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Realm Convenience Store Worker RAW novel - Chapter (214)
이세계 편돌이-213화(214/331)
213화. 눈물의 골든 마우스 (1)
* * *
고양이 입 높이의 허공에 축 늘어진 황금 쥐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매장에 쥐가 나타난 지금, 편돌이 입장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무려 몸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는 능력이라오! 지금 이 황금색 털도 말이외다, 나으리께서 염색을 하신 게 아니고―”
“야, 알았으니까 그거 데리고 나가. 빨리.”
이 골―든 마우스가 당장은 미동이 없다. 이게 죽은 척인지 정말 기절한 건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털뭉치 놈 입에 단단히 물려있다.
그러니까 도망치기 전에 일단 나가라. 말했으나, 멍멍이가 어리둥절하다는 듯 반문해왔다.
“뭣이?”
“뭣이는 뭔 놈의 뭣이야, 인마. 왜 편의점에 쥐를 물고 들어와?”
이 녀석이 잔뜩 들떠 있어서인지, 내 말을 듣고도 여전히 고개를 갸웃하기만 할 뿐이다. 마음 같아선 냉큼 골―든 마우스를 잡아다 내던지고픈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꾹 참고 설명해줬다. 이놈이 편돌이 입장에서 하루살이, 귀뚜라미 따위는 명함조차 못 내미는 고통 유발 원인이다. 목격되었을 때의 여파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솔직히 하루살이나 귀뚜라미는 자연현상이잖은가? 출입을 제어할 수 없는 놈들이란 인식이 강하고, 손님들도 크게 뭐라 안 한다. 기껏해야 ‘벌레 잡으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하고 핀잔 한두 번 주고 끝이지.
허나 쥐는 경우가 다르다. 한 번 관측되는 것만으로 위생 상태를 포함한 오만 것들을 의심케 만드는 파괴력, ‘영업장에서 어떻게든 해야 한다’라는 인식을 동시에 지녔단 말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해야 하는데, 반경 5m에만 접근해도 튀는 놈들을 편돌이가 어떻게 잡냐고. 우리가 설치류 포획 전문교육을 받기를 했어, 뭘 했어?
그렇다고 방치하자니, 근무하는 매장에서 쥐가 번식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더해 온갖 압력에 시달리게 된다. 이것도 예시를 하나 든다면, ‘사장님, 매장에 쥐 나왔어요!’ ‘뭐? 야, 쥐 꼭 잡아. 설마 놓친 건 아니지?’ ‘어….’
“너도 다는 몰라도 음식 파는 곳에 쥐 나오면 개판 난다는 거 정도는 알 거 아니냐. 아는 녀석이 이렇게 태연하게 쥐를 물고 들어오면….”
까지 말할 즈음, 멍멍이가 정신머리가 돌아왔는지 휘휘 젓던 꼬리를 가랑이 사이로 말아버렸다. 그러고는 쥐죽은 목소리로 우물거렸다.
“죄…송하오, 사장님. 본견도 전 집주인이 쥐에 시달리는 걸 분명 봤었는데….”
“므아옹.”
동시에 허공에 떠 있던 쥐가 밑으로 툭 떨어졌고, 한심하다는 뉘앙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 울음소리에 귀마저 축 늘어져 버린 멍멍이.
“…그러게 말이오, 고양이 양반.”
“얘가 방금 뭐라고 한 건데.”
“내가 이렇게 될 줄 알았지, 라고 하였소….”
대답하고는 아예 시선을 피하기 시작한다. 이게 잘못한 건 분명 맞지만, 2살배기 놈한테 말을 너무 강하게 한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다음부턴 좀 조심하라고. 알았냐.”
매장에 손님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이쯤 끝내야겠다. 말하자, 큼지막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멍멍이.
“안 하겠소, 다시는 안 하겠소!”
“알았으면 됐다. 점장님, 이건 제가 알아서… 뭐야, 점장님 어디 가셨어.”
“나 여기 있어, 찬아.”
