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Realm Convenience Store Worker RAW novel - Chapter (73)
이세계 편돌이-72화(73/331)
72화. 영물 상담 편의점 (1)
처음엔 이해가 안 됐다. 어디 조폭들한테 간택이라도 받았다는 소리야?
싶었으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조폭들이랑 엮이는 게 이놈이 먹고살기에는 차라리 낫겠다 싶었다.
조폭 두목들이 자기 부하는 헌신짝 취급해도 자기 반려동물은 진퉁 나이키 대우 해주잖은가. 그 왜, 마피아 보스가 무릎에 고양이를 앉혀놓고 쓰다듬는다든지….
그 두목들 입장도 십분 이해가 된다. 반려동물 말고 쓰다듬을 거래 봐야 몸에 문신 떡칠한 아재들뿐일 텐데, 그건 지들도 싫을 거 아냐. 강아지 고양이에 비하면 보람도 없을 거고.
물론 이놈이 진짜 조폭과 엮인 건 아니었다.
“그 흑풍파 놈들이 원래는 이렇게까지 넓게 활동하지 않았소. 그저 공원에서 패를 지어 다니던 놈들일 뿐이었는데….”
“야, 멍멍아. 지금 들개 무리들 얘기하는 거 맞냐?”
“그렇소이다.”
“그럼 씨, 흑풍파라는 명칭은 누가 붙인 거야?”
“패거리의 대장이 스스로를 검은 흑풍이라 지칭하고 다니오. 아마 그의 이름을 따서 그리 지어진 것이 아닌가 싶소만.”
“검은 흑풍이라….”
직역하면 검은 검은바람. 운명의 데스티니가 느껴지는 작명이다.
들개 놈들이 이중 피동 표현 개념을 알고 쓴 건 아닐 테니, 단순히 겉모습 보고 멋져 보이는 걸로 지은 것 같은데….
“그 대장 견종이 도베르만인가 보다.”
“도베르만 말씀이외까?”
“그래. 털 짧고, 검은색에 날렵해 보이고 어깨 빵빵한 애들 있잖냐.”
기르는 주 용도가 군견 혹은 경찰견. 당연히 지능지수도 상위권이고 들개들 대장 해 먹기에 이만한 견종이 없긴 하다.
마저 말하자, 멍멍이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맞는 것 같소. 늘 느끼는 것이지만, 사장님은 참 아시는 게 많구려.”
“근데 걔네들이랑은 어쩌다 엮이게 된 거냐?”
“그게, 사실 엮였다기보다는….”
엮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마디를 먼저 내뱉고는 세부 사정을 이야기해왔다. 우선, 멍멍이가 마지막으로 여길 떠난 게 며칠 전.
그 뒤로 어떻게든 먹고살기 위해 거리 곳곳을 쏘다녔단다. 그러다 영역을 침범했다며 물어뜯길 뻔하기도 하고, 반대로 호의도 받아보고.
“호의?”
“예를 들면,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국밥집이 하나 있는데 말이오. 그 국밥집 주인장이 본견 같은 떠돌이들을 어찌나 잘 챙겨주던지.”
“그럼 밥은 안 굶었겠다, 야.”
“며칠은 그랬다오.”
문제는, 그곳도 다른 떠돌이견들의 영역이었다는 것이었다. 자기들끼리 순번제까지 도입할 정도로 소문난 맛집이었다나, 뭐라나.
그래도 매정하게 내쫓기지는 않았고, 삽살개 한 마리가 살점 두둑한 등뼈 하나 물려줬단다. 입에 등뼈 문 채로 마저 떠돌다 흘러들어 간 곳이 한 공원.
피크닉 시즌인 5월 중순이 돼서인가, 이종족들이 피크닉을 나와서는 먹다 남은 음식들을 무진장 버려대고 있었단다.
더해서 잔디가 잘 관리되는 덕에 자고 일어나도 털이 잘 안 더러워지고, 심지어는 유아 이종족용 식수대가 있어 짧은 다리로도 아슬아슬하게 물을 마실 수 있었다고.
도중에 물었다.
