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Realm Convenience Store Worker RAW novel - Chapter (74)
이세계 편돌이-73화(74/331)
73화. 영물 상담 편의점 (2)
다행인지 불행인지, 햄버거 폐기는 썩어나도록 많았다. 손님이 와야 팔아먹든지 말든지 하지.
확실하게 불행한 건, 폐기 햄버거 대부분에 양파가 포함되어 있단 것이었다.
양파를 포함한 대다수의 파 종류에는 독성이 있는데, 이게 개의 체내에 들어가면 적혈구를 녹여버린다. 몸집 작은 소형견은 독효가 더 빨리 오고.
이놈은 재생 능력이 있으니 적혈구도 금방 회복되지 않을까― 싶었으나, 호기심으로 돼지를 번지점프 시키는 짓과 다를 게 뭐냐 싶더라고. 그래서 일일이 빼줬다.
내 수작업을 보던 멍멍이가 말했다.
“사장님. 본견, 골고루 먹어야 몸이 큰다고 알고 있소. 그러니 괜찮소이다.”
“이건 니가 먹으면 크는 게 아니라 죽어, 인마….”
엄밀히 말해 죽지는 않고, 빈혈, 경련, 구토, 설사 등이 종합세트로 찾아온다. 독성이 약해서다. 그러니 이 녀석이 양파농장을 서리하지 않는 이상 골로 가지는 않겠지만….
“세상에, 그게 청산가리란 말이오…?”
“비슷한 거야.”
어차피 못 먹을 거, 아예 엄두도 내지 말라는 의도로 말해줬다. 패티랑 상추를 마저 뒤집어 양파를 확인한 뒤, 멍멍이 앞에 내놓았다.
“먹고 있어 봐라. 잠깐 손 좀 씻게.”
멍멍이는 이번에도 잠깐 주저했으나, 잠시 뒤 눈을 딱 감고는 햄버거 빵을 깨작 베어 물었다.
그대로 깨작깨작 씹는 동안, 내 할 일을 했다. 우선 손부터 씻고….
다음은 이 녀석 누일 잠자리. 맨바닥에서 재울 순 없잖아.
쿠션 하나면 이 녀석 몸집에 딱 맞긴 할 텐데, 매장에 쿠션이라곤 파는 것밖에 없다. 잠깐 고민하다, 사무실 안쪽에서 출근할 때 입고 나왔던 외투를 꺼내왔다.
계산대 위에 펼친 뒤, 잘 뭉쳐보니 속이 꽉 찬 도넛 모양이 됐다. 이후엔 패드를 꺼내 거치대에 올린 뒤, 적당한 위치에 놔뒀다.
마친 뒤 멍멍이를 보니, 아직 반의반도 못 먹은 채였다. 거리에는 행인은커녕 운행 중인 자동차도 없다. 매장 안에 개 있다고 클레임 걸릴 일은 없겠다.
“멍멍아, 나 잠깐 전화 통화 좀 하고 온다.”
“정하 망이에까?”
“어.”
허락은 맡아야 할 거 아닌가. 이 녀석은 나한테 사장님 사장님 하지만, 여기 사장이 내가 아니다.
밖으로 나와 꽃가루 한 모금 들이쉰 뒤, 점장에게 슬쩍 톡을 보냈다.
[ 혹시 통화 가능하세요? ]1분 기다려보고 답장 없으면 관두려 했는데, 바로 전화가 왔다. 받자마자 바로 사과부터 했다.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점장님.”
“아냐, 찬아. 나도 잠 안 와서 뒹굴거리고 있었는걸.”
“잠이 안 오신다구요?”
“눈 감으면 자꾸 매출 전표 생각이 나갖구.”
나도 막 출근했을 때 매출액을 봤었다. 오늘 장사 완전히 공쳤더라. 바깥 인적이 통금 수준으로 줄었으니 당연한 수순이긴 했다.
“이럴 거 같아서 맥주 한 캔 들고 온 건데… 두 캔 가져올걸.”
“제가 점장님 입장이면, 저는 병나발 불었을 거 같긴 합니다.”
“하하….”
힘 빠진 웃음에서 소상공인의 비애가 느껴진다. 점장이 옅게 한숨을 쉬길래, 잠깐 말을 삼켰다. 잠시 후에 점장이 물었다.
“혹시 그 영물 강아지 때문에 전화 준 거야?”
“예. 궁금해하실 거 같아서.”
점장이 쟤 얼굴을 보고 싶어 했었다.
정문 앞에서 만났다고 먼저 말한 뒤, 멍멍이가 겪은 모험담을 최대한 가감 없이 늘어놓았다. 잠시 뒤 점장 소감이 이러했다.
“엄청 우울한 다큐멘터리 같네….”
“글쎄요. 다큐는 촬영 끝나면 출연료라도 주잖습니까.”
