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Realm Convenience Store Worker RAW novel - Chapter (121)
이세계 편돌이-120화(121/331)
120화. 만 2세 토르람쥐 쥐생 최후의 람쥐썬더 (1)
* * *
다람쥐가 두 번째로 벼락을 시전했을 때, 나는 침묵했다. 상황 자체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으아, 씨벌! 이게 뭐여!”
중년 엘프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순간에도, 나는 침묵했다. 도망쳐 나간 바깥 거리에도 무언가가 더 있었기 때문이다. 빛이 뿜어져 나오는 무언가가….
―찍! 찌이익!
세 번째 벼락이 정문 방향으로 날아갔을 때, 더 이상 우리 매장 정문은 남아있지 않았다. 한눈팔았다간 벼락부자가 될 것 같아, 다람쥐를 향해 온 시선을 집중했다.
“야이, 씨….”
저놈 대체 뭐가 불만이어서 저러는 거냐?
당장 보이는 걸 그대로 읊는다면, 람쥐가 한쪽 앞발은 보라색 돌멩이를 끌어안은 채며, 다른 앞발은 허공에 치켜든 채로 람쥐썬더를 시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태까지 총 세 번의 람쥐썬더를 시전했으며, 한 번은 내 머리 위를, 한 번은 중년 엘프의 벗겨진 머리 위를, 그리고 나머지 한 번이 정문을 향했고….
―찌이이익!!
벼락에 직격당한 정문이 붉게 달아오르고는 눈 깜짝할 새에 터져 산산조각 나버렸다. 한 달 남짓 동안 정문 박살 나는 것만 몇 번을 보는 건지 모르겠다.
―찍! 찍찍!
“아니, 저 엘프 양반은 다람쥐를 대체 어디서 주워 온….”
“사장님. 일단 진정하시지요.”
참 무리한 부탁을 하신다. 방금 내 직장 문짝이 다람쥐가 쏜 벼락에 맞아 터졌는데, 이 상황에 어떻게 진정을 하란 말인가?
이건 내가 아니라 이 세상 사는 다른 편돌이여도 못 참는다. 그렇게 말하고픈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어르신께서 진정하란 말을 무척 침착한 어조로 해오셨다.
힘든 거 아는데 노력은 해봐라, 이런 의미인 듯하다. 덕분에 진정이 좀 됐다.
그래 씨, 이세계에 체인 라이트닝 쓰는 다람쥐 한 마리쯤이야 당연히 있을 수 있….
“다람쥐뿐만이 아니라, 거리 전체에 지금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어르신께서 바라보는 방향을 따라 바라봤고, 아물어 가던 멘탈이 다시금 덧나기 시작했다. 진짜, 진짜로 뭔가 일어나고 있다.
우선, 고라니. 고라니가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그것도 보통 고라니가 아니다. 입가 언저리에 음산한 붉은 빛이 감돌고 있고, 목에 힘줄 도드라진 게 스쿼트를 몇 세트는 하고 온 듯한 외형이다.
눈동자에 붉은색 빛이 비치고 있는 걸 보면 저 녀석도 제정신은 아닌 것 같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고라니가 대뜸 외마디 소리를 질러댔다.
―우와아아아악!!
울음소리에 쇼윈도 표면이 덜덜거리고, 고라니가 서 있던 근처의 버스정류장 유리창은 아예 박살이 나버렸다. 동시에 무언가가 그 고라니의 옆을 스치듯 지나쳐 매장 안으로 날아들어 왔는데, 그게 뭐였냐면….
―찌르르르르―
아! 귀뚜라미! 편돌이로서 이 귀뚜라미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아니할 수가 없다.
저녁에서 밤 사이. 손님이 많이 오가는 타임이면 이 귀뚜라미가 어느샌가 한 마리씩 들어오는데, 이놈들이 매장 안에 숨어서는 기회를 틈타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그러면 편돌이는 ‘아, 또 벌레 들어왔네’ 하고 말지만, 계산하는 손님들은 그렇지가 않다. 매장에 벌레 들어온 것 같은데, 잡으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하고 꼭 한마디씩 물어본단 말이지.
그걸 들은 편돌이는 생각한다. 저걸 뭔 수로 잡아?
가끔 컵라면 위, 혹은 진열대 꼭대기에서 보란 듯이 울어대는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놈들이 있긴 하지만 이건 예외고, 보통은 이놈들이 아주 꼭꼭 숨어서 울어댄다.
