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Realm Convenience Store Worker RAW novel - Chapter (30)
이세계 편돌이-29화(30/331)
29화. 담배 파는 편돌이 (1)
“뭐,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겠지만.”
이후 담배의 나방인지 나발인지가 나를 향헤 베― 하며 혀를 내밀어왔는데, 내가 반응을 안 하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음, 위장 마법은 잘 작동하고 있는 것 같고.”
어이가 없어서 반응할 수가 없었을 뿐이다. 요정은 여전히 지가 안 보인다 생각하는지 눈을 찡긋하기도 했고, 날 보고 혀를 삐쭉 내밀기도 했다. 어디 보자, 편의점 기성품 코너에 전기 파리채가 하나 있지 않았나…?
그러다 자리에서 일어나 푸드득 날개를 털고는 진열대 가장자리로 걸어 나왔다.
“좋아. 이번엔 어디 가서 장난을 쳐볼까?”
붙잡았다.
“꺄아아아아악!!”
이후 커피머신 옆에 비치된 종이컵을 꺼내 안에 집어넣고 뒤집어 덮은 뒤, 나가지 못하도록 손으로 덮어 막았다. 귀를 기울이자, 안에서 간절함 섞인 목소리가 웅웅 들려왔다.
“잠깐만, 잠깐만! 대화로 해결하자, 혹시 담배 필요해?”
또 담배 얘기를 꺼내는 걸 보면 진짜 담배의 요정이 맞는 것 같긴 한데, 다시는 맨손으로 만지고 싶지 않았다. 손에 담배 냄새 밸 것 같아.
“비싼 것도 상관없으니까!!”
편의점서 파는 담배 중 1만 원짜리가 있긴 하다. 물론 난 담배 끊은 지 오래라 쥐뿔 관심도 없었고, 정황이 대충 짐작이 되어 컵에 대고 물었다.
“야. 담배 재고 중에 두 갑이 많은 게 있는데, 니가 한 짓이냐?”
“맞아. 그러니까 이것 좀 열어줘, 나 기관지염 있단 말이야! 폐소공포증도!”
그러고는 컵을 계속 들썩거렸는데, 힘에 부치는지 1cm도 들어 올리질 못하고 있다. 손가락으로 컵을 쿡 누르자 손이 찧인 듯 안에서 작게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으으, 뭐가 문제였지? 위장 마법은 완벽했는데…!”
“세상에 완벽한 게 어디 있어, 나방 자식아.”
“나 나방 아냐! 너, 날 대체 어떻게 할 셈이야?”
“글쎄다?”
내 대답에 잔뜩 겁을 먹었는지 쥐 죽은 듯 조용해져 버렸는데, 겁주려고 한 말이 아니라 진짜 몰라서 한 대답이었다. 이 부분에선 결정권자가 내가 아니었으니까.
맛폰에 대고 점장에게 말했다.
“점장님, 담배 재고 왜 안 맞는지 알아낸 거 같습니다.”
[ 어? 벌써? 어떻게? ]“담배의 요정을 잡았어요.”
[ …어떤 요정? ]“담배의 요정이요.”
점장이 꽤 오랫동안 대답이 없었는데, 나도 똑같은 심정이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잠시 뒤 내게 말해오는 점장의 어투는 꽤 호기심이 배어 있었다.
[ 정말 담배의 요정이시래? ]“자기 말로는 그렇다는데요. 근데 저도 존칭 써야 됩니까?”
[ 일단 사회활동을 하는 분들이기는 해서… 아, 그래서 물어본 게 아니겠네. ]점장도 내게 제법 익숙해졌는지, 내가 묻지 않아도 알아서 설명을 해줬다.
요정. 수는 많지 않고, 주로 생산활동 쪽에 종사하고 있으며, 의외로 인텔리들이 많다고 한다. 이유는 마법에 대한 적성이 높고, 지식도 높으며, 보유한 마력도 종족 특성상 풍부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마법 관련된 요소를 쓰는 어지간한 직종에는 다 근무하고 있다고 하며, 이 요정은 담배 공사에서 근무하고 있을 거라는 게 점장의 추측. 담배 공사 공채 경쟁률이 최소 세자릿수 : 1쯤 되는 걸로 알고 있다.
“근데 인텔리가 왜 편의점에서 담배 개수 갖고 장난질을 칩니까? 사회적 일탈 같은 건가?”
[ 요정들이 원래 다 그래. ]고블린들은 영악하고, 서큐버스들은 사랑에 관심이 많으며, 오크들은 호전적이고, 치와와는 분노조절장애가 있다.
그리고 요정은 장난치는 걸 좋아한다. 영업하는 점포에 위장 마법 쓰고 몰래 숨어들어서는 물건 개수를 늘리는 것 외에도 용사 동상이 들고 있는 검에 ‘모조품임’이라고 적어놓는다든가.
듣고 나서는 집단으로 충동장애라도 앓고 있는 건가 싶었으나.
[ 그거 맞는데? ]정신학적 진단명도 충동장애가 맞고, 자기들도 다른 이종족들이 곤란하단 걸 알면서도 장난치는 걸 멈출 수가 없단다. 그 탓에 자기 직종 관련된 장난치다 파출소 끌려가서 훈방조치 받는 일이 다반사.
