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Realm Convenience Store Worker RAW novel - Chapter (260)
이세계 편돌이-259화(260/331)
259. 킬각이 늘 최선의 수는 아니야 (18)
* * *
후반 지향형 덱간의 대결이 평균보다 좀 늦게 끝나는 편이다. 짱돌겜의 평균 대전 시간이 15분. 지금 막 16분을 넘어갔다.
[ 현재 16분 4초 경과했습니다. ]폰을 들여다보면 룰 위반이라 혼잣말로만 중얼거려봤는데, 기계음이 친절하게 대답을 해주더라. 종반부의 접어든 지금, 시간을 물어볼 정도로 여유가 꽤 있는 상황이다.
[ 16턴, 챔피언의 턴입니다. 지형지물 ‘네 번째 단두대’ 를 필드에 건축. ] [ 도전자의 비밀― ]모험자 세트로 극한의 이득을 본 덕이다. 10턴부터 15턴까지, 챔피언의 카드 여섯 장을 비밀로 잘라먹었다. 오늘따라 운이 좋군….
상대방 손패만큼은 내가 어쩔 수 없으니 말이다. 마수를 꺼낼 타이밍이라 판단해 마수 차단을 걸더라도, 상대 손패에 마수가 아예 없다면 무용지물이 된다.
그런 불운을 제외하면 내가 심리상 우위일 수밖에 없었다. 단두대 덱을 구성하는 마법과 마수 비율이 대략 7:3. 지형지물 소환을 지원하는 효과가 마법 카드들에 몰린 탓이다.
더해서 고비용인 단두대를 저비용으로 소환하는 게 주 콤보인 덱이라, 마법도 ‘무작위 지형지물 소환’ 효과를 주로 사용한다.
무작위 효과의 확률을 높이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 효과의 대상이 될 타겟을 줄이면 된다. 이 이유로 지형지물도 거의 안 넣는다.
말인즉, 생각 없이 마법 차단만 매 턴 선언해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얘기다. 이 상황만 유도할 수 있다면 단두대 덱을 공략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 ―발동 실패. 비밀을 제거하고, 토끼 소녀를 처치합니다. ]이번엔 틀렸지만 말야. 가위바위보 여섯 번을 연거푸 지고서야 저 녀석이 도박수를 걸어왔다. 단두대가 차단당할 걸 감수한 플레이.
‘단두대를 차단하려 들 리는 없다’ 는 심리를 역으로 찔러온 거다. 기계음의 처치 선언에 맞춰 토끼 소녀의 모험가 세트가 빛으로 사라지고, 털썩 주저앉았다.
― 이 정도면… 나도 잘 한 거겠지?
[ 도전자, 토끼 소녀 카드를 무덤으로 옮겨주십시오. ]필드 위에서 5턴 이상을 버티고 처치될 시의 대사가 출력되고 있다. 존재했던 턴 수가 6턴. 토끼 소녀를 집어, 무덤 슬롯의 맨 위에 얹어놓았다.
“있다 또 보자.”
비밀은 일부러 틀린 거다. 이 녀석은 여기서 한 번 멈춰야 했다. 네 번째 단두대를 필드에 내려놓은 뒤, 지체 없이 마법 카드를 사용하는 챔피언.
[ 마법 카드 ‘싱크홀.’ 네 번째 단두대가 파괴됩니다. ]싱크홀의 효과, 필드 위에 건축되는 모든 지형지물을 즉시 파괴한다. 단두대가 무너지고, 최후의 단두대가 손패로 들어갔다.
[ 17턴. 도전자의 턴입니다. 카드를 뽑아주십시오. ]그 뒤엔 마법 카드 새총으로 1데미지. 여기에 대처하지 못하면 즉시 사망이다. 카드를 뽑은 뒤, 오른편에서부터 카드 세 장을 연달아 꺼냈다.
“비밀 1장 사용하고, 마법 카드 ‘사인펜’, ‘산 정상의 보물상자’ 사용.”
비용 3 이하의 마법을 차단, 다른 마법들 비용도 5씩 늘렸다. 이제 새총은 못 쓴다. 보물상자의 효과로 양쪽 플레이어는 카드를 1장씩 뽑아 공개한다.
내 카드가 비용이 높으면 1장을 더 뽑을 수 있다. 뽑힌 카드는 체력을 최대로 회복하는 백만 년이 흐른 대지. 비용은 바위 마나석 7개. 내 것이 더 높다.
“비용 높으니까, 한 장을 더… 뽑고, 턴 종료.”
이걸로 남은 키 카드는 두 장. 턴을 넘겨받은 챔피언은 이전 턴에 그랬듯 지체 없이 카드를 집어 필드에 올려놓았다.
[ 18턴. 챔피언, 최후의 단두대를 필드에 건축. ]히어로즈 오브 스톤의 역대 시즌 중, ‘왕국의 몰락’ 을 스토리로 삼은 시즌이 있었다. 7세 이상 이용가인 게임이 유일하게 15세 이용가 판정을 받았던 것도 그 때다.
