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Realm Convenience Store Worker RAW novel - Chapter (225)
이세계 편돌이-224화(225/331)
224화. 편돌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4)
* * *
밤 10시 10분부터 20분. 내비게이션 따라 죽어라고 달렸고, 도착하는 순간 앓는 소리가 절로 튀어나왔다. 내가 몇 km를 달려온 거야. 2km?
“…인생, 죽겠네 진짜. 헉.”
“넌 당장 헬스 끊어야겠다, 야.”
묽은 침 뱉어내느라 바쁜 나에 비해, 누나는 막 산책을 마친 마냥 개운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근처 하수구에 침을 한 번 더 뱉어낸 뒤 물었다.
“헬스 뭐? 헉.”
“말 그대론데. 나 다니는 곳 소개시켜줘?”
싫다. 3대 1500 치는 오크들 악악 소리 듣다 고막 터질 게 뻔해. 고개 젓는 걸로 대답하자, 어깨를 으쓱하고는 금연초 파이프를 입에 무는 누나.
그대로 한 모금을 깊게 빨고는 내게 물었다.
“싫음 말든가. 근데 여기 맞냐?”
“맞겠지! 좌회전 우회전 꺾으라는 대로 다 꺾었는데. 헉.”
“그럼 다행인데….”
내키진 않는다는 듯 건물을 올려다보는 누나. 나도 숨 몰아쉰 뒤 누나가 바라보는 방향을 따라 올려다보았다. 어딜 어떻게 봐도 짓다 만 건물이었다.
그것도 심각하게 짓다 말았다. 지붕도 기둥도 제대로 된 게 하나 없고, 외벽 공사를 위해 고정시켜 놓은 듯한 지지대들조차 그대로 방치된 채다.
그나마 철제 안전벽이 둘러쳐져 있기는 하다. 죄다 기울어지거나 부식된 채라는 게 문제지. 몸 일으켜 누나에게 소감을 물었다.
“이 나라 미래가 참 밝아, 누나. 그치?”
“그러게 말이다. 차라리 당구장을 가지, 이런 짓다 만 곳에서 뭘 하는 거래.”
“깊게 생각할 게 뭐 있어, 사람 덜 되먹은 놈들이 똑같이 덜 되먹은 곳 찾아온 건데. 누나.”
“어.”
“저기로 들어가면 될 듯.”
오른쪽으로 약간 떨어진 곳의 안전벽. 사람 한 명이 아슬아슬하게 지나갈 정도로 벌어진 곳이 있다. 바닥에 잡초가 안 자라있는 게 하루 이틀 드나든 게 아니다.
몸 비집어 넘어간 뒤에 다시 올려다보니, 꼭대기에서 뜨문뜨문 말소리, 욕지거리들이 들려오고 있다. 그래, 꼴에 지들 아지트라 이거지….
올라가는 계단은 지나온 곳 코앞에 있었고, 층계가 높지는 않았다.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누나가 옆에 나란히 서서 물었다.
“야. 이 안에 그놈들 있다 치고, 어떻게 할지는 생각해뒀어?”
“…상황 보고, 잘 맞추는 거.”
“그게 되냐?”
될지 안 될지보다는, 진짜로 상황에 맞출 수밖에 없는 것들이 몇 있다. 그중 하나, 이 녀석들이 훔쳐 간 상품들이 지금 이 녀석들 수중에 없을 경우.
숨겼든 처먹었든 하고는 그것들을 왜 우리한테 찾냐며 역으로 오리발을 내밀어올 경우, 이건 여기서 백날 머리 굴린다 한들 답 못 낸다. 위에 놈들 반응 보고, 그때그때 짜 맞추는 수밖에.
“그래도 크게 걱정할 거 없어, 누나. 두 가지만 빼고.”
“뭐랑 뭐.”
“인마들이 우리 패려고 들 때. 그땐 누나가 어떻게든 해주셈.”
마법은 내 선에서 어떻게든 된다. 다만 이 녀석들 중, 마력 없이도 척추를 2분할할 수 있는 신묘한 힘을 가진 떡대 오크가 있다면?