[ 그게 오히려 스릴 있다면서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나쁜 의도로 그러는 건 아냐. ]나쁜 의도를 갖고 들어왔다면 진즉에 보안 마법에 걸려서 훈연당했을 거라는데, 순수하게 장난만 치러 온 거라 그것도 아니라 하고….
거기에 더해 구사하는 마법도 수준이 높은 탓에, 이놈들이 작정하고 장난을 치면 어지간해선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다고 한다. 딴 건 몰라도 이 요정들이 전국구급 민폐 덩어리 종족이라는 건 확실히 알겠다.
[ 찬이는 나중에 보안업체 취직하면 일 잘하겠다. ]“이 세상 보안업체는 정직원 잘 뽑습니까?”
[ 내가 알기로는… 인턴 2년에 정직원 채용률 5% 정도? ]“그럼 안 할랍니다. 그나저나 늘어난 담배를 좀 처리하고 싶은데요, 점장님.”
[ 별건 없고, 편의점 밖으로 가지고 나가는 순간 사라질 거야. 내 생각에는 그래. ]점장 말대로, 재고가 안 맞는 담배 품목을 전부 품에 안고 편의점 밖으로 나가봤다. 정문 밖으로 벗어나는 순간, 한 아름 안긴 담배 중 두 갑이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펑― 연기를 내며 사라졌고, 그 자리에 니코틴 향기만 남았다. 냄새 참 역하다. 이걸 내가 왜 돈 주고 사서 폈나 몰라.
“점장님 말대로 됐습니다.”
[ 외에 재고 안 맞는 건 없고? ]“세보니까 딱 맞네요.”
[ 다행이네. ]이걸로 할 일 중 절반은 끝냈고, 이제….
“이 요정은 어떻게 할까요.”
[ 글쎄. 찬이는 어쩌고 싶어? ]전기 파리채로 딱 한 번만 후려보고 싶다. 이 요정이 날 놀렸기 때문이다.
[ 어… 찬이 감옥 갈걸? ]“어우, 그럼 안 되겠네. 점장님 생각은 어떠세요?”
[ 난 그냥 돌려보낼 것 같아. 오늘 경험 때문에라도 당분간은 장난 못 치시지 않을까?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후, 종이컵을 살짝 흔들어 봤다. 안에서 아이쿠, 아야야 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뒤이어 이런 소리도 들려왔다.
“너 이거 과잉 대응이야, 알아?”
“억울하면 같이 파출소 가든가. 점장님이 풀어주라 했으니 일단 이 정도만 하고 끝낸다.”
그러고는 컵을 들어 올리니, 요정은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를 반창고를 자기 왼쪽 날개에 붙이며 꿍얼거리고 있었다. 자기 마법이 어쩌다 걸린 건지 모르겠다는 둥, 조만간 병원엘 가봐야겠다는 둥….
생긴 건 동화에 나올 것처럼 생겨서는 왜 담배의 요정 같은 걸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언제 날아가나 보고 있자니, 요정이 날 바라보며 말했다.
“나, 너한테 할 말 있어.”
“뭔데.”
“잠깐 기다려 봐.”
그러고는 눈을 질끈 감은 채로 뭔지도 모를 주문 같은 걸 웅얼거리다, 다시 날 올려다보며 손가락 세 개를 펼치고는 물어왔다.
“이거 몇 개야?”
“세 개.”
“으으, 너 대체 정체가 뭐야. 대마법사, 뭐 그런 거야?”
“그냥 편돌인데?”
단지 체질이 특이한 것일 뿐이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고. 요정이 납득이 안 된다는 듯 여전히 날 올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떠오르는 적당한 이유를 덧붙여줬다.
“인간 종족은 25년 이상 솔로로 살면 다 이런 재주가 생겨.”
“진짜? 너 몇 살인데?”
“29살.”
“와, 난 29년 솔로로 살라고 하면 절대로 그렇겐 못 할 것 같은데. 너 엄청 대단한 인간이구나?”
엄청나게 대단한 일이긴 하다. 그런 대단한 일을 내가 어떻게 해냈는지는 도저히 모르겠지만 말야….
“근데 그런 재주가 있으면서, 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
이게 오늘 근무 테마인가 보다. 편돌이 왜 하냐는 질문 듣는 거.
직장 망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하고 있다는 대답 하기도 이젠 지겹고, 내가 역으로 물었다.
“그럼 너는 담배의 요정은 왜 하고 있는데?”
“그야, 흡연자들한테 올바른 흡연 습관에 대해 알려주고 싶어서지!”
“아, 그러셔?”
“사실 장난이고, 공채 합격한 곳들 중엔 여기가 내 적성이나 전공에 맞을 것 같아서.”
“전공이 뭐길래?”
“풀의 요정.”
담배도 담뱃잎을 말린 거니 풀이 맞긴 하다. 근데 전공에 맞을 것 같았다는 건 또 뭐야. 실제로는 아니었다는 건가?