저 최후의 단두대는 몰락한 왕국의 왕을 처형한 카드다. 왕국의 안녕을 위해 온 힘을 다해 노력한 왕은 그 노력을 무시당한 채 몰락의 책임을 물렸고, 가족 모두와 함께 처형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첫 번째가 장남, 두 번째가 장남. 세 번째가 딸, 네 번째가 아내.
마지막으로 처형대에 오른 왕은, 처형대에 오른 자신을 조롱하는 옛 국민들에게 외쳤다.
― 내가 그랬듯, 네놈들의 모든 것 또한 몰락할 것이다! 재산, 육신, 가족, 미래!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야, 영원히!!
각 순서별 단두대의 효과도 여기서 유래를 따왔다.
재산, 상대 마수의 비용을 1 올린다. 육신, 상대 필드 위 모든 마수에게 2데미지를 입힌다. 가족, 상대 필드 위의 마수 1체를 처치한다. 미래, 매 턴 상대방의 마나석을 파괴한다.
그리고 마지막 효과,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야. 영원히. 최후의 단두대의 효과는 필드 마수 전부를 처치하고, 체력을 1로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 싱크홀의 효과로 최후의 단두대가 파괴됩니다. 18턴, 도전자의 턴입니다. 카드를 뽑아주십시오. ]“…백만년이 흐른 대지. 사용하고, 턴 종료.”
[ 19턴, 챔피언의 턴입니다. 최후의 단두대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도전자의 마수 비용을 1 증가시키겠습니다. ]이 효과는 단두대의 존재 여부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영원히 지속된다.
게임이 끝날 때까지. 지금부터 나는 매 턴 마수의 비용이 올라가고, 꺼낸 마수는 다음 턴에 처치되고, 턴 종료시 마나석이 파괴된다.
“허어….”
가장 최근에 파괴된 지형지물 1채를 손으로 가져오는 카드다. 네 번째 단두대. 그게 부서지고 나면 최후의 단두대가 한 장 더 늘어난다.
그걸 또 꺼내거든 기껏 회복한 체력도 다시 1이 되어버릴 테고. 카드 여섯 장 연달아 차단 먹은 한풀이라도 하는 거야, 뭐야?
[ 최후의 단두대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필드 위 모든 마수를 처치하고, 마나석을 1개 파괴하겠습니다. ] [ 19턴, 도전자의 턴입니다. 카드를 뽑아주십시오. ]그래도 아직은 괜찮다. 어차피 죽을 마수도 없고, 파괴된 마나석은 다시 회복됐다. 단두대가 매 턴 최대 마나석이 증가하는 기본 룰까지 건드리지는 못한다.
물론 시간이 많은 상황도 아니다. 파괴되는 마나석 갯수는 매 턴 1개씩 더 증가한다. 다음 턴엔 2개, 그 다음 턴엔 3개. 계산상 6턴 뒤면 난 식물인간이 된다.
다시 손패를 확인했다. 여전히 모자란 키 카드가 두 장….
[ 제한 시간 15초 남았습니다. ]…아니, 한 장. 다른 한 장은 저 녀석이 대체해줄 것이다. 딱 한 장을 찾거나, 만들면 된다. 우선 드로우 카드부터 냈다. 투명 마나석 2개로 카드 2장을 드로우.
키 카드가 아닌 다른 게 뽑혔다. ‘비용 1 이하의 마법을 3장 생성한 뒤, 그 중 1장을 선택해 가져온다.’ 지체 없이 사용했다. 딱 평범한 수준의 운만 따라주면 된다. 60%, 그 이상….
“…취소선.”
[ 5초 남았습니다. ]“마법 카드 취소선. 사용하고, 턴 종료.”
턴을 마쳤다. 챔피언의 차례. 이전 턴에 손패로 되돌린 네 번째 단두대를 곧바로 필드에 건축한 뒤, 싱크홀의 효과로 즉시 파괴되었다.
뒤이어 최후의 단두대. 최후의 단두대가 건축됨과 동시에 내 명치도 다시금 1이 되어버렸다.
죽지는 않는다. 몇 턴 전에 걸어둔 비밀도 아직 살아있고, 취소선도 써뒀다. 다음 턴 상대 마법의 비용을 2 증가. 사인펜의 열화판 카드다.
[ 20턴. 도전자의 턴입니다. ]이렇게 꾸역꾸역 한 턴을 더 버티고, 내 20번째 턴이 됐다.
[ 카드를 뽑아주십시오. ]이미 뽑아뒀다. 이걸로 손패의 카드가 8장. 방금 뽑은 카드는 필요 없다. 사용할 카드는 7장….
“…좋아.”
[ ‘좋아’ 라는 카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체 카드를― ]“좋아, 됐어!”
이 짓 한 번 해보겠다고 참 멀리도 왔다.
수십 번을 계산기 두드려가며 복기했다. 복기하는 동시에, 이 콤보를 성공하는 순간의 짜릿함이 어느 수준일지도 똑같이 상상해봤었다.
상상 끝에 내린 결론. 난 짐작조차 못 하겠으니, 당하는 놈 반응 보고 판단하겠다. 내가 어떤 재주를 벌일지 넌 꿈에도 모를 거다!
