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is learned for nothing RAW novel - Chapter (97)
마법은 괜히 배워서-97화(97/502)
# 97
사상초유의 사건 2
페르시몬 백작은 조용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내는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한 번 잠이 들면 어지간해서는 깨지 않는 아내다. 실수로 큰 소리를 내지 않는 한 외출을 했다가 들어와도 모를 것이다.
리치가 저택에 칩임을 해서 발칵 뒤집혔다.
간신히 놈을 퇴치하긴 했는데, 이곳저곳 부서진 곳을 정비하려면 꽤나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후우……. 대체 리치가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
기사단을 총 동원해서 리치가 나타난 경로를 조사하고 있다. 늦어도 내일 오후엔 보고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놈이 나타난 이유.
페르시몬 백작은 침대에서 나와 옷을 걸쳤다.
아무에게도 말은 안 했지만 리치가 노린 그 무엇은 ‘썬더 지르콘’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개새끼, 도대체 그 보석이 있다는 것을 어찌 알았을까.
하긴 리치는 드래곤과 함께 반짝반짝 거리는 물건들은 매우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아마도 본능적으로 이곳에 ‘썬더 지르콘’이 있는지 알았을지도 모른다.
블루 라이온 기사단장 세콤은 맨손으로 돌아왔다.
리치를 결국 놓치고 말았다. 그 말은 놈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법 병단 마법사들이 하루 종일 방어마법을 다시 설치했다.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시간을 들여서 촘촘히 다시 설정을 해야 한다.
경계병들도 2배로 늘렸다. 기사들도 초비상이다. 당분간 이런 상태가 지속될 듯하다.
상대는 공포의 대명사 리치가 아니던가.
놈이 언데드 군단이라도 이끌고 영지를 습격하면 대규모 혼돈이 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즉, 이제 슬슬 실행을 할 때인 모양이다.
페르시몬 백작은 방을 나섰다. 입구에서 두 명의 병사가 경계를 서고 있었다. 우리는 괜찮으니 저택 외부를 지키라고 했으나 하인츠가 무조건 영주님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면서 방문 앞까지 병사를 배치했다.
“어디 가십니까? 영주님.”
병사들은 예를 다하여 백작에게 물었다.
“갈 곳이 있네.”
“뫼실까요?”
“아닐세. 여기서 내 아내를 지켜 주게. 난 지하실에 갔다 오겠네.”
“알겠습니다. 자리를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병사들은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인 페르시몬 백작은 횃불을 들고 지하실로 걸음을 옮겼다.
* * *
페르시몬 백작은 보물이 들어 있는 지하실 방에 자물쇠를 따고 들어갔다.
자물쇠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경계 마법도 3중으로 걸어 두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겪이다. 아무도 이곳에 보물이 있는 것을 모르게 하기 위해서 몰래 자물쇠만 잠가 뒀는데. 차라리 진작 경계마법을 걸어 두었으면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텐데…….
“후우.”
페르시몬 백작은 짧게 호흡을 했다.
보물 상자를 조심스럽게 들었다.
정말 어렵사리 구한 보물. 무려 50만 골드나 들이고서도 3년이란 시간을 보낸 뒤에야 간신히 손에 넣었다.
하지만 이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전격의 힘을 가진, 자연 최강의 힘을 품고 있는 보석.
페르시몬이 6성에 머물러 있는 것도 벌써 7년이 훌쩍 넘는다. 6성까지는 천부적인 재능이라 불릴 정도로 빠르게 올랐건만, 6성에서 벽을 만난 뒤 그 벽을 넘을 방법이 도통 보이지 않는다.
내 재능이 고작 이 정도였을 줄이야.
다른 이들이야 칭송해 마지않는 높은 경지지만, 페르시몬은 도저히 만족을 할 수가 없었다. 산에 오른 사람만이 아래의 경치를 알 수 있는 법이다.
그리고 더 높은 산을 가늠할 수 있다.
그는 어떻게든 7성의 벽을 깨고 싶었다. 6성과 7성의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의 차이. 7성의 눈으로 볼 때 6성은 그야말로 달빛 아래의 반딧불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7성에 오른 자들을 ‘마스터’라 부른다.
검을 주로 사용하니 ‘소드 마스터’가 되겠지.
소드 마스터.
모든 기사들의 꿈!
