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9)
마법은 괜히 배워서-9화(9/502)
# 9
마법은 불행을 타고 3
햇살이 창문을 뚫고 들어와 레기온을 비쳤다.
레기온은 따뜻한 느낌을 받고 눈을 떴다. 양쪽 팔과 다리를 쭉 뻗어서 기지개를 편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앉은 채로 멍하니 창문 밖을 바라봤다.
몸이 찌뿌둥하다.
컨디션이 굉장히 좋지 않았다. 머릿속은 안개가 잔뜩 낀 것처럼 흐릿했다. 두통은 없지만 그것보다 몸속에 이질감이 잔뜩 낀 것 같았다.
-굿 모닝. 마스터.
굿 모닝? 마스터?
-그냥 너님이라고 부를깝쇼?
마스터가 낫네.
-그렇죠? 기분 좋은 아침입니다. 햇살도 가득. 하늘은 높고 맑음. 구름 한 점 없음. 아주아주 상쾌합니다.
레기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싸가지 없는 AI 마크가 양손을 비비고 알랑방귀를 끼는 것 같았다. 에이, 그럴 리가 없지.
-어디 불편하신 점은 없으삼?
“컨디션이 안 좋아. 근육통의 후유증인가.”
-며칠 사이에 마스터는 무척이나 강해졌음. 일반인보다 강함. 당연히 몸에 무리가 올 수밖에 없음.
마크가 말했다.
그는 마스터가 자신의 몸에 생긴 이상을 느끼지 말았으면 빌 뿐이다. 지능이 하루아침에 80까지 떨어졌으니 컨디션이 안 좋은 것은 당연하다.
마크는 지능이 80인 동물을 검색했다.
젠장, 돌고래와 비슷한 수준이네.
그가 인간이었다면 눈물이 앞을 가렸을 것이다. 우리 마스터의 지능이 돌고래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그래도 말은 통하니 다행이다.
“배고파.”
-식사를 하셈.
“그래야지.”
레기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윗옷을 아무렇게나 걸쳤다. 세수도 하지 않았다. 이도 닦지도 않았다. 그냥 엉덩이를 북북 긁으면서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 레기온을 지켜보던 마크는 두 손이 있다면 머리를 마구 헝클면서 ‘오 마이 갓’을 외치고 싶었다. 역시 정말로 지능이 떨어진 모양이다.
레기온은 밥 대신 집안에 있는 모든 은으로 된 물건들을 먹어 치웠다. 정확히는 ‘해체’를 시킨 것이지만 저택의 하인들이 보기에는 먹는 것이었다.
소문은 빠르다. 이미 저택 안에는 레기온의 기행이 쫙 퍼졌다.
영주님께서 금속을 먹는데.
영주님께서는 흑마법에 빠진 거래.
다행이야. 금속을 먹는 흑마법에 빠져서. 저 먼 왕국에 있는 바토리 백작 부인은 젊은 여자의 피로 목욕을 했다잖아. 그에 비해서 우리 영주님은 훨씬 낫지. 일단 인간의 피는 탐하지 않으니까.
그래도 좀 무섭다.
레기온은 수군거리는 그들을 뒤로하고 식당으로 갔다. 실컷이 웃으면서 그에게 다가왔다.
“영주님, 푹 주무셨습니까?”
“응, 잠은 잘 잤는데. 몸이 무겁네.”
“어제 그런 활약을 펼치셨으니까 몸이 무거울 만도 하지요. 영주님께서 마법사가 되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마법사?”
“네, 패링을 마법으로 혼쭐내셨다면서요. 정말 장하십니다. 새로운 길을 찾으셨어요. 이 실컷은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실컷은 손등으로 눈물까지 찍으면서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 맞아. 그랬지. 내가 마법을 펼쳤지.”
레기온은 몽롱한 표정으로 말했다.
“맞습니다. 어쩐지 기억이 나지 않는 표정이십니다?”
“기억은 나는데. 이상하네. 흐릿해. 굉장히 오래된 일처럼.”
“아마도 피곤해서 그러실 겁니다. 듣기론 꽤 격렬했다고 하거든요.”
“그랬나?”
“네, 그랬다고 합니다.”
“뭐, 그런가 보지. 어쨌든 밥 좀 줘. 배고파.”
“알았습니다. 잠시만 앉아서 기다리십시오. 금방 대령하겠습니다.”
실컷은 새로운 접시에 음식을 잔뜩 가지고 왔다.
올해는 사실 꽤 흉년이다. 그런 상태에서 줄리안 준남작이 엄청난 세금을 걷어 갔다. 거기에 레기온의 창고도 털어 갔다. 거기에다 남은 창고도 일부 정리해서 영지민에게 돌려보냈다. 해서 저택에 남아 있는 곡식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래도 오늘은 무리를 좀 한 셈이다.
