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화(1/354)
#001화. 나태한 천재(1)
귀환이다──!!
황궁기사단의 귀환이다──!!
장대한 골격의 검은 군마들.
그 위에 올라탄 피로 얼룩진 은빛 갑옷의 기사들.
오늘도 승전고를 울린 황궁의 제1번대 기사단이다.
오우거도 짓밟고 지나갈 위풍당당한 기세의 기사단은 환호하는 주민들 사이를 덤덤히 지나갔다.
대로의 양옆으로 가득 모인 인파는 그들의 승리를 축하해주기 위해 꽃을 던지거나 열띤 환호성을 보내줬다.
몇몇 쇼맨십 좋은 젊은 기사들은 국민들을 향해서 손이라도 작게나마 흔들어주었다.
기사 중 하나가 제일 앞 열에 선 기사에게 말을 걸었다.
“단장님! 그러지 말고 국민들의 환호에 응답해주시죠! 전투의 피로가 다 날아갑니다!”
단장이라 불린 남자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동시에 투구의 틈새에서 건물 기둥처럼 두껍고 단단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내 피로는 이런 걸로 해소되지 않을 걸세.”
“이번 와이번 사냥 원정이 많이 고되긴 했습니다만, 단장님께서 지치신 건 처음 보는군요.”
“아닐세. 아니야. 내 피로의 원인은 그깟 도마뱀들 때문이 아니네.”
“예……? 그럼 어떤 게 원인이신 겁니까?”
기사는 투구 안에서 말똥말똥한 눈으로 단장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단장은 대답할 여유도, 정신도 없는지.
“하아아아…….”
거친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그 한숨은 국민들의 환호 사이에 묻히고 흩어졌으나 가까이 있던 기사들의 귀에는 똑똑히 들어왔다.
기사들의 초인적인 육체는 무엇하나를 들어도 절대 잘못 들을 리가 없는데도 그들은 귀를 의심했다.
눈을 크게 뜨며 입을 뜨악하고 벌렸다.
게르슐 폰 크레센티아 백작.
황궁 제1번대 기사단장.
그랜드 소드마스터.
제국제일검(帝國第一劍).
그를 지칭하는 단어는 무척이나 많았다.
본래 왕국이었던 아인티제를 제국으로 일궈낸 1등 공신으로서 당연히 현 황제의 신임을 한몸에 받는 대귀족이다.
게르슐은 엄청난 권력과 부를 손에 쥐었지만 검소함을 잃지 않는 군자로도 이름이 드높았다.
모든 일을 신분에 따지지 않고 공명정대하게 처리하는 그의 모습에 귀족을 싫어하는 평민들도 게르슐이라면 무척이나 반색했다.
좋은 아내를 만나 결혼도 하고 아이들도 넷이나 낳은 그는 자식 농사마저 대성공했다.
장남은 현재 황궁기사단 말단부터 시작해서 제4번대 단장.
차녀는 벌써 마탑으로 들어가 어엿한 학파를 이끌고 있다.
셋째 딸 또한 현재 제국 아카데미 3학년 수석 학생회장으로 앞날이 아주 창창하다.
……그리고 대외적으로 알려진 소식은 여기까지였다.
분명 넷째 아들이 있는 걸로 아는데 어디 숨겨놓고 국 끓여 먹은 것인지 도통 밖으로 도는 소식이 없다.
그 막내아들의 소식은 아버지인 게르슐 만이 알고 있을 터였다.
그래서 막내아들의 근황을 그에게 물어보면.
“크흐흠…… 가정사라 알려줄 수가 없네.”
이렇게 헛기침과 함께 철벽 치기 일쑤였다.
“그럼 난 황궁에서 폐하께 보고를 올리겠네. 모두 수고했고 원정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지.”
예──!!
기사들은 힘찬 대답과 함께 각자 해산했다.
게르슐은 혼자 말을 몰아 황궁으로 들어갔다.
그의 말과 풍채만 보고도 궁을 지키던 기사들은 군기가 바짝 들어 목이 터져나가도록 경례했다.
“게르슐 경을 뵙습니다!!”
“게르슐 경을 뵙습니다!!”
“그래.”
게르슐은 가볍게 경례를 받아가며 황궁으로 들어갔다.
아인티제 제국의 황제, 헤르만과는 왕국 시절부터 술잔을 자주 기울였던 친우의 사이였다.
그는 똑똑 문을 두드렸다.
“폐하. 게르슐입니다.”
“들어오시게.”
황제의 드넓은 개인 업무실에서 게르슐은 헤르만과 마주했다.
“무사히 돌아왔군. 언제나처럼 말일세.”
“운이 좋게도 그럴 수 있었습니다.”
“하하핫. 자넨 예전부터 너무 겸손했어. 그랜드 소드마스터의 경지라면 더욱 오만해도 되네.”
“그런 명령은 거둬 주시길 바랍니다.”
헤르만은 또 껄껄 웃으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래. 자네 아들딸들은 요즘 어떤가. 속 썩이진 않나?”
