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Realm Convenience Store Worker RAW novel - Chapter (136)
이세계 편돌이-135화(136/331)
135화. 우리 매장 정상영업합니다 (2)
* * *
어? 네가 왜 여기서 나와…?
―를 아주 잠깐 생각한 뒤, 바로 정문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양철 쓰레기통 떠내려오는 게 당장이라도 뒤집어질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멍멍이가 외쳐대는 말들이 사람 속 터지게 만드는 내용이기도 했고….
“본견, 이렇게 오래 있을 수가 없소. 꼭 찾아뵈어야 할 은인이 있단 말이오!”
무릎까지 차오른 빗물에 막힌 걸 억지로 비집고 열어버리니, 틈새로 새어 들어오는 게 고작이었던 빗물이 아주 콸콸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뛰쳐나온 뒤, 매장 앞 도보로 나서자마자 외쳤다.
“야! 야, 멍멍아! 야!!”
망할 놈의 빗물 2배 이벤트 때문에 앞이 보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내 눈물 말고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 수준이다. 왜, 왜 하필이면 내 직장 코앞에서 이 정도의 수둔이?
더해서 머리랑 어깨로 비가 폭포처럼 쏟아지는 게, 이대로 빗물에 깔려 죽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마저 들 지경이다. 곧바로 웅웅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장님! 사장님, 거기 있소이까?! 본견이 여기 있는지는 어떻게 알고 찾아온 것이오!!”
“내가 찾아온 게 아니라 니가 떠내려온 거야, 인마! 여기 매장 코앞이라고!!”
목소리가 오른쪽에서 들려온다. 곧바로 물살이 콰르르 흐르는 도로에 뛰어들어 편의점 앞 도로의 정중앙으로 떠내려오는 쓰레기통을 겨우 확인했다. 물살 흐르는 게 급류 수준이라는 것도.
급류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다. 계산하는 것이다.
급류 높이가 허벅지 절반. 여기서 자빠지면 나도 떠내려간다. 무게중심을 최대한 낮춰, 도로 1차선의 한가운데에 웅크리듯 버티고 섰다.
잠시 후 코앞까지 떠내려온 쓰레기통을 껴안듯 붙잡자, 안에서 서러움과 감격이 반반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사장님이오, 구하러 와주셨구려!”
“아니, 나도 갇혔어.”
“뭣이?”
폭우 때문에 오도 가도 못 하게 됐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바로 쓰레기통 뚜껑을 연 뒤, 푹 젖은 멍멍이의 몸통을 손에 잡히는 대로 쥐어 꺼냈다.
꺼내서는 반대편 팔로 물을 헤쳐 가며 보도로 올라와 정문 손잡이를 부여잡았다. 그대로 어깨로 밀고 들어와, 멍멍이를 카운터 위 라면박스 더미 위에 올려놨다.
직후, 바로 옆에 엎드려 온 힘을 다해 숨을 몰아쉬었다.
“컥. 커헉, 끄윽.”
코로 들이마신 빗물이 생수 한 병어치는 되는 것 같다. 한창 숨 고르는 와중에 멍멍이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참으로 송구하오, 사장님. 민폐를 끼치려던 게 아니었는데….”
“…콜록.”
얼굴의 물기를 손으로 쓸어내린 뒤 멍멍이를 바라봤는데, 털이 빗물에 흠뻑 젖어 평소 모습의 반으로 쪼그라들어 버린 상태였다. 얼굴은 앞머리털로 죄다 가려진 채고.
니 구하려다 골로 갈 뻔했다고 생색이라도 내보려 했는데, 꼬리가 가랑이 사이로 말려 들어간 걸 보니 그럴 마음이 아예 사라지더라. 숨을 마저 고르고 대답해 줬다.
“없었던 일 쳐, 인마.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끼잉….”
“그래도 몸 털지는 말고. 담배 젖으면 니가 다 물어낼 줄 알아. 어?”
“…담배? 본견이 지금 바닥에 서 있는 게 아니오?”