페르시몬 백작 또한 6성의 벽을 깨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고, 그 모든 노력은 모두 실패했다.
‘나는 7성에 오르지 못할 운명인 모양이군.’
거의 포기를 했을 때쯤 왕국의 대현자 ‘마이클 조던’님께서 그의 손을 잡고 말았다.
“백작에겐 특별한 마력이 필요하오.”
귀가 번쩍 뜨였다.
“특별한 마력이라고요? 그게 무엇입니까?”
“백작의 힘은 음양이 모두 조화롭소. 그렇기에 6성까지 무난히 발전을 해 왔지요. 허나, 7성부터는 역상성이 필요하오. 세상을 거절하는 힘. 그것을 채우려면 천지에서 가장 강한 뇌의 기운을 품어야 하오.”
“뇌의 기운? 그, 그걸 어떻게 구할 수 있습니까?”
“노력으로는 10년, 15년, 운이 없으면 20년이 걸릴 수도 있소만……. 백작은 운이 좋소. 평범한 이들이 꿈꾸기 어려울 방법을 실행할 능력이 있으니 말이오.”
“가르침을 주십시오.”
“썬더 지르콘. 세상에 가장 강한, 뇌의 기운을 품은 보석을 구하시오. 그것이 당신을 7성의 길로 인도할 것이오.”
“썬더 지르콘…….”
처음 들어 보는 보석이었다.
그는 보석에 관심이 없었다. 기껏해야 다이아몬드나 사파이어, 루비 정도만 들어봤을 뿐이다.
“그 보석이 당신의 벽을 깨 줄 것이오.”
마이클 조던!
산 자로서 천계에 달통한 자. 오죽하면 그를 가리켜 에어 조던이라고 부르겠는가? 그런 분께서 결코 허튼소리를 할 리가 없었다.
썬더 지르콘.
페르시몬 백작은 3년에 걸쳐서 보석을 찾았고, 50만 골드라는 거금을 지불하고 그것을 획득할 수가 있었다.
페르시몬 백작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마나를 최대한 정심하게 모은다.
보물 상자를 열었다.
“우오오오! 정녕~ 볼 때마다 아름답구나.”
백작의 입이 딱 벌어졌다. 너무도 성스러워서 손을 대기도 겁이 났다. 보석 내부에서 요동치는 번개라니.
“이걸 먹으면 된다는 말이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50만 골드가 한순간에 날아가게 되다니. 50만 골드면 지금 자신의 개인 자산 모두를 합쳐도 안 될 금액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괜찮다.
7성의 벽만 깰 수 있다면!
페르시몬 백작은 ‘썬더 지르콘’을 두 손으로 잡고 머리 위로 올렸다.
“신이시여! 부디 제 작은 소원을 들어주소서!”
말을 마친 페르시몬 백작은 ‘썬더 지르콘’을 꿀꺽 삼켰다.
워낙 크기가 작아서 훌떡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으음.”
페르시몬 백작은 가만히 마력을 움직였다.
그리고 당황했다.
50만 골드짜리 보석을 삼켰지만 아무런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몇 번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어쩐지 마음이 좀 급해진다.
“똥이라도 싸서 다시 보석을 꺼내야 할까.”
배를 갈라서 보석을 꺼낼 수 없으니 그런 식이라도 꺼내야 할 판이었다.
설마 뱃속에서 모두 소화가 된 것은 아니겠지?
그때였다.
-띠리띠링.
페르시몬 백작의 망막에 글자와 소리가 떴다.
그는 깜짝 놀라서 주위를 살펴봤다. 아무도 없었다. 마치 마법이 자신의 몸에서 펼쳐질 것 같았다.
-축하드립니다. ‘버전 2의 아이언 헤드’ 스킬을 습득하였습니다. 버전 1보다 훨씬 빠른 스킬 업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머리는 돌과 같이 단단해졌습니다.
망치 대신 머리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질 좋은 철을 해체하여 마력을 같이 사용하시면, 아이언 헤드 스킬의 승급이 가능합니다. 단, 단점이 있습니다. 머리가 단단해질수록 지능이 떨어지게 됩니다.
“뭐, 뭐지, 이건?”
페르시몬 백작은 눈을 비볐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 같았다. 아이언 헤드 스킬? 도대체 뭐지? 이게 대체 무슨 말이야?
