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Realm Convenience Store Worker RAW novel - Chapter (193)
이세계 편돌이-192화(193/331)
192화. 분실물 찾아가세요 (5)
* * *
점장 의견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아예 그놈을 잡고 돌아가자는 거다. 나중에 내비게이션에 찍힌 곳을 찾아가면 그놈 쫓을 단서는 찾을 수 있겠지만….
“당장 빵 도둑 잡을 수 있는데, 굳이 빵부스러기 쫓아다닐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찬이는 어떻게 생각해?”
도중에 내 의견을 물었는데, 나도 점장과 같은 생각이긴 했다. 일을 미루면 미룰수록 이 막 나가는 놈에게 여유를 주게 되는 거니까. 그동안 나 말고 다른 재수 없는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고.
단지 염려되는 건, 이게 아무 정보 없이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발상이란 점이다. 막말로 그 술집에 편돌이를 인식해 발동되는 마법 터렛 같은 게 쫙 깔려있으면 그땐 어떻게 해. 내가 몸으로 때워?
“그런 위험한 것까진 없지 않을까? 내비게이션 어플에 적혀있었는데, 그 술집 오늘도 정상영업이라 적혀 있더라구.”
“저도 생각해 보니, 마법 터렛 정도는 몸으로 때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건 내가 싫어. 찬이 한 번 고생했으면 됐지.”
전부는 아니어도, 최소한 일 벌인 놈을 맞닥뜨릴 때까지는 온건하게 가고 싶다고. 여기까지 내용을 가만히 듣고 있던 경관이 쓰러진 오크들을 힐끗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저 오크들은 특수상해, 특수협박, 재물손괴죄 등의 혐의로 구속될 겁니다.”
“어떤 재물, 혹시 화장실 벽 부수려던 거 때문에요?”
“예. 이 중 특수상해와 특수협박 죄목의 경우, 긴급체포 요건에 부합합니다.”
참고로 긴급체포라 함은, 영장 없으면 안 움직이겠다며 버티는 놈들에 대해 경찰이 쓸 수 있는 궁극의 필살기 같은 거라고. 말하고는 덧붙이는 경관.
“교사범의 경우, 형법상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죄목으로 처벌합니다.”
죄목이 동일하기 때문에, 이 일을 사주했을 그놈 상대로도 똑같이 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경관도 표정 변화만 없었지, 할 마음이 그득했던 것 같다.
“말씀해주신 마법들. 그것들은 검증이 좀 더 필요한 것들이니까요.”
내 주머니에 들어있는 신경마비 마법. 이걸로 그놈을 감방에 처넣는 건 국립마법수사연구원이란 곳을 통해 검증을 받은 뒤에나 가능하다고. 이세계에도 국과수가 따로 있나 보다.
“그래도 어떻게든 수갑 채울 수는 있단 말씀이시죠.”
“가능합니다. 온건한 방법은… 생각을 좀 해봐야겠습니다만.”
“그건 제가 떠올린 게 있어요, 경관님. 예전에 저한테 일 맡겨주신 분께서 쓰셨던 방법인데.”
경관과 동시에 바라보자, 흠흠 헛기침을 하고는 자기 발상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우리가 가기로 한 술집이 정상영업을 하고는 있으나, 아주 정상은 아닐 거란다.
필시 미허가된 탐지 마법을 사방에 덕지덕지 둘러댔을 것이며, 우릴 잡겠다고 날을 잡은 오늘은 특히 효력이 셀 거라고. 말인즉, 경찰차를 타고 접근할 순 없다는 뜻이다. 미리 알아채고 줄행랑을 칠 테니까.
“그럼 저희 뭐 타고 갑니까. 점장님 차 있으세요?”
“난 차 막히는 게 지겨워서 팔았어. 경관님께서는요?”
“자가용은 따로 없고, 관할 내 잠복근무용 차량들은 모두 학원지구 범죄예방 목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럼 답이 없는데요, 점장님. 콜택시 불러요?”
“콜택시는 좀 그렇구, 내 생각엔 저분들 타고 오셨을 차가 제일 좋을 것 같아.”
말하며 오크 놈들을 가리켰고, 난 좋은 생각 같아서 괜찮다고 했다. 저놈들 차를 타고 돌아가면 마법에 걸릴 일도 없을 거 아냐. 원래 지들 타던 차 타고 가는 거니까.
헌데, 이러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운전 누가 함?
“전 면허증 원래 살던 집에 두고 왔습니다. 점장님.”
“나도 2종 보통밖에 없어. 이럴 줄 알았으면 1종 따놓을걸….”
“그 문제가 아니더라도, 무보험자가 차량을 운전할 경우,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의거해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집니다.”