“그렇……습니다.”
게르슐은 곧바로 대답하려다가…… 중간에 잠깐 망설이다가…… 끝내 긍정했다.
헤르만은 눈치 좋게 그가 망설인 이유를 알아챘다.
“자네 막내아들 때문에 그런가?”
“……솔직히 말하면 그렇습니다.”
“이제 15살인가?”
“16살입니다.”
“시간도 굉장히 빠르군. 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네가 막내아들이 다시 없을 천재라고 입 아프게 떠들지 않았나.”
게르슐은 무겁게 고개를 주억였다.
“그랬지요.”
그의 눈에는 아직도 선했다.
자신의 아들이 다섯 살 때 만 피스 짜리 퍼즐을 ‘거꾸로’ 맞추던 모습을.
“녀석은 포장지에 그려진 퍼즐의 완성품 모양을 한 번 보더니 색깔 구별도 없이 그 자리에서 전부 맞췄습니다.”
“……그게 가능한 건가?”
“완성품에 그려진 조각 모양을 전부 외운 채 시작하면 말이 되지요. 또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게르슐은 눈을 감으며 과거를 회상했다.
백과사전 통째로 외우기.
지도에 있는 모든 지명 통째로 외우기.
마법 이론 공식 닥치는 대로 외우기.
그가 천재성을 기반으로 한 기행은 아무리 나열해도 모자랐다.
이런 게르슐의 말을 모두 들은 헤르만은 굳이 입 아프게 감탄하거나 미사여구를 갖다 붙이지 않고 간단히 정의했다.
“천재로군.”
“예. 천재입니다.”
게르슐은 자신의 아들을 인정했다.
그랜드 소드마스터는 지고의 천재가 하늘의 선택을 받아 만들어지는 존재.
그렇기에 게르슐은 아들이 가진 천재성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가만 내비둘 수 없다.
사용만 한다면…… 정말로 사용만 한다면 무엇을 해도 손에 거머쥘 놈이 방구석에서 재능을 썩히고 있다.
게르슐은 다짐했다.
오늘에서야말로 아들을 어떻게서든 방에서 내쫓아 사람다운 삶을 살게 하겠다고.
그의 굳은 눈을 본 헤르만은 작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집에 가봐야 하겠군.”
“그렇습니다.”
“가보시게. 자네 막내아들을 방 밖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어.”
“저 또한 그러길 바랍니다. 그럼 이만.”
게르슐은 헤르만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 후 말을 힘차게 본가로 몰았다.
거대한 수도에서도 남쪽을 통째로 차지한 크레센티아 백작가의 영역.
농경지부터 광산, 대장간, 상가, 시장 등 그야말로 없는 게 없었다.
이곳에서 크렌세트 가문의 사람들은 정말 왕과 같은 위치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중앙에 떡하니 들어선 대저택은 보는 것만으로도 입을 벌리게 한다.
게르슐은 말의 갈기가 휘날리게 안으로 들어갔고 지체 없이 어딘가로 향했다.
피딱지가 눌어붙은 갑옷도 벗지 않고 제일 먼저 찾은 곳은 크레센티아 가문 문제아의 방.
제일 깊숙하고 후미진 이곳은 하녀들도 깜박할 만큼 외졌다.
그러나 게르슐은 잊을 수 없었다.
자신의 피를 말리게 하고 이마를 뜨겁게 하는 내 새끼가 이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게르슐은 방문을 걷어찼다.
콰아아아앙-!!
문이 부서져라 열린다.
소파에 누워 아이스크림을 할짝이던 청년은 턱만 살짝 그쪽으로 돌렸다.
“아아, 아버지셨군요? 돌아오셨단 소식은 방금 전해 들었어요.”
청년은 샤워도 안 했는지 잔뜩 떡지고 꼬질꼬질한 머리를 다시 소파에 뉘였다.
입은 아이스크림을 탐닉하고 눈은 다시금 소설책에 가 있다.
“…….”
게르슐은 말없이 부서진 문 사이로 들어와 반대편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모습은 허탈해 보이기도 했고 어딘가 허망해 보이기도 했다.
물론 앞에 보란 듯 누워있는 청년은 조금도 관심 없는 것 같지만 말이다.
그의 눈에 담기는 건 소설책의 에피소드 결말뿐이었다.
“내 막내아들 엘런. 네가 방에서 안 나간 지 몇 달, 아니 몇 년이나 됐는지 아느냐.”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게르슐은 멈추지 않고 끝까지 말을 이어나갔다.
“네가 10살 때부터였으니까 자그마치 6년이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와아…… 대박…….”
“그래. 정말 대박이지. 어떻게 사람이 방에서 6년 동안 박혀 있을 수…….”
“아버지! 여기 이거 보세요! 사실 조셉이 루크의 아들이었어요! 진짜 대박 반전!”
“…….”
게르슐은 속으로 활화산처럼 끓어오르는 분노를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깊게 눌러 담았다.