-띠링띠링! 당신은 SSS급 강철을 먹었습니다.
“SSS급 강철? 무슨 소리야? 내가 먹은 것은 ‘썬더 지르콘’이라고!”
-SSS급 강철을 해체합니다.
순간 뭔가가 뱃속에서 갈리는 느낌이 들었다.
페르시몬 백작은 엄청난 불길함을 느꼈다.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
-‘버전 2의 아이언 헤드’스킬은 빠른 레벱업이 가능한 대신에 지능이 –2씩 떨어집니다. 이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뭐? 내 지능이 왜 떨어져?”
페르시몬 백작의 말이 점점 느려졌다.
“잠깐만! 잠깐만 멈춰! 이게 뭐냐고?”
-당신이 먹은 SSS급 강철은 대륙에서 존재하는 강철 중 가장 단단한 강철입니다. 보통 강철보다 100배 이상의 효능을 지녔습니다. 축하합니다. 단숨에 버전 2 아이언 헤드 스킬이 MAX 되었습니다. 당신의 머리는 대륙에서 가장 단단해졌습니다. 지능이 55 떨어졌습니다. 당신의 지능은 76입니다.
페르시몬 백작은 더 이상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미 그의 눈동자는 멍하게 텅 비어 있었다.
시간을 되돌려서.
레기온이 최상급 강철에 환상마법을 걸 때 마크도 나노분자를 심어 두었다.
레기온은 그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 * *
“하아……. 이 짓을 계속해야 할까?”
레기온은 눈앞에 놓인 황금빛 작은 결정을 보며 자괴감을 느꼈다.
정말 아름답다.
이걸 내가 만들었다니.
하지만 드워프나 대장장이처럼 불굴의 노력으로 망치질을 한 것이 아니었다.
“암탉이 된 기분이야.”
-하지만 그 가치는 충분히 있음.
마크가 위로했다. 위로는 전혀 안 되지만.
레기온은 가만히 자신이 아침에 낳은 결정을 바라봤다. 아침에 낳은 결정은 ‘갓트’라는 보석을 해체하여 만든 결정인데, 신전에서 동상을 만들 때 많이 사용하는 신성한 보석이다.
효능은 신성력 강화.
리치 마몬에게 신성력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 주기 위해서 낳았다.
아무래도 마몬은 언데드이다 보니 신성력에 취약하다.
지금까지는 변방에서 활동을 했으니 그렇지만, 보통 6서클급의 언데드는 4서클급의 성직자나 4성급 성기사에게도 제대로 된 힘을 쓰지 못한다.
애써 키웠는데 어정쩡한 성기사들에게 칼 침 맞으면 곤란하니, 그걸 강화시키기 위해 만들었다.
“이거 먹어.”
레기온은 마몬을 소환하며 결정을 내밀었다.
마몬은 고개를 숙였다. 그의 탐스러운 단발머리가 흘러내려 해골을 가렸다.
“이게 뭡니까, 주인님?”
“안 물어보고 그냥 먹을 순 없겠냐?”
레기온은 자신이 느낀 산고의 고통에 거짓말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렇다고 사실대로 말을 하자니…… 왠지 자신도 다시 먹고 싶진 않은 기분이다.
“성스러운 느낌이 좀 들어서 꺼림칙하옵니다.”
“맞아. 갓트로 만든 거거든.”
“허! 갓트!”
마몬이 갑자기 뒤로 물러났다. 그만큼 갓트는 언데드와 상성이 좋지 않은 보석이기도 하다.
“괜찮아. 내가 잘 정제해서 신성 쪽 기운 다 없애고, 너한테 도움 될 것만 남겨 뒀어. 일단 먹어 봐.”
“하, 하오나…… 주인님.”
“마몬아.”
“네, 주인님.”
“내가 독을 네게 먹이겠니?”
“당연히 아닌 줄 아옵니다. 하오나…… 갓트는…….”
레기온은 눈앞에 놓인 ‘갓트’를 바라봤다.
애를 낳는 심정으로 간신히 하나 뽑아 둔 보석이다. 이대로 버릴 수는 없다. 레기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비데 스태프를 꺼내 탁자에 올렸다.
“먹어! 뒈지기 싫으면.”
이 사이코 주인, 또 지랄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