그때는 3초 내로 순살당할 자신이 있다. 설마 거기까지 가겠냐 싶긴 하지만, 요새 애들이 적당히 빨리 커야지. 내 부탁에 잠깐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그땐 내가 알아서 한다. 다른 건?”
가소롭다는 어조로 동의해줬다. 다른 하나는 이것보단 훨씬 쉽다. 말로는.
“당황 안 하는 거.”
“야. 당황은 물건 턴 저놈들이 해야지, 내가 왜 해.”
“그런 게 있어.”
분명 당황할 순간이 올 거다. 내 예상대로라면 그래.
* * *
이놈들이 뭉쳐있는 곳이 5층.
바로 밑층에 도달할 즈음부터 이 녀석들 대화 소리가 구분이 되기 시작했다. 뒤따라오던 누나를 내려다보며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자, 바로 반응해오는 누나.
“오냐.”
“야, 과자 작작 좀 처먹어. 니가 뽀려왔냐? 어?”
“아, 니가 딴 거 가지고 나오라며! 지랄할 거면 치약 내놓든가, 치약 필요하대서 기껏 뽀려줬더니, 아침부터 썅….”
소리 죽인 채 마저 들었다. 불청객이 찾아와 듣고 있을 거라곤 전혀 눈치 못 챈 건지, 한창 신이 나서 떠들어대고 있다. 정황상 아침부터 쭉 이 얘기만 해온 듯하다.
“와, 쟤네들은 잘해 놓고 또 저 지랄이야. 지겹다 지겨워―”
“냅둬, 쟤네 하루 이틀 저러는 거 아니잖아. 근데 그 커피는 어쩌게, 벨라?”
“나중에 어디 버리든 해야지. 이거 마실 수도 없고.”
계속해서 들려오는 목소리들 종류가 넷, 남자 둘에 여자 둘. 고민 없이 바로 폰 꺼내 들었다. 지금 대화하는 것만 녹음해두면, 최소한 이 넷은―
“집중 안 되니까 조용히 떠들어, 새끼들아. 소리 안 들려.”
도중 다섯 번째 목소리. 남자 거였고, 이 말 한마디에 나머지 넷의 목소리가 확 줄어들었다. 이후로도 말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음절 구분조차 쉽지 않다.
대신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 다음 소식입니다. 청소년에게 허가받지 않은 마력 보조제를 공급할 경우, 검찰에서는 최대 무기징역을 구형하기로―
뉴스 아나운서 음성. 이 다섯 번째 놈이 뉴스를 듣고 있고, 말 한마디로 다른 넷을 찍소리도 못하게 만들었다. 딱 봐도 지금 이놈이 이 무리 대장 같은데….
“…야. 찐따.”
“으, 으응.”
대뜸 꺼낸 찐따라는 말에 대답하는 여섯 번째 목소리. 의기소침한 여자애 목소리다. 매장에서 털렸던 진열대가 여섯 군데였으니, 이걸로 목소리 주인이 다 나왔다고 봐도―
“계단 한번 가봐. 아까 소리 들렸으니까.”
거 참 예민한 놈일세. 우리가 낸 소리래 봐야 오냐, 하고 누나가 대답한 두 글자, 외엔 숨소리밖에 없다.
“소… 소리?”
“야. 뒤질래?”
“아, 아냐. 바로 갈게.”
그럼에도 재차 말하는 게 확신에 가득 찬 것 같고. 이 정도로 귀 밝은 놈이면, 층계 내려가려고 계단 딛는 소리도 들을 게 분명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녹음기를 미리 켜고 올라올 걸 그랬다. 말없이 계단을 올라 5층 계단 로비에 섰다. 저 너머에 다섯 놈이 뭉쳐있었고, 코앞에는 왜소한 여자애 한 명.
“헉.”
우리와 마주치자마자 당황해서는, 150cm도 안 되어 보이는 몸을 움츠린다. 금발 섞인 검은 머리카락에 뾰족한 귀. 엘프일 테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거겠지.
더해서 찐따라 불렸고, 멸칭으로 불린 것에 저놈들 중 아무도 반응이 없었다. 이 집단에서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잘 알겠다.
