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Realm Convenience Store Worker RAW novel - Chapter (259)
이세계 편돌이-258화(259/331)
258. 킬각이 늘 최선의 수는 아니야 (17)
* * *
이그드라실 10번지. 지형지물 분류의 카드가 처음 출시된 시즌에 등장한 지원 용도의 마법 카드고, 순수 용도는 자신의 고비용 지형지물을 값싸게 필드에 내놓는 것이다.
허나 그 당시 제작진들은 이 플레이가 비용에 비해 지나치게 위력적이라고 판단했는지, 이 카드를 사용할 때의 페널티를 두 개나 붙여놓았다.
그 페널티 중 하나, ‘상대방이 카드 2장을 뽑게 만드는 카드를 다음 행동에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는 것. 이 페널티는 턴을 종료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다음 턴이든, 다다음 턴이든 반드시 유지된다.
페널티 카드 이름이 왜 ‘지하괴물 등장’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누구는 십수 년 전에 마수가 아파트를 무너트린 실제 사건이 모티브라 하질 않나, 누구는 영화의 오마쥬라고 하질 않나―
― 키에에엑―!!
― 꺄아악, 괴물이다!!
카드회사 그래픽 담당 부서의 해석은 이러했다. 무대의 내 필드 슬롯 중 한 곳에 홀로그램 사람 여럿이 나타났고, 불안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다.
이러다 챔피언 쪽 필드에서 검은 형체만 보이는 마수가 등장. 여성 한 명이 비명을 지름과 동시에 홀로그램들이 내 필드의 온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쳤고, 그 자리에 반짝이는 뭔가가 나타났다.
목걸이와 반지인 듯하다. ‘도망치느라 귀금속을 챙길 여유조차 없었다’는 발상에서 착안한 듯한데, 덱에 넣지도 못하는 페널티 카드 이펙트는 왜 이렇게 실감 나게 구현해놓은 건지….
[ 손패의 카드가 11장이 되었습니다. 10장이 되도록 제일 마지막에 뽑은 카드를 버려주십시오. ]잠시 후엔 목걸이와 반지마저 사라졌고, 관람은 다 끝났냐는 듯 무미건조하게 독촉해오는 기계음. 한 장을 버리자마자 후속 음성을 줄줄이 늘어놓기 시작했다.
[ 이그드라실 10번지의 효과로 ‘토끼굴’이 ‘먹구름 발전소’로 변화합니다. ] [ 챔피언의 턴 종료. 8턴. 도전자의 턴입니다. 카드를 뽑아주십시오. ]“…….”
이미 10장인데 카드는 왜 자꾸 뽑으라는 거야. 짱돌겜 제작진 이 빌어먹을 놈들, 저런 카드를 그대로 출시하다니…!
[ 카드를 뽑아주십시오. ]그만 징징대고 카드나 뽑으란다. 한 장을 더 뽑아 버린 뒤, 행동하기에 앞서 상황을 정리해봤다. 앞서 버렸던 카드가 2장, 손패에 들어온 카드가 1장.
버린 2장은 승패와 상관없는 카드들이었다. 페널티 카드를 통해 뽑게 된 카드 1장. 이건 당장 쓸 수 있다.
“투명 마나석 5개로 ‘신도시 계획’ 사용.”
투명 마나석 2개를 바위 마나석으로 강화하는 카드다. 이걸로 지금까지 만든 바위 마나석이 3개. 속성 마나석이 없어 묵혀만 놨던 카드들도 이젠 털어낼 수 있다.
“다음엔 바위 마나석 3개로 지진….”
상대 필드의 마수를 쓸어버리는 제압기. 이건 이번 매치업 내내 쓸 일 없다. 마지막으로 투명 마나석 2개, 엉성한 판자.
지형지물의 내구도를 3 올리는 마법 카드. 먹구름 발전소에 사용했다. 원래는 토끼굴을 보조하려고 넣어놓은 카드였지만, 토끼굴이 변화된 이상 마찬가지로 쓸 일 없다.
[ 번개 마나석 3개, 먹구름 발전소 ] [ 내구도 6 ] [ 효과 : 투명 마나석 1개를 소모해, 번개 마나석을 소모하는 무작위 마법 카드 1장을 손패에 생성합니다. 사용 시 내구도가 1 감소합니다. ]바위 마나석 카드만 잔뜩 집어넣은 덱으로 이딴 걸 어떻게 써먹어. 더해서, 토끼굴 빼고는 다른 지형지물을 넣어놓지도 않았다.
“…까지 사용하고, 턴 종료.”
