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Realm Convenience Store Worker RAW novel - Chapter (289)
이세계 편돌이-288화(289/331)
288. 그럼 이게 맥주라고 치고 (5)
* * *
최대한 미루고픈 마음에 계단 옆 안내판을 훑어봤으나, 안전 수칙 문구 대신 자기 자랑만 가득했다. ‘이 구름길은 마법청에서 요구하는 안전기준을 철저히 준수하였으며, 수많은 전문가들의 검증을 거친―’
또한 ‘몇 개나 되는 최신 기술을 도입해 보강하였으니 안심하고 이용하셔도 좋다.’까지가 48pt 굵은 글씨로 적혀있었고, 안전 수칙에 관한 건 어디에도 적혀 있질 않다. 그나마 유의사항이라고 부를 만한 게 한 줄.
[ 고소공포증을 갖고 계신 손님께서는 이용을 삼가 주세요! ]여자 손님은 남자화장실을 이용해선 안 된다는 수준으로 도움이 되는 문구다. 이런 젠장할….
“좀 있으면 손님분들 오신단 말예요, 찬이 씨. 빨리!”
“…갈게요. 가면 되잖어. 갑자기 왜 그렇게 신이 났어요?”
내가 계속 밍기적거리는 게 답답한지 엘레나 양이 발을 동동 구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신이 난 표정을 보는 게 처음이라 의아해서 물었는데, 개인적인 이유가 있었다.
“저, 이거 엄청 오랜만에 타보는 거거든요! 거의 10년 됐나?”
“10년이면, 중학생 때요?”
“초등학생 때요. 처음에는요, 엄청 긴장돼서 아빠 손 꼭 잡고….”
말하면서는 오른손을 뻗어 내 손을 잡으려 들었다. 순간 반응을 못 해서 가만히 있었는데, 손가락 끝이 거의 닿을 거리에서 손을 우뚝 멈췄다.
멈춘 채로 내 눈치를 보는 게, 본인도 무의식적으로 벌인 일로 보인다. 잠시 후, 뻗었던 손으로 뒷짐을 지고는 얼렁뚱땅 말을 맺는다.
“…올라갔었는데요. 긴장됐던 게 하나도 안 떠오를 만큼 즐거웠거든요. 네.”
“그러셨구만.”
“…….”
그랬다고 한다. 이러고는 무안해 죽겠는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계단을 오르려 하는데, 지금 안 풀었다간 올라가는 내내 서로 말 한마디 안 할 것 같다. 슬쩍 말을 걸었다.
“저는 이런 거 처음 타봐요. 엘레나 양.”
“어머. 아예 처음요?”
“네. 사실 동물원 와본 건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고요. 이렇게 하늘로 걸어 올라가는 경험은 아예 처음이라, 솔직히 긴장이 좀 되기는 한데….”
말하며, 다음엔 손을 뻗어봤다. 지금 상황에 이러는 게 맞나?
“손잡고 올라가면 긴장 푸는 데 도움이 돼요?”
손을 잡으려다 만 걸로 무안해진 거니까, 같이 손잡고 올라가면 조금이라도 무안한 게 풀리지 않을까. 이 흐름으로 저지른 일인데, 일을 벌이자마자 이게 뭐 하는 짓이냔 생각만 밀려왔다.
나란 놈은 핑계를 대도 하필이면 이딴 걸 대고 있다. 마른침만 삼키고 있자니, 엘레나 양이 손을 뻗어 내 손 위에 포개고는 붙잡았다.
서로 손 부여잡은 채로 말없이 몇 칸 계단을 올랐다. 땅이 약간 멀어졌을 즈음,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묻는 엘레나 양.
“어, 어떠세요.”
“도움 되네요. 그러니까… 꽤 많이.”
대신 다른 이유로 긴장한 채 실물 계단을 나란히 올라갔고, 계단 끝에서도 멈추진 않았다. 한없이 투명하기만 한 마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바람이 뭉쳐 만들어진 투명한 발판 같은 게 있다.
그 위로 마저 발을 내디뎠고, 이젠 정말로 하늘 위에 서 있게 되었다. 코흘리개 시절 정글짐 꼭대기에 올라 만들었던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달성했으나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땅 위의 행인들이 손톱만 해졌음에도 붙잡을 무언가가 없고, 낙하산은 당연히 없다. 하늘을 걷거든 낭만적인 경험이 될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사람 본능이 어쩔 수가 없다.
“지금은요?”
“…솔직히 좀 쫄리긴 합니다. 새라도 몇 마리 만나보면 무서운 게 좀 덜할 것 같은데….”
