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Realm Convenience Store Worker RAW novel - Chapter (115)
이세계 편돌이-114화(115/331)
114화. 게이트가 편돌이에게 미치는 영향 (2)
* * *
눈이 뒤집혀 있었으며, 개중에는 간간이 거품을 무는 녀석도 있었댄다. 일단은 떠오르는 대로 대답했다.
“어디서 독버섯이라도 주워 먹었대냐? 걔네들?”
“잘 모르겠소. 또, 이뿐만이 아니었소이다.”
걔네가 아주 말을 못 하는 상태까진 아니었는데, 간헐적으로 해오는 말들도 하나같이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고.
“그러니까… 본견에게서 별가루 냄새가 난다고 했었소이다. 또, 눈이 차가워서 짜증 난다고도 했었고, 자기 앞발을 굴리면서 놀고 싶다고도….”
“걔네들한테서 도망은 대체 어떻게 친 거야?”
“처음에는 본견의 꼬리를 거침없이 물어뜯었소이다. 본견은 웅크린 채로 버텼고. 그러다, 도중에 느닷없이 고개를 홱 들고는….”
가버렸댄다. 무엇 하나 제정신으로 할 말도, 행동도 아니다. 이렇게 해왔던 이유 중,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거라면….
“멍멍아. 그 흑풍파 들개들 말인데, 증상이 전부 다 똑같았냐?”
“어… 그랬던 것 같소.”
“머릿수는.”
“음… 스물 정도…? 헌데, 어떤 이유에서 이런 걸 물어보시는 것이오?”
광견병 말고는 답이 없지 않냐는 생각에서였다. 입가에 침 흘리고, 눈 뒤집히고, 간간이 거품 무는 거. 이것들은 광견병 증상이랑 정확히 일치한다.
딱 하나만 빼고 말이다. 소리 못 내는 거. 광견병 걸린 개들은 짖어도 작게밖에 못 짖는다. 아니면 아예 못 짖거나.
“그리고, 전염률 무진장 낮고. 스무 마리씩 집단으로 걸리기는 힘든 병이야.”
“허어… 사장님께선 그런 걸 어찌 알고 계시는 것이오?”
“옛날에 다큐멘터리 봤거든. 걸린 애들이 어떻게 구는지도 봤었는데… 별로 떠올리고 싶진 않다.”
구태여 떠올릴 필요도 없을 것 같고 말이다. 이 흑풍파 놈들은 기괴한 문장이긴 해도 말을 했다고는 하니까. 아무튼, 광견병에 걸린 건 아니라 치고.
아무리 이세계라 해도 시민공원에 독버섯 자라는 걸 방치할 리도 없을 테고. 내 세상서 가져온 상식이 안 통한다면….
“…….”
“사장님?”
마법. 아무튼 무슨무슨 마법에 걸려서 아무튼 난폭해진 거다, 이것 말곤 떠오르는 게 없다.
없는데, 솔직히 이것도 말이 안 된단 말이다. 공원 들개견들이 마법을 어떤 연유로 걸린 거며, 진짜 마법에 걸린 거라 쳐도 그 마법사는 들개한테 마법은 왜 거는데. 고양이파라서?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 이세계 지식수준으로는 답을 떠올릴 수 없는 문제다. 솔직하게 말했다.
“이건 나도 물어봐야 알 부분 같다, 멍멍아.”
가능하면 제대로 대답해 주고 싶다. 이 녀석의 오늘 잠자리, 나아가서는 생계가 달린 문제였으니까. 내 말에 멍멍이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외다. 고민해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기 그지없는 일이니.”
“…그래.”
이후에는 잠시 정적. 먼저 말하지 않을까 싶어 기다렸는데, 멍멍이가 털 빠진 꼬리를 축 늘어뜨린 채 말이 없더라. 그냥 내가 먼저 말했다.
“멍멍아.”
“말씀해 주시구려.”
“화낸 건 미안하다. 진심이야.”
나 혹은 하나에게 의지가 되는 존재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두려움을 이겨내겠다. 싸워 이겨내어 영역을 보장받겠다. 강해지겠다.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생각했다. 난 이 녀석이 의지 되는 존재가 되길 바라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밖에서 잘 사는 거. 난 그거면 충분했다. 다치고 물어뜯기는 꼬라지 보고 싶은 게 아니라. 하나 녀석도 마찬가지일 거고….
이 녀석이 이걸 전혀 생각하지 않은 줄 알았다. 아까는 그렇게 여겼고, 그렇게 여기고 나니 반사적으로 화가 나더라고. 지금 와서는 이 녀석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가, 얼추 짐작이 된다.
생각을 안 한 게 아니다. 못 한 거다.
“…사장님. 본견, 고백 하나 해도 되겠소이까.”
