의 얼굴에 사악한 미소가 드러났다. 입 주위가 소리 없이 웃고 있었다.
조나스와 잘 되면 친족으로 엮이게 된다.
이젠 39년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부려 먹을 수도 있다.
* * *
모든 일은 일사천리.
봄이 오고 있었다. 지겹도록 몰아치던 한파가 사라지고 날씨가 한결 포근해지고 있었다. 영지민들의 옷도 많이 얇아지고 점점 외부 활동도 늘기 시작했다.
성곽을 쌓는 일도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실컷이 외지에서 서른 명이 넘는 일꾼들을 데리고 왔다.
전원에게 한 달에 7골드를 지급한다. 다른 영지보다 2골드 정도 많았다. 7골드를 받기 위해서 위험한 영지로 소문난 이곳에서 일을 하겠다는 일꾼들은 차고 넘쳤다.
덕분에 전속 하인들은 한시름을 놓았다.
그들은 새벽 훈련을 마치고 오전만 작업에 투입된다. 오후에는 실컷을 도와서 저택 일을 한다.
저택 일이 없으면 다시 수련을 한다.
현재 그들의 실력은 2성의 기사급이다. 더해서 마법은 대부분 3서클에 도달했다.
전속 하인들이 전원 마검사라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게 된 영지였다.
마법과 검, 건틀렛을 동시에 사용하는 그들은 동급에서는 적수를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영지의 풍요로움이 마음에 들어서인지 레기온의 살을 더 이상 빠지지 않았다.
훈련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있음에도 125킬로그램 정체 상태였다.
-너님은 지금 정신상태가 해이해졌음. 단호한 조치가 필요함.
사실 그런 면도 없지 않았다.
긴장감이 많이 풀렸다는 말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뒤셀르프 산맥 초입에는 더 이상 그와 상대할 몬스터가 남아 있지 않았다.
오거나 트롤은 더 이상 레기온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물론 그들보다 더 강한 몬스터들도 상당수 뒤셀르프 산맥 안쪽에 존재한다. 더블 헤드 오거도 그렇고, 사이클롭스도 그렇다.
문제는 그렇게 하면 훈련이야 되겠지만, 그렇다고 영지를 몇 달씩이나 비워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작은아버지가 영지의 운영이야 잘 하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신뢰가 안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해서 레기온이 종합전투력을 늘릴 수 있는 수련 방법은 매우 적었다.
그것을 알기에 마크도 더 이상 오토 모드로 전환하여 야밤에 몬스터를 찾아서 싸돌아다니지 않는다. 차라리 그 시간에 육체를 푹 쉬게 하는 것도 수련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다른 영지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일상이다.
아침, 저녁이 되면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식사를 준비한다. 조금 북적거리던 마을 광장이 한산해진다. 저녁이 지나면 술을 마시려는 남자들이 아내들의 잔소리를 피해 잔소리를 들으면서//(삭제) 집을 탈출한다.
참으로 한가로운 나날이다.
그런 마을에 또 고객님이 등장하셨다.
그는 차가운 눈으로 영지를 훑어보고는 레기온이 저택을 향해서 곧장 말을 몰았다.
“주인님, 주인님.”
베이컨이 연무장으로 달려왔다. 아니꼽고 치사하다. 기사라는 것들은 왜 하나같이 저렇게 거만하단 말인가?
예상치 못한 손님이 방문했다.
기사 게르만이라고 했던가.
페르시몬 백작에게서 온 전령이었다. 새끼가 말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 베이컨에게 말했다.
“영주를 불러오너라.”
영주를 불러오너라-
주인님을 저렇게 부르다니 간만에 열 받게 하는 놈을 봤다. 마당을 빗자루로 쓸고 있던 베이컨은 말 위에서 거만한 자세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기사를 보았다.
“넌 뭐야?”
나서는 로또를 그는 다급하게 저지했다.
싸가지가 없지만 고객님께는 항상 최선을 다하라고, 주인님께서 얼마나 강조했던가.
“무슨 일이신지.”
베이컨은 정중하게 물었다.
“나는 페르시몬 각하의 전령이다. 영주를 데려오라.”
페르시몬 백작이라는 말에 베이컨은 머리가 번뜩거렸다.