구름길이 막 가동을 시작해서인지 아직은 날아다니는 새가 없다. 내 말에 주변을 둘러보던 엘레나 양이, 갑자기 떠올랐다는 듯 하늘로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이렇게 한번 해보셔요, 찬이 씨. 손을 위로.”
“새들이 손을 알아봐요?”
“옛날에는 이렇게 했을 때 앵무새가 날아왔었거든요. 손가락을 굽혀서 횟대처럼 만들면… 아, 정말 오네요. 저기!”
검지를 굽힌 채로 주변을 둘러보다 한 방향에 시선이 고정된다. 따라서 바라보니 뭔가가 이쪽으로 느릿느릿 날아오고 있기는 했다. 헌데 앵무새라고 하기엔 사이즈가 지나치게 큰 것 같은….
“…저건 좀 많이 큰데요. 그때 앵무새도 크기가 컸었어요?”
“아뇨. 딱 손가락에 앉힐 만한 앙증맞은 새였는데… 어머!”
“아니, 저거 독수리잖아!!”
저놈이 가까이 오고 나서야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독수리. 그것도 미용실에서 난색을 표할 정도로 풍성한 머리털을 가진 독수리였다. 심지어 머리스타일은 또 샤기컷이야.
더해서 인간친화적으로 교육받았다는 게 빈말은 아닌지, 우리 머리맡에서 몇 번 날갯짓을 하는가 싶더니 아예 똬리를 틀어버렸다. 엘레나 양 모자 위에.
고개를 살짝 치켜들어 자기 머리 위를 올려다본 엘레나 양이, 감탄스러운지 두 손을 모으고는 친절하게 내게 설명해줬다.
“…이 독수리, TV에서 봤어요. 풍성머리독수리예요, 찬이 씨.”
“그건 보면 알겠는데… 안 무거워요?”
“그다지요? 머리 위에서 막, 무거워졌다 가벼워졌다 하는 것 같아요.”
독수리가 머리 위에서 계속 날갯짓을 하고 있기는 하다. 이 녀석도 지가 무겁단 걸 알긴 아나보다.
그래도 끌어내리긴 끌어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붙잡아보려 했는데, 이 독수리가 대뜸 내 머리를 뚫어져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코웃음을 쳤다. 이 독수리가 지금 돌았나?
“엘레나 양, 이 독수리가 제 머리 보고 코웃음 친 거예요?”
“그건… TV에서 그랬는데요. 풍성머리독수리는 서열을 머리숱으로 정한대요. 영역 다툼이 벌어질 때면, 머리를 부리로 쪼면서 머리털을 물어뜯으려 하고.”
그러다 패배해 대머리가 되거든 풍성머리독수리로서의 매력을 상실하는 건 물론이요, 머리털이 다 자랄 때까지는 무리에 합류할 수조차 없게 된다고.
말인즉, 방금 내가 독수리에게 상대적 대머리 취급을 받았다는 의미다. 나도 어디 가서 머리숱 적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는데, 하다 하다 이젠 독수리까지 나를….
“그리고, 아, 참. 찬이 씨, 저 사진요. 사진.”
“아, 예. 제 걸로 찍고, 톡으로 전송해 드릴게요.”
독수리 놈이 마음에 안 들긴 해도, 머리 위에 독수리가 앉아있는 경험이 흔한 건 아니니까. 폰을 꺼내 한창 배율을 맞추던 도중, 독수리가 이번엔 엘레나 양 앞머리를 빤히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이건 인정한다는 듯 머리를 위아래로 크게 끄덕거려댔다. 착잡한 심정으로 사진을 찍자, 찰칵 소리와 동시에 날개를 퍼덕이고는 하늘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아이고. 가버렸네요. 찬이 씨 사진도 찍어드렸어야 했는데….”
“전 사양할게요. 여튼, 어쩔까요. 다른 새도 더 보고 가실래요?”
“저는 찬이 씨 말씀하시는 대로 할게요. 찬이 씨는요?”
난 더 오래 있고 싶지는 않다. 슬쩍 하늘을 둘러봤는데, 날아다니고 있는 새들이 하나같이 죄다 큼지막하다. 저 녀석들 눈치가 보여서라도 앵무새 같은 소형종이 출근하지는 않을 것 같다.
또, 다 떠나서 이젠 다리가 더 못 버틴다. 빨리 땅에 내려가서 벤치에 앉든, 나자빠지든 하고 싶어.
이걸 최대한 점잖게 말해주자,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는 자기 폰을 들어 보이며 말해왔다.
“저희 다음엔요, 꼭 찬이 씨 사진 먼저 찍어요. 한 80장쯤?”
“그렇게 많이요?”
“다다익선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가볼 곳도 많고… 저희, 시간도 많으니까요.”
이젠 계획은 뒷전이 되어버렸지만, 그러자고 했다. 시간이 많은 건 사실이었으니까.