쓴소리 하느라 점장 없어진 줄도 몰랐다. 목소리가 들린 곳을 돌아보자, 점장이 사무실 쪽에서 손에 뭔가를 든 채 다가오고 있었다. 신발상자.
“여기 구멍 뚫어놓으면 얘도 숨 쉴 수 있겠지?”
“그렇겠죠? 근데, 어… 괜찮으세요?”
“응? 뭐가?”
“그야… 쥐잖아요.”
나야 일개 직원이니 잡기 힘들어서 싫다― 수준에서 그칠 뿐, 업주는 신경 쓸 게 훨씬 많을 거다. 쥐똥으로 인한 매장 위생의 질적 저하라거나, 쥐 출몰 빈도와 매출 감소 폭의 상관관계라거나….
여기까지는 아니어도, 여자들은 쥐라면 햄스터나 기니피그 빼고는 다 질색하지 않나. 이 염려에 물어봤는데, 점장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옛날에 생쥐 다뤄본 적 있어서 괜찮아, 찬아. 마법 실험으로든, 퇴치 목적으로든.”
“허어. 그런 일도 해보셨었어요?”
“좋은 경험은 아니었지만, 응. 마지막에는 우려했던 일이 그대로 일어나 버리기도 했구….”
“뭔 일이 있었길래.”
호기심에 묻자 점장 왈, 새로 개발된 최면 마법의 실험에 참여한 적이 있었단다. 실험의 목적은 최면 마법을 전파시키는 슈퍼전파쥐를 만드는 것.
“한 마리 생쥐한테 ‘사람 있는 곳에 접근하지 마라―’라는 목적의 전이되는 반영구 지속 최면 마법을 건 다음에, 도시에 풀어놓는 거야. 그럼 식당 같은 곳에서 골머리 썩진 않겠지?”
“의도는 좋게 들리는데요. 왜 안 내켜 하셨던 겁니까?”
“내가 그 실험의 중간에 들어갔는데, 상황이 말도 안 됐거든.”
“말이 어떻게 안 됐는데요?”
“아니 글쎄, 걔네가 ‘사람이 있는 곳’이라는 개념을 명확히 인지시킬 정도로 쥐 지능을 높여 놨다구. 쳇바퀴를 두 발로, 세 칸씩 뛰어다녔다니까?”
그걸 보자마자 점장이 한 말이 당장 이 실험 접어라, 였다고. 더해서 이 정도로 지능 높은 쥐한테 그런 마법을 걸었다간 필시 일이 난다. 그게 어떤 일이냐면―
을 미처 설명하기도 전에 윗사람들이 게거품을 물면서는 이게 국가사업인데 뭔 일개 마법사가 접어라 말아라냐, 들어간 돈이 얼마인 줄 아느냐, 어쩌고저쩌고.
점장으로서는 결국 미연의 조치만 취한 채 물러설 수밖에 없었고, 실험 말미에 점장이 우려했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쥐가 자기한테 걸린 최면 마법을 스스로 분석하고 재구축해서는, 다른 쥐들한테 그대로 걸어버린 거야. ‘자기 명령에 복종해라’라는 목적으루.”
“그 뭔… 무슨 명령을 내렸던 겁니까?”
“나야 정확히는 모르지만, 결과는 잘 알지. 실험 주관한 윗분들 집이 죄다 점거당했어. 천장, 하수구, 자제분들 장난감 집까지 전부.”
자기 뇌를 뜯고 즐긴 실험자들과 주관자들에게 쥐똥으로 복수한다는 B―급 공포영화스러운 전개가 벌어졌으나, 언론에 퍼지지는 않았단다. 엠바고가 걸려서였단다.
“금방 끝나기도 했구 말야.”
“아까 미연의 조치를 취하셨다 하셨는데, 그거 덕분인가 봅니다.”
“연산식에 딱 한 문장 더 추가해놨었어. 마력 소모량 200배.”
“아…하.”
“마력 출처는 쥐들 수명.”
이게 내 귀엔 이렇게 들린다. 그 최면 마법이 전이된 쥐들은 200배 더 빨리 죽는다. 실험용 쥐의 평균 수명이 2.5년, 일로 따지면 약 900일.