회차당 최소 50, 맥시멈 80. 쟤가 그 돈 받고 저러는 거였으면, 최소한 햄버거는 원 없이 먹고 살았을 텐데 말야.
“그리고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긴 한데… 쟤 지금 살짝 우울증 증세 있는 것 같습니다.”
“우울증?”
점장이 되물었으나, 난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저놈이 내게 말해온 일들 중, 희망적인 소식이 단 하나라도 있었나…?
없었다. 내게 신세 지는 걸 지독히도 꺼리는 놈이, 정작 이야길 들려줄 때는 내가 어떻게 생각할지 전혀 고려 안 했다는 게 마음에 걸리더란다.
그래서 생각을 해봤더니 금방 답이 나왔다. 고려를 안 한 게 아니라 못 하는 거다.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전에 김밥 먹여줄 때는 두 번은 거절하고 먹은 녀석인데, 이번엔 주자마자 그냥 먹더라고요. 제가 과민반응 하는 걸 수도 있는데….”
단정 짓기도 애매한 상황이긴 하다.
우울증 안 걸린 놈을 우울증 환자 취급하는 것만큼 위험한 짓이 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꼬이면, 오히려 ‘아, 내가 우울증 환자였구나’ 하고 자각하면서 진짜 우울증에 걸릴 수도 있고.
“그래도 우울증은 스스로 깨닫기 힘들지 않나?”
“제 말이.”
최소한 초기 증세는 보이고 있다. 자존감 부족.
삽살개를 도우려다 짓밟힌 건을, 멍멍이는 ‘자기가 없다고 뭐가 달라졌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했었으니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라면 그런 말 못 한다.
“그게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갖고, 점장님께 뭘 좀 여쭤보려고 했습니다.”
“어떤 걸?”
“그… 저 녀석이 영물이잖습니까. 자기 재주를 스스로 깨닫게 하는 방법이라든가, 아니면 누가 직접 알려준다든가….”
정말 자존감 부족이라면, 원인은 확실하다. 떠돌이견으로서 내세울 게 없기 때문이다.
두 살에 소형견, 떠돌이 생활은 이제 겨우 3주 차. 전투력은 무해하기 짝이 없음. 말할 줄 알고 빨리 낫는 재주는 유별나다 생각하지만, 이건 내가 사람이라 그런 거고….
들개 노릇 하는 데엔 못 써먹을 재주긴 하다. 그러니 그 노릇에 써먹을 재주를 익히면, 자존감 부족도 어느 정도 해결되지 않을까.
이 생각이라 이러고는 있는데, 정작 내가 아는 게 없다.
“제 체질에 관한 것도 점장님께서 알려주셨고 그래서… 그… 예.”
묻는 도중, 스스로도 어이가 없어져 말을 줄였다.
능력이 없으면 아예 간섭을 안 하는 게 맞는데, 새벽에 월급 주는 사람한테 다짜고짜 전화해서 뭘 물어보고 있는 건지.
점장은 잠시 말이 없다가, 느릿느릿 이런 말을 해왔다.
“…우선, 내 의견이 그 애한테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진 않구….”
그래도 점장은 진지하게 받아줬다.
“나보다는 같은 영물의 사례를 알아보는 게 더 확실하지 않을까 싶어.”
“어… 불사조 같은 거 말씀이신가?”
“응. 영물들이 가진 재주는 엄밀히 말하면 마법은 아니거든. 결과물은 비슷하게 보여도 말야.”
“마법이 아니면 뭐길래.”
“마나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마법은 아닌 무언가.”
하여 마법사보다는 영물학자들 분야인데, 정작 그 학자들조차도 수십 년째 이렇다 할 결과를 못 낼 만큼 난해한 영역이란다. 오리너구리랑 비슷한 취급인가 보다.
그러니 영물학자를 찾아가도 뾰족한 도움은 못 될 거고, 차라리 동종업계 종사자한테 묻는 게 훨씬 나을 거란 게 점장 의견이었다.
“마나 사용법에 관한 건 말해줄 수 있겠지만… 그것도 별 도움은 안 될 거구.”
“그렇습니까.”
“응. 이미 잘하고 있는 거 같아서 그래. 말하는 재주나 상처가 낫는 재주나, 누가 알려줘서 깨달은 건 아닌 거잖아.”
그래서 이것도 안 되고, 기초적인 마법을 알려주기도 애매한 게… 마법진을 그릴 수가 있어야 한다. 즉, 손이 있어야 한다.
근데 저 녀석은 앞발만 두 개잖아. 거기다 먹물 찍어 꾹꾹이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런 상황이라, 적어도 자신은 해줄 수 있는 게 없단다.
“서로 대화가 통하지는 않겠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느끼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데….”