* * *
거의 3시간에 걸쳐 동물원 구역 대부분을 답파한 소감. 하나같이 말로 형용하기 힘든 경험들뿐이었다. 가령, 불꽃길이라든가.
“어… 저희 불꽃길 말고 그냥 꽃길만 걷는 건 어떨까요?”
“꽃길은 4, 5월 아니면 심심하대요, 찬이 씨. 여기 적혀있어요.”
밑으로 내려와서는 바로 근처의 안내판 지도를 확인했는데, 이 동물원이 모든 구역에 ‘~~길’, ‘~~길’ 같은 식으로 명칭을 붙여놨다. 하늘길은 새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니까 하늘길.
꽃길은 얌전한 초식동물들에 더해 꽃이 많아서 꽃길, 불꽃길은 용암지대에 서식하는 동물들을 볼 수 있어서 불꽃길이었는데, 하필이면 여기서 제일 가까운 게 불꽃길이었다.
“그리고 저희요, 꽃길 쪽으로 가면 동선이 꼬여버려요. 불꽃길은 여기 구석에서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빙 돌면 되는데, 꽃길은 정반대 방향이라고요.”
효율을 위해서라도 불꽃길을 먼저 가는 게 옳다며 의욕 가득한 얼굴로 계속 어필하는데, 본인이 가고 싶어서 이러는 게 빤히 보였던지라 어쩔 수 없이 따라갔다.
그리고 그 결과야, 뭐….
“그러게 꽃길부터 가자니까. 모자 그거 비싼 거 아니에요?”
“그래도. 그래도, 수선 맡기면 어떻게든 될 것 같아요….”
핸들링 체험장에서 새끼 불염소를 쓰다듬다, 뿔에 모자가 그슬려버리는 걸로 끝났다. 더운 곳을 둘러본 다음에는 더우니까, 시원한 꽁꽁길을 찾아서 들어가고….
“이 길은 나름 잘 꾸며놨네요. 펭귄들 슬라이딩 타라고 미끄럼틀도 있고, 이글루도 있고.”
“저것들요, 꾸며놓은 게 아니라 펭귄들이 스스로 만든 거래요. 찬이 씨.”
“아니, 팔도 없는 녀석들이 저걸 어떻게 만들었대요?”
“따라쟁이펭귄. 생긴 건 평범해도 지능이 엄청 뛰어나서, 사람들이 만든 건축물들을 직접 보고 만들어내는 습성이 있대요.”
“허어… 엘리트들이네.”
다음엔 추운 곳 더운 곳을 다 둘러봤으니, 중간 기온인 나뭇길 찾아서 들어가고.
“어디 보자… 황소나무. 빨간색, 혹은 가지 위로 올라가려고 하면 화가 나서 달려드는 습성이 있대요. 원숭이들의 천적이라고도 하고요.”
“이름이 황소니까 동물이란 얘기죠. 근데 아무리 황소여도 그렇지, 어디가 머리고 어디가 배인지 분간이 안 되는데….”
“그것도 여기 사진에 표시되어 있어요. 붉은 이파리가 자란 곳까지가 머리, 그 밑부터 중간까지가 가슴, 그 아래로는 배.”
나뭇길을 나온 직후에는 엘레나 양이 출입구 근처의 기프트 샵 머리띠들에 정신이 팔려버렸는데, 머리가 허전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모자가 그슬린 뒤로는 아예 들고만 다녔으니까.
눌린 머리를 어떻게든 해보겠다며 토끼 머리띠 하나를 구매하고는 머리에 끼운 뒤 날 바라본다. 머리띠의 베이스인 토끼도 보통 토끼는 아닌지 양쪽 귀의 색이 서로 다르다.
“어때요. 어울려요?”
어울리기야 당연히 어울린다. 헌데, 보자마자 뜬금없이 매장 상품이 하나 떠오르더라. 농담 삼아 말해봤다.
“색 배합이 좀 애매해요. 엘레나 양 머리카락이 분홍색인데, 토끼 귀가 한쪽은 흰색이고 한쪽은 짙은 갈색이잖아요. 꼭 저희 매장에서 파는 삼색 아이스크림처럼 생겼―”
“…치.”
“네?”
“그럼요. 찬이 씨가 한번 써보세요.”
내 돈 주고 산 것도 아닌데 그걸 내가 왜 쓰냐. 미처 반려하기도 전에 냉큼 내 머리에 토끼귀 머리띠를 씌워버렸고, 한계수명을 한참 넘어선 29살 토끼가 되어버렸다. 인생.
