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75)
마법은 괜히 배워서-75화(75/502)
# 75
역사는 밤에 이뤄진다 2
레기온(마크)는 높은 저택 위에서 물끄러미 자신을 암살하기 위해서 접근하는 기사들을 보았다.
제법 실력이 있는 자들이다.
실제로 잘 갈무리된 살기에, 정제된 마나의 기운.
직접적으로 힘을 쓰기 시작하면 상당한 종합전투력을 보일 것이다.
현재 종합전투력은 평균 860. 본격적인 전투에 들어가면 최소 1,200에서 1,800까지의 전투력 상승이 예측된다. 저 중 몇몇은 2,500 이상도 보인다.
나쁘지 않은 실력자들이다.
전속 하인들이 이곳에 있었다면 좋은 승부가 됐을 텐데. 아쉬웠다.
“예상대로 왔삼. 아, 피곤해. 너님께서는 지금 편히 주무시고 계시겠지.”
레기온(마크)는 길게 하품을 했다.
자신을 지켜야 할 드레이져가 처자고 있는 것도 울화가 치민다. 레기온도 슬슬 느끼는 모양인데, 드레이져는 정말 마크가 아는 한 최강의 존재다.
만약 힘에 제약이 걸려 있지 않았다면, 그 혼자서 알렉산더 영지쯤은 반나절이면 전멸을 시키고도 남는다.
어쩌면 이 페르시몬 백작가도 그가 마음만 먹으면 반쯤은 초토화시키고도 남을 것이다.
그런 무시무시한 무력을 가진 드레이져건만…….
하인이 되고부터는 나사가 빠졌다. 긴장감도 사라졌다. 그냥 되는 대로 사는 것 같았다.
어차피 나는 이제 하인인데 뭘.
오거에게 맞고, 마몬에게 맞고, 레기온에게 맞고.
역시 폭력을 이기는 인간은 없는 것일까? 조금 안타까운 생각도 들긴 한다.
어쨌건 이 정도의 기사들이 몰려오는데도 코를 골며 자는 걸 보면 대단한 강심장이다. 물론 자신을 향해 살기가 쏘아지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하아…… 주인은 싸우고, 하인은 자고, 참, 잘 돌아간다.”
아, 나는 주인이 아니구나.
너님 대신에 생각을 해 준 거임.
레기온(마크)를 단발머리를 휘달리고 있는 리치 마몬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놔, 그 단말머리는 어떻게 안 되겠삼.
이런 분위기에서 긴장감을 확 떨어트린다.
“전투력 200대의 기사들이 열아홉 명, 전투력 510의 기사가 한 명임.”
“알고 있사옵니다.”
아, 저 적응 안 되는 말투.
“쟤들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성급의 기사들이야 별로 신경 쓸 것도 없긴 한데, 저 4성급 기사는 조금 마음에 걸린다. 3,000 정도의 종합전투력은 가진 것 같은데…… 도망이라도 치면 피곤해질 텐데…….
그렇다고 해도 힘들 정도는 아니란 것이 마몬의 생각이었다.
“15분 정도 걸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15분이라.”
종합 전력을 비교해 보면 지극히 무난한 숫자였다. 지금 마몬의 종합전투력은 3,700. 하지만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12,000까지 뛰어오른다. 거기다 소환까지 이용하면 20,000까지도 가는 게 마몬의 종합전투력이다.
하지만 레기온(마크)가 바라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이곳에서 저들을 죽여선 안 된다. 그건 잘못하면 백작에게 꼬투리를 제공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즉, 쫓아내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인데…….
“죽이지 말고 15분.”
“죽이지 말고 15분?”
리치 마몬은 레기온(마크)의 말은 반복했다. 주인의 정확한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가능하면 상처도 내지 말고 15분.”
네가 한 번 해 봐!
리치 마몬은 그 말을 간신히 삼켰다.
나는 가신, 주인님의 충실한 가신이다. 몇 번이고 그 말을 가슴에 되새겼다. 가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주인님의 면상을 날려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시간 재겠음. 준비 시작.”