이 문제로 인해 경관도 운전이 불가능했고, 계획 자체가 붕 뜰 상황에 처해 버렸다. 이런 씨, 좋은 일 좀 해보겠다는데 왜 이리 걸리는 게 많아….
“그럼… 대중교통을 타고 간다든가.”
“그 근방에 버스 안 다녀, 찬아. 영업만 정상적으로 할 뿐이지 아주 오지야. 오지.”
“아니, 뭔 억까가 이렇게 심하대요. 아니면 차라리, 그.”
떠오르는 걸 닥치는 대로 말해볼 생각이었는데, 이 발상은 떠올리자마자 입에 내뱉으면 일이 커질 발상이란 걸 직감했다.
허나 경관과 점장이 날 동시에 바라봤고, 말을 물리기도 애매해졌다. 부정해줬으면 하는 심정으로 말을 꺼내 봤다.
“…그, 대리기사님 부르는 건 어떻습니까?”
* * *
떠오른 순간엔 이게 좋은 발상인 줄 알았다. 대리운전기사는 대리운전자 보험이 따로 있으니까, 오크 놈들 차를 몰더라도 무보험 운전 벌금을 물진 않을 거 아냐?
도보로 5~10분 거리에 주차를 부탁하면 대리기사한테 피해가 갈 일도 없을 테고. 허나 내가 간과한 게, 지금 우리가 있는 공원이 이 동네에서도 꽤 외진 곳이란 말이다.
어지간한 대리기사라면 여길 안 온단 뜻이다. 지금이 불토 주말이고, 이런 곳이 아니어도 대리기사 찾는 양반들이 지천에 널렸을 테니까. 그리하여 누가 왔느냐.
“울프라고 합니다. 늦어서 죄송합… 사장님?”
어르신께서 오셨다. 방금 늦어서 죄송하단 말을 하다가 마셨는데, 내가 대리운전 콜 넣고 3분도 안 되어 찾아오신 분이 저 말 하시는 거다.
도로 위를 과속경공술로 달려오기라도 하신 건지, 양복 목 부근 옷깃이 살짝 흐트러진 채다. 우릴 마주치고는 곧바로 매무새부터 다듬으신 뒤, 반은 반가움. 반은 의아함이 어조로 물으셨다.
“업주님과 경관님, 성함이 이루엘 경관님이셨던가요?”
“그렇습니다. 그날 이후로 평안하셨습니까.”
“평안했지요. 헌데, 세 분께서 이 외진 곳엔 어인 일이십니까?”
이걸 말을 하는 게 맞냐, 안 하는 게 맞냐. 막막함에 말을 못 잇고 있었는데, 짧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어르신께서 화장실 쪽에 널브러진 오크들을 목격하시고 말았다.
눈을 가늘게 뜨시는 것과 동시에 공원 출입구 쪽에서 경찰차들이 우르르 몰려왔고, 몸을 못 가누는 오크들을 들어 뒷좌석에 욱여넣기 시작했다.
“…세 분, 인수인계만 마치고 돌아오겠습니다.”
말해오는 경관 어조가 착 가라앉은 채였는데, 이유가 뭔지는 충분히 짐작이 간다. 거수경례를 마치고는 화장실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가 버렸고, 바라보던 어르신께서 소감을 말씀하셨다.
“꽤 곤란한 일을 겪으셨었나 봅니다.”
“오랜만에 봬서 엄청 반가워요, 울프 어르신. 지금 상황이 어떻냐면요.”
점장이 어르신께 간략히 상황을 설명했고, 듣고 있자니 거북한 게 다소 풀어지긴 했다. 점장 어조가 단호해서였다. 범죄 수사를 위해 차를 운전해주실 분이 필요해서 불렀고, 위해는 전혀 없으실 거다―
“범죄 수사? 어떤 범죄 수사 말씀이십니까?”
“그건 말씀 못 드릴 것 같아요, 어르신. 아직 일이 덜 끝나서요.”
“…그렇습니까.”
이렇게 대답을 하긴 하셨는데, 어투가 귀에 밟히게 시무룩해졌다. 나도 거들었다.
“점장님이랑 제가 각각 마법사, 반마법사 자격으로 경관님 일 돕고 있습니다. 경관님께 따로 협업 요청을 받은 거고, 그… 관계자예요.”
“저도 경관님께 말씀드리고 도움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그건 저도 잘 모르겠는데, 허가받는 데에 좀 오래 걸리는 것 같더라고요. 저희가 오늘 중에 일 다 끝낼 생각이라서… 네.”
들으시는 도중에 각져있던 귀 끝이 늘어지시더라. 딱 봐도 지금 상황에서 개꿀잼 각을 보신 게 분명하다. 이러실 것 같아서 어르신께서는 안 와주셨으면 했다.