“멍멍아. 그 공원 흑풍파라는 놈들 영역이라 하지 않았냐?”
“그렇소. 주워들은 바로는, 3년가량 그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하더구려.”
“근데 니가 거기서 밥 먹는 거 갖고 뭐라고 안 해? 무진장 짖어댔을 것 같은데.”
조폭 영화들 보면, 지들 나와바리를 침범했네 마네 따지면서 머리통으로 축구 야구하고 그러던데 말이다. 얘가 한 짓이 딱 그건데, 물어뜯기기 딱 좋은 상황 아닌가.
“본견도 맞닥뜨린 적이 있긴 하오. 허나, 그때는 어느 정도 말이 통하긴 했소.”
“말이 통했다고?”
“본견에게 이렇게 말하더이다. ‘지금은 보는 눈이 많아 봐주겠다만, 나중에도 모습을 보인다면 그땐 명을 부지하기 힘들 것이다.’라고.”
어째 납득이 됐다. 피크닉 나온 이종족들이 무진장 많다고 했으니, 보는 눈도 그만큼 많아졌을 거다.
그런 와중에 다른 떠돌이견들 내쫓겠다고 싸움박질하다가 들킨다면?
광견병 걸린 개라고 신고당할 게 뻔하다. 이후엔 유기견 보호소가 새 보금자리가 될 거고. 이 흑풍파 놈들이 공원 생활 3년 차라 그런지 나름 연륜이 있어 보인다.
여기까지 말하고는, 살짝 귀를 늘어뜨린 채로 덧붙였다.
“어차피 쪼끄만 놈이니, 많이 먹지도 못할 거라고도 했고.”
“걔네가 너한테 그렇게 말하든?”
“말했소. 말하고는… 비웃더구려. 그 이빨로 개껌은 제대로 씹을 수 있겠냐는 둥.”
말하면서 귀를 계속 늘어뜨리는 게, 꽤나 마음에 상처가 됐나 보다. 이 상태로 잠깐을 가만히 있다가, 날 홱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래서 속으로 한번 생각하고 말았다오. 본견, 너희들보다는 개껌을 맛있게 씹을 자신이 있다고 말이오.”
“잘했다.”
어쨌든 멍멍이는 둘 중 후자를 택했고, 당분간은 공원에서 지내며 다음에 머무를 곳을 찾아볼 생각이었다고 한다.
어제까지는 그랬다.
“헌데, 그 공원이 폐쇄되고 말았지 뭐요.”
“꽃가루 때문에?”
“그렇소이다.”
이틀 전 밤에만 해도 버려진 김밥 잘 주워 먹고 배불리 잠들었는데, 다음 날 오후에 눈떠보니 온 사방이 이종족 천지였단다. 방호복 입은 이종족들, 카메라맨, 기자 등등….
대체 뭔 일이 일어난 건가 싶어 공원을 돌아다니다 공원 중앙에 도착했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나무들이 마법소녀 변신이라도 하는 양 광채를 내뿜고 있었다고.
“그 광채를 봤을 때, 처음엔 그저 아름답다고만 생각했는데 말이오… 알고 보니 그게 빛이 아니더구려.”
이종족들이 ‘이 빌어 처먹을 꽃가루!’라며 외치는 걸 듣고서야 그게 꽃가루란 걸 깨달았고, 외치는 동시에 온갖 도구를 꺼내고 방독면을 뒤집어쓰는 걸 보고 나서야 사태가 심각하단 걸 알아차렸다고 한다.
“하도 난리가 나서, 더 머물렀다가는 봉변을 당할 것 같아 급히 빠져나왔소.”
발에 채이려는 걸 아슬아슬하게 피해, 정문에 둘러진 출입금지 테이프 밑으로 빠져나온 게 공원에서의 마지막 기억.
심지어는 이걸로 끝난 게 아니었다.
“직후엔 갈 곳이 없어서, 전에 신세 졌던 국밥집엘 한 번 더 가보려고 했소이다. 헌데, 그곳도 난리가 났더구려.”
“거기는 또 왜.”
“흑풍파 놈들이 쳐들어온 것이오. 그곳은 이제 자기들 영역이라면서.”
