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00)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00화(100/354)
#100화. 오크 군락 토벌(7)
충격적이다.
잔인하고 폭력적이며 속을 메스껍게 하고 모골이 송연해진다.
그 우악스러운 식욕은 사람 한 명을 남김없이 먹어치웠고, 목덜미와 팔에 굵은 소름을 가져왔다.
“우으으윽……!!”
돌연 입을 틀어막은 시에나가 외벽으로 몸을 돌렸다.
그녀는 바닥에 엎어지듯 무릎 꿇고 위에 있던 걸 모두 게워냈다.
그러지 않고서야 방금 목도한 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
카르디아는 다 이해한다는 듯 그녀의 옆으로 와 등을 두드려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전부 뱉어내.”
“미안하구나…….”
“괜찮아. 공포가 몸에서 빠져나오려 하는 거니까. 다 토하고 나면 한결 괜찮아져.”
카르디아는 용병으로 살면서 잔인한 거야 도가 텄기에 눈살 한 번 찌푸린 걸로 끝냈다.
시에나는 입가에서 침을 뚝뚝 떨어뜨리며 말을 이었다.
“그보다 선배가…….”
“한입에 삼켜졌지.”
“놈을 보거라.”
“그래. 알고 있어.”
조금씩 떨리는 손가락으로 시에나가 가리킨 곳에는, 피에 취해버린 그것이 연신 발을 구르며 광분에 광분을 더하고 있었다.
“피!! 피!! 피!! 고기!! 고기!! 고기!! 더 먹고 싶다!!”
괴물은 철퇴 같은 주먹으로 땅을 쿵쿵 내리찍었다.
뿌드드득- 뿌드득-
놈의 뼈에서 괴상망측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괴음이 이어질수록, 오크의 키는 더욱 늘어나 결국 한 뼘이나 더 커져 버렸다.
엘런은 눈가를 가늘게 좁혔다.
“인육을 먹을수록 성장치가 급증하고 있어.”
역시 놈은 신생아가 맞다.
그런 신생아로서 현재는 몸을 키우는 데 필요한 양분을 미친 듯이 흡수 중이고, 동시에 놈은 깨달았다.
세상에서 제일 맛 좋고 영양가 있는 게 인육이란 걸.
“저런 놈이 산을 벗어나게 두면 안 되겠어.”
냉장고 좀 얻으러 왔다가 이게 무슨 봉변인지 모르겠다.
그냥 적당적당히 싸우려 했는데 세상의 재난은 항상 내게 쏟아져 버린다.
“너!! 죽인다!!”
괴물은 더욱 많은 인육을 탐하기 위해 가장 가까운 엘런을 먼저 덮쳤다.
“체인.”
이 마법은 본래 속박용이다.
하지만 그것도 상대를 봐가면서 써야 하는 법.
엘런은 이것으로 놈을 묶기보다 밧줄처럼 잡고 몸을 맡겼다.
촤르르르르르-!!
체인이 당겨지면서 엘런의 몸 또한 재빨리 딸려 나왔다.
결국 애먼 허공을 치게 된 오크의 주먹은 그 충격파만으로도 외벽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다.
그 구멍을 잠시 바라보던 엘런은 양손에 마력을 집중시켰다.
“카르디아! 시에나!”
“어, 어?”
“왜 그러느냐!”
“일단 판을 다시 짜야 할 것 같다.”
“판을 다시 짠다고?”
엘런은 고개를 주억이며 사방으로 체인 마법을 꽃처럼 피워냈다.
사람 얼굴만 한 것부터 오크 머리만 한 것까지, 그 크기는 제각각이었다.
촤르르르르르르-!!
촤라라라라락-!!
빙결의 쇠사슬은 뱀처럼 허공을 유영하며 내부를 파도처럼 휩쓸었다.
“어어어엇!”
“으으읏……!”
쇠사슬 하나가 시에나와 카르디아를 붙잡는다.
“좁은 공간은 놈에게 유리해. 일단 밖으로 나간다.”
엘런은 아까 괴물이 뚫어놓은 구멍으로 몸을 던졌다.
체인에 연결된 두 명 또한 같이 끌려 나왔고, 엘런은 체인에 가려 혼자 고립된 괴물을 향해 선물 아닌 선물을 던져주었다.
“무너져라.”
콰르르르르릉-!!
쿠구구구궁-!!
