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72)
마법은 괜히 배워서-72화(72/502)
# 72
하인무적 1
“원래 겉멋만 든 놈이…… 으악!”
마트의 의식이 육체에서 다급하게 외출을 했다가 다시 들어왔다. 하마터면 육체라는 집이 어디 있는지 모르고 영원히 헤맬 뻔했다.
뚝뚝뚝뚝-
마트의 얼굴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이마가 찢어지고 코가 깨졌다. 이빨 대여섯 개가 한꺼번에 부러진 것 같았다.
“으으으으.”
그는 부들부들 떨었다.
마트는 레몬 자작의 장자다. 백작령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큰 영지를 가지고 있는 가문. 레몬 자작의 가장 큰 목표는 다음 세대에 백작으로 승급을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충분한 포석이 필요하다.
그 포석 중에 하나가 영민하고 잘생긴 장남 마트였다.
마트가 이번 성인식에서 뷰티의 마음만 사로잡는다면 백작으로 승급하는 것은 꿈이 아니다.
당연히 레몬 자작은 마트를 매우 애지중지 키웠다.
물고 빨고. 손가락에 가시라도 찔리면 외지에 나가 있어도 당장 달려왔다. 마트가 감기라도 걸리면 그 죄로 유모에게 형벌을 가했다.
마트도 검술을 배웠다.
하지만 레몬 자작이 그를 얼마나 편애하는지 알고 있는 기사들은 마트에게 힘든 훈련을 시킬 수가 없었다.
언제나-
“어이구, 우리 도련님, 잘하십니다.”
“어이구, 우리 도련님, 그렇게만 하시면 됩니다.”
“어이구, 우리 도련님, 소드 마스터도 꿈이 아닙니다. 영지 최초로 소드 마스터가 되실 수도 있습니다.”라고 비위를 맞춰 주었다.
마크는 자신이 언젠가 진짜로 소드 마스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얼굴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얼굴에 손톱만 한 생채기 하나 없는 그가…….
“시끄러. 그렇게 세게 때리지도 않았어.”
레기온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런 개새끼가!”
눈이 뒤집힌 마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탁자가 와장창 소리를 내면서 뒤집혔다. 뷰티와 레일라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마트는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빼 들었다.
아버지가 주신 검이다. 듣기론 검집을 만드는 데만 1,000골드 이상이 들어갔다고 한다.
딱 보기에도 엄청나게 화려했다.
검날도 매우 날카로웠다. 이것 역시 장인을 직접 찾아가서 만든 주문생산품이었다. 인간 따위 별로 힘을 들이지 않고 벨 수 있는 검이다.
그는 기생오라비 같은 새끼가 들고 있는 무기를 보았다.
투박하고 귀족의 품위라고는 전혀 없는 무기였다. 조금 더 자세히 봤더니 스태프다.
저렇게 멋이 없는 스태프는 처음 봤다.
스태프?
그럼 마법사란 말인가? 그래, 마법사였군!
어쩐지 저 기생오라비는 보이지 않는 마법으로 자신을 공격한 것이다. 나쁜 새끼! 어쩐지 기사도가 없더라니! 하지만 도저히 용납하지 못할 행위다.
“넌 퉤쳤쪄!”
마트가 새는 발음으로 소리쳤다.
둘의 거리는 무척 짧다. 이 거리라면 제아무리 대단한 마법사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검을 피할 수가 없다.
마트는 그렇게 생각했다.
설사 마법이 실현되더라도 이 짧은 거리에서는 맞추기 힘들 것이다.
마트는 빠르게 레기온을 향해 쇄도했다.
빠아악!
마트는 두 발자국도 움직이기 전에 레기온이 내리친 스태프에 면상을 다시 맞아서 쓰러졌다. 깨어난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어떻게 쓰러졌는지 모를 것이다.
“이런 미친 새끼가!”
론스타와 슈켄이 동시에 움직였다.
지금만큼은 오랜 시간 손을 맞춰 온 것처럼 움직임이 딱딱 맞았다.
레기온은 그들을 보면서 비릿하게 웃었다.
“마법사를 우습게 보는군.”
