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Realm Convenience Store Worker RAW novel - Chapter (78)
이세계 편돌이-77화(78/331)
77화. 네놈의 이름은
일단, 눈앞에 있는 건 불곰이 맞았다. 내 본능이 그렇대.
쌩 야생의 불곰이 튀어나온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이 불곰이 윗도리는 투박한 낚시 조끼, 밑에는 카고 군용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벨트를 매지 않았음에도 바지춤이 터지기 직전이었―
“시선 피하지 마라.”
“예….”
“세 번 묻고 있다. 네놈이 이찬이냐.”
척수반사로 대답했다.
“아뇨, 뚱인데요?”
지금 내 이름이 이찬이었다간 아주 큰일이 날 것 같다. 내 대답을 들은 자기 바지에서 뭔가를 꺼내서는 눈에 걸쳤는데, 안경이었다.
“지금부터 네놈 신분증을 확인할 텐데….”
“제 걸요?”
“거기에 적힌 이름이 뚱이가 아닐 경우, 내게 거짓말을 한 놈들이 어떻게 됐는지 알려주마.”
이세계에서는 손님이 편돌이 신분증을 검사합니다!
지금 상황이 비상식적이라는 건 안다. 무례함이 지나친 손님이었고, 어찌나 무례한지 주변 손님들이 이 양반의 무례함에 압도되어 옴짝달싹 못 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걸 딱 한 명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지적하지 못했는데, 그 한 명이 점장이었다.
“손님. 윤하한테 소개받고 찾아오셨나 봐요.”
“…그렇습니다만, 혹시 이놈 상사분 되십니까?”
“네, 맞아요.”
불곰의 키가 어림짐작으로 250cm, 점장은 160cm 전후. 압도적인 신장으로 인해 목을 뒤로 홱 젖혀 올려다보는 모양새가 되었으나, 점장은 생글생글한 얼굴 그대로였다.
허나 내뱉는 말은 전혀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데, 제 직원에게 이놈 네놈이라는 말 좀 그만해주실 수 없나요?”
“…….”
“저한테 소중한 직원이어갖구.”
이게 불곰을 만났을 때의 올바른 대처법이긴 하다. 시선을 마주한 채, 불곰이 역으로 위협을 느끼게 만드는 것.
익히들 아는 대처법인 죽은 척은, 이 방법을 도저히 못 쓰겠을 경우의 차악책에 가깝다. 불곰을 마주치면 노려봐라, 백날 말해본들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놈이 몇이나 되겠어?
헌데 점장은 그게 되는 사람이었다. 그것도 아주 잘.
순간이긴 했지만, 불곰보다는 점장 얼굴이 더 무섭다 느껴질 지경이었으니까. 내가 평소에 웃는 얼굴만 보고 살아서 이런 걸지도 모르겠다.
불곰도 뭔가 느낀 게 있는지, 잠시 후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이런 말을 해왔다.
“강단 있으시군요.”
“그런 말 자주 들어요.”
“부하 직원이 그 강단의 반만 따라갔어도 좋았을 텐데 말이죠.”
내가 억울해서라도, 다음 생엔 코끼리나 하마로 태어나든지 해야겠다.
“그래서… 네 번째로 묻는다. 네 녀석 이름이 이찬이냐.”
“제가 그 녀석 맞기는 합니다만….”
“난 이런 녀석이다.”
말하며, 불곰은 안경을 꺼냈던 주머니에서 명함 케이스를 꺼내 명함을 한 장 내밀어 왔다. 받아 들어 슬쩍 훑어봤다.
[ 살몬 헌터 사무소, 소장 벨 ]어떻게 사무소 이름이 연어?
명함을 확인하자마자 이 불곰이 날 왜 찾아왔는지, 나랑 어떤 식으로 엮여있는지도 짐작이 됐다. 이 불곰이 누나가 재직 중인 사무소의 소장인 거다.
그리고, 내가 앵꼬 낸 법인계좌의 실주인이기도 하고. 언젠가 얼굴 맞대게 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당사자가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다.
“이걸 보고도 시치미를 뗀다면… 다음 만남 장소는 지방법원이 되겠지.”
“그러지 마십쇼. 잘 알겠고, 알겠으니까―”
바로 물었다. 밖에서 따로 얘기하면 안 될까?
“찬아. 내가 들으면 안 될 이야기야?”
“그게 좀….”
솔직히 말하면, 점장이야말로 이야기를 들어야 할 사람이었다. 들려주고 싶질 않아서 그렇지.
점장을 빼면 이 편의점 관계자가 둘이다. 물류 담당인 누나, 카운터 담당인 나.
헌데 누나는 이 건으로 잔업 뛴다고 물류를 제대로 못 나르고 있고, 나는 민사소송에 휘말릴 판이다. 까딱 잘못했다간 진열대랑 카운터, 둘 다 텅텅 비게 생겼다니까?