아주 잠깐 고민하다, 목소리 가라앉혀 말 걸었다.
“비켜.”
“…그게, 저기.”
“부탁하는 거 아니다. 비켜.”
내 말에 화들짝 놀라서는 옆으로 물러선다. 지나치며 일부러 발을 끌자, 발 끄는 소리에 집단 중 넷이 이쪽을 홱 돌아보았다.
“와! 씨발, 깜짝이야!!”
“어머. 저 사람…들, 여긴 어떻게 왔대?”
벌떡 일어나 호들갑을 떤 게 허스키 대가리의 코볼트, 왜 왔냐고 말 꺼낸 게 자기 날개깃을 손으로 매만지던 하피.
말이 없는 둘은 각각 자기 귀 긁적이는 늑대인간, 풍선껌 불고 있는 서큐버스. 그리고, 한가운데의 상자에 앉아 여전히 폰에 머리 박고 있는 놈 한 명.
뱀파이어였고, 고개 숙인 채 눈동자만 올려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여섯으로 점호 끝이다. 네 걸음 더 나아갈 즈음 뱀파이어 녀석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아저씨. 아줌마.”
“뭐.”
“죄송한데… 여기 사유지거든요.”
비웃음 섞어 말해오고는, 말미에 친히 용건도 덧붙여 온다.
“신고하기 전에 나가주셨으면 좋겠는데.”
이럴 거 같아서 일부러 계획 안 짜고 올라온 거다. 예상대로 이놈 머리가 꽤 잘 돌아가는 놈이다. 우리가 왜 왔는지도 알고 이러는 거야.
사실 모르는 게 오히려 이상할 상황이긴 해. 여기가 지나가는 길에 심심풀이로 들를 만한 곳은 못 된다. 더해서 난 이놈들이 꽤 신중하게 일을 벌였다 판단하고 있다.
그럼 누나는 몰라도 내 얼굴은 잘 알겠지. 근무자 얼굴 봐가며 시간대를 정했을 테니까. 주변에 놀란 애들도 마찬가지로 내 얼굴 알고 있을 테고….
그럼에도 놀란 얼굴들인 건, 여기까지 찾아올 거라고는 전혀 예상 못 한 탓이라 봐야 한다. 이 뱀파이어 놈 하나만 빼고 말이다.
“…….”
“안 들려요? 여기 사유지라니까. 고소당하고 싶어요?”
이것도 사실 여부를 떠나 의도는 명확하다. 정작 신고를 해야 할 건 우리인데, 얼굴 맞대자마자 역으로 우릴 신고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억울한 놈이 역으로 잘못한 놈으로 몰리는 거, 세상에서 제일 열받는 상황이니까. 그래서 일부러 대답 안 했다. 휘둘리기 싫어서.
누나도 당황하지 말라는 내 부탁 잘 들어주고 있고. 속이 얼마나 뒤집혀 있을지는 안 봐도 뻔하지만 말야.
“아니, 사람이 말을 걸면 대답을 하셔야지. 안 되겠네….”
우리가 반응이 없자, 자리에서 일어나 보란 듯이 폰을 만지작대기 시작한다. 저게 입력하는 시늉인지 아닌지도 관심 없다. 할 말 했다.
“늬들이 우리 매장에서 도둑질해간 거.”
“예?”
“훔쳐 간 그때 그 상태 그대로 내놔라. 그 전엔 합의고 뭐고 안 봐준다.”
“아니, 무슨 헛소리야. 왜 선량한 학생들을 도둑으로 몰아요?”
기가 찬다는 듯 코웃음을 치고는, 곧바로 내게 얼굴을 가까이해오는 뱀파이어. 눈 가늘게 뜨고 꼬나보는 게 퍽 전형적이다.
“근데, 왜 이렇게 말이 짧으세요. 아저씨 나 알아요?”
애초에 내 말 들을 생각이 전혀 없는 거다. 들어서 이득 볼 것도, 안 들어서 손해 볼 것도 전혀 없다 확신하고 있으니까. 왜냐?
“말을 하면 처들으셔야죠. 나 아냐니까?”
“합의 받을 생각 없다. 맞냐?”