“아, 아니, 아직 마음의 준비도 못했사옵니다.”
“그건 네 사정이고. 시간 내로 못하면 삭발.”
“히, 히익.”
그것만은 절대 안 될 일이다. 이 단발머리 스타일을 고수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는데. 비단결 같은 머릿결을 유지하기 위해서 매일 청포로 머리를 감는다.
두피 마사지도 빼놓지 않고 한다.
비싼 토마토를 갈아서 머리카락에 영양분을 주기도 한다.
햇빛에 반짝반짝 거리는 머리카락을 볼 때면, 바람에 흩날리는 향기로운 머리카락을 볼 때면 근심 걱정이 모두 사라지는 기분이다.
전생의 한도 모두 날아간다.
그런 목숨보다 소중한 머리카락을 몽땅 잘라 내겠다고? 그것만은 결코 용납할 수가 없었다.
리치 마몬의 모습이 저택 옥상에서 사라졌다.
* * *
“나리, 나리. 일어나 보셔요.”
이제 15살쯤 됐을까. 무척이나 어려보이는 메이드가 레기온을 깨웠다.
원칙적으로 메이드는 귀족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데…… 해서 그녀는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레기온을 깨우지 못하고 안절부절이었다.
알렉산더 영지였다면 벌써 깨우고도 남을 텐데.
특히 헤이즐러는 레기온의 목덜미를 잡고 강제로 일으키기까지 한다. 손수건으로 얼굴을 후딱 닦이고 옷을 억지로 입히고는 잠도 깨지 않은 레기온을 잡고 끌어낼 때도 많았다.
잘 기억이 나진 않는데…….
언젠가 헤이즐러가 자신의 머리채를 잡고 억지로 잠에서 깨게 했던 꿈을 꾼 것 같기도 하다. 성형마법으로 얼굴 고쳐 주겠다고 했던 다음 날인데.
비몽사몽해서 확실하게 묻지 못했다.
“혹시 내 머리카락 잡아 뜯었어?”
영주 체면에 그렇게 물을 수는 없지 않은가?
“나리, 나리 일어나 보세요.”
메이드가 다시 말했다. 매우 애가 타는 목소리였다.
레기온은 억지로 두 눈을 떴다. 아, 골 아파. 술을 마실 때 좋은데 다음 날이 문제란 말이야. 마치 뇌 속에 작은 종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딩딩딩, 계속해서 종을 울린다.
“왜에에?”
“기사들이 왔어요.”
“기사들이 왜?”
레기온인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
“살인사건 용의자를 찾고 있다고 하던데요.”
“누가 죽었어?”
“전 잘 모르겠어요. 그냥 오전에 출근하는데 갑자기 기사들이 찾아왔어요. 무조건 나리를 불러오래요.”
이건 또 무슨 소리냐? 눈만 뜨면 버라이어티 한 사건이 터지는구만.
어제 나 자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어?
레기온은 마크에게 물었다.
-깔끔하게 처리했삼. 걱정할 문제는 아님. 너님의 머리에 다운로드하겠음.
마크는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서 1분 요약하여 동영상으로 다운로드를 했다.
머릿속에서 떠오른 첫 장면은 스무 명의 기사들이었다.
그들인 겁도 없이 저택을 향해서 성큼성큼 걸어왔다. 살기를 풀풀 풍기는 것으로 보아 몸을 감출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독안에 든 생쥐 사냥이야?
-비슷함.
화면이 바뀌었다.
저택에 침입했던 열 명의 기사들이 혼비백산해서 뛰쳐나오고 있었다. 그들을 뒤쫓아서 수십 구의 좀비들이 튀어나왔다.
젠장, 좀비가 뛴다. 대단한데.
왜 기사들이 기절초풍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좀비는 생명력이 강하지만 매우 느리다.
기사 수준쯤 되면 그래도 언데드인 좀비를 두려워하긴 하더라도, 크게 걱정을 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그런 좀비들이 빠르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좀비가 가진 전염병은 사상 최악.
