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66)
마법은 괜히 배워서-66화(66/502)
# 66
백작령으로 1
-지능 105. 몸무게 140킬로그램. 종합전투력 1,276. 종합전투력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음. 하지만 계속 살이 찌는 것은 문제. 민첩성이 너무 떨어짐. 살을 빼는 길만이 살길임.
알아. 안다고. 그래도 지능이 2나 올랐잖아. 요즘 들어서 머리가 정말 상쾌한 것 같아.
-건강이 최고임. 아무리 머리 좋아도 건강 잃으면 소용 없음요. 비만은 만병의 근원. 그 내장비만부터 어떻게 해야 됨.
알았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잖아.
-말만 하지 말고 쫌. 더욱더 정진해야 됨. 해서 스태프를 하나 더 마련하는 것을 추천드림.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지금 중철 스태프의 무게가 얼마임?
30킬로그램.
-두 개면?
나를 바보로 아나. 60킬로그램이잖아.
-그렇삼. 양쪽으로 들고 다니셈.
흐익, 너무 무겁지 않을까?
-다 너님을 위해서임. 내년 이맘때쯤이면 너님은 나에게 무척 고마워할 거임. 팔뚝 근육이 베이컨이나 드레이져처럼 불끈불끈.
하아, 알았다. 알았어.
-더군다나 겉으로도 멋짐.
뭐가?
-더블 스태프를 들고서 듀얼 캐스팅을 한다고 생각해 보삼. 여자들이 그것을 보고는 어떨지.
오호, 그건 좀 멋지겠다.
-그렇삼. 더블 스태프. 마법사들의 로망. 여자들의 히어로.
좋아. 실컷에게 말해서 스태프 하나 더 구해야겠네.
-그렇게 하삼.
레기온과 마크가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을 모르는 베이컨은 ‘주인님’을 몇 번이나 불렀다. 조금 전에 대련에 대해서 ‘복기’를 하는 모양이라고 베이컨은 생각했다.
웬만하면 주인님의 사색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찾아온 불청객의 신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해서 몇 번이나 조심스럽게 불렀다.
“응?”
그제야 레기온이 베이컨의 존재를 확인했다.
“왜? 무슨 할 말 있어?”
레기온이 물었다.
“손님이 오셨습니다.”
“손님?”
“네.”
레기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로 손님이란 영지 외부에서 오는 사람을 뜻한다. 자신에게 손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영지에서 없었다.
그의 인맥은 한 영지의 영주라고 할 수 없을 만큼 극단적으로 좁았다. 당연히 영지 밖에서 누군가 그를 찾아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누구?”
“페르시몬 백작가에서 전령이 왔습니다.”
“아하, 페르시몬…….”
그제야 레기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그쪽에서 뭔가 일을 벌이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던 터였다. 100명에 가까운 인원이 실종됐으니 ‘에이, 몰라, 그럴 수도 있지. 그냥 냅 둬. 살아 있으면 돌아오겠지.’라고 말을 하고 있진 않을 터였다.
분명히 오긴 올 텐데, 그게 언제냐, 그게 문제였었다.
오늘이었구나.
“몇 명이야?”
“한 명입니다.”
한 명? 그건 조금 예상외인데.
“알았어. 가 보자고. 그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레기온은 끙 소리를 내면서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아이쿠, 전투력만 높아지면 뭘 하나.
무릎이 시큰거리는데.
* * *
레기온은 성심성의껏 게르만을 대접했다.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하기는 뭐하지만 내 장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얕잡아 본다는 것이다.
왜 이게 장점이냐?
내 전투력이 예전처럼 7이라든지, 직업이 없는 백수라든지, 부모님에게 빚만 물려받았는데 능력까지 없어서 인생의 절반을 빚만 갚다가 보낸다든지, 장가를 가고 싶은데 돈도 없고 성격까지 난폭하다든지, 한다면 단점이 될 수 있지만.
나는 아니다.
일단 잘생겼다. 물론 지금은 좀…… 괜찮게 생긴 수준이다. 작년까지는 꽃소년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아직 성장기라 키도 클 것이다.
살은 빼면 된다.
지능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소환수도 두 마리나 된다. 자신의 말이라면 목숨도 내팽개치는 전속 하인들이 스물다섯 명이다. 아, 한 명 더 늘어서 스물여섯 명이다.
돈은 엄청나게 많다.
혼자라면 이거 다 쓰고 죽지도 못한다.
보석도 많다. 취미가 보석을 먹는 것이다. 다른 귀족들은 상상도 하기 어려울 취미다.
이런 내가 아쉬울 것이 무엇이겠는가.
나를 욕하면 그런가 보다. 내 살을 욕하면 그런가 보다. 얼굴에 대고 욕을 해도 그런가 보다.
그런 마인드를 가졌다.
저 자식이 노골적으로 경멸하는 눈빛을 보낸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면 그만이다.