“어.”
“도전장을 내밀었던 것 말이오… 지금 생각해 보면, 아가씨나 사장님을 위해서가 아니었던 것 같소이다.”
“그러면?”
“본견을 위해서였던 것 같소. 두 분의 핑계라도 대지 않으면 용기가 안 날 것 같아서, 그렇게 해서라도 강해지고 싶어서였던 것 같소.”
이놈이 아까 두 가지를 말했다. 의지가 되는 존재가 되고 싶다, 그래서 두려운 존재에 맞서 싸워서 영역을 보장받겠다면서 말야.
얼핏 들으면 그럴싸하게 들리는 말이지만, 파고들어 보면 그 의미가 묘하게 달라진다. 나나 하나에게 든든한 뭔가가 되고 싶은 건 알겠는데, 자기 몸 해쳐 가며 무작정 들이박는 녀석에게 의지 같은 걸 할 수 있겠는가?
난 못 한다. 이 녀석도 지금은 그걸 알고 있겠지. 그래서 지금 나한테 고백하고 있는 거다. 이 짓을 한 건 자기 스스로가 답답해서였지, 남 답답한 걸 해소해 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고.
“사장님께서 말씀하셨었지. 다른 영물들, 동물들의 말을 알아듣는 게 본견의 재주가 아니겠냐고. 그걸 써서라도 이 도시에서 살아 남아보려 했소. 헌데….”
“소용이 없었겠지. 다들 배고플 거 아니냐.”
“…그렇더구려….”
굶주린 들짐승들이 먹이를 앞에 두고 할 말이래 봐야 딱 두 마디밖에 없는 것이다. 꺼져, 이건 내 꺼야. 꼬우면 한판 붙어보든가.
아무리 꼽다 한들 이 포메라니안 녀석이 싸워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수많은 순간으로부터 물러섰을 것이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다. 자기 재주가 사회에서는 도움이 될지언정, 길바닥 생활에서는 도움이 전혀 안 된다고.
“아직 말은 안 했소만… 본견, 요 며칠은 공원에서 산책도 못 했소이다. 흑풍파 녀석들이 적당히 훼방을 놓아야 말이오.”
“그런 건 넌지시라도 말해주지 그랬냐.”
“어찌 그러겠소이까. 본견이 그래도 자존심이라는 게 있지….”
씁쓸하다는 듯 다시금 고개를 떨구고는, 그대로 길게 말을 잇는다.
“참 우스운 일이오. 살던 집을 나왔던 순간에만 해도 그렇게 자유를 바랐는데, 이젠 뭐가 뭔지 알 수가 없게 된 것 같소. 본견이 지금 자유를 누리고 있기는 한 건지, 본견이 첫날에 느꼈던 그게 진정 자유가 맞기는 했던 것인지.”
오랫동안 묵혀온 고민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말하진 못 할 터다. 말하고는 숨이 찬 건지, 아니면 먹먹해진 건지….
쇼윈도 바깥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정확히는, 달을 올려다보았다.
보고 있자니 기억이 난다. 이 녀석이 그랬었다. 집을 나온 첫날, 밤하늘 아래를 산책하며 달을 올려다봤던 것이 그렇게도 좋았다고 했었다.
“그거 자유가 맞았을 거다. 멍멍아.”
“사장님께서는 그렇게 생각하시오?”
“어. 그때, 너 목소리 엄청 밝았었으니까. 별로 안 믿기냐?”
“본견도 믿고 있소. 아니, 믿고 싶소이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핑계를 댔던 것 같소. 나는 아가씨, 사장님을 위해서라도 한시 빨리 강해져야 한다고.”
“…….”
“지금은 잘 알겠구려. 본견이 그저 욕심을 부렸을 뿐이란 걸. 초조함을 감추기 위해서였단 걸 말이오. 미안하외다, 사장님.”
멍멍이의 고해성사는 여기서 끝이 났다. 말을 맺은 이후로도 멍멍이는 계속 달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몸을 크게 쓰다듬어준 뒤, 생각해 뒀던 말들을 하나씩 꺼내 보기로 했다. 우선 진심부터.
“너 그러는 거 이해한다, 멍멍아.”
“그렇소이까?”
“그래. 눈앞에서 꿈이 날아가고 있는 기분인 거잖냐. 계속 쫓아가고는 있는데, ‘내가 쫓고 있는 저게 정녕 내 꿈이 맞는 걸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고 했고.”
“…그렇소.”
“그 지경까지 가면 보통 이럴 생각조차 못 해. 나한테 얘기해준 것 자체가 대단한 거란 얘기야, 멍멍아.”
난 어느 누구에게도 말 못 했었다.