그의 스태프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 * *
와지끈, 와지끈.
-으아아악! 사, 사람 살려!
-아파, 그만 때려요. 살려 줘!
드레이져는 느닷없이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2층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그는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럼 그렇지. 이런 싸가지 없는 것들을 호위로 데리고 있을 놈들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대충 어떤 놈들일지 짐작이 갔다.
그런 놈들과 주인이 한 식탁에서 밥을 먹는다고?
지나가는 개가 웃겠다.
드레이져는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100퍼센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니-
우두둑, 우두둑.
그는 굳었던 양 손가락의 뼈마디를 풀었다.
이 새끼들을 개처럼 조져 놔도 주인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으리라.
드레이져는 천천히 기사들을 훑었다.
자, 이걸 어떻게 요리한다? 그는 요사이 꽤 스트레스가 쌓여 있는 상태였다.
오거에게 맞고, 리치에게 까이고.
넘버 쓰리, 정말 하기 싫었다. 이렇게 살 바엔 차라리 전속 하인이 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기까지 한 적이 있을 정도다. 그들은 일과 시간이 끝나면 개인 생활이 많으니까.
하지만 넘버 원, 투, 쓰리.
그들에겐 그딴 것도 안 준다. 정말 힘든 나날이다. 특히 넘버 원, 투의 텃세는 내가 이러려고 엑스 마스터가 됐나, 하는 자괴감이 들게 할 정도였다.
언제부터일까.
그는 자신이 크레이지 드레이져라는 것을 잊고 살았다.
그는 알렉산더 가문의 넘버 쓰리 드레이져일 뿐이이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잊고 있던 그 이름이 떠오르고 있었다.
“흐흐흐…….”
드레이져는 가볍게 미소를 흘렸다.
너희들 덕분에 내가 오늘 너무 행복하구나.
스르렁.
도사견이 검을 빼 들었다. 그의 눈빛이 착 가라앉았다.
그들도 이제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도사견은 쓰러져 있는 족제비를 바라봤다. 안면이 뭉개졌다.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충격이 상당했던 모양이다.
도사견은 품에서 포션을 꺼내 얼굴에 부어 주었다.
10골드를 호가하는 값비싼 포션이지만 개의치 않고 사용했다. 만약 주인들끼리 친해진다면 꽤 오래 알고 지내야 할 터였다. 이참에 그에게 빚을 하나 만들어 놓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포션이 얼굴이 쏟아지자 상처가 금방 가라앉는다. 피도 멈췄다. 하지만 의식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뱀눈과 쥐새끼도 검을 빼 들었다.
기사라는 명칭은 딱지치기로 딴 것이 아닌 모양이다. 제법 자세가 됐다. 은은한 마력이 흘러나왔다.
호오! 귀여운데?
드레이져는 진지하게 키득거렸다.
드레이져는 들고 있던 베틀 엑스를 문 앞에 두었다. 얼마나 무거운지 쿵 소리가 나며 주점 전체가 울리는 것 같았다.
“미친 새끼. 지금 무기를 손에서 놓은 거냐?”
도사견이 입술을 비틀며 물었다.
“오랜만에 손맛을 좀 볼까 해서 말이야.”
드레이져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할 사람들은 없었다. 기사들의 얼굴이 험악하게 변해 갔다.
“용병 따위가 기사를 모욕하는구나. 너를…… 이곳에서 즉결처분하겠다.”
드레이져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나는 반항을 해 보지.”
세 기사는 살 떨리는 살기를 내뿜으면서 드레이져를 향해 달려들었다.
* * *
쥐새끼.
본명은 쑤시마였다.
실력은 2성 마스터. 비치 자작가문에서 가장 촉망받는 기사였고 그 이유로 론스타의 호위를 맡았다.
비치 자작은 론스타와 함께 쑤시마도 성장하기를 바랐기에 이번 행사에 같이 파견했다. 사내로 태어났으면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는 것이 비치 자작의 의견이었다.
그는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다.
또래 중에서는 열 손가락 안에 들지 않을까, 라고 내심 생각을 하고 있었다.