이걸 점장이 알았다간 복장이 터져 응급실에 실려 갈 게 뻔했다. 그 꼴 보기가 싫어서 점장 몰래 조용히 해결하려 한 건데….
“내가 왜 네 녀석 편의를 봐줘야 하는 거지?”
“뭐, 밖에서 바람도 쐬고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좀 하고―”
“난 네 녀석과,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아.”
내게 어지간히도 앙금이 남은 모양이다. 나로선 더 이상 뭘 어쩔 수가 없어 보였다.
“…점장님, 이분 가시고 나면 뭔 일 있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럼 옆에서 듣구 있을게.”
“네.”
이야기가 길어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불곰이 카운터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탓에, 손님들이 가져온 물건 다시 내려놓고는 나가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걸 자기도 아는지, 편의점 내부를 슥 둘러보고는 콧김을 훅 내뿜으며 말했다.
“가능한 한 짧게 얘기하지. 잘못한 건 네 녀석이지, 네 상사분이 아니니까.”
“고맙습니다….”
“표면적인 것부터 이야기하자면, 당일 우리 사무소에 87만의 손실이 발생했다.”
집세 3달 치다. 이거 억까 아니야? 증거 있어?
있었다. 불곰 소장이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을 조작해 내게 내밀었는데, 문자 이력이었다. 이력 대부분이, 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위약금 지불 관련 내용이었고.
“내 사무소가 무슨 일을 하고, 어떻게 운영되는 곳인지는 알고 있나.”
“모릅니다.”
“마수, 마귀, 게이트 발생, 불법 마법, 기타 처치 곤란한 일들에 대해 정부, 관공서, 혹은 개인 외주를 받아 계약을 이행하고 있다. 규모는 적당히 가리고 있고.”
마수, 마귀 어쩌고 하는 것들이 이 세상 헌터들의 주 업무라는 건 잘 알겠다. 민간인인 내게는 별천지 소리라는 것도 알겠고.
“더해서, 일의 대부분이 산발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일어난다. 불법 마법 사용자나 게이트나, 예고하고 때맞춰 나타나 주는 게 아니니까.”
“화재 현장 출동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말처럼 들리네요.”
“나도 그 비유를 자주 쓴다.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일이 커진다는 점이 특히.”
차이점이 있다면, 화재 현장 출동보다는 일이 훨씬 많다는 것. 하여 근무 시간이 불규칙적이긴 해도, 수입만큼은 확실하다고 한다.
“네 녀석이 사고만 안 쳤어도, 그날 수입도 확실했을 거고.”
“그…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마저 들어. 그날 활동비 계좌가 동결된 탓에, 오전 중에 잡혀있던 계약 3건에 대한 위약금을 지불해야 했다. 각각 계약비의 20%였고, 그 합산이 87만.”
“제가 월급날이 월말이거든요?”
“네 녀석이 돈을 지불하더라도 난 받을 생각이 없어. 설령 받는다 해도, 계약 불이행으로 떨어진 신용 값으로는 턱없이 모자라다.”
허나 신용은 눈에 보이는 게 아니고, 뚜렷하게 증명할 수도 없다. 때문에 내게 값을 치르게 할 생각도 없다고 한다.
대신 이 불곰은 돈 대신 다른 걸 요구해 왔다.
“사무소 일을 좀 해줘야겠다. 두 번.”
“왜 두 번입니까?”
“내 사무소 직원들 평균 일매출이 45 언저리라서 그렇다. 초과할 3만은… 네 녀석 짜장면은 좋아하나?”
좋아한다.
“그럼 밥값과 교통비는 챙겨주마. 최대한 짧게 이야기하긴 했다만….”
도중에 점장을 곁눈질하고는 덧붙여왔다.
“네 상사분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그때야말로 이야기가 좀 더 길어지겠지.”
당신 직원 빼내다가 우리 일 좀 시키겠다는 말을 대놓고 들었으니, 점장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그래서 점장 얼굴도 보기가 힘들더라.
꿋꿋이 정면만 바라보고 있자니, 점장이 나지막이 대답했다.
“찬이가 하겠다고 하면, 저는 신경 안 써요.”
이게 내 귀에는 ‘하기 싫다고 하면 그때부턴 신경 쓸 거다’라는 말로 들렸다. 이 말을 듣자마자 해야 할 대답들이 떠올랐다.
“하겠습니다.”
“좋아. 그럼 지금 당장―”
“조건 몇 개만 들어주신다면요.”
말하자, 불곰의 눈썹 언저리가 일그러지는 게 보였다.
“네 녀석이 조건을 달 처지가 아닐 텐데.”
