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01)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01화(101/354)
#101화. 오크 군락 토벌(8)
모든 걸 가루로 분해하는 초진동마저 견뎌낸 외피.
강철판 수십 개도 우습게 부수고 나아갈 만한 관통력의 마력 탄환.
모든 걸 막아내는 방패와 모든 걸 뚫어내는 창은 한 자리에서 서로의 위력을 과시했다.
쩌저저저저저적-!!
총알에 응축되어있던 냉기가 괴물의 몸으로 순식간에 퍼져 나간다.
냉기는 마치 전염병처럼 내부 장기와 근육, 뼈를 가리지 않고 전부 꽁꽁 얼려버렸다.
그러나 총알의 본체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엘런의 탄환은 괴물의 가슴팍에 반쯤 박힌 채 그 회전을 멈춰버리고 말았다.
“크르르르르.”
괴물은 목젖을 떨며 시선을 내렸다.
주르르르륵-
총알이 사라진 자리로 피가 꿀렁꿀렁 쏟아지는 상처가 보였다.
엘런은 쯧 하고 혀를 찼다.
“이것마저도 저런 경상이 끝인가.”
“에, 엘런! 한 방 더 쏠 수는 없는 거야?”
“무리야. 이 탄환은 총에도 무리를 많이 줘서 일정 시간을 쉬어줘야 해.”
“그래도 상황은 달라졌느니라. 놈에게도 이제 약점이 생겼으니.”
시에나는 휘하에 둔 거목을 자연스레 컨트롤하며 가슴의 상처를 눈여겨보았다.
저 상처는 엘런이 심장을 조준하며 생긴 것이다.
바꿔 말하면 손가락만 한 총알구멍 너머에 심장이 있다는 소리.
“그걸 잘 노린다면 가능성이 있느니라.”
처억-
시에나는 대군을 지휘하는 장군처럼 손을 높게 들어 올리곤 그대로 찍어 내렸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녀의 천군만마와 다름없는 거목은 명령에 따라 제 몸을 움직였다.
후두두두두두두둑-!!
처음 괴물을 노렸던 나뭇가지 단창이 속사포처럼 쏟아진다.
“흐읍!”
카르디아는 잠시 한 발 벗어나 그 반경에서 벗어났다.
엘런 또한 한 손을 거들기 위해 마력을 뻗어 올렸다.
“프리징.”
쩌저저저저적-!!
안 그래도 엘런의 마력 탄환의 냉기로 잔뜩 둔해진 몸이 발끝부터 목젖까지 얼어붙는다.
그렇게 살아있는 동상처럼 괴물은 옴짝달싹 못 한 채, 하늘에서 떨어지는 화살비를 온전히 맞았다.
하지만 외피의 두터움이 어디 가는 건 아니다.
시에나의 나뭇가지 화살은 그 대부분이 가죽조차 뚫지 못하고 스러졌다.
괴물은 사람 팔 길이만 한 꼬챙이들 사이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서 있었다.
어느새 그것의 가슴께는 엘런이 낸 상처로 피가 범벅되어 있었다.
괴물은 시체 썩는 냄새의 입을 천천히 열었다.
“이제 질렸다. 고기들과의 장난.”
“장난?”
“고기와 놀아봤자 재미없다. 힘만 빠진다.”
드드드드득- 드드드득-
괴물의 양다리가 넓게 벌어졌다.
그리곤 사냥 준비를 마친 사자처럼 몸을 낮게 숙였다.
어찌나 상체를 내렸는지 바닥과 맞닿아도 이상하지 않을 듯했다.
“그러니까 이제. 진심으로 죽이겠다.”
안광에서 흘러나오는 혈광의 살기.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시에나는 재빨리 양손을 합장하듯 모았다.
끽해봐야 생채기를 만들어낸 게 전부였던 자신의 공격.
하지만 시에나도 알고 있었다.
고작 그 정도의 공격이었으니 고작 그 정도로 끝날 거라는 걸.
그렇기에 후속타를 준비했다.
“네이처 컨트롤.”