그러면 이놈 잡겠다고 소리가 나는 주변을 죄다 헤집게 되는데, 정작 그러다가 귀뚜라미랑 눈 마주치면 이놈이 그냥 폴짝 뛰어 도망가 버린다. 찾기도 어렵고, 찾아도 잡을 수가 없어서 못 잡는단 소리다.
허나 이번에 들어온 놈은 찾는 것만큼은 어렵지 않겠다 싶었다. 왜냐면 말이다, 이 망할 귀뚜라미가 농구공만 한 것도 모자라, 날갯짓하면서 상품들을 죄다 날려버리고 있었으니까! 아니!!
“지랄하네, 진짜!! 진상 놈들이 안 오니까, 이젠 별 이상한 것들이 와서 개판을―”
“사장님.”
짝. 귀 바로 옆에서 박수 소리 한 번. 고막 터질 뻔했다.
뒤를 돌아보자, 어르신께서 막 내 귓가에 양손을 맞대고 계신 자세였다.
“하나씩 해 보지요. 사장님.”
“예?”
“우선, 막 들어온 귀뚜라미는 거대하긴 하지만 크게 위험하진 않아 보입니다. 바깥의 고라니도 음파를 날린 뒤엔 걷던 방향으로 사라졌고. 확인하셨는지요?”
아직 못 했다. 바로 거리 밖을 확인하니, 아까 소리를 질렀던 고라니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채다.
“확인하셨는지요.”
“예. 확인은 했는데―”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 보죠.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대답하시는 어조가 산책 도중 막 마주친 것처럼 평온했다. 대답을 하시면서도 시선은 그대로 다람쥐를 향하고 있다.
정신줄 붙들어 매라고 이러시는 거구나. 깨닫는 순간, 등줄기를 타고 오한이 싹 내려가는 듯한 느낌이 밀려왔다. 심장박동이 점점 느려지는 게 느껴진다.
이제야 머리가 돌아간다. 지금 징징거릴 때가 아니다.
“저 다람쥐. 지금까지 세 번 연달아 벼락 마법을 사용했고, 현재는 저희를 줄곧 노려만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
“저라면 저 다람쥐가 반응하기 전에 마석을 빼앗을 수 있고 말이지요. 하지만.”
“예.”
“혹시 다른 의견이 있으십니까?”
내게 이걸 묻는 건, 내가 편돌이인 동시에 반마법사이기 때문이겠지. 짐작 가는 게 있냐 물어도 쥐뿔 떠오르는 게 없긴 하지만….
해보자, 한번. 엿 바꿔 먹겠다고 자격증 딴 거 아니잖아.
작게 숨 내쉰 뒤, 다람쥐의 눈을 바라보았다. 마찬가지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고, 앞발 두 개가 한쪽은 바닥을, 한쪽은 보라색 돌멩이를 껴안고 있다.
마석. 저게 마석일 거다. 창고에서 점장과 상품 점검을 할 때, 빛의 용사 세트 끄트머리에서 숯검댕이가 된 마석을 꺼내 확인했던 적이 있다. 색은 달라도 형태가 비슷하다.
저 다람쥐가 쥔 마석이 보라색인 건 아직 사용을 덜 해서일 거고….
“…그.”
뭔가 이상하지 않나?
점장이 마석에 대해 분명 이렇게 말했었다. 대부분은 단순한 마나 배터리 용도로 쓰인다고.
동시에, 이 세상에서 마법을 쓰려면 마나 말고 다른 요소가 더 필요하다고 누누이 말을 해왔었단 말이다. 연산식.
저 다람쥐가 연산식을 짜는 것도, 어디서 마법진을 몸에 새겨준 것도 아닐 터다. 그렇다면.
“…잠시만요.”
다시 한번 시선을 집중했다. 다람쥐가 아닌 마석에.
마석 주변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일그러지기는 하는데, 형태가 기묘하다. 여태껏 다른 마석, 마법 걸린 물건들의 경우엔 물이 회오리치듯 일정하게 보였었다.
저 마석은 전혀 다르다. 식탁보 한가운데를 잡아 들어 올리듯 일그러짐이 빨려 들어가다시피 하고 있다. 더해서 마석 주변에 스파크가 튀듯 추가로 일그러지는 게, 혹시….
―찍! 찍!
“저 씨, 어르신!”
반사적으로 어르신을 밀어냈다. 밀어낸 뒤 옆으로 물러서는 순간, 다람쥐가 우리가 서 있던 자리에 벼락을 떨궈 버렸다.