“이 시발, 엿같이 니 할 말만 씨부리지 말고. 나 아냐고 묻잖아!”
자기 머리론 아무리 생각해봐도 들킬 수가 없으니까. 이러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들킬 수도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
간단하다. 늬들이 백날 머리 굴려봐야 애지.
“그럼 합의 안 보는 걸로 한다. 니네 학교에서 보자.”
우선 작정하고 몸 돌렸다.
떠나려던 찰나, 한 놈이 불쑥 몸을 들이밀어 내 앞에 섰다. 허스키 코볼트. 앞에 서서 버틴 채로 나와 내 등 뒤를 번갈아 바라본다.
눈빛이 불안한 게 엄한 놈이 낚인 셈이 됐지만, 이게 시작이다. 뒤이어 내 등 옷깃을 덥석 붙잡고는 말을 걸어오는 뱀파이어.
“보긴 뭘 봐. 있지도 않은 일 지어내지 말고―”
“있지도 않은 일? 이게 있지도 않은 일이면, 우리가 니넨 어떻게 찾아왔겠냐?”
“…….”
이 말엔 할 말이 없는지 입을 꾹 다물어버린다. 다시 몸 돌려서 눈 마주치자, 머리 굴리고 있다는 게 빤히 눈에 보인다. 우리가 자기들을 어떻게 찾아왔을까, 분명 그 원인을 생각하고 있을 터다.
아예 없는 사실을 지어내서는 안 된다. 허풍인 걸 알아챌 테니까. 이놈이 도둑질 과정에서 쓴 마법들, 그중에 잘못한 게 있다고 믿게 만들어야 한다. 어떤 마법들을 썼을까….
“…귀 닦고 들을래, 아니면 나중에 영상으로 볼래. 나란히 앉아서 늬들 찍힌 영상 보면서 음료수 먹고, 화면빨 잘 나왔다 얘기도 하고―”
넌지시 떡밥을 던지자, 이 한마디에 곧바로 반응해 웃음을 팍 터트려 온다.
“CCTV? 그래, 시발! CCTV 같이 보자고, 거기 없으면 아저씨는 뒤진 목숨―”
안 걸리려고 마법 썼다고 아주 이실직고를 해온다. 이렇게 말해오는 걸 보면 어지간히도 자신 있는 듯하고. 하지만 내가 누구?
“니 자신 있냐? 나보다 실전 더 뛰어봤어?”
국가공인 자격증 오너. 바로 뒷주머니에서 반마법사 자격증 꺼내, 금박에 눈부셔서 뒈져보라는 의도로 이리저리 흔들어 보였다. 지금부턴 이판사판이다.
“내가 거기 CCTV도 같이 점검한다, 새끼야. 내가 너 같은 놈 한두 명 본 줄 알아? 학주 면담 한두 번 해본 줄 아냐고.”
“…….”
이것도 사실 여부는 중요치 않다. 어차피 확인할 수도 없고, 확인케 해줄 생각도 없다. 당장 이 자리에서 믿게 만들면 그만이다. 지어낸 게 아니라고.
“늬들이 진열대에 엉거주춤 서 있고, 코 박고 마법 쓰려고 끙끙대는 거 다 찍혀있고, 그 짓 하다가 배지 떨구는 것까지 다 찍어놨어. 왜, 죄다 지어낸 거 같냐?”
“…배지?”
“이거, 새끼야. 왜. 이것도 내가 배지 훔쳤으니 뒤진 목숨이라 해보지?”
뒤이어 옆주머니에서 배지와 폰을 움켜쥐어 꺼내 보였다. 우리가 이놈들 학교 배지를 갖고 있다는 게 증거는 못 된다. 전교생이 얘네 여섯 명인 건 아닐 테니까.
기세 싸움에서 이기려고 꺼낸 것뿐이다. 지금부턴 목소리 큰 놈이 이기고, 먼저 밑천 보이는 놈이 진다.
“CCTV 폰에 연동해놨고, 데이터 다 저장해놨다. 내가 이거 경찰서랑 느그 학교, 느그 부모님 직장 찾아가서 다 돌리고 만다.”
“…그.”