“많이 드세요. 영주님.”
실컷은 기분이 무척이나 좋은 모양이다.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음식을 식탁에 놓았다. 이상한 소문으로 인해서 메이드들은 레기온에게 다가오려고 하지 않지만 실컷은 그러지 않았다. 소문은 소문으로 치부할 뿐이다.
그는 자신이 직접 겪은 것만 믿는다.
실컷이 아는 소년 영주는 나이에 맞지 않게 담대한 담력과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잘 먹을게. 실컷.”
“얼마든지요.”
실컷은 할아버지와 같은 웃음을 지으면서 레기온을 바라봤다.
작은 키로 의자에 앉은 레기온은 접시 위에 놓인 음식을 쟁반으로 옮겼다.
“아, 아니 왜?”
실컷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곧 영주가 왜 음식을 쟁반으로 옮겼는지 알게 되었다.
레기온이 금속으로 된 접시를 으적으적 씹어서 목구멍으로 넘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 이런.”
실컷은 기겁을 하고 말았다.
소문은 과장이 된 것이 아니라 축소가 되었다. 설마 영주의 식성이 저렇듯 해괴하게 변했는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알칼리 성분이 들어간 금속입니다. ‘헬리코 박터 균은 가라’ 패시브 스킬이 레벨 업을 하였습니다. 항문 외에 다른 곳으로 노폐물의 분사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
어라?
레기온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아침부터 재앙이다.
그의 울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꾸르르륵!
뱃속에 신호가 왔다. 아침 여섯 시가 된 모양이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뱃속이 요동친다. 항문에 힘을 꽉 준 레기온은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는 외쳤다.
마법 따윈 진짜 싫어!
* * *
레기온은 마구간 근처에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다봤다.
수퍼 혈청을 맞고 살긴 살았다만……. 그게 과연 기뻐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가 생각하는 마법사란 손에서 불을 뿜고 하늘에서 유성을 떨어트리는 신의 능력을 가진 종자들이었다. 어떤 대단한 마법사는 포탈 없이 공간과 공간을 이동한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쓰벌. 다른 마법사와 비슷한 것은 딱 하나밖에 없었다. 1서클 공격마법 파이어 볼을 사용할 수 있는 것.
다른 건 어디 가서 마법이라고 하기도 민망하다.
그는 손가락을 바라봤다.
똥을 항문 외에 쌀 수 있다고? 그걸 어디 가서 자랑해. 나에게 증오를 품은 패링에게 가서 자랑을 할까? 난 이런 마법이 있다. 넌 이런 마법이 있냐? 우리 한번 화장실로 가서 빨리 싸기 마법을 펼쳐 볼까!
한숨이 절로 나온다.
맥이 빠진다. 손가락 하나 까닥이고 싶지 않았다. 계속 귀금속만 먹었더니 입맛도 싹 사라졌다.
레기온은 멍하니 저택의 일꾼 로하스와 마구간을 바라봤다. 로하스는 지난 몇 년간 저택의 잡다한 일을 해 온 하인이었다. 예전에는 실컷이 저택의 일을 도맡아서 했는데 나이가 들자 힘이 부쳐 젊은 하인을 새로이 뽑은 것이다.
그러나 로하스는 일을 잘하는 편은 아니다.
그저 꾸준하고 성실함에 높은 점수를 줄 뿐이다.
지금도 그렇다. 로하스는 반쯤 무너진 지붕을 제대로 수리하지 못해서 쩔쩔매고 있었다.
“아욱.”
망치로 손가락을 찍었다.
‘아프겠다.’
레기온은 생각했다.
망치로 찍은 손가락을 잡은 로하스가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굉장히 아픈지 손가락을 잡고 입을 벌린 채 붕어처럼 뻐끔뻐끔 거렸다.
레기온은 엉덩이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이놈의 머리도 써먹긴 해야지. 평소엔 그다지 쓸모도 없는데.
레기온은 로하스의 곁으로 다가갔다. 로하스는 아직도 손가락을 잡고 눈물을 찔끔거렸다.
“여, 영주님?”
“그래. 나야.”
“여, 여긴 무슨 일로.”
“그냥, 저거 박으면 돼?”
레기온은 튀어나온 못을 가리켰다.
처마가 옆을 가리고 있어서 망치질을 하기에 매우 애매한 위치였다. 잘못 망치질을 하면 조금 전의 로하스처럼 손가락을 찍게 된다.
“네? 네, 그렇습니다만.”
“알았어.”
“뭐가요?”
“내가 할게. 자넨 쉬고 있어.”
“영주님이 망치질을 한다고요?”
“전공이야.”
“망치질이요?”
“그래.”
