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Realm Convenience Store Worker RAW novel - Chapter (135)
이세계 편돌이-134화(135/331)
134화. 우리 매장 정상영업합니다 (1)
* * *
[ 지금 마법도 허가받고 쓰고 있는 거구. 사실은 우리가 통화하고 있는 게 아니라, 찬이 폰에 내가 텔레파시 비슷한 걸 쏘고 있는 건데― ]매장으로 향하는 동안, 점장이 자기가 쓴 마법에 대해 설명을 해왔다.
전화번호와 기종, 내부에 든 마석 종류가 무엇인지도 알기에 사용 가능한 마법이라든가, 체질 때문에 내 머리에 직통으로 쏠 수가 없어서 폰을 매개체로 썼다든가.
[ 이 마법이 복잡해도 마력을 많이 쓰는 마법은 아니거든. 그래서, 내 고유 마력을…. ]까지를 말한 점장이, 도중에 말을 늘이고는 아예 주제를 돌려버렸다.
[ 어젯밤에는 윤하 만나서 얘기 나눴구, 지금은 마법청. 두 시간 내지는 세 시간 걸릴 것 같아. 서류 써야 될 게 좀 더 남았거든. ]“…….”
[ 빨리 교대해 줘야 되는 거면 아무 말소리나 내주면 돼. 바로 돌아갈 순 있으니까. ]아무 말소리도 안 냈다. 내가 당장 퇴근이 급한 것도 아니었고, 점장이 어지간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이렇게까지 할 사람이 아니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그만큼 중요한 볼일이니, 나 집 보내는 걸 늦춰서라도 마무리 짓고 오려는 거겠지. 나중에 나도 2시간 지각할 때 면죄부를 미리 받은 셈 칠 거다.
그래도 답답한 건 있다. 일방통행 통화라 내 할 말을 못 하는 건 둘째치더라도, 방금 말을 듣고 궁금해진 게 하나 있어서였다.
그런데 못 물어보잖아, 죄다 지지직거릴 테니까. 조용히 횡단보도를 걷는 도중, 점장이 다시 말을 시작했다.
[ 지금 이런 생각 하고 있지, 찬이. 평소에 내가 마법 쓰는 걸 몇 번 봤는데, 이번에 허가를 굳이 받으려는 이유가 뭘까― 하고. ]이런 부분에선 점장이 감이 참 좋다. 무슨 족집게야.
[ 은퇴한 마법사가 쓸 수 있는 마법이 엄청 제한적이거든. 위력이나 용도에 따라 9등급 분류체계로 나뉘는데, 그것들 중에 1등급, 그것도 극히 일부. 이 정도만 하려고 해도 서류 엄청 써야 돼. ]점장이 평소에 매장 청소할 때 쓰는 마법들 외에도 매장 공간이동할 때 쓰는 거라든가, 하나가 대마법사 세트 건드리다 천장으로 사출될 뻔한 걸 막아준 거라든가.
그 모두가 산더미 같은 서류를 작성하고 나서 겨우 허가받은 극히 일부의 1등급 마법들이라는 것이다. 말하는 도중, 까먹을 뻔했다는 듯 숨을 한 번 삼키고는 황급히 덧붙이는 점장.
[ 내가 제일 낮은 등급 마법만 쓸 줄 안다는 얘기는 아니야, 찬아! 허가를 못 받으니까 못 쓴다는 거지! ]점장을 뉴비라며 폄하할 생각은 없는데 말이다. 의사소통이 되질 않으니 이런 부분은 아무래도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여기까지 말한 뒤, 점장이 잠시 말이 없었다.
[ …거기 비 많이 오지, 찬아. 맞으면 아무 말소리나 내줘. ]“네. 많이 옵니다.”
[ 여기도 그래. 난 이게 게이트 때문이라 생각하는데, 찬이도 동의해? ]“예.”
[ 나도 어제 윤하랑 얘기해 보고 똑같은 생각 들었거든. 그래서 마법 사용 허가받고 가려는 거야. 내 매장은 내가 지켜야지. ]이런 이유에서일 거라고는 생각했다. 나 집 보내는 건 집 보내는 거고, 점장도 자기 생계는 챙겨야지. 이 세상 사는 사람이니까.
[ 그래서 세 시간. ]“…….”
[ 끝나는 대로 바로 갈게, 찬아. 뭔 일 나더라도 조금만 버텨. ]점장이 플래그를 세우고 있다. 단순히 비만 오는 걸 넘어, 매장에 진짜로 뭔 일이 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들리진 않겠지만, 말 좀 늘여 대답했다.
“천천히 오십쇼, 점장님. 저도 제 직장 지키고 있겠습니다.”