“필요한 거라서 그렇습니다.”
밤 1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난 무조건 이 편의점에서 바코드기 잡고 있어야 한다. 점장과 그렇게 약속을 했으니까.
그래서 그 시간 사이에는 못 한다. 말한 뒤, 한 가지 조건을 더 붙였다. 하긴 하겠는데, 어떤 일을 할지는 내가 정하겠다.
“끝나는 데에 한 달 걸리는 일이다, 그럼 안 합니다. 제 건강 작살날 일도 안 할 거고, 뒤 구릴 것 같은 일도 안 할 거고.”
범죄에 엮일 게 걱정된단 게 아니다. 누나가 그런 사무소에서 일을 할 것 같진 않거든.
내 말은, 도중에 딴소리하지 말라는 거다. 회사에서 여기저기 출장 다닐 적에, ‘그 주변에 다른 매장 있는데 내친 김에 거기도 다녀와라~’라며 굴려진 게 한두 번이었어야지.
난 이세계까지 와서 원치도 않은 일로 갑질을 당하고 싶진 않다. 그러니 할 일이 언제, 어떻게 끝날지 명확하게 고지를 해달라.
“이게 어려운 건 아니라 생각합니다. 당연한 거라고도 생각하고요.”
“일을 가려 받겠다고 하는데, 네 녀석이 그런 대우를 받을 가치가 있다고 여기나?”
고건 난 모른다. 애초에 본인이 스스로 매기는 가치에 의미가 있기나 한지도 모르겠고. 난 들은 대로 행동할 뿐이다.
“윤하 누나한테 얘기 듣고 오신 거 아니십니까? 저 일 잘한다고.”
그러니까 몸소 찾아오셨겠지. 나는 내 가치가 왜 이렇게 평가됐는지, 아직 반도 채 모르고 있긴 하지만….
이왕 몸집 부풀려진 거, 허세나 실컷 부려보겠다는 심산이다. 나중에 허세가 들켜 조져지더라도 그건 그때 문제고, 그때 조져질 만큼 지금 따놓으면 되는 거잖아?
이것조차 못 해주겠다면 그땐, 뭐… 생애 처음으로 법정 출두를 하게 되겠지.
어떻게든 카운터 지켜보겠다고 별 소릴 다 한다. 생각하며 불곰 얼굴을 보니, 송곳니가 훤히 드러난 채였다. 날 씹고 뜯고 맛보고 말겠다는 작정인 듯했다.
“…윤하 녀석에게 네 얘길 처음 들었을 땐 말야.”
“예.”
“솔직히 놀랐다. 부소장이 그렇게 누군가를 칭찬하는 걸 처음 들어봤으니까.”
아니었나 보다. 그나저나 누나가 부소장 해 먹고 있었어?
“물론 능력이 어떻든, 강단 없는 녀석은 난 안 쓴다. 그게 없는 헌터들은 대부분 오래 못 가.”
“그럼 저도 안 쓰시는 게 맞지 않습니까?”
“방금까지는 그럴 생각이었다만….”
말하며 눈에 쓰고 있던 안경을 집어넣고는, 점장을 슬쩍 바라보며 덧붙였다.
“하는 말 들어보니 아닌 것 같다. 조건부이긴 해도.”
“조건부는 또 뭡니까.”
“모르면 됐다. 계약서는 네 녀석이 말한 대로 작성해줄 텐데, 전달은 윤하를 통해 시키면 되겠나?”
“예. 이왕 말 나온 김에 여쭙는 건데, 누나 오늘도 잔업 중이에요?”
“그래. 오늘로 마지막이고.”
방역이 일찍 끝난 덕에 누나 잔업도 조기에 끝날 것 같단다. 직후 떠나려던 불곰은, 다시 몸을 돌려서는 내게 물었다.
“혹시 피로회복제 박스로도 파나?”
“저기 뒤편에 보시면 바로 있습니다.”
오늘은 두 박스 있다. 손으로 가리키자, 돌아보고는 바로 가서 두 박스를 다 들고 와서는 카드를 내밀어왔다.
계산해서 돌려주니, 한 손에 박스 두 개를 다 쥐고는 점장한테 대고 꾸벅 고개를 숙이더라.
“실례를 끼쳤던 점 사과드리겠습니다.”
“이젠 괜찮아요. 그리구, 저도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말씀하시죠.”
“찬이한테 처음에 화내신 게, 좀 다른 이유가 있으신 것 같아서요.”
난 이번 일로 쮸쀼쮸쀼를 당해도 할 말 없다 생각했는데 말이다. 점장 물음에, 불곰이 잠깐 망설이다가 대답해왔다.
“계약 불이행 건으로, 제 사무소 직원들이 의뢰인들께 욕을 좀 봤습니다.”
“아하.”