이걸 물으니, 요정은 진지한 표정이 되어서는 한참 끙끙 앓는 소리를 내다 고백하듯 말해왔다.
“사실 이건 너한테만 말하는 건데, 난 담배가 싫은 것 같아.”
“그러냐?”
“어. 딴 건 다 괜찮은데, 담배의 요정을 하다 보니까 장난을 칠 만한 곳이 거의 없더라고. 기껏해야 편의점 정도?”
“편의점도 니 장난치는 곳이 아니야, 인마.”
“그리고 아까도 말했지만, 나 기관지염 있고.”
“그럼 다 괜찮은 게 아니잖아. 전공엔 맞아도, 건강에는 안 맞는 거 아니냐.”
“그런가?”
어제도 이거랑 비슷한 고민을 들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가뜩이나 비도 많이 오는데, 그 멍멍이는 길거리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으려나 모르겠다.
“음… 역시 이직할까….”
이 부분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고. 그러니 내 기준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딴 직장 구할 수 있으면 그러든가.”
충동장애가 이 세상에서 몇 급 장애로 분류되는지는 모르겠으나, 장난칠 곳이 없는 게 이직 사유일 정도면 이놈들한테는 진지한 문제가 아니겠는가?
이세계 담배 공사도 규모가 제법 큰 회사일 테지만, 원래 평안 감사도 자기가 싫으면 그만인 거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삶, 적성에 안 맞는 일을 굳이 붙잡고 있을 필요 있나.
물론 이것도 능력이 돼야 할 수 있는 짓이긴 하다. 이놈은 마법 잘 아는 인텔리라 하니 지들이 알아서 할 거고….
“근데 그만두면 뭐 하지. 공채 시즌은 다다음 달이고….”
요정은 한참 동안 고민하면서도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었는지, 내게 다시 말을 걸어왔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어때? 할 만해?”
“왜. 할 생각 있냐?”
“잠깐은.”
“딴 곳은 몰라도 이 사거리에서 알바하는 건 절대 추천 못 해주겠다. 당장 아까만 해도….”
미친 치와와에 대한 전설에 대해 말해주려던 와중, 손님이 왔다. 드워프였다.
이유가 뭔지는 몰라도 우산은 들고 있지 않았고, 때문에 온몸이 흠뻑 젖은 채였다. 덥수룩한 수염이며 머리카락이며 가릴 것 없이 빗물을 뚝뚝 흘려대고 있는 상태였는데, 보자마자 제발 매장 안엔 들어오지 말라는 생각부터 들더라.
다행히도 깔개 너머로 더 들어오지는 않았고, 정문 앞에 선 채로 날 바라보며 물었다.
“그거 줘.”
“우산이요?”
“그거 말고, 그거.”
“그게 뭡니까. 담배?”
“냉동 삼겹살.”
듣고 나서 바로 요정을 바라보니, 얼굴 한가득 의아함이 담긴 표정이었다. 냉동 삼겹살을 왜 편의점에서 찾아? 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
근데, 놀랍게도 편의점에선 냉동 삼겹살을 판다.
나도 이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땐 편의점에서 정말 별걸 다 파는구나 하면서 어이없어했었으니, 요정 반응이 저런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저희 매장에선 취급 안 하고 있습니다.”
“어디 있는데?”
“정육점이요. 다른 편의점에서 팔긴 하겠지만, 아무래도 정육점 냉동 삼겹살이 더 맛있지 않겠습니까?”
“어디 있는데?”
“그건 잘 모르겠고요. 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알았다.”
용건을 마친 드워프는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버렸다. 이미 다 젖었으니 우산 쓸 필요도 없다는 건지, 상남자는 우산 따위 쓰지 않는다는 건지….
요정은 눈을 끔벅이고는 내게 물었다.
“저런 손님이 자주 와?”
“엄청. 그리고 또… 어서 오세요.”
미친 치와와의 전설에 대해 말을 이으려던 찰나, 또다시 손님이 왔다. 이번엔 고블린이었다.
들고 있던 우산을 대충 접어 우산꽂이에 던져넣고는 계산대로 와서 내게 영수증을 하나 내밀어온다. 확인해 보자, 맥주 네 캔을 사 갔던 영수증이었다.
“이거 환불해 줘.”
“네.”
환불이야 얼마든지 해줄 수 있지. 영수증을 받아 들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자니, 고블린이 재촉하듯 내게 말해왔다.
“뭐 해, 환불해 달라니까.”
“어… 물건을 주셔야 환불을 해드리죠.”
“영수증만 있으면 환불할 수 있는 거 아냐?”
“카드로 결제하셨으면 카드도 같이 가져오셔야 되고, 해드릴 순 있어요. 해드릴 순 있는데….”
편돌이가 미치지 않고서야 물건 안 받고 환불을 해주겠냐고. 이를 최대한 좋게 설명해 줬으나, 돌아온 대답은 영 좋지 못했다.
“다 마셔서 없는데.”
“그럼 환불이 안 되겠는데요.”
“아니, 일단 해달라고. 일단.”
“어….”
“내 말을 이해 못 하겠냐?”
너라면 그 말을 듣고 이해를 하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