잠시 뒤, 점장이 받아줬다.
[ 응. ]내가 뭔 말 했는지는 알고 대답하는 건지….
전화를 끊은 뒤, 1분가량을 더 걸어 매장에 도착했다. 우선 우산부터 꽂이에 집어넣고, 신발 벗어서 안에 가득 찬 빗물도 좀 빼고.
푹 젖은 양말만 신은 채로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 시간이 딱 10시.
원래라면 10시 맞춰서 온 점장한테 할 말을 다 한 뒤, 마법청에 바로 전화를 하려고 했었다. 여기 게이트 있는 것 같다고.
이젠 나름 근거가 있다고 생각돼서였다. 치와와가 위치 여러 곳 알려줬고, 내가 대략적으로 특정했고, 하나가 하수도 밑바닥에 있다고 확실히 짚어줬으니까.
죽어라고 떼를 쓰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는데, 이젠 그럴 수조차 없다. 뜨문뜨문 떴다가 사라지던 통화권 이탈 아이콘이 이젠 아예 사라지질 않아서였다.
전화를 걸어도 신호가 아예 가질 않는다. 와이파이도 아주 잠깐 연결됐다 말았던 흔적만 톡에 남았는데, 이런 식이었다.
[ 편의점에 안 좋은 일 일어난다구요? 찬이 씨?] [ 찬이 씨? ]아까 보낸 톡들에 하나씩 답장이 와있다. 이게 엘레나 양 톡이고….
[ 사장님, 괜찮으신지요? ] [ 안 괜찮으신 겁니까? ]울프 어르신께서는 이렇게 톡을 보내셨고.
[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이건 이루엘 순경이 보낸 톡이었는데, 나중에도 연락이 올 거란 기대는 딱히 안 들더라. 한창 대민지원 하느라 바쁠 거 아냐.
[ 뭔 일이 터진다는 거야 씹새야 ] [ 이런 시팔 ] [ 씹새가 톡을 보내고 왜 대답을 안 해? ]이건 치와와가 시간차로 보낸 톡. 어차피 답장해 봐야 욕 날아올 게 뻔해서 대답 안 했다. 마지막으로 윤하 누나.
[ 거기 또 뭔 일이 터지는 건데 ] [ 야 이찬 ] [ 얌마 ] [ 최대한 빨리 가볼게 기다려봐 ]안 기다리고 튀려고 해도 튀지도 못한다. 이거라도 답장을 해보려고 ‘ㅇ’ 하나를 입력하고 보냈는데, 바로 재송신 마크가 떠올랐다.
“염병, 되는 게 없어.”
사실상 벽돌이 되어버린 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먹구름이 가득하다 못해 아주 시커멓다. 고작 1시간 전만 해도 희꺼먼 구름이 간간이 보일 정도였는데 말이다.
심지어는 주변에 불 켜진 건물조차 찾기 힘들다. 오늘 기상예보 듣고 대부분이 오픈할 생각을 안 한 것 같다. 아니면 중간에 문 닫고 퇴근을 해버렸든, 뭐든.
날씨가 앞으로도 심해지면 더 심해졌지, 날씨가 맑아질 일은 없을 것 같다. 전파도 가면 갈수록 더 안 터질 거고. 이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건 점장 기다리는 것 말곤 방법이 없을 것 같다.
내가 마법을 쓸 수 있는 게 아니잖은가. 찔끔찔끔 빗물 들어올 거라도 미리 대비를 해두고 싶긴 한데, 매장에 모래주머니가 있는 것도 아니고….
딱 3시간, 매장에서 할 수 있는 일 하면서 버티면 점장이 와서 어떻게든 해주겠지. 그동안 몸으로 때울 수 있는 일들이라도 하나씩 해두면 좋지 않을까.
예를 들면, 파는 물건들 손상 안 되게 따로 보관한다든가.
종이곽에 포장된 상품 곽을 복원할 순 있어도, 내부 물건이 물에 젖어 변질되는 것만큼은 마법으로 어떻게 할 수 없을 거다. 그것마저 어떻게 할 수 있었으면 이 세상에 유통기한이란 개념이 왜 있겠어?
빗물이 새어 들어오면 엉망이 될 곳이 이 매장 하나뿐만이 아니니, 침수피해 입은 걸 전부 보상해 주지도 않을 거고. 방향은 섰는데, 이걸 어떻게 한다.
잠깐 생각하다, 유니폼 갈아입는 곳으로 들어가서 접힌 라면박스를 되는 대로 꺼내왔다. 근 1주일간 버리는 걸 미뤘던 게 이런 식으로 돌아오다니, 운이 좋군….