새끼, 그래도 조금 기분은 나쁘네. 난 영주고 넌 일개 기사라고.
“먼 곳을 오셨습니다. 그런데 여긴 무슨 일로.”
레기온은 존대를 해 주었다.
“각하의 명을 받들어 그대에게 이것을 건네기 위해서 왔소.”
게르만은 품 안에서 초대장을 하나 꺼내 레기온에게 주었다.
앞으로 공손이 두 손을 모으고 있던 베이컨이 울컥해서 앞으로 나서려고 했다. 일개 기사 따위가 우리 주인님에게 반말, 존댓말을 섞어서 사용한다. 이것도 열이 받는데 저 개자식이 한 손으로 초대장을 건네는 것이 아닌가.
충성도가 MAX에 달해 있는 베이컨의 눈이 뒤집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레기온은 손을 들었다.
베이컨은 어금니를 물면서 뒤로 물러났다.
게르만은 자신의 목 언저리에 죽음의 마법이 왔다 갔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레기온은 초대장을 받아서 읽었다. 초대장의 내용은 단순했다.
올해는 백작 가문에서 ‘성인식’을 개최한다는 얘기였다.
하여 19세가 된 모든 남녀를 백작가로 초대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제껏 백작 가문에서 ‘성인식’을 개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적어도 레기온이 알기에는 그랬다.
뭔가 냄새가 난다.
“원래 성인식을 각하께서 주최하셨습니까?”
“본래는…… 아니오.”
“그럼 이번이 처음으로 열리는 성인식입니까?”
“그것도 아니오.”
“죄송하지만 설명을 부탁합니다.”
게르만은 귀찮다는 표정을 노골적으로 지었다. 그냥 오라면 올 것이지, 무슨 설명이냐, 라는 표정이었다.
“지금껏 각하는 측근들의 자제들만 모아서 ‘성인식’을 열었소.”
그러니까 꼬붕들만 챙겨 줬다는 소리네.
“하지만 올해는 각하께서 모든 귀족의 자제들을 모아서 성인식을 치를 예정이오. 참으로 자비롭지 않으시오?”
게르만은 레기온에게 대답을 요구했다.
“그렇군요. 매우 자비롭습니다. 이 한 몸을 바쳐서 그분께 충성을 맹세하고 싶습니다. 아아, 이런 날이 올 줄이야.”
말은 돈이 들지 않는다.
말로만 한다면 똥구멍을 핥아 주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하는 일도 아닌데 어떠랴. 단, 계약서를 들고 오면 내용은 달라지겠지만.
돈이 들지 않는 말은 얼마든지 해 줄 수 있다.
“그렇소. 자비로우신 각하께서 이런 변방의 영지까지 신경을 써 주신 것이오. 그러니 충성을 다해서 섬겨야 할 것이오.”
“알겠습니다. 명을 바쳐 각하께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게르만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할 말은 모두 끝났는데 그는 일어나지 않는다.
뭔가 바라는 눈치였다.
하아, 이 개쉐끼.
레기온은 품에서 100골드(천만 원)가 들어간 가죽 주머니를 꺼냈다.
혹시나 해서 준비한 것이다. 역시나 놈은 이것을 바라고 있었다. 겨우 심부름 한 번에 100골드라. 꽤 짭짤하네. 이곳만 아니고 다른 영지에서도 받을 테니까!
백작령 한 번 돌고 나면 부자 되겠다.
게르만은 가죽 주머니를 당연하다는 듯이 받았다.
“조금 넣었습니다. 가시는 길에 여비라도 하시라고.”
게르만은 가죽 주머니를 열어서 액수를 확인했다. 만족한 모양이다. 양쪽 입술이 귀에 걸렸다.
자그마치 100골드.
기사들의 평균 임금보다 훨씬 높았다. 일부러 그렇게 넣었다. 돌아가서 이곳에 대해 나쁘게 말을 하면 안 되니까.
“그럼 가 보겠소이다. 나오지 마시오. 갈 길이 바쁜 몸이라.”
“어이쿠, 아닙니다. 어찌 경을 마중도 없이 그냥 보내겠습니다.”
레기온은 호들갑을 떨면서 다른 하인들과 메이드를 불러 모았다. 그들은 일렬로 쭉 써서 게르만이 말을 타고 저택 밖으로 나가는 모습까지 모두 지켜봤다.
“밥맛 떨어지는 인간입니다.”
“동감.”
“그냥 보내실 겁니까?”
“아니.”
베이컨의 눈이 반짝였다. 혹시 재미난 이벤트가 있으면 저도 껴 주세요.
“너는 얼굴이 노출됐잖아. 그냥 지켜보기만 해. 다른 놈이 할 거야.”
레기온은 씨익 웃었다.
주인님의 웃는 모습을 보면서 게르만이란 기사의 명복을 빌어 줬다.
게르만은 반나절도 되지 않아서 날벼락을 맞았다.
품에 넣은 거금을 만지작거리다가 정면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오거를 늦게 발견했다.