딱코스트로 깔끔하게 턴 넘겼다. 필요 없는 손패도 털고 마나석도 강화했겠다, 다음 턴부터는 나도 원하는 대로 플레이할 수 있다.
문제는 챔피언의 상황이 나보다 훨씬 낫다는 점. 난 키카드 한 장 꺼내 보지 못한 반면, 챔피언은 벌써 시동이 걸렸다.
[ 9턴. 챔피언의 턴입니다. 마법 카드 ‘주춧돌 빼기’ 사용. ]상대 필드의 지형지물 1채를 폭삭 무너트리는 마법 카드다. 대상은 내 필드의 먹구름 발전소.
두 차례 바위 마나석 가공하는 걸 보여줬으니, 발전소가 내게 필드 슬롯만 차지하는 지형지물이란 것도 파악했을 터다. 이대로 내 필드 한 칸을 제한하는 플레이도 가능했겠지만….
그럼에도 부쉈다. 첫 단두대를 무사히 파괴한 지금, 저 녀석은 더 이상 머리를 쓸 필요가 없다. 필요 없는 손패를 털고, 철저히 자기 플레이를 고수하면 그만이다.
[ 다음, 투명 마나석 3개로 마수 ‘귀 얇은 투기꾼’ 소환. 투명 마나석 4개로 ‘오행음양의 기초’ 사용. ]각각 공격력 0, 체력 3에 턴 시작 시 손패의 무작위 지형지물과 위치를 바꾸는 마수, 투명 마나석 1개를 원하는 속성 마나석으로 강화하는 마법 카드.
[ 투명 마나석 1개를 어둠 마나석 1개로 강화합니다. 턴 종료. ]다시 내 턴이다. 귀 얇은 투기꾼을 방치할 수는 없다. 그랬다간 다음 턴 시작과 동시에 손패에서 두 번째 단두대가 튀어나와 버린다.
“바위 마나석 2개로 마법 카드 ‘암운’, 귀 얇은 투기꾼에게 사용.”
투명 마나석 3개짜리 마수를 속성 마나석 2개로 처치했다. 교환비는 개나 줘버린 플레이지만, 당장 효율 따위를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다음은 투명 마나석 3개로 지력 끌어올리기.”
[ 현재 보유한 최대 바위 마나석은 3개입니다. 카드를 3장 뽑아 주십시오. ]서둘러야 한다. 이제 당장 모자란 키 카드가 5장, 속성 마나석이 3개. 지금 뽑은 3장에 신도시 계획이 한 장 섞여 있었다. 바위 마나석 2개를 더 만들고, 턴 종료.
나머지 2장은 모두 키 카드였다. 대마법사의 지침서와 토끼 소녀. 이제 토끼 소녀를 보호하는 카드만 모으면, 나도 시동을….
[ ―캠퍼스의 인사이더 소환. ]“…아, 진짜 가지가지 하네.”
― 뭐야, 너 왜 여기서 혼자 밥 먹어?
캠퍼스의 인사이더. 대학교 컨셉 시즌에 등장한 마수들 중 하나. 실전에 쓰임과 동시에 모든 짱돌겜 커뮤니티의 인기글 목록을 점령하다시피 꿰찬 카드다.
사용 타이밍에 따라 성능이 천차만별로 갈리는 효과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필드에 나타난 캠퍼스의 인사이더, 캐쥬얼한 옷차림의 하피 홀로그램이 내 손패를 올려다보고는 외쳤다.
― 밖에 날씨도 더운데. 여기 있지 말고, 식당 같이 가자!
[ 캠퍼스의 인사이더 효과 발동. 도전자의 손패에서 무작위 마수 1체를 선택하겠습니다. ]상대방 손패의 마수 1체를 강제로 필드에 소환하는 카드다. 때에 따라서는 속성 마나석 7, 8개를 먹는 괴물이 튀어나올 수도 있고, 그 반대의 상황도 일어날 수 있다.
[ 선택된 마수는 토끼 소녀입니다. 토끼 소녀를 필드에 소환해주십시오. ]키 카드 마수의 소환 타이밍을 꼬아 버리는 것. 인싸 놈들이 이래서 문제다. 혼자서 얌전히 밥 먹겠다는 걸 왜 굳이 방해를 하냐고. 세상 사람들이 다 지들처럼 외향적인 줄 아나 보지?
[ 진행 지연 시, 규정에 따른 실격패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막막함에 꽉 잡고 버티고 있었더니 이런 소릴 해대고 있다. 토끼 소녀를 꺼내 슬롯에 내려놓자, 아까까지만 해도 무덤덤하던 관중들이 서로 수군대기 시작했다.