공원이 난장판이 된 탓에, 흑풍파 똥개들도 하루아침에 노숙견 신세가 되었다.
때문에 새 영역을 찾아야 했는데, 문제는 이놈들이 쫓겨남과 동시에 눈에 뵈는 게 없어졌단 것이다. 공원에서야 이종족들 눈치 보며 지냈다지만, 밖에선 그럴 이유가 없으니까.
그래서 반쯤 눈 돌아간 채로 거리의 오만 곳을 다 들쑤시고 다니기 시작했고, 국밥집에 꾸려졌던 작은 사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흑풍파와 기존 집단, 양측 모두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오. 양철 쓰레기통을 찌그러트리고, 쏟아진 음식물 쓰레기 위를 나뒹굴었고… 참극이었소.”
허나 기존 집단의 항전도 오래가지는 못했다고 한다. 흑풍파 무리의 머릿수가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라고. 하긴, 국밥집 뒷마당에 비하면 공원이 규모나 유스 시스템이나 훨씬 좋긴 하다.
“하나둘씩 쓰러졌고, 그 중에게는 본견에게 등뼈를 물려줬던 늙은 삽살개도 포함되어 있었소. 받은 은혜를 차마 무시할 수 없어, 어떻게든 지켜보려 했었는데….”
“잘 안됐어?”
“잘되긴 했지. 흑풍파 중 한 놈이 내 몸통을 앞발로 짓누르고는 이렇게 말하더구려. ‘노견과 약자를 건드리는 취미는 없으니, 가라.’라며.”
그 도베르만이 왕실 혈통이라도 있나 보다.
물론 혈통이 있다고 한들, 국밥집 등뼈 털어먹으러 온 깡패 놈이란 사실이 변하지는 않지만… 안 다쳤으면 그걸로 된 거지.
“그곳에서 벗어난 뒤, 삽살개 어르신과는 헤어졌소. 헤어진 뒤에도 꽤 여러 곳을 돌아봤으나, 흑풍파 놈들이 득시글거려 마땅히 머무를 곳이 없더구려.”
그래서 몇 시간 전까지도 가로등 밑 스티로폼 박스에 몸을 뉘었다가, 잠에서 깨자마자 날 찾아온 게 지금 현 상황이란다. 다 듣고 나서 느낀 게….
“야, 멍멍아.”
“말씀하시오, 사장님.”
“너, 그… 오늘 밥 먹었냐?”
팔자 참 기구하다 싶었다. 쉽게 말해, 떠돌고 굶고 쫓겨나고 무시당하다 한 번 밟히기까지 하고 왔다는 소리잖은가?
더해서 이 녀석이 하도 의젓해 간혹 까먹는 사실이긴 하지만, 이제 겨우 두 살 조금 더 먹었을 뿐이다.
사람 나이로 따지면 15살. 사춘기나 중2병을 앓아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다.
“밥을 먹지는 않았으나… 괜찮소이다. 사실, 본견이 깨달은 재주가 하나 있어서 말이오.”
“뭔 놈의 재주.”
“본견, 이틀 정도는 굶어도 그럭저럭 버틸 만하더이다. 어쩌면, 이게 영물로서 본견이 가진 재주일지도 모르겠구려.”
“그거 재주 아냐. 젊어서 그런 거지.”
이 녀석이 태생 탓인지 간간이 개소리를 한다. 당장 털을 터는 손에도 몸이 앙상한 게 확연히 느껴지는데 무슨?
그리고 배가 안 고프다곤 안 했다. 버틸 만하다고 했지.
멍멍이 몸에서 손을 떼고 살펴봤다. 몸에 떡진 꽃가루는 얼추 다 턴 것 같다. 몸을 일으키며 권했다.
“밥 먹여줄 테니까, 잠깐 들어와 봐.”
밖에다 밥상 깔아줬다간 꽃가루도 같이 먹어야 한다. 들어오라고 문을 열어줬는데, 이 녀석이 자리에서 미동이 없었다.
“괜찮소이다. 오늘은 신세 지려 찾아온 게 아니어서 말이오. 뭘 좀 여쭙고 싶어서.”