바닥에 꽂혀있던 시에나의 나뭇가지가 수십, 수백 개의 질긴 줄기로 갈라졌다.
그건 꼭 바닷속 산호초처럼 찰랑거렸고 여우의 꼬리처럼 살랑거렸지만. 시에나는 그리 나긋나긋하게 괴물을 상대할 마음이 없었다.
“잡아라.”
그녀의 손짓에 맞춰 세기도 힘든 갈래의 나무줄기가 괴물을 노렸다.
화아아아아악-!!
하지만 그곳은 텅 빈 허공이었다.
그녀는 당연하게도 허공을 노리지 않았으나, 그곳은 어느 새부턴가 비어버린 허공이 되었다.
“이, 이런……!!”
카르디아의 눈동자가 한계까지 축소된다.
재빨리 골렘의 팔로 가드를 올린 그녀는 순간 몸 전체로 부양감을 느껴야 했다.
쿠우우웅-!!
프로스트 골렘의 막대한 육체가 공중에 떠오른다.
‘저 새끼가 감히……!!’
그러는 와중에도 카르디아의 눈은 괴물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동시에 본능적으로 사고했다.
날아오는 화살도 보는 동체시력과 반응속도로 본 괴물의 공격.
그것은 단순한 돌진에 불과했다.
다만 무척이나 빠른 돌진이었다.
심지어 놈의 체중이 전부 실리면서 만들어진 돌진력은, 가늠할 수 없는 속도와 만나 아득해지는 파괴력을 창조했다.
쿠구구구구구궁-!!
프로스트 골렘이 땅에 떨어지면서 바닥이 움푹 패일 만큼 밀려 나갔다.
쩌저저적- 쩌저적-
……골렘의 몸 이곳저곳이 깨지고 부서졌다.
그 돌진을 정면으로 받은 흉부는 거의 반파되어 얼음이 뭉텅이로 날아간 상황이다.
“카르디아여……! 괜찮느냐!”
“몸은 괜찮은데 자존심이 안 괜찮아.”
카르디아는 이를 악물며 골렘에서 내려왔다.
“감히 사막의 아누비샨을 힘으로 날려버려?”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그녀는 방금까지 자신을 수십 걸음 밖으로 날려버렸던 괴물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분노가 만개한다.
살심이 빗발친다.
어디 숨어 있었는지 모를 괴력이 마구 솟구친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로 세상 곳곳에 퍼진 태양의 열기는 전부 카르디아에게 쏟아졌다.
체온은 그에 맞춰 거듭 올라갔고,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격앙된 모든 분노가 양 주먹에 모인다.
그만큼 머리는 차가워졌다.
카르디아의 이빨 사이에서 불꽃 같은 숨이 새어 나왔다.
“사막의 딸이 뭔지 보여줄게. 더러운 괴물 새끼야.”
스아아아아아아아-
금색 오라가 주먹 끝에서 불씨처럼 피어올랐다.
마치 작은 불똥이 나무에 번져 거대한 화마로 거듭나듯, 금색 오라는 카르디아의 양완을 모두 집어삼켰다.
태양의 열기가 아지랑이를 뿜어내듯 금빛 오라가 지나가는 곳은 공간마저 일렁거렸다.
[아누비샨 비전 – 금화(金火)]“원래는 엘런. 너를 위해 준비해둔 기술이었지만, 어쩔 수 없지.”
카르디아는 피식하고 웃으며 뒤로 고개를 돌렸다.
“엘런. 시에나. 보조 부탁한다.”
“그건 걱정하지 마라.”
“우리만 믿고 마음껏 달려가거라.”
“믿는다.”
양완에 그쳤던 금화가 전신으로 번졌다.
그 모습은 일순간 라제나의 기술과 겹쳐 보였지만 근본부터가 틀렸다.
이 불꽃은 아누비샨의 투기가 카르디아의 마력과 만나 유형화된 것.
그 뜨거운 열기는 맹염으로 변화했고 사막의 금색을 둘렀다.
아누비샨의 금화를 눈에 담은 괴물은 완전히 카르디아에게 몸을 돌렸다.
“너. 단순한 고기가. 아니다.”