말을 맺은 점장이 미안하다는 듯이 덧붙여왔다.
“미안, 찬아. 별로 도움이 못 돼주는 거 같네….”
“전혀요.”
다른 영물 사례를 알아본다. 점장에게 듣기 전까지 이 발상을 못 했다.
예전에 점장이 말한 것 중, 버스 열 정거장 거리의 동물원에 불사조가 한 마리 있다고 했던 게 떠오른다. 거길 가보라고 슬쩍 말은 해볼 수 있겠다.
돈은 없어도 개구멍 찾아서 몰래 들어가면 입장료 낼 필요도 없을 거고. 직원한테 들킨다 해도, 배 한번 까뒤집으면 귀엽다고 봐주지 않을까.
“점장님 말씀대로 한번 말해보겠습니다.”
“응. 그리구, 다른 건? 더 궁금한 거 있어?”
“어… 궁금한 건 아닌데, 여쭤보려던 게 하나 있습니다.”
사실 이거 때문에 전화한 거였다. 저 녀석을 매장 안에 들여놨는데, 갈 곳이 없대서 매장 안에 하룻밤 재워 보내려고 한다. 혹시 괜찮겠냐.
“그 애 혹시 털갈이해?”
“지금은 안 한다 하더라고요.”
“그럼 괜찮지, 뭐. 그 애 가버리면, 오히려 나도 잠자리가 뒤숭숭할 거 같구.”
괜찮단다. 이걸로 당장 용건도 다 끝났고, 이젠 전화를 맺어야 하는데….
용건만 마치고 전화를 끊는 게 늘 찝찝하다. 맺을 말을 고르는 사이, 점장이 먼저 나지막이 말해왔다.
“찬아.”
“네, 점장님.”
“나 슬슬 졸리는데, 자러 가도 돼?”
“어… 예. 물론이죠.”
“그럼 자러 갈게. 수고해. 근무 잘하구.”
그러고는 끊어졌다. 어째 뒤통수가 가렵다.
벅벅 긁으며 매장 안으로 들어오자, 멍멍이가 입에 햄버거 포장지를 문 채로 앉아있는 게 보였다.
“너 그건 왜 물고 있냐?”
“쓰레기통을 당최 찾을 수가 없어서 말이오. 최소한 먹은 자리라도 치워두려 했소만….”
“나 줘.”
가림막에 가려져서 쓰레기통이 안 보이긴 한다. 설령 알아도 다리가 짧아서 못 버렸을 거고.
직접 받아서 쓰레기통에 버린 뒤, 멍멍이를 들어 아까 만들어 둔 자리에 앉혔다.
“야. 허락 맡았으니까, 이제 뉴스나 보자.”
“허락? 사장님이 사장님이 아니었소?”
“내 위에 대사장님 한 분 계시고, 니 햄버거도 그분한테 허락 맡고 주는 거야. 너 말할 줄 안다는 것도 말씀드렸고.”
“…차, 참말이오?”
걱정된다는 눈치다. 앉혀놓은 뒤, 패드 전원을 켜며 바로 덧붙였다.
“사후보고한 건 미안한데… 여태까지 별일 없었잖냐? 앞으로도 별일 안 만들 분이고.”
“그렇소이까….”
“그래. 너 영물이라고 말해준 것도 그분이고… 착한 사람이니까, 낮에 얼굴 한번 비춰드려. 너 평생 독고다이로 살 것도 아니잖어.”
난 하루의 절반은 이곳에 없다. 챙겨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나 없을 때 대신 이 녀석 챙겨줄 누군가가 늘어나면, 그만큼 나도 잠자리가 좀 덜 뒤숭숭해지겠지.
“사장님께서는, 그 대사장님을 참으로 신뢰하는 모양이구려.”
“꽤 많이. 뉴스 듣게 잠깐 조용히 해봐.”
화면을 조작해, 뉴스 녹화영상 중 가장 최근에 올라온 것을 눌렀다. 2시간 전 10시 뉴스. 첫 뉴스가 이거였다.
[ 바로 꽃가루 관련 속보 전해드리겠습니다. 이번 꽃가루 증식 사태로 인해 대부분의 점포가 문을 닫은 가운데, 대공원과 동물원 또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이건 또 뭔 소리야?
보니까 이런 내용이었다. 공원에서 십수 km 떨어진 곳들에 꽃가루가 아주는 아니어도 살짝씩 퍼지고 있는데, 그 살짝조차 미성숙기 유아들 기관지에 치명적이라나, 뭐라나.
이어서 화면에 텅텅 빈 동물원과 대공원이 스쳐 지나갔는데, 일시 정지를 해놓고 보니 무진장 큰 나무 횟대 같은 게 보였다. 횟대는 군데군데가 그을린 채였고.
