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Realm Convenience Store Worker RAW novel - Chapter (215)
이세계 편돌이-214화(215/331)
214화. 눈물의 골든 마우스 (2)
* * *
여태껏 멍멍이 녀석이 해온 얘기들 중 안 어이없는 이야기가 없긴 했으나, 지금 말은 어이없어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어이가 없었다. 내가 잘못 들었길 바라며 되물었다.
“이 쥐를 하수구 같은 곳이 아니라, 어디 실험실을 털어 온 거다?”
“털어 온 게 아니고 말이오. 모셔 온 거기는 한데….”
“그게 그거지, 야. 그게 강도들이 내가 도둑질한 게 아니라 집에 놓여 있던 걸 가지고 온 거예요― 하는 거랑 뭐가 달라. 너 포메라니안이라고 막 나가는 거야?”
이 세상 헌법이 나 살던 곳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정하고, 헌법 제1조 1항. 여긴 민주공화국이다. 2항,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여기서 국민이라 함은 국가에 소속된 사람을 지칭하니, 멍멍이에겐 해당 사항이 없다. 치외법견이란 소리다. 이 녀석이 주인이 있는 녀석이면 그 주인이 벌을 대신 받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고….
“난 뭐 하수구에서 사는 놈 데려올 줄 알았지, 이놈들이 겁대가리가 없―”
“잠시만, 잠시만 사장님. 본견 이야기 좀 들어주시오.”
“맞아. 일단 얘길 좀 들어보자, 찬아.”
내가 도둑질에 민감한 업종 종사자여서인지 진정하고 듣기가 힘들더라. 점장 말 듣고, 등 토닥이는 걸 맞고 나서야 마음이 좀 가라앉았다.
“…예, 점장님. 야 멍멍아, 너 말 잘못하면 바로 강아지 학교 가는 거야. 알았냐?”
“명심하겠소이다. 우선은… 본견이 아니라 고양이가 하자고 했소.”
그렇다고 니가 안 한 게 되냐, 물어보려던 걸 꾹 참고 기다리자 그나마 원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지도 처음에는 하기 싫었단다. 그게 도둑질이랑 뭐가 다르냐면서.
“헌데 그 고양이 양반이 이렇게 말을 하더구려. 너 이러고 있는 이유가 뭐냐. 영물들 얘기 듣고, 어려운 걸 돕고 싶다고 하지 않았냐면서.”
그걸 듣고 멍멍이가 털뭉치에게 물었단다. 혹시 지금 만나러 가는 영물이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상황이오?
이 물음에 대해 털뭉치가 길게 냐옹거리며 대답하길, 자기는 1년 365일 유리 상자에 갇혀 지내라면 다 부숴버릴 거랜다. 확인하고 싶으면 따라오라 하고는 앞장섰고, 잠시 후에 그 멍멍이가 그 뒤를 따라갔다고.
“하여 사장님 댁에서 출발하여, 울타리를 통해 저 정문 안쪽으로 들어갔소이다. 수풀과 빗길을 헤치고, 사람분들 시선도 피하며 건물 몇 채를 더 지났고….”
어째 납치된 마을주민을 구하러 간 용사라도 된 듯이 얘기하고 있다. 여하튼 산 넘고 물 건너 긴 여행을 떠난 끝에 목적지에 도착했고, 이후로도 막힘이 없었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고양이 양반이 재주가 출중한 건 사실이더구려. 입구에서부터 도어락에 막혔었는데, 그걸 고양이 양반이 해결해 줬소이다.”
“와. 도어락도? 실험실이면 보안 마법 엄청 잘 걸어놨을 텐데.”
“하도 많이 해봐서 익숙하다 하더구려. 대사장님.”
우리 집 고양이가 투명한 걸로도 모자라 남의 집 문 따는 데에 탁월한 재능이 있댄다. 집사인 내 입장에선 썩 듣기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으나, 점장은 이 부분이 꽤 흥미로운 듯했다.
“안에 경비분이나 감시카메라도 있었을 거잖아. 그건 어떻게 했어?”
“유려하게 지나갔다오. 고양이 양반이 본견 몸도 투명하게 해준 덕이오.”
쥐를 투명하게 했던 마법을 멍멍이에게도 똑같이 사용했고, 실험실 내부도 제집 드나들듯 싸돌아다녔다고. 그리고 마침내, 쥐가 들어있는 케이스를 발견했다.
“찍찍이 나으리께서 무척 피곤하신 상태셨소. 하지만 간단한 대화 정도는 가능했다오.”
“이름도 그때 들은 거고?”
“그렇소이다. 성함은 찍찍이시고, 왜 이런 곳에 계시냐는 질문에 내가 특이해서 그렇대, 하며 특이한 이유를 말씀해주셨었고….”
털을 24k 순금으로 바꾸는 재주에 대해서도 이때 들었고, 다 들은 멍멍이가 다음 질문을 꺼냈다. 혹시 지금 몸이 많이 안 좋으시오? 피곤해 보이오.
