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Realm Convenience Store Worker RAW novel - Chapter (281)
이세계 편돌이-280화(281/331)
280. 소시민은 항상 도전하는 자를 비웃는다 (4)
* * *
불사조 놈이 웃는 걸 나도 이해는 한다. 인간 기준으로 말야.
― 호―호호우! 호우, 호우…!
저놈이 입가를 가리는 걸 넘어 아예 고개를 쳐든 채로 꺽꺽대기 시작했는데, 나도 표현만 제대로 안 했지 비관적인 건 똑같다. 포메라니안이 인권운동을 한다는 게 잘되겠냐? 솔직히?
해본답시고 멍멍이 녀석이 말을 하면, 처음에야 당연히 무진장 신기해하겠지. 운 좋으면 어학 학원 광고모델로 발탁될 수도 있을 테고.
헌데 그 광고모델이 ‘우리들은 더 이상 쓰레기통을 뒤지지 않겠소! 일일 햄버거 3개의 배급을 의무화해주길 바라오!’라며 주장하고는 머리에 띠를 둘러맨다?
그때부턴 골칫덩이 취급밖에 못 받는다. 사람들한테는 영물권 말고도 신경 써야 할 문제가 이미 한가득이기 때문이다.
내가 두 달간 겪어온 것만 봐도 그렇다. 제멋대로 열려서는 남의 직장을 침수시키는 게이트며, 마법 범죄들이며, 불사조 놈 말마따나 연 4.7%나 되는 물가상승률도 억제해야 하고….
이 판국에 굳이 문제를 더 늘릴 필요가 없잖은가. 무시하는 게 당연하다. 내 관점은 이랬고, 사회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불사조의 관점은 좀 더 색달랐다.
― 호호우, 호우! 호―!
“그건 짐작은 하고 있었소. 포획된 것이 아니라 제 날개로 들어가신 거라는―”
― 호오오오―!!
“원해서 들어가신 게 아니다? 허면….”
― 호우!
날개를 크게 휘두르며 대답하고는 멍멍이를 노려보는 불사조. 실컷 웃어젖히던 녀석이 지금은 꽤나 화가 난 것처럼 보인다.
― 호호우, 호우. 호! 호우―!!
마저 호우거리고는 코웃음을 치는 걸로 자기 말을 마무리 지었고, 멍멍이가 말문이 막힌 듯 아예 입을 다물어버렸다. 잠깐 쉬어가는 시간 같아 물었다.
“원해서 들어간 게 아니면 왜 들어간 거래냐?”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 판단했다… 라 하시는구려.”
불사조가 사람들 머릿속에선 어떤 영물이냐. 신수다. 순위표가 존재한다면 말할 줄 아는 포메라니안의 정반대 위치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하여 이 녀석도 옛날에는 자기를 믿는 마을과 자기 명의의 사당 같은 게 있었고, 이 녀석도 자길 믿는 여러 종족들에게 성심성의껏 자기 힘을 베풀었다고 한다. 마법도 뭣도 아닌 영물들 특유의 제3의 힘으로.
허나 그것도 이젠 옛말이 됐다. 세월이 흐른 지금 사람들은 신수보다는 자기 금융계좌를 더 믿기 시작했고, 매년 복리로 신앙을 쌓아 올리는 단계에 이르렀다.
설 자리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여기까지를 조곤조곤 말한 뒤, 귀에 밟히는 말을 덧붙이는 멍멍이.
“이 자리에도 원래는 동물원이 아니라, 나으리의 마을과 사당이 있었다고 하외다.”
“아, 여기가… 어쩌다가. 동물원 짓는다고 죄다 허물었대?”
“불탄 것 같소. 전쟁 때 본 기억이 마지막이라 추측일 뿐이라 하셨지만 말이오.”
마음이 퍽 찝찝해지는 말이었다. 오후에 만났던 어르신분들도 그렇고 이 불사조도 그렇고, 그 전쟁이 사람만 잡는 게 아니라 영물까지 잡고 들들 볶는 것 같다.
― 호호우… 호우.
“지금 말은, 나으리께서는 이 동물원 지분을 전부 보유하는 걸로 시작해, 옛날의 영광을 되찾고 싶다 하신 거였소.”
― 호우! 호―우!
“그러기 위해서는 힘, 즉 돈이 필요한 거고. 그리고, 사람들은 이제 돈밖에 모른다고 하시는데….”
이 부분은 멍멍이가 내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말했는데, 딱히 화가 나진 않았다. 돈이 곧 힘이라는 말에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생각하며 불사조를 올려다보았다. 이 불사조가 날 보며 날개로 팔짱을 끼고, 부리를 삐죽 내밀고 있다. 이러는 이유를 이젠 알겠다.
이 녀석은 그냥 사람이 싫은 것이다. 나라도 지들끼리 싸운답시고 내 집, 나 살던 동네를 다 박살 내는 놈들이 있거든 당연히 미워할 테니까. 이해한다.