투돠다다다다다-!!
닻에 연결해도 좋을 법한 부피의 사슬들이 건물의 지지대를 차례차례 부수기 시작했다.
이런 사슬로 놈에게 상처를 입히리란 생각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거라면 어떠냐.”
셋은 방금 전까지 거대한 위용을 자랑했던 성채가 모래성마냥 무너지는 걸 직관했다.
흙먼지가 소용돌이처럼 피어오르고, 무언가 무너지며 생긴 폭음이 연신 산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화들짝 놀란 산새들이 하늘로 푸드득 날아오른다.
하지만 그런 파괴의 소음도 끝은 있는 법.
성채가 완전히 무너지면서 군락은 다시금 침묵을 되찼았다.
그러나 셋은 직감했다.
“놈이 살아있어.”
“그래 보인다.”
“동감이니라.”
우드득- 우드득-
두터운 잔해들이 저 앞에서 움찔거리기 시작한다.
곧이어 두꺼운 대포를 연상시키는 팔이 위로 뻐억 하고 솟아올랐다.
엘런은 그 사이에 입을 열었다.
“파트를 나눈다. 나는 공격, 카르디아는 시선 끌기, 시에나는 견제.”
“좋았어! 내가 어그로 하나는 뒤지게 잘 끈다고!”
“엘런이여. 나도 이 분업에 찬성한다만 솔직히 한계가 있다.”
시에나는 자신의 아공간을 열어보곤 역시 그렇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손아귀 포션도 전부 떨어졌고 군락의 나무들만으로는 저걸 속박하거나 견제할만한 위력을 낼 수 없느니라.”
“그, 그럼 숲까지 놈을 유인하자!”
“아니 된다. 애초에 내부에서 여기까지 온 이유가 좁은 공간을 벗어나기 위해서 아니더냐. 헌데 여기서 숲으로 간다는 건 되풀이밖에 되지 않느니라.”
“시에나의 말이 맞아. 놈은 여기서 사냥한다.”
그녀는 주먹을 꽈악 말아쥐었다.
“미안하구나……. 환경 하나 맞아떨어지지 않았다고 이렇게 무력해지다니. 만약 여기서 살아나간다면 죽을 각오로 정진하고 너희에게 사죄하겠느니라.”
“죽을 각오까진 필요 없으니까 이거나 받아.”
엘런은 아공간에서 뭔가를 꺼냈다.
사람 주먹만 한 크기의 유리병은 그 안이 자연의 풍취가 가득해 보이는 녹색 용액으로 넘실거렸다.
“이게 무엇이냐……?”
“설마 이런 일이 생길 걸 대비해서 전날에 리메이크해둔 포션이야.”
“그, 그런 걸 나에게 주는 것이야?”
“어차피 너 아니면 여기서 쓸 사람도 없어.”
엘런은 시에나의 손을 잡고 억지로 포션병을 쥐여주었다.
“포션의 이름은 ‘거목(巨木)’.”
“거목…….”
“실험은 한 번도 안 해봤으니까 너무 기대하진 말아라.”
시에나는 말없이 포션병을 소매로 닦아냈다.
아직도 처음 엘런의 손아귀 포션을 보았을 때가 기억에 선명하다.
이미 그녀의 기억에 선명히 박혀버린 포션 제작의 명인은 단연 엘런이었다.
그런 장인이 자신의 두 번째 작품을 내놓았다.
어떻게 기대를 안 한단 말인가.
어찌 기대를 안 할 수 있단 말인가.
시에나는 포션병을 허리춤에 끼고 위로 틀어 올린 머리를 풀어헤쳤다.
나뭇잎의 파도 같은 녹발이 바람에 살랑살랑 나부낀다.
“이 은혜는 꼭 갚겠느니라.”
“안 갚아도 되니까 귀찮게만 하지 마.”
“후훗.”
상황에 맞지 않는 미소가 맑게 흘러나온다.
시에나는 단정하게 채웠던 외투의 단추를 하나둘 풀었다.
“좋아, 좋아! 이제 가 보자고!”
카르디아는 셔츠의 소매를 팔뚝까지 걷어 올려 손마디를 우드득하고 꺾었다.
콰아아앙-!!
푸르르르- 푸르르-
얼마 안 있어 스팀 같은 콧김을 뿜어내며 괴물이 완전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도 피해가 없지는 않은 듯 어깨를 비롯한 몸 곳곳에 새파란 멍이 든 게 보였다.