“찍찍이 나으리께서 이렇게 대답하셨소이다. 주사를 맞아서 그렇다, 맨날 주사를 맞고 나면 졸리다. 그래도 아픈 것보단 졸린 게 낫다.”
“허어….”
“이 말을 끝으로 그대로 잠들어 버리셨고, 깨어나시거든 마저 얘기하려고 했소만….”
도중에 흰 가운이 입은 사람들이 실험실 안에 들어왔고, 방구석에 앉아 숨을 죽인 채 기다렸다. 헌데 이 사람들이 찍찍이를 보며 이런 소릴 했다고 한다. 내일부터는 투입하는 용액을 좀 늘려볼까?
“알아들은 거라곤 그게 전부지만 말이오. 그 사람들은 잠시 후에 밖으로 나갔고, 정적 속에서 고양이 양반이 본견에게 물었소. 이제 어쩔 거냐고.”
이 물음에 멍멍이가 3분간 심사숙고한 끝에 내린 결정. 데리고 나가자. 그렇게 하면 최소한 주사를 더 맞지는 않을 테니까.
“일이 그리된 것이오. 빠져나온 후에는 찍찍이 나으리께서 정신을 차리기만을 기다렸소이다. 비에 찍찍이 나으리께서 몸이 더 약해지실 것도 염려되었고 말이오.”
이 녀석들이 일을 벌인 게 오전 11시경. 그 이후로 비가 그치고 해가 질 때까지 기다렸으나, 밤 10시가 돼서도 기약이 없어서 막막함에 여기 데려온 거라고.
“그래도 여기에 모시고 올 때는, 본견이 한 일이 옳은 일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소. 본견도 주사를 맞기가 무척 싫으니 말이오.”
“너 주사 맞아 봤어?”
“옛날 집주인에게 신세를 질 때 맞아 봤었소이다. 여하튼, 옳은 일을 했다는 생각에 들떠 사장님과 대사장님께 민폐를 끼친 것 같소….”
아까 잔뜩 들떠서 왔던 것에 이런 사정이 있었구만. 말을 마치고는 카운터 바닥에 또아리를 틀며 앉아버린 멍멍이.
입을 열기에 앞서 곁눈질로 슬쩍 밖을 확인해 봤다. 행인은 제법 됐으나 손님이 들어올 기미는 없다. 밖을 바라보던 중 점장이 먼저 물었다.
“찬이는 다 들으니까 어떤 생각 들어?”
“깊은 생각, 얕은 생각 둘 다요. 둘 다 말씀드려요?”
“손님 오시면 일해야 되니까, 얕은 것만.”
시키는 대로 했다. 같은 동물 입장에서 주사 맞는 게 불쌍해서 데려온 상황이고, 난 충분히 납득된다. 나도 쉽게 무시하진 못했을 거다….
“듣구 나니까, 다른 생각이 어떤지도 궁금해지네.”
“별건 못 되니 손님 오시기 전에 후딱 말하겠습니다. 실험에 쓰이는 쥐가 불쌍한 건 맞는데, 그래서 대안이 있냐? 물어보거든 할 말이 없으니 다물고 있는 그런 거였어요.”
옛날에 TV에서 이런 내용의 다큐를 본 기억이 있다. 실험용 쥐의 자연 수명은 2년에서 3년 사이이나, 그 수명을 온전히 다 살다 가는 쥐들은 없다. 그 수가 매년 약 수백만 마리.
이에 대해 온갖 동물보호단체들이 실험 좀 그만하라며 시위하고, 실험하는 곳들 반응은 어쩔 수 없다, 인류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안 그러면 백신은 어떻게 만드냐.
“마지막에는 크레딧에 수십 년 가까이 서로 싸워대고 있지만 아직 결론은 안 났다, 이런 내용이 나오더라고요? 그거 읽으면서는 ‘수백 년 뒤에도 여기 똑같은 내용이 적혀있을 것 같은데? 이 생각이었고.”
“엄청 인상 깊었나 부다. 찬이.”
“못 잊을 장면이 하나 나왔었습니다. 제 수명 못 사는 쥐 수백만 마리를 살린답시고 인적 드문 곳까지 운반하고 방생하는 시뮬레이션을 돌려서 보여주는데… 장관이더라고요.”
거기에 드는 예산의 0 개수를 세다 ‘일개 노가다꾼인 난 잘 모르겠다―’ 결론 내고 말았고, 편돌이인 지금도 입장은 동일하다. 난 내 허용범위 안에서 단순하게 생각할 거다.
“멍멍이 녀석 일이니 가능한 한 멍멍이한테 탈 없이 맺자는 거요. 점장님께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난 찍찍이 의견 들어봐야 한다는 생각이야. 아직 모르는 것도 많구.”