벼락이 떨어진 위치의 타일이 깨지고 그을음이 피어오른다. 옆으로 밀쳐진 어르신께서 자세를 바로잡으시며 물으셨다.
“사장님, 저 다람쥐가 마법을 쓰려는 걸 감지하신 겁니까?”
“예. 그런데 저 다람쥐가 마법을 스스로 생각해서 쓰는 게 아닌 거 같습니다.”
“허면….”
“마석에서 지멋대로 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저놈은 그걸 잡고만 있는 거고.”
느낌이 그렇다. 마석 주변에서 추가로 튀던 일그러짐이, 주변에만 튀는 게 아니라 다람쥐 몸뚱어리까지 덩달아 덮쳐댔다는 인상이었다.
그게 다람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저런 위험한 걸 왜 계속 붙들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야. 그래도 내가 할 일이 뭔지는 알았다.
“…잠깐 갔다오겠습니다.”
“사장님께서 말씀이십니까?”
여기에 대답은 안 하고, 일단 다가가고 봤다. 망설이기 싫어서였다.
주춤주춤 다가가자 다람쥐 놈이 당황했는지 살짝 주춤하더라. 허나 그것도 잠시, 몸 전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꼬리를 쭈뼛 세워버렸다.
이윽고, 벼락 한 번. 빛줄기와 눈 마주치는 순간, 반사적으로 입에서 말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찍!
“니가 찍찍대면 어쩔 건데, 새끼야!”
벼락은 얼굴로 받았다. 눈부시더라.
얼굴로 받은 그대로 앞으로 몸을 던져 다람쥐를 붙잡았다. 붙잡힌 다람쥐가 손에서 버둥대는 사이, 쥔 손에 반대 손 손가락을 욱여넣어 마석을 집었다.
그대로 빼내 육안으로 확인하려 했는데, 눈높이까지 들어 올린 마석에서 곧바로 보랏빛 연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거의 십 초가량 연기를 뿜어내고 나서야 잠잠해졌고, 숯검댕이처럼 변해버렸다. 손바닥 위에서 잠깐 굴려보려 했는데, 한 바퀴 뒤척이는 순간 퍼석 가루가 되어버렸다.
마지막으로 다람쥐를 눈앞으로 들어 올려 살펴봤다. 정확히는 마석을 붙잡고 있던 쪽의 손, 팔, 가슴팍의 솜털.
접착제에 붙었다 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엉망이다. 밑에 툭 던져 내려놓았더니, 마석 쥐고 있던 앞발을 절다시피 하며 매장 밖으로 달아나 버렸다.
“…이놈이 마석을 쥐고 있는 게 아니었네요, 어르신. 붙어있던 거였네.”
추측이지만, 마석이 터지기 직전의 상태가 아니었을까 싶다. 아니면 그에 준하는 어떤 상태였든가.
그 터지기 직전의 마석을 저 다람쥐가 집어 들어 버렸고, 몸과 팔에 찰싹 달라붙어 버린 거다. 그대로 여기저기 뛰어다니다 만취한 중년 엘프한테 붙잡혀 호주머니로 들어가 버린 거고.
벼락 쏠 때마다 찍찍거렸던 거야, 뭐… 내 가슴팍에서 벼락이 튀었으면 나라도 찍찍거렸을 거다. 아니면 따가워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
속으로 적당히 결론짓고 어르신 쪽을 바라봤는데, 어르신이 손에 귀뚜라미 다리를 붙잡고 계셨―
“으어어!”
귀뚜라미가 미쳐 날뛰고 있다. 농구공만 한 놈이 날개며 다른 다리며 미친 듯이 휘적여 대는 게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다.
날개를 휘적일 때마다 온 사방에 바람이 불어대고 있고. 어르신께서는 이 상황이 별 감흥 없으신 건지, 귀뚜라미를 살짝 들어 보이기만 하셨다.
“이것도 확인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바로 시선을 집중해봤다. 이 짱뚜라미는 마석 같은 게 보이진 않았으나, 몸통 안쪽 곳곳이 빠짐없이 일렁여대는 상태였다.
이 악문 채로 톡 건드리자, 닿는 즉시 피식 얕은 연기를 내고는 쪼그라들더라고. 작아진 반동으로 어르신 손에서 가까스로 빠져나갔고, 휘청이듯 그대로 밤거리로 도망가 버렸다.