성채 하나가 머리 위로 쏟아졌는데 저 정도 피해가 끝이라니.
“하여간 터프한 놈일세.”
엘런은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스아아아아아아앗-!!
음기 회로를 체내에 구축하면서 엘런의 마력은 더욱 차가워지고 위력적으로 변모했다.
그 강도 또한 단단하기 그지없었으나 상대는 힘의 끝을 알 수 없는 괴물 놈이다.
그래서 엘런은 마법진 하나를 발현시켰다.
괴물에는 괴물.
덩치에는 덩치.
[프로스트 골렘 – 파워형]평소보다 훨씬 두껍고 거대한 덩치의 프로스트 골렘이 마법진에서 솟아올랐다.
오크보다 머리 한 개가 커다란 크기에다 몸체를 이룬 얼음은 수정처럼 투명하고 아름다웠다.
스아아아아아아-
쩌저저저저적-
프로스트 골렘의 소환만으로도 주변 땅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이빨이 더럽게 튀어나온 괴물의 입에서도 두터운 입김이 흘러나왔다.
“추운 거. 싫다. 너. 죽인다.”
괴물은 한 음절씩 끊어 말하다가도 바닥을 쿵쿵 울리며 황소처럼 돌진해왔다.
“카르디아. 이 골렘이 너와 함께 시선을 끌어줄 거야. 마력 간섭을 해도 좋고 너의 마법을 여기다 덧씌워도 좋아.”
“흐흐흥! 한마디로 내 장난감이라는 거지?”
“그래. 그러니까 네 마음대로 갖고 놀아봐.”
“너무 좋아!”
카르디아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뛰어올라 프로스트 골렘의 어깨에 올라탔다.
동시에 시작되는 마력 간섭.
주사를 놓듯 골렘의 내부로 카르디아의 마력이 뒤섞인다.
평소라면 타인의 마력을 강력하게 밀어냈겠지만, 엘런이 허용했기에 마력 간섭은 재빨리 이루어졌다.
골렘의 통제권이 어느 정도 카르디아에게 넘어왔다.
그녀의 의지와 생각대로 몸을 움직이는 프로스트 골렘.
“이거 엄청 신나는데? 좋았어!!”
카르디아는 이쪽으로 미친 듯이 돌진하는 괴물에게 맞수를 두었다.
쿠우웅-!! 쿠우웅-!! 쿠우웅-!!
프로스트 골렘이 앞으로 발을 뻗고 기차처럼 일직선으로 진격했다.
두 덩치는 거대한 몸집 덕에 얼마 안 가 세 걸음의 보폭만을 남겨두었다.
누구 하나 뒤로 물러서거나 비켜설 기미라곤 보이지 않았다.
“제대로 붙자!!”
“꾸워어어어어!!”
두 개의 괴력이 격돌했다.
전투와 피의 희열로 가득 찬 충돌은 한 치의 양보도 없었고 조금의 후퇴도 없었다.
그저 마력 한 톨과 근육 하나까지 짜내고 짜내 상대를 부숴버릴 뿐이다.
“크으으으윽!!”
카르디아는 골렘의 뒷발로 몸을 단단하게 지탱하며 온 체중을 앞으로 쏟았다.
그때 카르디아의 귀로 무언가 깨져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쨍그랑-!
그 날카로운 소리가 귓가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세상의 색깔이 바뀌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르는 한 그루의 나무.
하나의 작은 새싹에 불과했던 그것은 초를 거듭할수록 몸을 곱절로 키워냈다.
끝내 십여 미터가 넘는 길이로 자라난 나무는 양손으로 잡기도 힘든 굵기의 가지로 자라났다.
손바닥만 한 나뭇잎도 수십, 수백, 수천 장이 쌓이니 태양도 대지에 햇빛을 뻗지 못한다.
“나무가 커질수록 지속시간은 짧아져. 지금 이 상태로는 길어야 10분이야.”
“충분하느니라.”
시에나는 손을 뻗었다.
포션으로 만들어진 거목은 그녀의 작은 손짓 하나에도 기민하게 반응하며 가지를 흔들었다.
엘런은 곁에서 작게 감탄했다.
‘포션으로 만들어낸 식물이라고 해도 이 정도 크기인데 장악력이 무척이나 빠르군.’