직접 앞머리털을 걷어 줬다. 익사 직전의 매장 내부를 슥 둘러보고는 아연실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멍멍이.
“세상에. 기어코 이 매장까지 이렇게 되어버렸구려….”
“그건 뭔 소리야. 지금 딴 곳도 비 콸콸 쏟아지고 있다는 얘기냐?”
안부 인사 없이 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이 녀석을 만나거든, 날개 달린 말 녀석이랑 하루 종일 무슨 말을 했는지를 물어보려 했었다.
같은 영물로서 들은 조언이 뭔지 궁금하긴 했었으니까. 이 녀석도 그 얘길 할 때가 아니란 건 아는지, 바로 아침에 있었던 일에 빗대어 가며 설명을 시작했다.
“본견이 있던 공원은 그랬소. 바깥에 저 먹구름도 똑같이 껴 있었고.”
아침까지만 해도 경비실 처마 밑에서 잠 잘 자고 있다가, 비가 콸콸 내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깼단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매장 앞 거리에 있는 먹구름과 똑같은 게 있었다 하고.
찰나의 순간 만에 빗물이 발 언저리까지 잠겨버렸고, 본능적으로 위험하다 생각하여 숨 꾹 참고 빗속을 헤쳐 나왔다고 한다.
“그렇게 빠져나오기는 했는데, 빠져나온 순간 사장님 생각이 들더구려. 도시 전체에 이런 비가 내리고 있다면, 사장님이라도 무사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대로 안 멈추고 빗길을 첨벙거리며 가로지르고, 때로는 개헤엄까지 쳐 가며 달려왔는데, 하필이면 이 앞 거리에도 공원에 있던 먹구름이 한창 비를 쏟아내는 중이었다.
“본견이 용기를 내보려고는 했소만, 차마 이 빗속을 개헤엄으로 헤쳐 나올 엄두까진 나지 않더구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다는 생각에 주변을 샅샅이 뒤지다가 딱 뗏목 대용으로 쓸 만한 애착 쓰레기통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곧바로 앞발로 밀어 넘어뜨린 뒤, 쓰레기통 내부에 아무것도 없단 걸 확인하고는 그대로 탑승. 신기에 가까운 앞발과 주둥이 컨트롤로 뚜껑을 닫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뒷일을 생각 못 했다고.
“아무래도 밖을 볼 수가 없었으니 말이오. 본견이 어디로 떠내려가는 건지조차 알 방법이 없더구려….”
“아. 그래서 내가 개인데 말을 하고, 나 좀 살려달라― 하면서 목청 떨어지라고 외쳐댔냐?”
“…….”
할 말이 없는지 앓는 소릴 내며 꼬랑지를 말아버린다. 잠깐 생각하다,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 줬다. 푹 젖어서 예전 같은 감촉이 안 나온다.
“아침에 하나 만났는데, 걔도 네 걱정 엄청 했어. 비 많이 오는데 괜찮을까 하고.”
“으, 하나 아가씨도 말이외까….”
“그래, 인마. 그러니까 이런 짓 좀 제발 그만하라고 하고 싶은데, 나 걱정돼서 왔다 하니 아무 말 안 한다. 일단은.”
날씨가 이 꼬라지가 난 이상 어딜 가도 위험한 건 매한가지였을 거다. 차라리 여기 찾아와서 얼굴 비친 게 다행이지.
물론 여기라고 나은 점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이놈을 건진 게 일단 다행인 건 다행인데….
“…그나저나 진짜 어떻게 하냐, 이거.”
우선 행복회로를 한번 돌려봤다. 지금은 들려오는 빗소리가 일정하다.
바깥 먹구름이 폭탄 맞은 소화전마냥 물을 콸콸 쏟아내고 있긴 해도, 강수량이 더 세지지는 않고 있다. 나중에 어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페이스가 유지되기만 한다면, 매장 침몰되는 순간까지 함께하거나 매장 버리고 도망쳐야 할 상황까지는 안 일어날 것 같다.
문제는, 이 페이스가 유지되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란 거다.