그래서 멍멍이 말에도 당연히 비웃은 거고. 싫어하는 족속들이랑 어울려 지내보겠다는 게 좋게 들릴 리가 없다. 날 계속 노려보다, 아예 날개로 날 가리키며 멍멍이에게 외치는 불사조.
― 호우! 호호우―!!
“그건! 그럴 리가 없소, 그럴 리가 없는데 말이오! 그, 사장님!”
“뭔 말을 했길래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을 해?”
“일단 통역하겠소이다. 사장님께서도 결국 똑같은 사람일 뿐이지 않냐― 하셨소. 또―”
나 역시도 돈이 전부고, 멍멍이 녀석을 데리고 한몫 챙겨 보려는 꿍꿍이가 있을 게 뻔한 인간 놈이랜다. 듣고 나서는 퍼뜩 떠오른 게, 내가 여태껏 왜 이 생각을 못 했던 거지?
이 녀석 1인 매니지먼트만 하더라도 어지간한 연예기획사는 다 꿀밤을 때려버릴 수 있을 텐데 말야. 마음 가는 대로 솔직히 대답했다.
“솔직히 이 녀석 말이 반은 맞지 않냐? 이 세상 돈이 전부인 거.”
“사, 사장님?”
“반은 틀렸고. 난 너 가지고 돈 벌 생각 없다.”
친구 등쳐 먹을 바엔 차라리 쓰리잡을 뛰고 말지. 대화 주제가 잠깐 나로 넘어왔으니, 이참에 나도 내 의견이나 좀 말해 봐야겠다. 철창에 바싹 붙어 물었다.
“불사조야. 아까 네 깃털값이 금값보다 몇십 배는 비싸다, 이런 얘기 했었잖아.”
― 호―호우.
“그게 왜 그렇게 비싼 거야. 방금 내 욕 한 건 봐줄 테니까, 나 깃털 좀 만져보게 해줄 수 있냐?”
내 부탁 안 들어주면 동물원 건의함으로 민원을 넣어 버리겠다, 아예 엄포까지 놓았다. 이에 더욱더 언짢다는 표정으로 날개를 작게 한 번 휘두르는 불사조.
이 날갯짓에 날개에 붙어 있던 깃털 한 가닥이 날아올라서는, 내 발치 앞에 툭 떨어졌다. 이 깃털 한 가닥이 내 며칠 일급은 된다, 이 말이렷다.
― 호우.
“조심히 다루라고 하셨소. 깃털 한 가닥의 힘으로 마법을 수십 개는 쓸 수 있다고―”
“그래. 그래서 비쌀 것 같더라.”
깃털 뿌리를 손으로 집어 매만지자, 깃털 주변을 맴돌던 황금빛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마력이 없어지고 나니 사이즈만 큰 앵무새 깃털로밖에 안 보인다.
“야. 지금 니 깃털 휴지 조각 됐다.”
― 호우!! 호호―우!!
마력이 사라진 걸 바로 감지한 건지, 이 녀석도 뭔 짓이냐는 듯 전신에 빛을 화륵 태우고 있다. 허나 이젠 나도 할 말이 있다. 이 녀석이 먼저 빌미를 줬다.
“뭐! 인마, 니가 나 돈밖에 모르는 놈이라고 먼저 시비 걸었잖아!”
― 호우!! 호호우, 호우!!
“이런 젠장할, 말을 알아처먹게 해야 들어주든 말든 하지. 멍멍아?”
“그… ‘호우!! 호호우, 호우!!’라시는구려. 헌데 뭘 어쩌려고 그러시는 것이오, 사장님?”
화가 나서 말도 안 나오는 상황이었나 보다. 불사조 놈이 화난 만큼 멍멍이도 당황한 눈치라, 얼른 깃털을 들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내가 화풀이로 이런 것만은 아니다.
“내가 내 몸에 닿는 것들 마력을 지우는 재주가 있는데 말야. 내가 니 몸을 건드려서 니 털이 다 뽑히고 생닭이 되고, 아무튼 굉장히 억울한 상황에 처했다고 치자.”
― 호오오오오우!!
“그러겠다는 게 아니라 그러는 셈 치고! 그땐 니 누구한테 하소연할래. 말도 안 통하는 사육사 찾아가서 호우거리는 거 말고 니가 뭘 할 수 있냐? 있어?”
당연히 없겠지. 난 증거를 안 남기니까. 더럽게 억울해도 스스로 해결해야 할 거고, 깃털 이식수술 비용만 억 단위로 깨질 거다.
불사조도 같은 생각인지 말이 없었으나, 방금까지에 비해 노기가 다소 가라앉았다. 내가 뭘 말하려는지를 깨달은 모양이다. 마저 말했다.
“이럴 때 너한테 멍멍이 같은 녀석이 필요하다고. 니가 돈을 모으고 사람 사회에 섞여서 사는 이상, 사람들한테 억울한 거 토로할 수단이 최소 한 가지는 있어야 되지 않겠냐?”