갑옷을 벗은 세피아였다.
타고 있던 말이 놀라서 안절부절하지 않았다면 그보다 더 늦게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잘못 본 줄 알았다.
이런 노상에 오거가 돌아다니는 것이 말이 되지 않으니까.
그는 한 번도 길거리에서 오거가 돌아다닌다는 말은 들어 보지 못했다. 그렇기에 처음엔 오거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몬스터구나. 제법 덩치가 큰 오크 변종인가.”
게르만의 평온했던 의식은 오거가 휘두른 메이스 한 방에 산산이 깨지고 말았다.
타고 있던 말이 완전히 박살 났다.
뭔가에 맞아서 이렇게 분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말에서 떨어진 그는 오거와 싸울 생각도 하지 못했다.
겨우 1성급의 기사인 자신이, 오러는커녕 블레이드도 사용하지 못하는 자신이 저런 괴물과 싸울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그래서 도망쳤다.
도망치다가 오거에게 잡혀서 죽지 않을 때까지 맞았다.
특히 놈의 입속에 들어갔다가 나온 경험은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놈의 날카로운 이빨과 혀와 그의 전신을 핥고 물고 빨았다.
그는 의식을 잃었다.
의식이 깨어날 때마다 그는 오거의 입속에 있었다. 대략 다섯 번쯤 그의 입속에서 깨어났던 것 같았다.
신께서 그에게 동아줄을 내려 주셨다. 알렉산더 가문의 기사들이 우르르 몰려든 것이다.
그들은 오거에게 외쳤다.
“당장 그분을 내려놓지 않으면 네 다리를 찢어서 죽이겠다.”
놀랍게도 오거는 게르만을 조용히 바닥에 내려놓았다.
“꺼져라. 3초 내에 꺼지지 않으면 내 불타는 분노가 너를 용서치 않으리.”
오거는 3초 안에 꺼졌다.
기사들은 반쯤 넋을 잃은, 미쳐 버리기 일보직전에 있는 게르만의 입에 싸구려 포션을 넣어 주었다.
“이것을 드십시오.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는 신전의 최고급 포션입니다. 시가로는 100골드도 넘습니다.”
사실은 1골드도 되지 않지만.
게르만의 입에 포션을 넣어 준 자는 로또였다.
게르만은 로또의 손을 잡고 울었다. 진심으로 그에게 고마워했다.
“경 덕분에 살았습니다. 이 은혜 잊지 않겠소이다.”
“별말씀을. 이곳은 오거의 침입이 빈번하지요. 영주님께서 혹시 모르니 경의 뒤를 쫓아가 보라고 하셨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오거가 나타났더군요.”
“아아, 선견지명이라. 영주님께도 너무도 고맙다고 전해 주시오.”
“알겠습니다. 꼭 그렇게 전해 드리겠습니다. 아, 백작각하께도 말씀을 잘 해 주셨으면 합니다.”
“암요. 제가 없는 얘기를 하겠습니까? 경들의 의협심, 영주님의 이타심. 모두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이제껏 각하를 빼고는 이렇게 용감한 기사분들을 본 적이 없습니다.”
꽤나 감동을 먹은 모양이다.
게르만은 몇 번이나 계속해서 고맙다고 말했다.
하긴 그의 입장에서는 죽다가 살아났으니.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게르만은 이것도 인연이라면서 의형제를 맺자고 제안했다. 로또는 어이가 없었다.
이 새끼가 무슨 개소리야. 무슨 의형제?
“어찌 우리와 같은 하급 무졸들이 이름 높은 게르만 경과 같은 자리에 설 수 있겠습니까. 말씀만으로도 고맙습니다.”
로또는 최대한 정중하게 거절했다.
“어허, 그게 무슨 말입니다. 의협심에 무예의 높낮이가 무슨 소용이 있단 말입니까. 마음입니다. 마음이요. 그것이 참된 기사도가 아니겠습니까. 나는 맹세했소. 영원히 로또 경과 함께 의를 나눌 것이오.”
이런 미친.
그러나 어쩌랴.
자신 때문에 계획을 틀어지게 할 수는 없었다.
로또는 울며 겨자 먹기로 게르만과 의형제를 맺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지켜보던 전속 하인들을 터지는 웃음을 억지로 참았다.
로또는 그들을 향해서 주먹을 꽉 쥐어 보였다.
‘웃지 마. 이 자식들아.’
게르만은 말 한 필과 여행경비까지 받은 후에 영지를 떠났다. 죽다 살아났지만 꽤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로또의 손을 잡고서 꼭 백작령으로 오라고 몇 번이나 다짐을 받았다.
자신의 딸 얘기도 슬쩍 했다.
올해 16살인데 자신을 닮아서 꽤 예쁘다고.
누굴 닮아서? 뭐, 어쩌라고?
로또는 입안에서 맴도는 욕설을 억지로 가라앉히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