“내가 그 실험을 왜 안 내켜 했는지 잘 알겠지, 찬아.”
“예….”
“그 건으로는 한 푼도 안 받았어. 쥐들한테 미안해서.”
여담으로, 마력이 다 떨어진 쥐들은 알아서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그 사라지는 과정이 어땠는지는 점장이 자세히 묘사해주지는 않았지만….
나도 더는 안 궁금해서 안 물어봤다. 눈을 내리깔고 있던 점장이,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의도에서인지 상자를 벌컥 열었다.
“아무튼 쥐 싫어하진 않아. 이 애는 보통 쥐도 아닌 거 같구 말야. 영물이잖아?”
“예. 때깔만 봐도 범상치 않아 뵈긴 합니다.”
“맞아. 그런데 멍멍아. 이 쥐 털 말야, 혹시 순금이야?”
자기 소유 매장에 쥐가 들어온 정도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어조였다. 점장이 물었으나, 멍멍이가 대답은 안 하고 눈치만 보고 있다. 방금 점장 얘기가 마음에 박혔나 보다.
“어… 그게.”
“므아아아옹. 냐앙.”
대답을 얼버무리던 멍멍이의 꼬리가 옆으로 홱 꺾였고, 답답하기 그지없다는 어조의 울음소리가 울렸다. 이건 또 뭔 소리래.
“이 털뭉치 놈이 이번엔 또 뭐래냐?”
“기껏 와서는 계속 답답하게 굴 거냐는―”
“냐앙! 냐아옹, 냥!”
“…알겠소. 그만하겠소이다.”
“뭐. 지 말 통역하지 말래?”
“첫 마디는 그러했고, 빨리 집에 가고 싶으니 자기가 말하겠다는구려.”
그렇다길래, 알았다 한 뒤에 고양이가 말하는 걸 가만히 들어봤다. 냐아아옹, 냐앙.
“…거, 말을 할 거면 좀 알아듣게 하든가….”
“자기가 깨물어 보니 24k가 확실했다는 뜻이었소.”
“아니, 이 털뭉치가 그걸 어떻게 알아. 복덕방 금목걸이라도 훔쳐 봤대?”
“하아악!”
“그게 대체 뭐가 중요하냐는데 말이오.”
“그렇다는데요, 점장님. 근데 순금인지는 왜 여쭤보신 겁니까?”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변신 마법 쓰는 게 쉽지 않은 일이거든. 분명 심장도 황금으로 바뀌었을 텐데….”
점장 입장에서도 신기하게 여겨졌는지 말이 없어졌으나, 부연 설명 없이도 신기하긴 신기하더라. 중세시대 연금술사들이 이 쥐를 봤으면 뭐라 생각했을지가 궁금하다.
한참 동안 쥐를 바라보다, 퍼뜩 떠올랐다는 듯 털뭉치 쪽으로 손을 뻗는 점장.
“맞다, 아직 인사를 안 했네. 안녕?”
“하아아악!”
“…안녕이라구 딱 한마디밖에 안 했는데….”
“그게 아니고 말이오, 대사장님. 기껏 핥아 빗은 털에 손대지 말라는 뜻이었소.”
이후로도 쉴 새 없이 옹알대는 걸 두 마디로 축약해 통역해줬다. 오늘 뛰어다닐 만큼 뛰어다녔으니 집에서 쉴 것이며, 건들면 냥냥 라이트훅을 선보일 것이다.
“야, 이 털뭉치 놈아. 나한테는 상관없는데 점장님한텐 그렇게 틱틱대지 마라. 니 우윳값 출처가 어딘지 알고 까불어?”
“냥?”
“우유? 라는구려.”
“그래, 우윳값 인마. 이거 보이냐? 어?”
말하며 아까 사둔 우유를 담은 종이봉투를 들어 보였다. 받고 싶으면 처신 잘하라는 의도에서였다.
허나 봉투를 들어 보이는 순간, 파삭 소리와 함께 종이봉투의 손잡이 끈이 끊어져 버렸다. 바닥에 툭 떨어진 봉투 끝자락에 고양이 이빨 자국이 남았고, 사라졌다.