“…저는 운전만 도와드리면 되는 건지요.”
“예. 죄송하지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예. 제 일이고, 사장님 일이기도 하니까요.”
그래도 어르신께서 철이 단단히 드신 분이라 금방 기운을 차려주셨다. 분명 언젠가, 시민공원 공중화장실에서의 대혈투에 대해 웃으면서 얘기할 순간이 오겠지….
이 대화 직후에 경관이 돌아왔는데, 손에 차 키 하나만 달랑 달린 열쇠고리가 들려있다. 오크 놈들 중 한 놈에게서 따로 압수해온 듯했다.
다가와서는 어르신 앞에 선 뒤, 거수경례와 동시에 말해왔다.
“민간협조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언제쯤 출발하실 생각이신지요?”
“지금 바로 출발할 생각입니다. 차 위치를 전해 들었으니,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 * *
이 오크 놈들이 공원 밖 건물 사이 골목에 차를 대놨다. 1차선 너비 골목에 4대가 나란히 자리잡혀 있었는데, 굳이 주차하는 것까지 깡패티를 낼 필요가 있나?
열쇠는 이 중 맨 앞 차량 거였고, 각자 조수석이나 앞칸에 자리 잡아 출발했다. 20분 동안 달리면서는 점장과 경관이 일에 관한 것들을 말해왔고, 난 조용히 듣기만 했다.
“그 마법사분 말인데, 일이 잘못되면 경관님께 마법을 쓰려 할지도 몰라요. 경관님, 마법 쓰는 범죄자도 제압해보신 적 있으세요?”
“시뮬레이션으론 수없이 해봤습니다만, 중범죄자를 상대로는 많지 않습니다.”
“그럼 저도 그 마법사분 같이 보러 갈게요. 쓰는 마법 보면 말씀드릴 게 있을 것 같구, 또….”
따로 말을 안 해도 사운드가 꽉 차더라고. 어르신께서도 운전하시면서 간간이 귀만 쫑긋거리셨고, 밤거리를 달려 20분.
내비게이션에 찍힌 술집 근처에 도착했고, 갓길에 차를 댔다. 이후엔 운전석에서 내린 어르신께서 너무 자연스럽게 따라오려고 하시길래, 안에서 기다리시라고 말하려 했는데….
“근처에서 담배만 피고 들어가겠습니다.”
라고 당당하게 말씀하시길래 말을 삼켰다. 결국 넷이서 술집 근처까지 같이 오게 됐고, 여기서부터는 차에서 짜둔 계획대로 움직였다.
“저랑 찬이랑 먼저 가서 사장님 부를게요. 경관님 같이 들어오시면 무조건 자기 잡으러 온 줄 알 테니까.”
“예. 신호 주시면 문을 부숴서라도 들어가겠습니다.”
신호는, 내가 술집에서 진상짓 하는 걸로 정해놨다. 내가 진상들 배우면서 학습한 게 있는 터라 자신 있었거든.
이렇게 경관은 근처의 사각지대, 어르신께서는 술집 뒤편으로 정말 담배를 피우러 가셨고, 내가 앞장서서 점장과 나란히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갔는데 분위기나 냄새가, 씨….
“손님. 저희는 미성년자 출입 금지입니다.”
희미한 네온광을 제외하면 뭐가 보이는 것도 없고, 술 냄새가 희미하게 나기는 했는데 대부분이 짠내, 혹은 퀴퀴한 먼지 냄새만 난다. 내부 인원도 카운터의 바텐더 한 명뿐.
솔루션을 받더라도 회생을 장담할 수 없을 곳이었다. 정작 바텐더는 내부 상황이 조금도 대수롭지 않은지, 점장을 내려다보며 눈살을 찌푸릴 뿐이었다. 여기에 씨익 웃으며 대꾸하는 점장.
“저 평소에 맥주 잘 마셔요. 영원한 18세지만!”
난 이곳 분위기 탓에 등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는데, 점장은 안색변화 하나 없이 태연하다. 나는 앞으로 몇 살을 더 먹어야 영원한 18세가 될 수 있을까?
“그럼 나가주시지요.”
“농담이에요. 자요, 여기 신분증.”
뚜벅뚜벅 걷는 점장을 뒤따라 카운터로 향했고, 점장이 자기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신분증이 아닌, 신경 마비 마법진이 잉크로 그려진 A4 용지.
“사실 술 마시러 온 건 아니구, 분실물을 습득했는데요.”
“…….”
“적힌 걸 보니까, 주인분이 여기 사장님이신 것 같아서요. 저희가 잘 찾아온 거 맞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