시독에 한 번 감염이 되면 4성급 이하의 기사는 버틸 수가 없다. 자가 치유나 포션으로도 불가능하다. 해독을 하려면 반드시 신전에서 받은 성수가 필요했다.
하지만 오늘은 성수를 가져오지 않았다.
고작해야 남작 하나, 하인 하나 사냥하는 일인데, 심지어 회복 포션을 가져온 사람조차 없을 지경이다.
하지만 밖으로 나온 기사들은 도망을 칠 수가 없었다.
바닥에서 튀어나온 나뭇가지들이 그들이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곳곳에 땅이 파여서 기사들이 제대로 운신하기가 어려웠다. 넘어지고 자빠지고. 아비규환이다.
또 장면이 바뀌었다.
이것 참. 무슨 연극을 보는 것 같네.
하늘을 수놓았던 별빛이 사라졌다. 달빛도 사라졌다. 어둠만이 허공을 감싸고 있었다.
와! 연출 죽인다.
보고만 있어도 심장이 쫄깃쫄깃 해졌다.
-감히 나의 지역에 들어오다니! 살고 싶지 않은 게로구나!
레기온은 눈살을 찌푸렸다.
리치 마몬이 허공에서 둥둥 떠 있었다. 단발머리를 휘날리면서.
아, 짜증 나.
웃기려고 하는 건가?
그런데 의외로 기사들은 겁을 먹은 모양이다.
“으아악! 리, 리치다!”
“리치가 나타났어! 후퇴! 무조건 후퇴해!”
기사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지만- 그들은 얼마 가지 않아서 사방에서 뻗어 오는 나무뿌리와 줄기에 갇히고 말았다.
그들은 비명을 질렀고, 리치 마몬은 그들의 영혼을 접수했다.
이것이 어제 있었던 일에 요약본이다.
뭐, 예상대로군. 살인용의자를 찾으러 왔다는 말도 이렇게 보니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레기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메이드가 그에게 옷을 걸쳐 주었다.
“그래서 기사단은 어디에 있나?”
레기온이 물었다.
“1층에 있습니다.”
어린 메이드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 * *
레기온은 곰을 연상시키는 기사를 보았다.
그가 누군지 대번에 알아차렸다. 여기사 퀸즈 덕분에 페르시몬 백작 기사단의 대한 대략적인 운영 체계를 알 수가 있었다.
2급 비밀에 속하는 기밀이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외지인이 알기 어려운 정보인 건 분명하다.
그 정도의 기밀을 알기 위해서는 시간과 공을 들여서 정보 길드에 의뢰를 해야 한다.
돈 굳었다.
고마워, 퀸즈.
눈앞에 곰은 레드 라이온 기사단 제2대 단장인 가일로 보인다. 치안 경비대 단장도 겸직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퀸즈는 그를 가리켜 더럽게 잘 처먹는 자식이라고 말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레기온이 정중하게 물었다.
“이곳에서 살인이 벌어졌다는 신고가 들어왔소.”
들, 어, 왔, 소?
존댓말도 반말도 아니다. 조금 귀에 거슬린다. 암만 그래도 반존대는 할 줄 알았는데……. 곧 잡혀 갈 인물이니 굳이 예의 차리지 않겠다는 뜻일까?
그래도 조금 기분이 나쁘네.
“여기서 살인이라니요.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우리는 신고를 받았소. 그러니 가택 수색을 하겠소.”
이번엔 일방적인 통보라…….
그는 레기온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샅샅이 뒤져라!”
“옙!”
수십 명의 병사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저택 내부를 뒤지기 시작했다.
우당당! 와직! 와직!
새끼들 다 부수네. 아니 사람 찾는다면서 물건은 왜 부수는 거야.
내 건물 아니니까 상관은 없다만.
그런데 어제 나를 암살하려고 한 기사들은 다 어디 있어? 레기온이 물었다.
-우리만 당하면 억울해서 살겠음?
그럼?
-잘 다져서 보냈음. 지금쯤…….
지금쯤 뭐?
-재미난 일이 벌어졌을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