“…….”
“너. 전사다.”
괴물은 아까 카르디아를 날려버렸던 자세 그대로 몸을 낮췄다.
“투기. 혈기. 힘. 모든 것이 말하고 있다. 너는 전사라고.”
빠드드드득-
땅이 압력에 못 이겨 모래사장처럼 발바닥이 푸욱 들어갔다.
단단한 대지에 화석처럼 발자국이 새겨지고 파괴의 흔적을 남긴다.
카르디아 또한 양다리에 힘을 집중시켰다.
고오오오오오-
두 전사의 투기가 맞부딪친다.
그 기운들은 물과 기름처럼 뒤섞이지 않으며 서로를 잡아먹기 위해 입을 쩌억 하고 벌렸다.
그 중앙에서 카르디아는 뜻하지 않게 미소 지었다.
“하아……. 고향에 온 느낌이네.”
끊이지 않는 싸움과 끊이지 않는 희열.
인생 대부분을 전쟁의 한복판에서 살아온 그녀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익숙했다.
타인이라면 여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틀어막히겠지만 카르디아는 정반대였다.
숨 못 쉬는 고통이 숨 쉬듯 익숙해질 때까지, 카르디아는 싸워왔다.
“싸우자. 전사여.”
“그래. 네놈의 더러운 머리를 목에서 떼어내 주마.”
아주 찰나의 적막이 흐른다.
살랑- 살랑- 살랑-
하늘에서 나뭇잎이 떨어져 왔다.
바람에 실려 온 나뭇잎이다.
그것은 무희의 치맛바람처럼 살랑거리며 내려왔고…….
카르디아와 괴물의 사이에 툭 하고 떨어졌다.
타아아앙-!!
콰아아아앙-!!
두 전사가 땅을 박찼다.
뒤로 거센 흙먼지와 돌가루를 흩날리며.
앞을 가로막는 게 무엇이든 전부 부숴버리며.
시야에 보이는 거라곤 적밖에 없다는 듯 전진에 전진을 거듭했다.
눈 한 번 깜짝일 사이에 수십 걸음의 거리가 좁혀진다.
괴물이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것만으로도 단두대에 목을 들이민 듯한 압박감이 전신을 찔러댔다.
“카르디아여! 놈의 가슴에 난 상처를 노리거라!”
시에나의 목소리가 카르디아의 귀에 꽂혔다.
물론 그녀도 알고 있었다.
엘런이 낸 상처로 공격을 명중시키는 게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보여줄 거라는 걸.
그러나 쉽지 않았다.
말처럼 쉽지 않았다.
가슴의 상처가 약점이라는 건 괴물도 익히 아는 사실이었고, 그것은 애초부터 상처를 다른 팔로 가린 채 접근했다.
이 사실을 그 관찰력 좋은 시에나가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가슴의 상처를 노리라고 했다.
……카르디아는 입꼬리를 찢어 올렸다.
“간다!!”
그녀의 주먹 끝이 가슴의 상처로 향했다.
방어도 하지 않고, 피하지도 않고, 다른 곳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으며 오직 상처로만 공격을 감행했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자살공격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괴물의 주먹은 이미 지척까지 접근해있는데 이미 가려진 상처를 노려서 뭘 한단 말인가.
하지만 카르디아는 그렇게 했다.
그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했다.
전우를, 친우를, 자신이 라이벌로 인정한 자를 믿었으니까.
“크르르르! 죽어라! 전사!”
카르디아 보다 한 걸음 빠르게 괴물의 주먹이 다가왔다.
“어딜.”
빠아아악-!!
위에서부터 떨어져 힘을 가중시킨 엘런의 킥이 괴물의 팔뚝을 내려찍었다.
순간 그것의 외피로 시퍼런 멍이 들 만큼 강력한 충격이 맴돌았다.
“크아아아아!!”
괴물은 분노하여 엘런의 다리를 그대로 잡고 반대편으로 집어 던졌다.
엘런은 흔쾌히 웃으면서 날아갔다.
내 할 일은 끝냈다.
‘시에나, 이제 너 차례야.’