이렇게 대여섯 번을 왕복하며 박스를 전부 꺼내 로비에 널브러뜨리고, 하나씩 펼쳐 진열대 아래 칸의 물건들을 큰 순서대로 상자에 욱여넣었다. 작은 것들은 뭐, 100L 일반쓰레기 봉투 쓰면 어떻게든 되겠지.
30분가량 무아지경으로 물건을 쓸어 담고 나니, 모든 진열대의 맨 밑줄이 아예 뼈대만 남아버렸다. 누가 보면 여기 폐업하는 줄 알겠다.
이후엔 안쪽에서 도르래를 꺼내 상자를 쌓고, 사무실 안쪽으로 가져갔다.
다른 매장들이면 쌓을 곳이 없어 엄두도 못 낼 방법이지만, 이 매장엔 다른 곳엔 없을 특별한 게 하나 있단 말이다. 지하창고.
지하창고 철문을 연 뒤, 도르래에 쌓아온 상자들을 죄다 밑으로 실어 날랐다. 이 짓을 하는 데에 소모된 게 20분가량의 시간과 내 무릎 연골 약간.
“후….”
다 끝낸 뒤, 사무실 안에서 잠시 숨을 돌렸다. 계단 왕복을 십수 번 하고 나니 다리가 쑤셔 죽을 것 같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남는 장사 아닌가….
― 철벅.
“?”
발이 축축하다?
밑을 내려다봤는데, 사무실 문짝 밑 틈새로 물이 새어 들어오고 있다. 설마 하는 심정으로 로비로 나오니, 로비 전체에 얕게 물이 찰랑이고 있는 상태였다.
“아니.”
뭔가 심상치 않다. 이 매장이 계단 한 칸을 밟고 올라와야 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딱 아파트 계단 한 칸 높이 정도.
정문에서 막 들어오기 전엔, 그 계단 밑바닥에서 물이 찰랑이는 정도가 고작이었단 말이다. 고작 20분 만에 먹구름 두께가 두 배로 뿔기라도 했다는 거야?
내 머리론 이해가 안 돼서 다시 한번 정문 밖으로 나가보려 했는데, 코앞에서 하늘을 눈으로 보는 순간 그 이유를 깨닫고 말았다.
코앞에 먹구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림잡아 10m 살짝 넘는 위치에서.
높은 산에 걸린 구름마냥 먹구름이 건물 4, 5층 높이에 걸려 있고, 그 먹구름에서 물에 젖은 행주를 짜는 것마냥 빗물이 콸콸 넘쳐흐르고 있다.
더 억울한 건, 그 먹구름이 거리 전체에 깔려 있는 게 아니었다는 거다. 딱 시야에 닿는 오른쪽 끝에서부터, 게이트가 있을 걸로 추정되는 4차선 교차로 위까지.
“…내가….”
진상 놈들 잔뜩 몰릴 때부터 알아봤다. 이 매장이 풍수지리적으로 터가 안 좋다니까?
― 쏴아아아―
정문 틈새로 물 새어 들어오는 소리가 뭔, 계곡에 피서라도 온 것 같다. 말이 되냐 이게?
내가 어이없어하거나 말거나, 이 망할 빗물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못해도 반나절은 갈 거라 생각했던 진열대 첫 칸이 순식간에 절반이 잠겨버렸다.
원인이야 물론 빌어 처먹을 게이트 때문일 테고. 바로 박스 쌓아뒀던 곳으로 가서, 그나마 덜 젖은 멀쩡한 박스를 챙겨 계산대 위에 쌓아 올렸다.
그 후, 계산대에 반쯤 엎드려 관자놀이를 부여잡았다. 현 상황에 대해 심각할 정도로 강한 회의감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아니, 비가 와도 좀 천천히 와야 틀어막든지 말든지 할 거 아니야. 점장이 버티라 말했던 게 설마 이걸 얘기했던 건가? 정신병 걸릴 수 있으니까 멘탈 단단히 붙들어 매라는 거?
“그래도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 1년 내릴 비가 하루 만에 다 오고 있….”
― ~시오!
“?”
― ~주시오!! 아무도 없소!!
이건 또 뭔 소리야?
정문 밖에서 중후한 저음 베이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들려오고 있다. 쇼윈도에 바싹 붙어서 빗물 틈새로 밖을 바라보니, 오른쪽 끝에서 쓰레기통 하나가 둥둥 떠내려오고 있었다.
가만 바라보고 있자니, 이 목소리가 뚜껑 닫힌 쓰레기통 안에서 들려오는 거더라.
“도와주시오, 아무도 없소이까!! 지금 이 쓰레기통 안에 개가 갇혀 있소, 떠내려가고 있단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