“합의 안 볼 거냐고 두 번 물어봤고, 니는 두 번 다 동의했잖아. 그렇지? 여기 모아놓은 니 따까리들도 너 때문에 다 엿되는―”
여기까지 말하는 순간, 등 옷깃을 통해 찌릿한 뭔가가 전달됐다.
처음 느껴보는 동시에, 익숙하기도 한 감각을 몇 번 느껴봤다. 내 몸에 마법이 걸리려고 했을 때의 감각. 차이점은 감정이 느껴졌다는 것. 적의.
눈 가늘게 뜨고 노려보자, 뱀파이어 놈의 얼굴에 오늘 처음으로 당황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
“와, 이 새끼 진짜 막 나가네.”
나한테 마법 쓰려고 했다. 반사적으로 팔 뻗어, 내 등 옷깃 잡고 있던 놈의 멱살 쪽으로 손을 뻗었다. 이젠 내가 못 참겠어서였다.
허나, 뻗어지던 양팔이 어깨부터 홱 젖혀져 꺾였다. 이어서 양쪽 무릎 뒤편을 퍽.
“악, 이 민짜 새끼들이!”
“…그, 그. 바아란, 이 아재 진짜 증거 있는 거 맞는 것 같지.”
“…뭐?”
“증거 있는 거 맞는 거 같다고. 어떻게 해야 하는 거 아냐?”
허스키 놈이 목소리를 덜덜 떨며 하는 말에, 여전히 멍하던 뱀파이어 놈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새끼, 폰. 폰 뺏어. 폰에 녹화영상 있다고 했으니까.”
“야, 이 바보야! 내 복사본 뺏는다고 원본이 사라지냐?! 학교에서 그리 가르치든?!”
“닥쳐!! 이런 썅, 내 마법이 대체 왜. 왜 안 들은 거야. 뭐가 문제야?”
마법이 안 통한 데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긁적이기 시작하는 뱀파이어. 그 와중에 허스키 놈은 내 어깨를 우악스럽게 꺾어대기 시작했다.
그러다, 바닥으로 쾅 메다꽂혔다.
“깨앵!!”
가슴팍부터 바닥에 처박혀 옴짝달싹하질 못하는 허스키.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보려고는 하고 있으나, 무거운 뭔가에 짓눌린 듯 끙끙대기만 할 뿐이다.
누구 짓인지는 잘 알겠다. 욱신거리는 어깨를 매만지는 사이, 옆에서 감탄 반으로 누나가 말해왔다.
“배지 차라는 교칙은 잘 지키면서, 도둑질은 왜 하는 건지.”
“끼잉. 아니, 뭐가 이리 무겁….”
“네가 헬스를 안 다녀서 그런 거야, 꼬맹아. 그거 300kg밖에 안 돼.”
내 손에서 언제 빼낸 건지, 배지를 자기 손 위로 이리저리 굴려대고 있더라. 그러다, 주변을 둘러보며 나머지 감정 반을 실어 말을 맺었다.
“이 새끼들이 주제도 모르고.”
이를 악물며 배지를 손으로 꽉 움켜쥐자, 주변에서 엉거주춤 달려들 준비를 하던 무리가 너나 할 것 없이 가슴팍을 바닥에 처박았다.
“꺄악!”
“아악, 옷 찢어져요! 언니. 찢어져!”
“늬들 지금부터 한마디라도 했단 봐. 죄다 1층에 처박아버린다.”
이 말 한마디에 죄다 쥐죽은 듯 조용해졌고, 나도 순간 쫄아서 입을 다물었다. 조용해진 주변을 둘러보다, 약간 후련해진 듯 말을 걸어오는 누나.
“안 다쳤냐?”
“멀쩡해. 누나는?”
“참다가 어금니 살짝 깨졌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말하며 뱀파이어 놈을 가리킨다. 이놈이 아까의 당당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쉴 새 없이 중얼거리기만 하고 있다. 자기가 뭘 실수한 거냐면서 말이다.
“일단 세워놓긴 했는데.”
“…글쎄.”
안 그래도 생각 중이다. 이놈을 어떻게 조져야 잘 조졌다고 소문이 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