기프트 샵에 달린 거울로 살펴봤는데, 축 늘어진 토끼 귀가 불쌍하게만 보인다. 엘레나 양도 비슷한 감상이었는지, ‘으음…’ 신음하고는 머리띠 하나를 더 집어들었다.
“그럼 이건 어떨까요? 기린 귀.”
“뭘 자꾸 씌우려고 그래요. 기다려봐요, 이거 벗고―”
“아뇨. 벗지 마시고, 그 위에 쓰는 거예요.”
“이 위에요? 이 위에 뭘 더 어떻게 써요?”
진짜로 몰라서 물었는데, 말 그대로의 의미였다. 토끼 머리띠 위에 기린 머리띠를 아슬아슬하게 걸쳐 씌운 뒤, 연이어 다른 머리띠 몇 개를 더 집어 드는 엘레나 양.
그걸 모조리 내 머리 위에 얹어가며 머리띠를 합성했고, 난 졸지에 토끼기린코끼리여우 고양이인간이 되어버렸다. 거울을 바라보며 나름대로 소감을 말해봤다.
“토끼 머리띠 잘 어울렸었어요. 진심으로. 됐어요?”
“네. 고마워요, 찬이 씨.”
“그럼 저 이거 좀 벗겨 주십쇼. 머리띠 끝에 손이 안 닿어.”
“그 전에 잠깐만요. 사진만 찍고….”
키메라가 된 내 인증사진도 촬영을 마쳤고, 촬영에 사용된 머리띠는 엘레나 양이 모조리 구매해 밖으로 나왔다. 봉투에 머리띠들을 모조리 집어넣은 뒤, 곧바로 다음 행선지를 정했다.
“…엘레나 양. 잠깐 쉴래요?”
“네. 그래야 될 거 같아요.”
엘레나 양도 표정이 좋지는 않았고, 나도 종아리가 쑤셔서 더 못 걷겠다. 마침 기프트샵 주변에 아담한 카페가 있어, 서로 고개만 끄덕인 뒤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에어컨 바람이 반겨주는 게 좋아죽겠다. 의자에 앉는 순간에는, 어우. 여기서 잠깐 엎드렸다간 내일 아침은 되어야 일어나겠네….
“같이 돌아다니니까 엄청 즐겁네요, 찬이 씨.”
“그래요?”
“네.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안 데려다주셨던 곳도 거의 다 가봤고, 그때는 못 샀던 머리띠도 이젠 직접 사보고―”
어렸을 때는 아버지께 머리띠를 사달라고 졸랐었는데, 아버지께서 엄격하신 분이라 머리띠를 안 사주셨었다. 그게 그렇게도 아쉽더라.
말하며 봉투 안의 머리띠를 내려다보는 표정이 무척 아련하게 보인다. 도중에는 토끼 머리띠의 귀 끝을 매만지기까지 하는데, 보고 있자니 궁금한 게 하나 떠올랐다.
“…생각해 보니까.”
“네, 찬이 씨.”
“엘레나 양 부모님 얘기는 오늘 처음 들어보는 것 같네요.”
“어… 그게.”
근무 첫날에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순수하게 처음 나온 주제라 궁금해서 물었을 뿐인데, 엘레나 양 반응이 썩 평범하지는 않았다.
“그게….”
어째 대답을 회피하는 느낌이다. 가만 바라보는 사이에 음료 벨이 울렸고, 내가 말없이 일어나 음료를 가져왔다. 아메리카노와 마끼아또를 각각 한 잔씩.
엘레나 양 자리 앞에 마끼아또를 내려놓자, 이번엔 한 번 들어서는 이해가 잘 안 될 말을 해왔다.
“…제가 부모님 얘기를 했나요? 오늘?”
“두 번 하셨어요. 아까 하늘 위에서 한 번, 방금 한 번. 말하고도 몰랐었어요?”
“네. 말씀해 주시기 전까지는요. 제가 그 얘기를 왜 했을까요?”
그걸 나한테 물으면 내가 어떻게 알아. 어깨만 으쓱해 대답하자, 마끼아또를 마시려는 듯 잔을 집고는 다시 내려놓는다. 매번 궁금한 것들은 죄다 물어보더니, 이런 반응 보이는 건 또 처음이다.
“별로 좋은 얘기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아무한테도 말 안 했었는데….”
“그래서 그러시는 것 같기는 해요. 어떻게 안 좋길래 그래요?”
그래도 말을 하고는 싶어 하는 눈치라, 일부러 한 번 더 물어봤다. 재차 묻자 머리띠가 담긴 봉투를 만지작대다, 확신이 없다는 어조로 내게 묻는 엘레나 양.
“그게… 이혼하셨거든요. 두 분.”
“…아하.”
“그런데, 이혼하신 부모님 얘기는 자식이 잘 안 하게 되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