내가 30분 걸려서 진열대 1층 높이까지를 비웠는데, 고작 10분 지나서 2층 높이까지가 죄다 물에 잠겨버렸다. 상품 파손으로 인한 추정 손실액이 100만 원을 훌쩍 넘어버렸다니까?
과자봉지며 곽과자며, 물에 뜰 수 있는 것들은 죄다 밧줄 끊어진 부표마냥 이리저리 떠다니고 있다. 지금도 멍멍이 올려놓은 카운터 밑에서 빗물이 찰랑이고 있는 상황이고….
“…염병. 모르겠다….”
“끼잉….”
내 얼굴이 말이 아니었는지, 멍멍이가 비틀비틀 다가와서는 내 팔을 할짝대기 시작했다.
흙탕물 핥지 말라고 밀어내려다 말았다. 혼자 개고생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되기도 했고, 보고 있자니 떠오르는 게 있어서였다.
아까 점장이 말했었다. 뭔 일 나더라도 버텨라.
그게 빈말이 아니라, 정말 매장에 뭔 일이 일어날 거라고 짐작을 했던 거다. 매장이 물 반 공기 반 꼴이 날 것까지 짐작을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럴 때 쓸 수 있는 마법도 당연히 허가를 받아올 터다. 그럴 사람이니까. 버티라는 건 매장 잘 지키고 있으라는 얘기가 아니라, 자기 돌아올 때까지 목숨 잘 보전하고 있으란 뜻이었을 테고.
약속한 시간이 3시간. 지금 딱 2시간가량이 지났다. 아직까지는 버틸 만하다.
다만, 내 눈물샘이 나머지 1시간을 버텨줄지는 모르겠다. 와이파이가 터지질 않으니 마법을 쓸 수도 없고, 이대로 물건들 둥둥 떠다니는 걸 구경만 해야 하나….
“…야, 야!! 이찬!!”
“뭐야?”
“살아있냐!!”
밖에서 느닷없이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누나 목소리 아닌가?
“사장님, 방금 윤하 아가씨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소?”
멍멍이가 말함과 동시에 쇼윈도 오른쪽 끝에서 익숙한 재킷 차림새의 고글 쓴 여자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허리까지 차오른 빗물 속을 걸어오는 데 일체의 막힘이 없다.
마치 물의 저항을 전혀 받지 않는 모양새다. 마저 걸어와 정문 손잡이를 붙잡고, 내가 끙끙대며 열었던 문을 방충망 열듯 아주 손쉽게 열어젖힌다.
들어오자마자 고글을 벗고는 우리 쪽을 바라보며 씨익 웃는 누나.
“잘 살아있네? 멍멍이도 그런 거 같고.”
“반갑소, 윤하 아가씨.”
“곧 뒈질 거 같기는 한데, 여기 왜 온 거야. 안 바뻐?”
“더럽게 바쁜데, 이찬 니가 매장에 뭔 일 날 것 같다고 톡 날렸잖아.”
“허어….”
“그러니까 보채지 좀 말아봐. 혹시 이거 써도 돼?”
말하며 손가락으로 쇼윈도 테이블을 가리킨다. 어떻게 써먹을 건지는 몰라도 알았다고 했더니, 누나가 휘청이는 일 한번 없이 테이블을 한 손으로 잡아서는 번쩍 들어 올렸다.
들어 올린 채로 정문 앞에 댐을 쌓듯 풍덩 담가버린 뒤, 재킷 앞주머니를 뒤적거리며 중얼거리는 누나.
“이거 대충 5톤 정도로 해놨으니까, 혹시라도 새끼발가락 찧지 말고… 아.”
손을 멈추고는 곧바로 끄집어낸 게, 스펀지?
“아니, 스펀지로 뭘 어쩌려고?”
“보면 아니까 계산대 올라가 있어. 발 담그지도 말고.”
반신반의하면서도 계산대 위를 아예 딛고 서자, 누나가 곧바로 손에 쥔 노란색 스펀지를 물에 푹 담갔다.