“그래서 대표로서 화냈습니다. 변명이긴 합니다만.”
“이해해요. 저도 마찬가지였어갖구.”
“감사합니다. 그리고 네 녀석은… 직원들이 해코지할 일은 없게 할 테니, 너무 괘념치 마라.”
괘념할 생각 없다. 실제로 내가 욕먹을 짓 한 게 맞으니까.
이 말을 마지막으로 불곰은 머리 숙여 정문 밖으로 나갔고, 점장과 방금 불곰에 대한 감상을 나눴다.
“불곰이 사람이 괜찮네요.”
“그러게 말야.”
누나 잔업시킨 걸 생각해 보면 엄청 보수적인 양반일 줄 알았는데, 직접 얼굴 맞대보니 그건 그것대로 이유가 있지 않았겠냐는 생각마저 든다. 이거나 물어볼 걸 그랬네.
“그리고, 그….”
내가 정확히 뭔 짓을 했기에 이 지경이 났는가. 말하려 했는데, 점장이 선수를 쳤다.
“말 안 해도 돼. 다 들어보니까, 무슨 일 있었는지 알 것 같거든.”
“…그러십니까.”
“왜 그랬는지도 알겠구.”
그럼 내가 할 말도 하나뿐이다.
“죄송합니다, 점장님.”
사회생활 하면서 뭘 숨기다 걸릴 경우, 걸린 놈이 할 수 있는 짓이라곤 하나뿐이다. 대가리 박고, 처우를 기다리는 것.
점장 걱정 끼치기 싫어서 그랬다고 말한들 내 머릿속 이야기일 뿐이잖은가. 당장 혼나기 싫어서 즉석에서 짜낸 변명으로밖에 안 들릴 게 분명하다.
그래서 죄송하다고만 했다. 이걸 선례로 남기든 감봉을 당하든, 벌근을 시키든 달게 받겠다는 생각이다. 잠시 뒤 점장이 말했다.
“알면 됐어.”
“예?”
“내가 굳이 뭐라고 안 해도, 찬이가 알아서 자책할 거잖아.”
그렇긴 하다. 아까 점장이 불곰한테 그랬잖은가. 나한테는 소중한 직원이니까, 이놈 저놈이란 말 쓰지 말라고.
그 소중한 직원이란 놈이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울화통만 바늘로 쿡쿡 찔러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건이 좀 오래 갈 것 같다.
“넘어가겠다는 건 아냐. 나 하마터면 엄청 외로워질 뻔한 거잖아. 카운터도 며칠 혼자 보게 될 뻔했구, 윤하도 못 볼 뻔했구.”
“그럼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그냥… 다음부턴 숨길까 말까 고민되는 일 있으면, 안 숨기는 걸로. 이번 일은 이걸로 끝.”
지금은 일 더 벌이지 말라는 말이 나올 흐름 아닌가….
물어보려다 말았다. 상사가 까라면 까는 게 맞지.
“찬아. 만약의 얘긴데, 쉬운 일이 딱 밤 10시에 생기면 그땐 어떻게 할 거야?”
“안 해야죠. 카운터 봐야 되는데.”
“그러지 말구, 그땐 근무시간 바꾸는 걸로 하자. 찬이도 빨리 마무리 지어야 나중에 마음 편히 근무할 수 있을 테니까.”
“굳이 그렇게까지 안 해주셔도….”
“어허.”
이것도 직원 복지인가 뭔가 하는 그건가보다.
외에도 여러 말을 해왔는데, 건강 해칠 일은 절대로 하지 마라, 일하는 것도 윤하 누나에게 자세히 물어보고 해라, 등등.
내가 정장을 입고 있었다면, 넥타이도 고쳐 매 줬을 기세였다. 할 말을 끝낸 점장은, 유니폼을 갈아입고 짐을 챙긴 뒤 마지막으로 말했다.
“내일 아침에 봐, 찬아.”
“예,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러고는 퇴근. 일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드러눕고 싶어졌다.
그래도 할 일은 하고 뻗어야겠다 싶어 담배 세고, 전표도 뽑고. 진열대에 빈 곳 보이면 채우려고 돌아다니던 와중, 정문 벨소리가 울렸다.
나야 계산만 해주면 그만이니, 물건 고를 동안 내 할 일이나 마저 하자는 생각이었는데… 벨소리가 한 번만 들리고 말더라고?
문이 안 닫힌 것이다. 이 세상은 문을 열고 근무하면 아주 큰 일이 일어난다. 지나가던 미노타 군이 홧김에 문을 박살 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벌레 들어오는 것도 싫고 해서, 문 닫으려고 바로 로비로 나왔는데… 아니….
“…….”
“어…서 오세요, 손님.”
“…….”
“…….”
손님들이 왔다. 해골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