로하스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레기온을 바라봤다. 영주가 갑자기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다.
미친 건 미친 건데, 갑자기 웬 못질을?
레기온은 로하스를 뒤로 하고 마구간에 올라갔다.
그리고-
망치 대신 대가리로 못을 박기 시작했다.
-아이언 헤드 경험치가 1 올랐습니다.
-아이언 헤드 경험치가 1 올랐습니다. 이빨로 못을 뽑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 * *
제논은 줄리안 준남작의 아들이다.
즉 레기온과는 사촌 사이였다. 나이는 두 살 차이다. 레기온이 형지만 제논은 한 번도 그를 대우해 준 적이 없었다.
사이도 극히 나쁘다.
얼굴만 보면 으르렁거린다. 알렉산더 가문의 핏줄답게 16살임에도 신장은 190센티에 달했다.
그는 레기온을 볼 때마다 말했다.
“쥐새끼보다 작은 게 내 앞에서 영주라고 깝죽대지 마!”
제논은 근 1년간 영주의 저택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레기온이 영주랍시고 거들먹거리는 꼴이 보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이곳에 나타난 이유는 단순했다.
-레기온이 미쳤더군. 그 사실을 중앙정부에 보고를 해야겠어. 실사가 나오겠지. 그렇게 되면 굳이 내가 손을 쓰지 않아도 레기온은 끝장이야. 차라리 잘됐지. 내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아도 되니까.
제논은 마구간의 벽에 머리를 박고 있는 레기온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로 미친 게 맞는 모양이다.
저런 모습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다. 마구간 벽에 머리를 박다니. 자살이라도 하려는 걸까.
하지만 웬걸.
금방이라도 바람에 날아갈 것같이 펄럭거리던 지붕의 안정되는 것이 아닌가. 처음과 달리 꽤 깔끔하게 마구간이 고쳐졌다.
어떤 도구도 사용하지 않고 머리로만 고친 것이다.
해서 제논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저렇게나 강력한 체술이라니. 어지간한 단련으론 꿈도 못 꿀 경지다. 마법까지 사용한다고 하던데 도대체 뭐가 진실인 거지?
“어이, 땅꼬마.”
제논은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땅꼬마’라는 소리에 마지막 못을 이마로 박던 레기온이 제논을 바라봤다. 어디서 많이 봤던 새낀데. 저 자식을 보니까 기분이 갑자기 더러워졌다.
“누구냐, 넌?”
“누구냐고? 확실히 미치긴 미쳤나 보군. 나를 못 알아봐? 네 사촌 제논이잖아. 제논. 이 땅꼬마 새끼야.”
“제논? 아, 그 제논.”
작년에 봤을 때는 170센티미터가 조금 넘었던 것 같은데 언제 저렇게 큰 거지. 역시 알렉산더 가문의 핏줄은 무섭군. 젠장, 왜 나만 150센티밖에 안 되는 거지. 혹시 내가 주워 온 아들 아니야?
제논을 보자 급격하게 기분이 나빠지는 레기온이었다.
그는 사다리에서 내려왔다.
제논은 짝다리를 짚고서 싱글싱글 웃으며 레기온을 바라봤다.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빙글빙글 돌린다.
“너 미쳤다면서?”
레기온은 목을 좌우로 흔들었다.
목뼈에서 우드득 소리가 난다. 그는 제논을 향해 곧장 걸어갔다. 성큼성큼 빠른 걸음으로.
제논은 레기온보다 40센티 가까이 크다.
어른과 아이를 보는 것 같았다. 비록 어리다고 하더라도 압도적인 신장에서 오는 위압감도 상당하다. 자신의 육체가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고 있기에 제논은 결코 레기온에게 겁을 먹지 않았다.
네가 다가오면 어쩔 건데.
레기온은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냥 점프를 해서 제논의 코에 박치기를 먹였다.
자그마치 20 레벨 업을 한 레기온의 아이언 헤드였다.
지금은 금강석보다 단단해졌다고 할 수 있다. 어지간한 칼로는 레기온의 머리에 흠칫 하나 내지 못한다. 해머로 두들겨도 마찬가지다.
그런 단단한 머리가 제논의 안면을 강타했다.
빠아아악!
제논은 태어나서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마치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려 안면부터 지면에 충돌하는 것 같은 격통!
이제껏 쌓아 왔던 모든 지식이 한꺼번에 방출되는 듯한 고통이었다.
엄청난 충격을 받은 제논은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그는 안면에서 줄줄 흐르는 피를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레기온을 바라봤다.
“이, 이, 이 땅꼬마 새끼가.”
“그래, 씹새야. 그렇지 않아도 기분 엿 같은데 너 잘 걸렸다.”
레기온은 제논의 배에 올라타-
연속으로 박치기를 먹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