당연히 소리는 안 들린다. 게임이 시작된 후로 내가 들을 수 있는 소리라고는 기계음, 내 목소리가 전부였다. 그래도 무슨 대화가 오가고 있을지는 잘 알겠다.
저놈은 저딴 카드를 덱에 왜 집어넣었을까. 그러게 말이다….
[ 다음, 투명 마나석 4개로 ‘오행음양의 기초.’ 투명 마나석 1개를 빛 마나석으로 강화합니다. 턴 종료. ]챔피언을 올려다보았다. 저 녀석도 날 바라보고 있다.
잠깐 시선이 마주쳤으나 그것도 잠시, 자기 손패로 시선을 떨군다. 정리용 마법카드가 없어서 이러는 건….
아니다. 애초에 정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거다. 토끼 소녀 자체는 어딜 어떻게 봐도 핵심 마수가 아니니까. 설령 정리를 하더라도 직접 할 필요가 없기도 하다.
세 번째 단두대가 매 턴 상대 마수 1체를 처치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단두대가 알아서 정리해줄 마수에 굳이 자원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
[ 10턴. 도전자의 턴입니다. 카드를 뽑아주십시오. ]이 플레이로 알게 된 게 두 가지. 저 녀석은 아직 내 덱 컨셉을 모른다. 그랬으면 토끼 소녀를 바로 처치했을 것이다.
다른 하나. 이번 턴에 승부를 봐야 한다는 것. 승리 플랜의 선행조건으로 반드시 내야 할 카드가 한 장 있다.
그 카드를 내는 순간, 토끼 소녀는 온갖 제압기의 표적이 되어버린다. 그 때문에라도 보호용 마법 카드가 뽑힐 때까지는 토끼 소녀를 안 내려 했다.
하지만 저 녀석이 안일하게 턴을 넘겼으니, 이대로 지켜보는 것도….
[ 제한시간 15초 남았습니다. ]“……속성 마나석 5개로 ‘대마법사의 지침서’ 사용.”
[ 울트라 등급 마법 카드, 대마법사의 지침서. 속성 마나석 5개 ] [ 효과 : 덱에 마수가 한 마리도 없을 때 사용 가능합니다. 이후로 사용하는 모든 카드의 비용을 1 낮춥니다. ]덱에 세 장 넣어놓은 울트라 등급 카드 중 첫째다. 이걸 내미는 순간, 자기 덱이 마수를 거의 쓰지 않는 덱이라는 걸 이실직고하는 셈이 되어버린다. 많이 넣어봐야 한 장.
이조차도 위험부담이 크다. 그 한 장이 덱의 맨 밑에 놓여있을 경우엔 이 카드 효과를 게임 내내 볼 수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맨 밑장까지 다 뽑았는데 덱 비용은 줄여서 뭐 해?
이번엔 그 꼴은 안 났다. 무대 구석의 해설자가 날개로 스크린을 가리키는 게 보인다. 첫 턴부터 줄곧 쥐고만 있던 카드가 마침내―! 같은 말을 늘어놓고 있겠지.
그리고 챔피언. 내 손패, 필드를 한 번씩 번갈아 보고 있다. 이제 마수가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은 이 두 군데뿐이다. 더해서 지침서를 꺼낸 타이밍이 토끼 소녀가 나온 직후.
깨달았을 터다. 이게 핵심 마수라고. 나도 이젠 감출 생각 없다.
“다음. 투명 마나석 2개로 ‘옛 세계에서 온 모험가 세트’ 사용. 토끼 소녀에게 장비합니다.”
내가 짱돌겜에서 봤던 카드들 중 가장 이질적인 효과를 지닌 장비다. 내구도는 무한, 등급은 지침서와 마찬가지로 울트라. 허나 정규 게임 실제 채택률은 0%에 수렴한다.
온갖 예능 효과로 점철되어 있을뿐더러, 텍스트조차도 더럽게 길기 때문이다. 우선, 이 장비를 장착한 마수는 그 턴부터 공격 선언을 할 수 없다.
그 대신 매 턴 3장의 비밀 카드가 손패에 생성된다. 명칭은 공격, 수비, 회피. 생성된 비밀들은 매 턴 종료시 소멸되고, 다음 턴에 재생성된다.