“어떤 거.”
“혹, 사장님께서는 이 꽃가루가 언제쯤 잦아들지 알고 계시외까?”
“꽃가루 언제 끝나냐고?”
“그렇소이다. 이 꽃가루가 잦아들면 흑풍파 놈들도 다시 공원으로 돌아가겠다 싶어서 말이오.”
합당한 생각이긴 한데, 나도 아직 오늘 자 뉴스를 못 봐서 잘 모른다. 내친김에 이 녀석 앉혀놓고 뉴스나 같이 보면 되겠네.
“모르신다면 괜찮소이다. 본견은 이만 가보겠….”
“야. 니가 뭐 하나 물어봤으니까, 나도 뭐 하나 물어봐도 되냐.”
“물론이오, 사장님.”
“너 오늘 잘 곳은 있어?”
내 물음에, 멍멍이의 꼬리가 살짝 늘어졌다. 잠시 뒤 해오는 대답도 영 자신이 없다는 어투였다.
“그… 아까 잤던 곳을 가보려고 했소만….”
“글쎄다. 이미 날아간 지 오래일 것 같은데.”
이 녀석이 가로등 불빛을 이불 삼아 스티로폼 박스 위에서 자다 왔다고 했다.
그게 몇 시간 전이니, 지금쯤이면 이미 박스도 날아가고 없을 거다. 아니면 누가 주워갔든가.
재수 좋게 우체국 5호 박스라도 남아있다면 모르겠지만, 펴진 채 버려진 게 아닌 이상 써먹지도 못할 거다. 이 녀석이 앞발로 펴서 집 삼지는 못할 테니까.
“그렇다면, 일반쓰레기 봉투 위에서라도….”
“나한테 빨래질 당하고 싶은 거면, 우리 매장 안쪽에 개수대 있거든? 애견샴푸도 팔고.”
“그건… 사양하겠소. 전에 신세 진 집 안주인이 본견을 씻길 때, 손이 무척 매서웠거든….”
귀에 물 들어가서 죽을 뻔했고, 그 이후로는 샤워기만 봐도 털이 곤두서더란다. 상념에 젖을 추억조차 못 되는지, 고개를 붕붕 젓고는 의기소침한 어투로 덧붙여왔다.
“여하간 본견, 사장님께 더 신세를 지고 싶지 않소이다.”
“신세는 무슨. 너 털갈이 시즌이야?”
“그건 아니지만.”
이 녀석은 신세니 뭐니 하지만, 난 별로 체감이 안 된다. 딱 포메라니안 대하는 수준으로만 해주고 있다 생각하는데 말야.
솔직히 말했다간 이 녀석이 더 의기소침해질 것 같아, 말을 돌렸다.
“정 찝찝하면, 신세 안 질 걱정 말고 딴 걱정을 해 봐.”
“어떤 걱정 말이외까.”
“신세 진 거 갚을 걱정.”
“허나 본견, 이미 사장님께 받은 신세가 너무 많소이다.”
말하자, 멍멍이는 더욱 의기소침해졌다. 이놈 진짜 사춘기인가?
“이를 어찌 다 갚아야….”
“방법이야 있지. 재벌 집 개가 들어와서 개껌 사갈 때 니가 통역해 줄 수도 있는 거고.”
“그런 사례가 있소이까?”
“아직은 없고 앞으로도 없었으면 좋겠긴 한데… 혹시 모르잖냐.”
이 녀석이 이래 봬도 영물이다. 나랑 말도 통하고, 재생 능력인가 하는 불사조가 가진다는 S급 패시브 비스름한 것도 있고.
그리고 점장 말로는, 이것들 외에도 다른 게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 정말 앞날 모르는 거다. 이놈이 예지 능력 같은 걸 각성해서, 나스닥 추이를 내게 말해줄 수도 있는 거잖아?
“사장님, 사장님.”
“왜.”
“본견, 언젠가는 햄버거를 꼭 소환해 보겠소이다. 그러면 매장 진열대를 가득 채울 수 있지 않겠소?”
거 햄버거 참 좋아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