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91)
마법은 괜히 배워서-91화(91/502)
# 91
단발머리 그 리치 2
“그런데 대장간은 왜 찾는 거유?”
드레이져가 물었다.
“내가 대장간을 찾는 이유가 뭐겠어?”
레기온은 한심하다는 듯이 드레이져를 바라봤다. 마법사가 대장간을 찾는 이유, 생각해 보면 간단하지 않은가.
드레이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전에야 기사나 검사들이 대장간으로 가서 자기가 원하는 무기나 방어구를 사곤 했지만, 그건 옛날 말이고 지금처럼 유통이 발전을 한 현대 세상에선 그렇게까지 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근래에는 대규모 상단을 통한 유통과 구조를 혁신적으로 조합하여,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 즉, 각 도시마다 여행자 백화점을 세웠다. 모든 여행자들의 물품이 완벽하게 정비되어 있는 곳이다.
조금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워낙 많은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다 보니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어서 수많은 여행자들이 백화점을 선호했다.
백작령 정도의 규모라면 여행자 백화점이 반드시 있다.
그러니 레기온이 굳이 대장간을 찾는 이유를 드레이져는 알 수가 없었다.
사실 드레이져가 모르고 있었는데, 레기온은 영지에서 처음 나왔다. 그러다보니 백화점이 있다는 것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고저쩌고 해도 아직 촌놈인 것이 확실하다.
“혹시 물건을 만들려고 대장간을 찾는 거유?”
“당연하지. 그것밖에 이유가 있어?”
“백화점 갑시다.”
“백화점이 뭔데?”
“…….”
드레이져는 잠시 생각했다.
이 돈만 많은 졸부 촌것을 어찌하누.
* * *
백작령 중심지에 자리 잡은 백화점.
5층 벽돌 건물이다. 족히 수백 명 이상은 동시에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크다.
백작의 저택보다도 클 정도로 규모가 엄청났다.
백화점 안에 진열된 상품들은 레기온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골라, 골라, 골라, 초급용 마법 스태프를 떨이로 팝니다. 단돈 10골드.”
“수입산 건틀렛 팝니다. 3개 묶음으로 팔아요. 50퍼센트 할인!”
백화점 정문에서부터 상인들이 대놓고 손님들을 유치했다. 손님들도 엄청나게 많았다. 바글바글 하다는 편이 옳을 것이다.
“이봐, 잘생긴 총각, 뭐 찾아?”
한 중년 사내가 레기온의 팔을 붙잡았다. 놀란 레기온이 팔을 빼려고 했지만 사내는 꼭 잡고 놓지 않았다.
“그냥 구경 왔습니다만…….”
“그래, 구경 좋지. 하지만 잘 생각해 봐. 총각이 찾는 그 어떤 것이라도 내가 가지고 있을걸.”
“제가 찾는 것을 아십니까?”
“그럼, 척하면 척이지. 그거 찾지?”
“그거요?”
“상상이 이뤄지는 그것.”
스태프를 말하는 건가?
“뭐, 그런 셈이죠.”
“그럼 잠깐 이리 와 보세. 내가 물건을 보여 줄게.”
레기온은 드레이져를 바라봤다. 정말 이 아저씨 따라가도 되는 거야?
드레이져는 희미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가 보슈, 뭐, 좋은 것 있나 보네.”
그는 매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어쩐지 불길하지만 설마 나를 지옥의 불구덩이에 밀어 넣지는 않겠지, 라는 마음으로 중년 상인을 쫓아가는 레기온이었다. 성능 좋고 내구성 좋은 스태프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레기온의 혼은 탈출했다.
그의 손에는 영상 마법을 리플레이 할 수 있는 물건이 들려 있었다.
주루루루룩.
코피가 난다.
중년 상인이 레기온의 손에 휴지를 쥐어 주었다.
“총각, 찾는 물건이 있으면 또 오게. 총각은 특별히 10퍼센트 할인을 해 주지.”
하마터면 정말요? 라고 활짝 웃을 뻔했다.
그는 급히 고개를 흔들었다. 안 된다. 지금 저 상인에게서 산 영상 마법 리플레이 물건만 50골드였다. 예상치 못한 엄청난 지출을 한 셈이다.
평상시라면 결코 이런 물건 따위는 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시골 영지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화려함이 있었다.
이 영상 마법 리플레이 상자 안에는 무려 120가지의 성인용 동영상이 들어 있으니까.
레기온은 처음 봤다.
어떻게 ‘아기’가 태어나는지.
와! 충격이다.
다시 그 영상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레기온이었다.
“뭐 좋은 것 샀소?”
드레이져가 다가와 레기온이 들고 있든 물건을 슬쩍 건드렸다.
“아, 아니야. 몰라도 돼.”
“왜 그렇게 놀라우?”