[ 공격, 투명 마나석 0개 ] [ 효과 : 다음 턴 상대방이 내는 첫 카드가 ‘마수’일 경우, 그 카드를 차단한 뒤 차단한 턴 동안 정지 상태가 됩니다. 방어, 혹은 회피를 사용 시 소멸합니다. ] [ 수비, 투명 마나석 0개 ] [ 효과 : 다음 턴 상대방이 내는 첫 카드가 ‘마법’일 경우, 그 카드를 차단한 뒤 차단한 턴 동안 정지 상태가 됩니다. 공격, 혹은 회피를 사용 시― ]회피 카드가 차단하는 건 마수와 마법을 제외한 기타 카드들. 차단된 카드는 효과 발동 없이 소멸하되 마나석 소모는 정상적으로 이루어진다.
또, 정지 상태가 된 마수는 어떠한 상호작용도 불가능해진다. 마법 대상 지정도, 마수 효과 지정도, 상대방 마수의 공격을 대신 받아주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효과. 차단에 실패할 시, 사용한 비밀을 제거하고 장비를 장착한 마수를 처치한다. 쉽게 말해 내 마수 한 마리를 가위바위보 전용 토템으로 만든다는 소리다.
지면 당연히 죽고, 비겨도 죽는다. 이겨야만 한다. 이 카드의 존재를 알게 된 뒤, 이걸 도대체 어떻게 써먹어야 할지를 20분가량 고민했었다.
그 끝에 내린 결론. 내가 쓰면 무조건 이득 아님?
“투명 마나석 0개로 비밀 카드 쓰고… 턴 종료.”
카드를 뽑고는 토끼 소녀를 가만히 내려다보는 챔피언. 장비 효과로 생성된 비밀이어서인지 비밀이 시전됐음을 알려주는 이펙트도 토끼 소녀의 발치에 나타나 있다.
두툼한 토끼발 아래 비밀 특유의 덫 모양 아이콘이 하나. 뚫어져라 덫 아이콘을 내려다보다 카드 한 장을 꺼내 내민다.
[ 챔피언, 마법 카드 ‘천국행 1등석 티켓’ 사용. ]그래. 나라도 그 카드 썼을 거다. 챔피언 쪽 부스 앞에 나타난 카드 이펙트를 올려다보고는 의기양양하게 방패를 들어 올리는 토끼 소녀.
― 하, 그깟 마법 따위!
마수 1체를 게임에서 제외하는 마법 카드다. 처치가 아닌 ‘제외’라 저거에 당하면 부활조차 못 시킨다. 주 사용처는 강력한 사망 시 발동 효과를 지닌 마수를 안전하게 제압하는 것.
캠퍼스의 인사이더를 깡으로 낸 것부터가 수상했다. 손패를 태우면서까지 버틸 정도로 신중한 녀석이, 사망 시 발동 효과를 지닌 고코스트 마수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고 플레이한다고?
그럴 리 없다. 저걸 쥐고 있었기에 주저 없이 내밀 수 있었던 거다. 또, 저 카드는 내가 모험가 세트를 장비시킨 시점에서 존재의의를 상실했다.
더 이상 제외시킬 수가 없으니까. 저 녀석이 제외 효과 카드를 한 장 더 내고, 내가 차단에 실패한다 해도 토끼 소녀가 제외될 일은 없다. 차단 실패로 인한 처치가 우선시된다.
그때면 부활시키면 그만이고. 맞추면 개이득, 못 맞춰도 이득이란 얘기다.
저 녀석도 그걸 알 테니, 제외 카드를 다른 데에 사용할 것이라 판단했다. 더 쓸모있는 다른 카드의 차단을 방지하는 것.
[ 도전자의 비밀 카드 ‘수비’가 발동됩니다. 마법 시전을 무효화합니다. ]뒤이어 카드를 1장 뽑는 마수, 두 번째 단두대를 필드에 내려놓고는 턴을 종료. 내 턴이다. 비슷하게 드로우를 보는 카드, 마나석을 한 번 강화하고, 차단 비밀을 시전한 뒤 턴 종료.
챔피언은 돌아온 턴에 곧장 행동하는 대신, 자기 손패를 뚫어져라 내려다보기만 한다. 마수, 마법, 기타 카드들 중의 삼자택일.
[ 챔피언. 제한 시간 15초 남았습니다. ]제한 시간 알림이 울릴 때까지 고민한 뒤에야 카드를 내밀었으나, 뻔했다. 한 번 실리를 좇은 놈이 두 번이라고 안 좇겠냐고.
[ 도전자의 마법 카드 ‘공격’이 발동됩니다. 마수 소환을 무효화합니다. ]현 상황에서 제외 다음으로 쓸모없는 카드. 제압기에 확정으로 당할 마수들 말고는 없다. 토끼 소녀가 필드에서 버틴 턴수가 이걸로 2턴.
이제 5턴만 더 버티면 된다. 금방 끝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