그러자, 매장 내의 물이 일제히 스펀지 쪽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스펀지가 빨아들이는 힘이 어지간히도 큰 건지 손 주변에 물회오리마저 생겨나고 있다. 물에 둥둥 떠다니던 상품들은 누나 몸에 쉴 새 없이 부딪쳐대고 있고.
봉지과자와 컵라면들에게 격한 사랑을 받고 있는 누나 표정이 반쯤 해탈한 표정이었는데, 죽어라고 하다 왔다는 일들이 이런 일들이었나 보다. 누나가 수위에 맞춰 스펀지 높이를 낮춰가기를 1분.
스펀지가 매장 바닥에 닿아 남은 물기를 전부 빨아들였고,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땅 짚고 있던 누나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이거 구석에 치워둘 건데, 건드리면 큰일 난다. 이유는 너도 알지?”
“아, 그게 매직 스펀지인가 봐?”
“가격도 매직인 스펀지지. 개당 100만 원 넘어, 이거.”
“그 비싼 걸 여기다 써도 돼? 우리 돈 없는데.”
“야, 그 얘기는 하지 마.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화딱지 나니까.”
질색을 하는 표정의 누나에게 물었더니, 지금 도시에 물난리가 아주 거하게 났단다. 매장 앞의 먹구름 같은 게 수십, 수백 개가 더 있는 상황이라고.
수습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닌지라 먼저 수습할 곳들의 우선순위가 구청 통해서 지침으로 내려왔는데, 첫째가 구청 건물 앞 주차장이었댄다. 둘째가 고위직 공무원들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세 번째가 벤처급 회사 빌딩 로비였고. 출근한 놈이 하나 없는데 거기 물은 우리보고 왜 치우라는 거냐? 주차장 물은 또 왜 치우라는 거고? 비 계속 내리는데.”
“비 잔뜩 맞아서 뇌세포가 묽어진 거 아닐까?”
“몰라. 여튼.”
이종족들 떠내려가는 것들 건져 올리기도 바쁜데 구청에서 개소리를 해대니, 누나가 중간에 성질이 뻗쳐서는 외쳤단다. 거긴 니들이 알아서 하고, 난 내 할 일 하겠다.
“이 스펀지도 주차장 물 비우라고 보급받은 건데, 그냥 엿 먹으라 하고 가져온 거고. 어차피 지들은 쓰지도 못할 테니까.”
스펀지 무게가 물을 빨아들인 만큼 불어나기 때문에, 그 무게를 감당 가능한 마법사가 아니면 아예 쓰지도 못한다고.
여기까지 말을 마친 누나가 바깥을 보고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이찬. 미안한데, 나 또 나가봐야 된다.”
“또 어디 물 비워야 할 데 있어?”
“아니. 스펀지 용량 다 채웠으니까 이제 대민 지원은 하고 싶어도 못 해. 다른 일 하려고.”
“어떤 거?”
묻자, 누나가 아랫입술을 깨문 채로 마저 대답해 줬다.
“핵심 게이트 찾는 거.”
“…어….”
“대책위에서 반마법사가 요청해 오거든 협조하라고 공문 날아왔단 말야. 스펀지 몰래 가져왔으니 그거라도 좀 해 놓고 싶은데, 정작 누가 나한테 요청했는지를 못 들어. 전파 끊어져 가지고.”
누나는 건물 높은 곳 올라가서 마법 쓰는 것들 관측되는 대로 바로 찾아갈 생각이었단다. 이어서 구청 욕을 중얼거리던 누나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덧붙였다.
“이찬, 너는 뭐 연락 들은 거 없냐? 경력 한 달도 채 안 되긴 했지만, 그래도 반마법사 자격증 갖고 있잖아.”
“그거 얘긴데, 누나.”
“어.”
사소한 말이라도 귀 기울여 듣겠다는 진지한 얼굴이다. 바로 말했다.
“그 핵심 게이트 어디 있는지 지금 알 거 같거든. 협조 좀 해 줄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