― …….
“이 깃털도 그래. 이거 한 가닥으로 수십만 원은 날아갔을 거 아니야. 참고로 난 죽어도 손해배상 안 해준다. 억울하면 말 통하는 변호사 데려오든가….”
지금 충격요법을 쓰고 있는 중이다. 사람이 싫고 사람을 못 믿는 탓에 사람이랑 어울리겠다는 말이 우습게 들린다면, 그럴 필요성을 상기시켜주면 그만이잖아?
이 생각에 수십만 원 날리고 봤다. 대처를 잘못했다간 불사조 불꽃을 시원하게 뒤집어쓰겠지만, 그거야 1분 뒤의 내가 알아서 할 일이고….
― …호호우, 호우.
헌데 불사조가 그럴 생각까지는 없어 보인다. 통역 없이 알아들어 보려고 머리를 굴려봤는데, 옆에서 멍멍이가 날 올려다보며 먼저 통역해줬다.
“보수가 얼마이고, 이러는 목적이 무엇인가… 를 묻고 계시오. 사장님.”
“보수? 보수는 개뿔, 난 그냥 니 구경하러 온 거야, 인마. 친한 사이끼리 서로 돕고 사는 거지, 보수는 뭔 빌어먹을 보수야?”
그리고, 목적? 난 아무 목적 없다. 이 녀석이 멍멍이 녀석에게 투자할 재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됐지만, 이제 그건 기대도 안 한다. 애초에 알고 온 것도 아니고.
그냥 아니꼬워서 이러고 있다. 비판은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
“수용할 수 있는데, 왜 굳이 비웃냐고. 내가 사람 대표도 뭣도 아니지만, 사람 사는 세상에서 자기 목소리 내보겠다는 꿈이 비웃을 만한 꿈이야?”
― …호우.
“니가 니 깃털 팔아먹듯 얘는 자기 재주 살려서 노력하고 있는 거야. 나도 말도 안 되는 꿈 들으면 속으로 당연히 말도 안 된다는 생각 한다. 하는데, 그렇다고 비웃진 않아. 왠 줄 아냐?”
이건 도전이었고, 아직 아무것도 결론 난 게 없기 때문이다. 모든 도전이 늘 헛된 꿈인 게 아니야. 까봐야 아는 거지.
자기 꿈이 헛된 꿈 취급받으리란 건 이 녀석이 제일 잘 알고 있을 거다. 확신은 전혀 없지만, 그럼에도 차마 놓을 수가 없어서 계속 붙들어 매고 있는 중이다.
이런 부류의 녀석은 반드시 뭔가를 이루어낸다. 확신이 없을수록 더 발버둥 치기 때문이다. 난 이 녀석의 도전이 끝났을 때, 그걸 비웃다 말고 배만 아파하는 소시민이 되고픈 마음이 없다.
그러니 옆에서 가능한 만큼 거들고, 나중에 잘되는 모습이나 실컷 지켜볼 생각이다. 눈앞의 새대가리와는 다르게 말야.
“사람은 죄다 돈밖에 모르는 족속이라 이 녀석을 돈벌이 수단으로밖에 안 볼 거다, 그러니 이 녀석이 하는 일에도 돈밖에 모르는 놈들 잔뜩 꼬여서 실패할 거다. 니 의견이 이거잖아. 그치?”
― …….
“오냐. 의견 아주 잘 들었고, 잘 수렴해서 나중에 적당히 반영해 주… 왜 갑자기 말이 없어?”
이 녀석이 아까부터 자세를 바꾸고는, 날개를 움츠린 채로 가만히 듣고만 있는 중이다. 나도 덩달아 진정돼서 물었더니, 불사조가 멍멍이 쪽을 곁눈질하고는 부리를 열었다.
― 호우.
“…사장님.”
“왜. 쟤 화났대?”
“화나신 건 아니고, 사장님께 한 가지를 묻고 계시오. 정말로 일체의 보수 없이, 친한 사이라는 이유만으로 본견을 돕고 있는 거냐는구려.”
아까 대답한 걸 구태여 왜 또 묻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그렇다고 대답해줬다. 내 대답에 좀 더 생각하는 듯하다, 한 번 더 부리를 여는 불사조.
― 호호우, 호우.
“나으리 깃털의 마력은, 제거하기가 무척 까다로운 종류의 마력이라고 하시오.”
“아까 만져보니까 느낌이 좀 걸쭉하긴 하더라. 그런데?”
“이게 다였소이다. 다음 말씀은―”
― 호.
도중에 짤막한 울음소리 한 번. 멍멍이가 못 믿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홱 치켜들었다. 별말이 나오겠나 싶어 가만 기다렸고, 잠시 후 멍멍이가 마저 번역해줬다.
“투자…를 할 의향이 있다고 하시오.”
“?”
“단, 사장님께서 보증을 서준다는 전제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