똑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놈의 자존심 때문에, 이룰 수 없는 꿈에 매달리고 있단 걸 뻔히 알고도 입 닫고 살아온 적이 내게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단 한 번이라도 자존심을 굽혔다면 내가 그렇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늘 하게 되더란다. 누구한테 말을 한다고 한들, 근본적인 건 해결이 안 됐겠지만….
최소한 위로는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불순한 의도가 아닌, 누군가가 날 진심으로 생각해 준다는 얘기니까.
“사장님께서도 저와 똑같은 생각을 해보셨었소?”
“똑같게는 아니고, 비슷하게. 나도 인생 건너뛰어 산 건 아니니까.”
“허어, 그것참 궁금하구려. 사장님께서는 어떤 꿈을―”
“그건 묻지 말고, 난 니 의견이 궁금한데 말이다. 넌 어쩌고 싶냐?”
선택지가 결국 두 가지다. 돌아가느냐, 나아가느냐. 묻자, 잠깐 고개를 떨궜던 멍멍이가 대답해 왔다.
“본견,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외다. 아직까지 본견, 그 어떠한 노력도 하지 못했잖소.”
“노력을 안 한 게 아냐, 인마. 방향성이 잘못됐던 거지.”
“방향성이 말이오?”
“그래. 네가 사람이나 이종족이었으면 헬스장 가서 근력운동을 해보라 했을 텐데….”
여기서부터가 문제다. 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고 싶다. 용기 내서 이렇게 말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테니, 이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고.
헌데 이 녀석이 영물이긴 해도 포메라니안이란 말이다. 몸을 재생시키거나 말하는 걸 잘하기는 해도, 정작 그게 어떻게 되는 건지를 스스로가 몰라.
이 부분에서 접근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다. 알려줄 만한 누군가를 찾는 것.
생각이긴 한데, 점장이 이 부분에 대해 전에 얘기해 준 적이 있다. 영물이 다루는 것은 ‘마법이랑 비슷해도 마법은 아닌 제3의 무언가’라고.
그러니 영물과 대화를 해봐라, 이렇게 조언해 줬었다. 나도 한번 말은 해봤던 기억이 있다.
“멍멍아. 전에 불사조 있다는 동물원 한번 가보라 했던 거 기억나냐?”
“아무렴, 기억하고 있소이다. 직접 가보려고도 했소만….”
“없디?”
“가는 길이 무척 험난하여, 시도조차 해볼 수 없었소이다. 송구스럽구려.”
여기가 도심지다. 동물원까지의 직선거리가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건너야 될 횡단보도가 못해도 100개는 될 거다.
그걸 생각하고 나니, 이 녀석한테 참 무책임한 말만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영물이 만나고 싶다고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플라잉 난다고래가 원할 때 또 나타나 주는 것도 아니고….
―우우우웅.
“야, 멍멍아. 잠깐 기다려 봐라. 전화 좀 받을게.”
“하루 종일이라도 기다릴 수 있소.”
거기까진 안 바란다. 계산대 밑에서 폰 꺼내 발신자를 확인해 봤다. 누나였다. 수신 버튼을 눌렀는데, 사람 목소리는 안 들리고 웬 바람 소리만 휙휙 울리더라.
“누나. 누나?”
[ ^&$#고! ]“누나! 바람 소리 때문에 안 들려, 지금!”
“뭘 어쩌라고?!”
마저 묻는 순간, 밖에서 쿵 컨테이너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약한 땅 흔들림에 계산대 위에 진열된 라이터가 들썩인 건 덤이다.
그리고 동물들이 지진에 예민하다. 멍멍이가 땅이 울리는 순간 바싹 엎드려서는, 꼬리를 계산대에 밀착시키며 외치더라고.
“지, 지진이오! 사장님, 어서 빨리 계산대 밑으로―”
“멍멍아, 잠깐 내려가 있어라.”
곤두선 털들을 쓸어내리며 끌어안아 내려놨다. 이후 밖으로 나가자, 누나가 컨테이너 위에 올라가 있는 게 바로 보였다.
전에 봤던 페가수스 같은 말 위에 올라타 있는 채로 말야. 내 쪽을 바라본 누나가 머리의 고글을 걷어 올리고는 씨익 웃으며 말해왔다.
“택배 받을 준비 하라고.”
통화로 말한 게 이 얘기였구만. 안부 인사를 건네려다, 바로 떠오르는 게 있어 물었다.
“누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됨?”
“아니, 오랜만에 얼굴 비췄는데 인사는 안 하고 뭐야? 누나 서운하게 말야.”
“중요한 거라서 그래.”
“뭔데.”
바로 물었다.
“누나가 타고 있는 그 말, 혹시 영물이야?”
“얘? 어. 영물. 근데 이건 왜 물어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