족제비와 도사견, 뱀눈과는 어제 처음 만났다.
주인들끼리 친해져서인지 그들도 금방 친해졌다. 어제도 밤새 술도 마셨다. 서로의 성향이 꽤 맞았다.
족제비는 ‘우리 의형제라도 맺어야 하는 것 아니오!’라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호탕하게 웃던 그는 가장 먼저 안면이 깨져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처음에는 그가 바보 같았지만.
지금은 족제비가 부러웠다.
“뭐, 뭐야. 너는.”
쑤시마의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분명히 놈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휘둘러진 검이 그놈을 그대로 관통했다. 도사견이 뻗은 검도 마찬가지였다. 움직이지도 않은 것 같은 놈의 몸을 관통했다.
셋은 눈을 의심했다.
이게 말이 돼? 저놈은 무슨 환영이라도 된단 말인가? 그리고 환영이 일그러지듯 움직였다.
빠가가가각!
도사견의 팔이 기형적으로 꺾였다.
그는 검을 놓치면서 비명을 질렀다. 조금만 팔을 당겨도 뼈가 근육을 찢고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는 자신 있게 검을 휘둘렀다. 일격에 죽이지는 못할지라도 어느 정도의 데미지를 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상대가 자신의 공격을 손바닥으로 막아 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마치 고무를 강하게 내리친 느낌이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도사견은 자신의 검과 상대의 손바닥을 번갈아 가면서 쳐다봤다. 얼굴 살벌한 용병은 그 약간의 시간을 요긴하게 사용했다.
거칠 것 없이 손을 쑥 내밀어 도사견의 어깨를 잡고 탈골시켜 버린 것이다.
그리고 밑으로 당겼다.
마력을 사용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저 힘만으로 도사견의 뼈를 잡아서 분리시켜 놓았다.
도사견은 그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기사들은 알게 모르게 마나의 방어력을 몸에 두르게 된다. 무투사들은 그것을 호신강기라고 부르지만 기사들은 마력 디펜스라고 말했다.
호칭은 다르지만 내용은 같다.
전장에서 마력을 사용하는 기사들이 무적으로 군림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일단 마력 디펜스가 발동하면 일반 병사들이 그것을 뚫기가 쉽지 않았다. 힘이 없는 화살은 피부를 아예 뚫지도 못했다.
병사들은 마력을 사용하지 못하니까.
그런데 얼굴 살벌한 용병은 힘으로만 도사견의 마력을 찢어 낸 것이다.
그게 가당키나 해?
끝이 아니었다.
드레이져는 비명을 지르는 도사견의 머리채를 잡더니 힘으로 눌러 버렸다. 도사견도 덩치가 꽤 좋다. 그런 도사견이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맥없이 끌려갔다.
빠가각!
두꺼운 참나무을 깎아서 만든 식탁이 반으로 쪼개졌다. 동시에 도사견의 이마가 깨졌다. 피가 사방으로 튀면서 도사견의 커다란 덩치가 뒤로 넘어갔다.
거기서도 끝이 아니었다.
드레이져는 도사견을 들어 반대편으로 던졌다.
뻐억!
“크아악!”
100킬로그램이 넘는 도사견이 훨훨 날아 반대편 벽을 뚫고 처박혔다. 도사견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운이 좋으면 살 것이고. 충격을 이기지 못했다면 여기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이, 이 미친 새끼가.”
뱀눈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눈 깜짝 할 사이에 도사견이 당하는 모습을 보았다.
눈치 빠른 뱀눈이 파악하기론 자신보다 도사견이 반 수 정도 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 도사견이 힘 한 번 사용하지 못하고 비참하게 쓰러졌다.
상대는 자신보다 훨씬 윗줄에 있는 실력자였다.
벌벌 떠는 햇병아리 기사들을 보면서 드레이져는 입술을 뒤틀었다. 그리고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너희는 참 운이 좋아.”
우리가 운이 좋다고?
“내 주인한테 걸렸으면 내 말 뜻이 뭔지 알았을 텐데. 그걸 모르는 게 아쉽군.”
기사들은 드레이져의 말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