저기가 그 불사조 놈 먹고 지내는 곳 같은데, 왜 텅텅 비었냐고. 이놈도 꽃가루 싫어서 집 나갔나?
“사장님. 무슨 일이라도 있소?”
“아니, 나는 없는데….”
이러면 동물원 가보라고 말도 못 꺼내겠다. 헛걸음일 거잖아.
멍멍이는 어리둥절하다는 얼굴이었지만, 일단은 마저 뉴스를 봤다. 아무튼 어지간한 곳은 다 문 닫았고, 방역 끝날 때까진 개원 안 한다.
[ 방역은 금일 저녁 9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시간이 지난 현재는 공원 남부의 일부 지역만이 진행되었으며― ]“방역 벌써 시작했다는데?”
“참으로 다행이구려. 혹시 언제쯤 끝나는지도 알 수 있겠소이까?”
[ …시구청 관계자는, 이번 방역에 최소 5일, 길게는 약 1주일가량의 시간이 걸릴 예정이라며 입장을 밝혔습니다. ]“5일에서 7일 걸린다는데….”
너무 오래 걸리는 거 아닌가?
리포터나 뉴스 아나운서도 똑같은 생각이었는지, 화면이 반으로 갈라진 채 이런 얘기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 …리포터, 방역이 정확히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알 수 있을까요? ] [ …네. 방역은 향후 며칠간, 인적이 드물고 기온이 낮은 밤 시간대에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또한, 강한 방역 물질의 부작용을 염려해, 가능한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진행되어― ]밤에 하는 건 좋다 이거야. 안 나가면 그만이니까. 근데 친환경은 또 뭐야.
어차피 방역이래 봐야, 방구차 배차 몇 대 뽑아다 거리 돌게 하는 게 전부일 것 아닌가. 빌딩 외벽을 손수 걸레질할 것도 아닐 테고, 껌 떼는 끌로 바닥 꽃가루 긁고 다닐 것도 아닐 테고.
방구차가 내뿜는 흰 가스도 몸에 유해하기는 하지만, 심하게 유해하지도 않다. 내가 초등학교 여름방학 때마다 방구차 꽁무니 따라다녀 봐서 잘 안다.
“방구차? 세상에 그런 차도 있소?”
“글쎄. 있지 않을까?”
이 세상 방역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내가 모르겠다만, 적어도 내가 여태껏 봐온 자동차들은 나 살던 세상 자동차들과 외견상 크게 다를 게 없었다. 그중엔 1톤 트럭도 있었고.
그러니 방구차도 충분히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뉴스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 ―하여 거리 전체에 방역이 예정되어 있으니, 차후 안내가 있기 전까지는 가급적 외출을 삼가시길 권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이후 다시 보기 아이콘이 떴다. 패드 화면을 끄며 멍멍이에게 말했다.
“그렇댄다.”
“…으음, 아쉽구려….”
멍멍이가 귀를 푹 접으며 중얼거렸다. 5일 동안 계속 거지꼴로 지내라는 말과 똑같으니 충분히 이럴 만했다.
더해서 나도 좀 시무룩해질 것 같고. 같은 영물을 만나보면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말해주려 했는데, 그나마 어디 사는지 딱 하나 아는 녀석이 탈주를 해버린 상황이다.
영물을 만나보라는 말은 여전히 해줄 수 있겠지만, 동물원 외에는 그런 게 어디 있을지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뭐, 수족관? 식물원?
“음….”
― 부오오오….
낮게 깔린 배기음 같은 게 들려온다. 매장 밖에서. 이거 방구차 소리 아닌가?
― 부오오오.
“사장님. 방금 소리 들으셨소?”
“들었다. 이게 딱 방구차 소리인데 말야.”
이 특유의 사운드는 방구차가 아니면 못 낸다. 진짜 방구차 돌아다니는 게 맞나 보다.
“멍멍아. 바람 쐴 겸 잠깐 나갔다 오자.”
내친김에 구경이나 하련다. 그놈의 친환경 방역이 뭔지도 궁금하고, 이 멍멍이도 방구차가 뭐냐고 물었으니 대답해주는 셈 치고.
반갑기도 했고. 어릴 때 이후론 방구차를 거의 못 봐서 그런가.
안아서 내려놓자, 멍멍이는 별말 없이 쫄래쫄래 뒤를 따라왔다. 정문을 열고 밖을 나왔는데….
방구차 트럭은커녕 자동차 한 대조차 없다.
그 대신, 웬 이상한 게 있다. 저 멀리 하늘에.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나서야, 저 이상한 것의 정체가 뭔지 겨우 짐작할 수 있었다.
“사, 사장님.”
“왜.”
“저 거대한 건 대체 무엇이외까. 저게 그, 방구차란 것이오?”
“그건 아닌데….”
고래. 고래가 하늘을 날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