날아간 걸 확인한 뒤, 바로 어르신께 권했다.
“어르신. 그, 손 씻으시려면 사무실 안쪽에 소제싱크 있거든요? 걸레 빨려고 만들어 두는 그거.”
“그 전에, 밖을 한번 확인해 보고 싶은데. 같이 가시겠습니까?”
“어… 아. 예.”
귀뚜라미, 다람쥐가 한 마리가 아닐 수도 있으니까. 바로 어르신 뒤를 따라가 바깥 거리를 살펴봤으나, 어딘가에 벼락이 치거나 바람이 일고 있지는 않았다.
고라니도 아예 안 보이는 곳으로 가버린 것 같고. 마찬가지로 주변을 둘러보시는 어르신을 바라보다, 해야 할 말을 아직 안 했단 걸 떠올렸다.
“어르신.”
“예, 사장님.”
“아까 감사했습니다. 제가 처음 겪어보는 일이어갖고, 많이 얼탔었어요.”
난 나 서 있던 자리에 벼락이 떨어지는 경험을 살면서 처음 해봤고, 작년까지만 해도 이런 일을 겪을 줄도 전혀 상상해본 적이 없다.
그 벼락에 얼굴 들이밀어 받아낸다는 상상은… 중2 때 비슷한 상상을 해보긴 했었던 것 같다. 여튼, 어르신께서 멘탈케어 해주시지 않았으면 지금 내가 어쩌고 있었을까.
“…제가 호위임무를 수행하던 때의 이야기입니다만.”
방역업체 전화번호부를 뒤적이는 내 모습을 상상하던 도중, 어르신께서 나지막이 말씀하셨다.
“호위대상이 패닉에 빠진 적이 한 번 있었습니다. 위치를 옮겨야 할 상황에서, 자리에 주저앉아서는 한참을 중얼거리며 움직이질 못했었지요.”
“예, 어르신.”
“그분을 다독여 움직이는 데에 대략 3분가량이 소모됐었고, 그 과정에서의 위협은 제가 온전히 받아내야 했었습니다.”
“어….”
“사장님께서는 대략 15초 정도 걸리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니면, 10초?”
이것도 난 모르겠다. 체감상 한 30분 정도는 주저앉아 있었던 것 같거든. 어르신이 말씀하시는 상황과 다람쥐가 벼락을 쏴대는 게 같지도 않을 거고….
“사장님께 자질이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아니면 군인 체질이시라든지요.”
“어우. 그런 끔찍한 말 하지 마십쇼, 어르신.”
1년 9개월 동안 군대 짬밥 먹고 예비군 끝났으면 됐지, 자질은 뭐고 군인은 또 뭐야. 이쪽 얘기엔 전혀 관심이 안 가서, 바로 관심사를 다른 데로 돌렸다.
“이제 다 끝난 걸까요, 어르신?”
다람쥐나 귀뚜라미나 고라니나, 또 나오진 않겠지? 해치웠나?
“그건 저도 잘 모르겠군요. 제 전문 분야가 아니다 보니.”
“하긴, 그러시겠… 전문 분야?”
뭔가, 뭔가 떠오르려 한다. 어제 이런 상황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게 있지 않았나?
[ 여튼, 조만간 이상한 일 일어날 수 있으니까 조심하라고. ]윤하 누나랑 게이트 얘기 나눌 때 했던 말이다. 그리고 지금, 매장이 하마터면 동물의 왕국이 되어버릴 뻔했다. 이게 이상한 일이 아니면 뭐야?
쉬는 날이니 전화도 받을 거고. 바로 어르신께 양해를 구했다.
“어르신, 저 잠깐만 통화 좀 하고 오겠습니다.”
“그러시지요. 저는 잠시….”
말을 늘이며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무신다. 확인한 뒤 바로 카운터로 달려가, 폰을 집어 들어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세 번 울리고 나서 전화를 받았는데, 이번에도 바람 소리가 가득했다.
“누나. 누나?”
[ 너 마침 전화 잘 걸었*^@[email protected]! ]“아니, 좀 멈추고 말을 하면 안 돼?”
[ @[email protected]#!아! 정문 닫고 빨리! ]정문은 지금 박살 나서 못 닫는다, 누나에게 차근차근 설명을 하려 했다. 헌데 누나가 나보다 훨씬 더 할 말이 많아 보이더라.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지는 미처 듣지 못했다. 웬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와서는 쇼윈도를 박살 내버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