“아니, 이건 또 뭔 일이래?”
“므애옹. 매롱.”
“매롱? 야, 멍멍아. 이놈이 지금 나 놀린 거냐?”
“어… 그게 말이오.”
바로 대답 못 하는 게 놀린 거 맞나 보다. 허나 차마 곧이곧대로 통역하기가 그랬는지 에둘러 말해오는 멍멍이.
“그… 고, 고양이 양반이 말한 게, 이 정도는 쉬운 일이라는 뜻이었소. 자기 몸이 닿은 물건을 투명하게 만드는 것 말이오.”
“오. 그럼 아까 쥐가 안 보였던 것두 이 애가 투명하게 해서 그런 거야?”
“그렇소이다, 대사장님. 덕분에 찍찍이 나으리를 찾을 때도….”
말하던 도중, 정문 벨소리에 멍멍이가 우뚝 말을 멈췄다. 나도 손님이 왔나 싶어 확인해봤는데, 손님이 코빼기도 뵈질 않았다.
문이 저절로 열렸다 닫혔단 얘기다. 문이 닫힌 걸 점장과 나란히 바라보다, 점장이 내게 물었다.
“찬아. 고양이 이름 어떻게 지었어?”
“생각해둔 게 없어서 대충 불렀었는데, 그냥 그대로 부를랍니다.”
“어떻게?”
“털뭉치요.”
“고양이 이름으로는 좀 부적절하지 않아?”
“지가 싫으면 알아서 개명신청 하겠죠. 야! 갔냐?!”
불러도 대답이 없다. 이놈이 열고 나간 거 맞나 보다. 밥도 사 주고 우유도 사 주고 물도 꼬박꼬박 멕이는데, 저놈은 뭐 저리 불만이 많은지….
“…죄송합니다, 점장님. 나중에 교육 좀 시켜볼게요.”
“이것도 익숙해서 괜찮아, 찬아. 전에 지인분 고양이두, 마법약 만들던 항아리 엎질러서 카페트 다 녹이구 그랬어.”
“그거 피해보상 받으셨어요?”
“나아중에. 친해지구 나서, 무릎 골골송으로 보상받았지.”
그 지인 고양이도 처음엔 틱틱대다 나중에 친해졌단 얘기로 들린다. 저놈이 내 무릎에 앉아 골골대는 날이 오긴 할까?
“그러니까 천천히 해두 돼, 천천히. 저 애는 사람 손 타는 거 찬이가 처음이잖아.”
“예. 그나저나 점장님. 오늘 좀 늦게 들어가십니까?”
“응.”
얘기하는 사이 10시가 훌쩍 넘어서 물어본 거고, 퇴근 안 한댄다. 나도 똑같은 상황이었으면 이후 내용이 궁금해서라도 퇴근 못 할 것 같긴 해.
이 생쥐 놈 정체 말이다. 점장과 각각 멍멍이, 찍찍이가 든 상자를 안고 카운터에 들어온 뒤, 내 상황에 대해 고찰해봤다. 나중에 사자 영물을 만나거든 이름 물어볼 필요는 없겠다.
“…근데 이놈 기절한 거냐, 뭐냐? 멍멍아.”
“그건 듣지 못했다오. 이름이나 재주에 대해서도, 모셔오기 직전에 겨우 성함만 들었을 뿐이라….”
“얘 오기 전부터 이랬어?”
“많이 졸리신 듯 보였소이다. 몸에 무슨 뾰족한 걸 맞으셨다고 하셨는데….”
본견 생각에는 아무래도 주사기 같소. 멍멍이가 자기 생각을 이야기해왔고, 내 귀에도 그렇게 들렸다. 헌데 이러면 문제가 하나 생긴다.
“야. 얘 대체 어디서 데려온 거야?”
묻자, 내가 염려한 사실을 그대로 열거해오는 멍멍이. 들으면서는 데자뷰가 느껴졌다.
“어떤 새하얀 건물 안이었다오. 본견도 고양이 양반을 따라갔을 뿐이라 확신은 없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