이게 제일 현명한 방안 같다. 역시 왕년의 대마법사야.
“모르는 거 어떤 거요?”
“아직 찍찍이가 어떤 실험의 대상인지두 못 들었으니까. 멍멍이는 혹시 들은 거 있어?”
묻자, 돌돌 말고 있던 몸을 펴고는 더듬더듬 말해오는 멍멍이.
“실험실 분들이, 그… 이런 얘길 했다오. 마력을 없애서 마력을 사라지게 한 뒤엔 사라진 마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어떻게 파악해야… 확실치는 않소.”
마력을 사라지게 한다. 듣자마자 깨달음 반, 어이없음 반이 확 밀려왔다. 허, 씨.
“뭐야. 찬이 전문분야였네?”
“제 전문분야는 담배 파는 겁니다, 점장님. 그래도 뭐….”
듣고 나니 막막한 게 사라지고 머리가 굴러갔다. 찍찍이한테 놓아진 주사가 체내의 마력을 없애는 주사인 듯한데, 난 이 세상서 살아있는 개체들은 모두 마력을 지닌 걸로 알고 있다.
“이걸 왜 지우는 겁니까. 없애면 지방제거수술처럼 살 빠지고 그러나?”
“그렇지는 않구, 내버려 두면 나중에 아플 때 큰일 나서 그래. 이 증상이 십수 년 전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증상인데….”
짧게 설명하는 점장. 이 마력을 없애는 실험이 옛날부터 진행이 되긴 했었다. 유전적인 문제로 종족의 허용량보다 더 많은 마력을 지니고 태어난 사람들을 위해서 말이다.
허나 크게 중요시 여겨지지는 않았는데, 굳이 마력을 없앨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법을 써서 소모해 버리면 그만이었거든.
하지만 전쟁 이후로 수십 년에 걸쳐 마법의 제어를 마법청이 담당하게 된 지금, 마법을 쓰고 싶다고 마음대로 쓸 수는 없는 세상이 되었다. 이로 인해 갈 곳 없어진 마력이 어떻게 됐느냐.
“체내에 쌓여 백혈구 역할을 하게 된 거야. 과하게. 다른 병 치료하려고 약을 먹어도, 마력이 체내에 들어간 약들 약효를 죄다 지워버리는 거지.”
“이제 좀 이해가 되네요. 그래도 마력이 주사 맞는다고 확 지워지지는 않는 거죠?”
“응. 지효성. 즉효로 해버렸다간 며칠 포도당 링거 달고 살아야 될걸?”
이렇다면, 찍찍이 몸에 주입된 주사용액 효과도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게 된다. 성분이 뭔지는 자세히 몰라도 당연히 마법이 관련되어 있을 거고.
정체를 알았으니 이젠 지우기만 하면 된다. 찍찍이가 든 상자의 뚜껑을 연 뒤, 손끝을 살짝 대며 되새겼다. 딱 용액 효과만 지우면 된다, 다 지우면 얘 큰일 난다….
“…찍, 찌익.”
잘된 것 같다. 꼼지락대기 시작하는 찍찍이를 내려다보던 도중,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 찔러오는 점장.
“이래도 전문분야가 아냐?”
“오늘은 동전이 앞면이 나왔네요. 야, 멍멍아. 얘 깨웠다.”
점장과 얘기하는 사이, 멍멍이가 몸을 일으켜서는 우릴 올려다보고 있었다. 안을 볼 수 있도록 상자를 내려놓자 곧바로 고개를 꾸벅여온다.
“수고하셨소, 사장님. 참으로 고맙소이다.”
“고마우면 얘 찍찍거리는 거 통역 좀 해줘, 인마. 나도 궁금하다.”
“알겠소이다. 찍찍이 나으리, 정신이 좀 드오?”
“찍, 찍.”
“아, 안심하시오. 편의점이오. 주삿바늘도, 영원히 쳇바퀴를 돌릴 일도 이젠 없다는 뜻이라오!”
이 말에 쥐가 찍찍거리는 걸로 대답했는데, 말을 듣는 순간 프로펠러마냥 돌아간 멍멍이의 꼬리가 느려졌다. 이번엔 또 뭔데?
“그… 나으리. 지금 사료라 이야기하신 것이오? 배고프다고?”
“찍. 찍찍.”
“구, 굳이 그러실 필요 없소이다. 이 편의점이 말이오, 햄버거가 잔뜩 있단 말이오. 본견 몫의 햄버거가 몇 개 있으니 그걸 같이….”
“찍.”
단답형 찍소리에 멍멍이의 말과 꼬리가 동시에 멈춰버렸다. 동시에 귀마저 반쯤 늘어지길래, 답답함에 물어봤다.
“얘가 뭐라고 했길래 그래?”
내 질문에, 차마 납득 못 하겠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해오는 멍멍이.
“돌려보내 달라…고 하셨소이다. 살던 곳으로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