그러나 감탄만 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시간 있으면 여기 좀 도와줄래?! 이 새끼 힘이 장난 아니라고!!”
“지금 가니 걱정 말거라.”
“어으으으윽!”
카르디아의 등 뒤로 수백 개의 나뭇잎이 물결친다.
거목에서 하나씩 떼어온 그것들은 시에나의 지휘에 맞춰 두 무리로 갈라졌다.
“리프 스로잉.”
하늘에서 푸른 나뭇잎이 내려온다.
그야말로 낭만적이기 그지없는 장면이었으나 적어도 괴물에겐 아니었다.
절삭력을 가진 나뭇잎은 하나의 예리한 칼날과 다름없었고, 수백 개의 나뭇잎은 곧 수백 개의 칼날을 의미했다.
그것이 소용돌이처럼 회전하는 와류 속에서 괴물은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절대 못 도망가!!”
골렘의 팔이 괴물의 어깨와 손을 꽈악 움켜잡는다.
“크르르르르!”
그러나 괴물의 질긴 가죽은 칼날 세례에서 육신을 보전시켰다.
스아악- 스아앗- 사악-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는 법.
간혹 종이에 피부가 베이듯 얇은 자상이 괴물의 몸에 새겨졌다.
시에나는 손끝에 미세한 감각으로 그 상처의 존재를 파악했다.
‘더욱더 세밀하게 움직인다. 나뭇잎 하나하나가 전부 내 손안에 있을지니.’
시에나는 입술에 피가 새어 나올 만큼 강하게 깨물며 손을 종으로 그었다.
“네이처 컨트롤!”
퓨우우욱-!!
나뭇가지에서 단창 정도 길이의 꼬챙이가 쏘아나갔다.
마치 석궁처럼 나무에서 발사된 그것은 정확히 나뭇잎이 베어냈던 상처로 파고들었다.
“크아아아아아!!”
나무 꼬챙이가 억지로 상처를 벌리고 들어온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시에나는 이를 악물며 손을 더욱 뻗었다.
뿌드드드득-!!
아직 그녀의 마법 아래에 있던 나뭇가지는 자신을 더욱 밀고 들어갔다.
살집 벌어지는 소리가 소름 끼치게 고막을 긁는다.
“크르르르륵!!”
괴물은 눈에서 피의 혈광을 흩뿌리며 골렘의 팔을 쳐냈다.
손을 움직여 나뭇가지를 단숨에 뽑아낸 그것은 되려 카르디아를 향해 투창하듯이 던졌다.
“으으윽!!”
카르디아는 다급히 골렘의 팔을 움직여 방패처럼 앞에 세웠다.
하지만 한 발짝 늦었다.
골렘의 팔 사이로 스며든 나뭇가지가 카르디아의 어깨를 노리고 들어왔다.
촤르르르-!!
우지끈-!
골렘의 팔뚝만 한 체인이 카르디아를 휘감는다.
강대한 완력이 담겨있다곤 해도 고작해야 나뭇가지.
엘런의 체인과 부딪힌 그것은 동시에 산산조각 나서 사라졌다.
“에, 엘런!”
“미안. 이거 준비하느라 좀 늦었다.”
허공에 쉴드를 밟고 올라선 엘런은 그림 리퍼의 총구를 들이밀었다.
그 손짓에 맞춰 조각 쉴드들이 자석에 들러붙는 철가루처럼 올라온다.
그것들은 서로 닿자마자 동결되어 블록처럼 이어 붙여졌고, 엘런의 상상 속에 있던 무언가를 완성해나갔다.
총구가 기존의 두 배는 더 길어지고 두꺼워졌다.
충격을 견딜 수 있도록 조각 쉴드는 엘런의 손목도 감싸 안았다.
그 외형은 마치 ‘핸드 캐논’을 보는 듯했지만, 위력은 그것을 훨씬 웃돈다.
철컥-
엘런은 총구를 저 못생긴 괴물의 심장에 조준했다.
“이걸로 끝낸다.”
[그림 리퍼 – 관통형]투콰아아아아앙-!!
엘런의 손이 뒤로 한 움큼 밀려날 만큼 강력한 반동.
그 반동을 출사표로 내던지고 뻗어 나간 한 발의 총알.
조각 쉴드가 겹겹이 뭉쳐진 탄환은 나선형으로 회전하며 음속마저 넘어선 속도로 뻗어 나갔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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