“간다!! 전☆속 전진이다!!”
시작했다. 첫 번째 카드, 얕게 판 무덤. 바위 마나석 0개를 사용해, 비용 3 이하의 무작위 마수 한 마리를 부활시킨다. 지침서로 줄이기 이전의 비용은 1개.
[ 투명 마나석 2개, 토끼 소녀 ] [ 공격력 2, 체력 3 ] [ 효과 : 없음 ]이걸로 토끼 소녀가 공짜로 필드에 돌아왔다. 두 번째 카드, 둔전.
― 밭일은 전쟁이다, 애송이!!
바위 마나석 1개를 소모해, 공격력 3 이하의 마수 1체에 ‘소환된 턴에 직접공격 가능’ 효과를 부여한다. 뒤이어 이전 턴에 아무튼 생성한 세 번째 카드, 쉐도우복싱.
원 비용 투명 마나석 1개에, 아군 마수 1체의 공격력을 2 증가시킨다. 총 공격력 4. 직접공격 효과는 사라지지 않는다. 아직 유효하다.
“다음! 장비 카드 ‘새가 둥지를 튼 투구’ 장착, 대상은 토끼 소녀!”
바위 마나석 1개. 아군 개체가 체력을 회복할 시, 이 장비를 장비한 마수의 최대 체력이 2 증가한다. 이제 실제로 사용한 바위 마나석이 1개, 시스템상 사용된 개수는 4개….
[ 제한 시간 15초 남았습니다. ]지체없이 5번째 카드를 내밀었다. 원 비용 투명 마나석 1개의 마법 카드, 산들바람.
[ 투명 마나석 0(1)개, 산들바람 ] [ 효과 : 모든 아군 개체의 체력을 3 회복한다. 회복한 후에도 피해를 받은 개체가 존재할 시, 추가로 체력을 3 회복한다. [ 도전자의 체력 4. 여전히 피해를 받은 상황이니, 체력을 3 추가로 회복― ]흘려들으며 계속 진행했다. 여섯 번째 카드, ‘방패 막는 바위’. 마수 1체에 장비해, 아군 마수 전체에게 ‘방어 무시’ 효과를 부여한다.
감소하기 이전의 비용은 바위 마나석 3개, 시스템상 사용된 바위 마나석. 7개. 이제 마지막이다, 내 덱의 마지막 울트라 카드…!
“마지막으로, ‘일곱 개의 진실의 검’, 장착! 토끼 소녀한테!”
선언과 동시에, 무대가 암전됐다.
차단기가 내려간 건 아니다. 일곱 개의 진실의 검 고유의 그래픽 효과다. 어두컴컴한 사설무대 위, 보이는 것이라곤 필드 위에 선 단 한 마리의 마수, 토끼 소녀의 흐릿한 형체뿐이다.
두리번거리던 토끼 소녀의 머리 위로 작은 별이 한 개 나타났다. 봉긋 솟은 귀만 겨우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희미했으나, 그것도 잠시.
별이 한 개 늘어났다. 무대가 약간 밝아졌다. 뒤이어 나타난 별이 둘, 셋, 일곱.
나타난 일곱 개의 별이 검의 끝, 칼날, 손잡이의 위치에 머물러서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듯 하다. 형체가 존재하지 않는 검의 테두리를 따라 천천히, 하지만 뚜렷하게….
그러다, 밝게 빛났다. 감은 눈에 잔상이 남을 정도의 밝은 빛이었다. 잠시 후 감았던 눈을 뜨자, 검 한 자루가 토끼 소녀의 눈앞에 나타나 있었다.
두둥실 떠 있던 검이 천천히 하강해, 토끼 소녀 앞에서 반 바퀴 회전했다. 자신을 쥐는 걸 허락하겠다는 듯한 모양새다.
― 와아.
[ 종류 불문 마나석 7(6)개, 일곱 개의 진실의 검 ] [ 공격력 3, 내구도 7 ] [ 효과 : 효과가 존재하지 않는 마수에 한해 장착 가능합니다. 이하의 조건을 모두 충족할 시, 한 턴에 7회 공격합니다. ] [ 장착한 마수의 공격력 7, 체력 7, 사용한 카드 수 7장, 사용한 속성 마나석 7개, 사용 플레이어의 체력 7, 장착한 마수가 필드에 7턴 존재, 이 장비 카드를 7턴째에 사용 ]7로 범벅이 된 플레이를 해야만 사용 가능한 이론상 최강의 장비, 약칭 칠땡검. 실전에서 이거 쓴 놈은 내가 최초일 거다.
그래서인지 저 녀석도 여태 못 들어본 대사를 내뱉고 있다. 귀를 빳빳이 편 채, 검을 바라보며 목 매인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토끼 소녀.
― 예쁘다….
당연히 예뻐야지, 그 고생을 했는데. 허나 감상하기에 앞서, 내 할 일부터 했다.
[ 제한 시간 5초 남았습니다. ]“토끼 소녀로 챔피언을 직접 공격.”
7 데미지, 7회 직접공격, 49 데미지.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