패링이라는 개자식이 어디로 숨어들었는지 그도 알고 있었다. 역시 그쪽에서 온 놈들이었다. 그 자식 덕분에 고객님을 많이 맞긴 했는데…… 주인님의 말에 따르면 언제까지 계속 그러긴 어려울 거란 말을 했었다.
페르시몬 백작은 북쪽 지역의 패자다.
백작령에 속한 자작, 남작과 같은 하급귀족들의 숫자는 50명이 넘는다. 지배하는 땅의 규모나 군사적인 도시의 숫자, 병력의 차이, 기사들의 숫자 등등 모든 면에서 비교조차가 되지 못한다.
쉽게 말해서 페르시몬 백작이 이곳을 밟아 버리기로 작정을 한다면 반나절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걸 저 기사 나부랭이도 잘 알고 있었다.
막강한 주인을 등에 업었으니 저 나부랭이가 거만하게 턱을 치켜 올리고 자신을 내려다보는 것이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누구라고 전해 드릴까요?”
베이컨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심정을 억지로 누르면서 물었다. 하인답게 밝고 건강한 웃음을 지었다.
고객님께 최선을…….
“나는 기사 게르만이라고 한다. 나는 매우 바쁘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 10분을 기다리지.”
“알겠습니다. 속히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베이컨은 레기온을 찾아서 저택 내부를 뒤지기 시작했다. 레기온은 저택 뒤편의 연무장에 있었다.
“주인님…….”
베이컨은 레기온을 부르다 말고 멈췄다. 그는 생각지도 못하게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주인님은 서 있었고, 세피아는 무릎을 꿇은 채였다.
둘의 분위기는 살벌했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의 심장이 떨릴 정도로.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향해서 주먹을 날리기 시작했다.
사람의 머리보다 큰 세피아의 주먹이 주인님의 전신을 형해 날아들었다.
기겁했다.
저렇게 맞으면 죽는다.
전속 하인들을 상대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무자비함이었다.
놀랍게도 주인님은 세피아의 주먹을 버티고 막았다. 뿐만 아니라 세피아의 면상에 똑같은 주먹을 날렸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할 수 있는 주먹처럼 보였다.
하지만 세피아는 피하지 않았다. 주인님의 주먹을 그대로 맞았다.
펑!
소리가 났다.
거대한 고무 튜브가 갈기갈기 찢어지는 소리였다. 귀청이 떨어질 것 같았다. 세피아의 거대한 전신이 휘청거렸다.
-크카카카카(우아아앗! 형아, 대단한데. 나, 오줌 쌀 것 같아. 짜릿짜릿해서).
세피아는 광포한 오거 피어를 내뱉으면서 크게 웃었다.
“우리 세피아. 오늘부터 밤마다 오줌 싸게 해 줄게. 목숨 걸고 와라.”
-크카가 , 크카칵(나 흥분했어. 형아. 이제 책임 못 져).
작은 인간과 오거의 난타전.
말도 안 되는 싸움이었다. 싸움이라는 것이 성립되지 않는다.
그 말도 안 되는 싸움을 베이컨은 넋을 잃고 쳐다봤다.
세피아가 압도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은 순식간에 깨졌다. 세피아는 물론 엄청나게 강했지만, 주인님의 방어 능력도 매우 뛰어났다.
가장 위험한 것은 주인님의 머리였다.
세피아의 주먹이 주인님의 머리를 때릴 때마다 찢어지고 피가 튀었다. 손등의 뼈가 다 드러날 정도였다. 그럼에도 세피아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주인님도 피해가 적은 것은 아니었다.
방어력을 웃도는 충격을 의지로 버텨 냈다. 얼굴이 깨지고 상의는 몽땅 찢어졌다. 저 투실투실한 몸뚱아리가 멍으로 가득 찼다.
그래도 결투의 끝은 있었다.
승자는 한 명이었다.
-크르르륵(형아……. 나중에 또 하자).
세피아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고목나무가 번개에 맞듯이 옆으로 쓰러졌다.
쓰러진 세피아를 보면서 레기온도 털썩 주저앉았다.
“그래, 또 하자.”
베이컨은 못 믿을 광경을 목격했던 것이다. 그토록 무서웠던 세피아가 주인님과 주먹 대결로 패했다.
‘엥? 우리 주인님 마법사 아니었나?’
오리지널 마법사.
도저히 베이컨의 상식으로는 지금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