“내가 뭘?”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아니거든!”
“자, 어디로 가야 돼?”
“3층으로 갑시다. 3층이 마법 물품 전시관이오.”
“그, 그래, 가자. 어서. 서둘러.”
레기온은 어정쩡한 자세로 앞서 걸어갔다.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드레이져는 활짝 웃었다. 다른 것을 몰라도 이것 하나는 자신이 이긴 느낌이었다. 너는 아직 애야. 나는 성인이고. 푸하하하하.
어쩐지 레기온이 귀여워 보이는 드레이져였다.
* * *
5개 거대 상단이 동시에 출자를 하여서 만든 백화점은 왕국 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덕분에 수많은 전통 시장들이 연달아 폐업 신고를 하는 일이 벌어졌다.
전통 시장의 상인들은 영주에게 ‘제발, 백화점에게 할인 좀 하지 말라고 해 주세요. 저희 상인들 다 굶어 죽습니다.’라고 애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미 영주들은 상단이 건넨 상당한 돈을 꿀꺽한 상태였으니까. 그런 지시를 내렸다가는 먹은 돈을 내뱉어야 한다.
이곳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온통 세일이다.
봄맞이 세일.
최소 20퍼센트를 할인이다.
레기온의 눈은 즐겁다. 이렇게 많은 마법 물건들이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말을 하면 저절로 써지는 만년필.
인간의 인기척을 느끼고 자동으로 불이 들어오는 야광석.
음유시인들의 노래를 녹음하여 다시 재생을 시킬 수 있는 오디오.
1서클도 되지 않는 화염마법을 저장하여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라이터.
레기온이 가지고 있던 상식을 파괴시켜 주었다.
이런 물건들은 타임루프를 겪으면서도 몰랐다. 다른 차원의 일이기 때문일까.
설마 인간계의 마법이 이렇게 발전했을 줄이야.
실용성으로 보자면 이곳이 월등히 앞선 것 같았다.
“스태프 가게는 저기유.”
드레이져가 층에 한쪽을 가리켰다.
대여섯 개의 가게가 일렬로 쭉 늘어져 있었다. 대체로 귀족들이 애호하는 상점가라 그런지 다른 층보다는 훨씬 한가했다.
레기온은 가게 앞으로 걸어갔다.
가게마다 상호가 다르다. 입구에는 멋진 로브를 입은 마네킹이 스태프를 들고 서 있었다.
딱 보기에도 비싸 보인다.
“이렇게 비싼 스태프를 밖에 놔둬도 안 훔쳐 가?”
레기온이 물었다.
“바코드 마법이 걸려 있어서 그냥 가지고 나가면 걸립니다. 도둑으로 몰리죠. 대마법사가 스태프 가지고 나가다가 걸려 본다고 생각해 보슈. 얼마나 개 쪽인가. 마탑에서도 쫓겨날 거유.”
“흠, 그렇긴 하겠네.”
그런데 바코드 마법이 뭐지?
레기온은 너무 촌티를 내는 것 같아서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레기온이 마법 상점 안으로 들어가자 가슴을 반쯤 드러낸 야시시한 옷을 입고 있는 젊은 여자가 밝고 건강하게 외쳤다.
“어서 오세요. 손님.”
그러더니 레기온의 외모를 보고 뿅 간 표정을 지었다. 눈에서 하트가 핑핑 돌아간다.
하도 많이 겪는 일이라 레기온은 개의치 않았다.
더군다나 상점 종업원도 가슴만 크지 겁네 못생겼다.
“스태프를 보러 왔습니다만.”
“스태프요?”
“네.”
“마법사세요?”
“뭐, 일단은…….”
“어쩐지 마법사처럼 보였어요. 아니 어떤 직업을 선택해도 다 잘 어울릴 것 같네요. 이 길쭉한 자태, 황홀한 미소, 우수에 젖은 눈빛. 혹시 여자 친구 있으세요?”
역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여자 친구 있으세요.
“결혼했습니다.”
“아아아아.”
여자 종업원은 탄식이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로 아쉬워하는 표정이었다.
이것도 많이 겪는 일이다. 혹시나 해서 결정타를 날려 줘야 한다.
“애가 다섯입니다.”
“허걱!”
“그리고 제 아내는 시부모님 모시고 살아요.”
“허걱!”
저번에 미즈셋한테 들은 적이 있었다.
여자들은 ‘시’자 들어가는 단어를 가장 싫어한다고. 그래서 시부모님을 모시지 않는 차남을 선호한다는 말도 들었다.
역시나 여 종업원의 표정은 본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냉철한 상인의 모습으로. 이제는 레기온을 못 먹는 감쯤으로 바라보는 모양이었다.
“어떤 스태프를 선호하십니까? 혹은 완드? 반지나 목걸이 마법 아티팩트도 있습니다만.”