자신의 아들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또 소설책 읽기에 집중했다.
그는 중지를 딱밤 때리듯 말고 그대로 튕겼다.
그 가벼운 손짓은 허공을 거칠게 때리고 파공을 일으켰다.
퍼어어어엉-
기압탄을 맞은 소설책이 가루처럼 사르르 바스러진다.
엘런은 손에서 책이 사라지자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아깐 반전 얘긴 장난이었어요.”
“그래야 할 거다. 이 애비를 놀릴 작정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네. 사실 그 반전은 제겐 반전이 아니었거든요. 뻔하게 예상됐던 거라.”
그럼 결국 자신을 놀려먹으려 했단 건가?
게르슐은 순간 아들이 제 아버지가 그랜드 소드마스터란 걸 모르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게르슐은 얼굴을 쫘악 쓸어내리며 저릿거리는 두통을 참아냈다.
“대체 무엇이냐. 이런 방에 박혀서 그 천재성을 감추는 이유가.”
“딱히 드러낼 이유도 없잖아요. 크레센티아 가문은 이미 엄청 번영했고 형님, 누님들이 충분히 더 빛내주시니까요. 저까지 그럴 필요 있겠어요?”
“……그래서 이렇게 먹고 자고 싸기만 하는 것이냐? 짐승처럼?”
엘런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먹고 자고 싸는 게 아니죠.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잖아요. 이게 얼마나 어려운 건데요.”
“…….”
이 말은 방아쇠처럼 당겨져 게르슐이 깊게 묻어두었던 어떤 생각을 꺼내게 만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아들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심한 생각.
하지만 오늘 깨달았다.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이 빈대한테는 극약처방이 필요하다는 걸.
게르슐은 적을 마주한 듯 더없이 차갑고 한없이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엘런.”
“네.”
“나와 계약 하나 하지 않겠느냐?”
“계약이요?”
“그래. 계약 말이다.”
엘런은 평소와 다르게 난리 치거나 잔소리하지 않고 계약을 들이미는 아버지를 슬쩍 쳐다봤다.
……뭔가 분위기가 심각한데.
그럼에도 그의 얼굴에선 장난기 담긴 미소가 빠지지 않았다.
엘런은 다리를 꼬고 깍지를 끼며 해보라는 듯 여유롭게 말했다.
“계약 내용이 뭔데요?”
“간단하다.”
게르슐은 송곳니가 드러날 만큼 날카롭게 웃었다.
“너는 제국 아카데미 마도학과와 병기학과 중 하나를 고르고 그곳에 합격한다. 그리고 졸업한다. 그렇게 무사고로 졸업한다면.”
“한다면?”
“이곳을 너에게 내어주마.”
게르슐은 이때를 위해 늘 품에 넣고 다녔던 사진 몇 장을 꺼내 보였다.
그의 앞으로 내밀어진 사진들은 하나같이 절경을 품고 있는 유명한 휴양지와 더불어 저택이 찍혀 있었다.
“여긴 크레센티아 백작가가 소유한 휴양지와 저택으로 본래 내가 노후를 보낼 곳이지만 너에게 주도록 하겠다.”
“꿀꺽…….”
“만약 네가 이번 계약 내용을 잘 이수하고 졸업까지 마친다면 말이다.”
“계약 조건은 뭐죠?”
게르슐은 마치 야수를 연상케 하듯 거친 미소를 지었다.
“학기 도중 크레센티아 백작가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온전히 너의 힘으로 난관을 헤쳐나갈 것. 이게 조건이다.”
“제가 실패하면요.”
“당장 제1번대 기사단에 너를 처넣고 나와 대륙 원정을 돌 것이다.”
사사사사사삭-
엘런의 양 팔뚝으로 굵은 소름이 돋았다.
방 밖으로 나가는 것만 해도 질색인데 대륙을 떠돌아다니면서 개고생을 한다고?
정말로 절대사절이었다.
하지만 저 미끼가 너무나 매력적이다.
‘휴양지…… 저택…… 달콤한 디저트…… 잔소리 없는 자유…….’
생각만 해도 입꼬리가 씰룩인다.
“어서 결정하거라. 모든 선택이 그러하듯 시간이 많지 않으니. 딱 십 초 주도록 하겠다.”
엘런은 그 순간 턱을 괴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황제 헤르만과 제국제일검 게르슐이 천재라고 인정하며, 한 번 본 건 절대 잊지 않는 두뇌가 팽팽하게 회전한다.
소설의 결말을 예상하듯 이 계약의 결말 또한 엘런의 두뇌는 손쉽게 예측했다.
“……쉽지 않네요.”
“그래서 포기할 것이냐? 이 휴양지로 도망치면 내 잔소리는 물론 네 마음대로 뭐든지 할 수 있는데?”
“다만 할 수 없다고도 안 했어요.”
“그래서 대답은?”
엘런은 휴양지 사진에서 눈을 떼고 소파에서 일어섰다.
“할게요. 그 계약.”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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