“스태프를 봤으면 합니다.”
“아주 성능 좋은 스패프가 많습니다. 이건 영업 비밀인데 저희 가게가 왕국에서 가장 좋은 스태프를 보유하고 있을 겁니다. 꽤 좋은 대장장이와 전속으로 계약을 했거든요.”
“그렇습니까.”
“자, 이리로 오시죠.”
여 종업원은 스태프가 진열된 곳으로 레기온을 데리고 갔다. 드레이져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홀로 쇼핑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몇 서클이시죠?”
5서클이라고 말을 하려다가 관뒀다. 어차피 ‘멋짐 폭발’ 패시브 스킬이 사라지면 3서클까지 곤두박질칠 테니까. 그냥 솔직하게 말했다.
“3서클입니다.”
“오, 3서클. 나이도 젊으신데 대단하신데요. 자, 그럼 젊은 트랜드에 맞게 이 스태프 어떻습니까? 가장 잘나가는 모델입니다.”
레기온은 여 종업원이 건넨 스태프를 보았다.
이건 뭐냐? 이런 스태프를 들고 다니라고?
쌍두룡이 스태프 머리에 매달려 있었다. 스태프보다 쌍두룡 조각상이 더 비싸 보였다.
“꽤 좋은 옵션이 붙어 있습니다. 마력 3퍼센트 상승, 스태프를 쥐고만 있어도 독에 대한 내성이 10퍼센트나 강해집니다. 그리고 여기 쌍두룡 보이시죠. 마력이 떨어졌을 때 ‘울어라, 쌍두룡’이라고 외치면 2서클 화염 마법이 이 입을 통해서 발사가 됩니다.”
“그런가요? 몇 대 때리면 부러질 것 같은데…… 여하튼 이건 얼맙니까?”
“500골드.”
허걱! 500골드? 이런 스태프 하나가 그렇게 비싸다고?
레기온은 최고 100골드, 최저 50골드를 예상하고 있었다. 결코 이렇게 비싼 물건을 살 용의가 없었다.
“비싼 물건 아닙니다. 바로 전에도 세 분이나 이 스태프를 사 갔거든요.”
“똑같은 물건을 세 개나?”
“네, 이번 달 들어서는 한 서른 개쯤 팔린 모델입니다.”
“서, 서른 개나?”
“네.”
레기온은 이것만큼은 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똑같은 스태프를 들고서 마법을 영창 하는 것만큼 꼴불견은 없을 것 같았다. 만약 상대가 적이라면? 같은 스태프 들고 있는 꼴도 되게 우스웠다.
“다른 스태프도 보여 주세요.”
“알겠습니다. 손님. 이것은 어떠세요?”
“뭡니까. 이건?”
레기온은 스태프 끝에 달려 있는 앙증맞은 토끼를 가리켰다.
“요즘 유행하는 토끼 스태프입니다. 주로 커플들이 이용하는 스태프입니다. 토끼 이마에 시전자 이름도 넣어 드립니다. 옵션도 나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감정이 생겼을 때 마력은 1퍼센트 상승합니다. 손을 잡으면 3퍼센트, 키스를 하게 되면 5퍼센트 높아지지요. 그리고…….”
여 종업원은 얼굴을 붉히고는 말을 이었다.
“사랑을 나누게 되면 마력은 10퍼센트 높아집니다. 정말 압도적인 수치죠?”
압도적으로 쪽팔리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적을 앞에 두고 사랑하는 감정을 느껴? 손을 잡아? 키스를 해? 사랑을 나누라고? 무슨 수로? 아, 적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저절로 물러나게끔.
“죄송하지만 제가 둘러봐도 되겠습니까?”
“네? 아, 네, 그렇게 하세요.”
여 종업원은 싱긋 웃으면서 뒤로 물러났다.
레기온은 그제야 한시름을 놓고 스태프를 하나씩 감정하기 시작했다. 뒤통수에서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여 종업원의 시선이 느껴지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솔직히 마음에 드는 물건들은 없었다.
전부 스태프가 캐릭터화가 되어 있었다. 드래곤, 엘프, 토끼. 그러고 보니 스태프에 착용하는 장식품들도 꽤 있었다.
아무런 옵션이 없는 장식품들이었다.
단지 스태프를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 파는 장식품들이었다.
레기온은 구석에 박혀 있는 스태프에 눈길이 갔다. 다른 캐릭터 상품에 비해서 굉장히 거무튀튀한 색을 띠고 있었다.
수수한 외모가 그나마 마음에 든다.
레기온은 검은 스태프를 잡고 들었다.
“으윽.”
깜짝 놀랐다. 엄청난 무게였다. 중철도 만든 스태프보다 적어도 2배 이상 무거운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