“알고 있느니라.”
언제 접근한 건지 모를 그녀가 기다란 녹발을 흩날리며 손을 뻗었다.
거대한 숲을 연상시키는 선명하고 찬란한 녹광과 함께 땅이 흔들거린다.
아까 겔릭이 세부특성의 힘으로 지진을 따라 했다면, 이건 정말로 대지를 진동시켰다.
뿌드드득-!! 뿌드득-!! 뿌드드득-!!
지면을 뚫고 흙과 잔가지로 잔뜩 더럽혀진 나무줄기가 뱀처럼 뻗어 올라왔다.
“거목의 나무뿌리이니라. 네게 선물할 물건이지.”
시에나는 지상까지 끌어올린 뿌리로 괴물의 반대쪽 팔을 잡음과 동시에 칭칭 묶어버렸다.
그 팔은 괴물이 상처를 가리고 있던 팔이다.
“카르디아여! 멈추지 말거라!”
시에나는 움켜쥐었던 주먹의 힘을 풀었다.
이곳까지 억지로 당겨 올렸던 뿌리의 탄력성이 그대로 돌아온다.
후우우욱-!!
뿌리가 땅으로 다시금 빨려 들어가고, 그것과 연결되어있던 괴물의 팔 또한 아래로 쑤욱 치워졌다.
훤하게 드러나 버린 가슴팍의 총상.
심장 근처는 피가 가장 거세게 몰리는 곳인 만큼 상처에선 아직까지도 핏물이 옅게 흘러나왔다.
“죽어!!”
쿠와아아아아아-!!
가슴의 상처로 금색 불꽃이 작열했다.
화염의 형상을 띄고 있는 열기였지만, 사실 조금도 뜨겁지 않다.
그렇기에 타는 듯한 고통이 느껴지거나 피부가 새까맣게 변하지도 않았다.
그저 체온과 열기, 투기라는 압력으로 한계까지 뭉쳐진 강철 덩어리가, 심장을 터뜨리는 고통만이 남을 뿐이었다.
푸슈슈우우욱-
사람 얼굴만 한 심장의 반절이 빈틈없는 밀도와의 충격으로 짓뭉개졌다.
엘런이 낸 상처를 중심으로 완전히 파고든 카르디아의 팔은 나머지 심장을 꽈악 움켜잡았다.
“내 피부가……. 뚫렸다……. 어째서…….”
괴물은 심장이 찌그러진 채 입 밖으로 오물 냄새나는 피를 쏟아댔다.
카르디아는 그 밑에서 심장을 천천히 뽑아내며 말을 이었다.
“아누비샨 가문은 태고 때부터 열풍 사막에서 살아남았지. 이 금화는 그것의 결정체다. 천 년의 투지를 갓 태어난 네가 버틸 수 있을 것 같나.”
“…….”
괴물은 말이 없었다.
동상처럼 우두커니 선 채로 피만을 흘려댔다.
콰지지직-!!
카르디아는 손안에 쥐었던 심장을 통째로 뜯어냈다.
뚫린 구멍 너머로 뽑아낸 심장은 금방이라도 다시 뛸 것처럼 활기가 흘렀다.
“드디어 죽었네.”
“수고했느니라.”
“그래. 수고했다.”
엘런은 날아가면서 땅바닥을 구르느라 흙먼지로 잔뜩 뒤덮인 몸을 탈탈 털었다.
그렇게 다시금 한자리에 모인 엘런과 시에나, 카르디아는 저마다 숨을 몰아쉬었다.
날이 선 경계심과 마력은 조금씩 가라앉고 억지로 참아왔던 고통이 저릿거렸다.
……하지만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크와아아아!!”
“뭐, 뭐야!”
“서, 설마 아직도 숨이 붙어 있단 말인가.”
“그럴 리 없어! 심장을 뽑았다고!”
“일단 피하자!”
엘런은 카르디아와 시에나를 부여잡고 뒤로 몸을 날렸다.
쿠우우웅-!!
괴력으로만 가득 찬 주먹이 땅을 내리찍었다.
그것의 눈은 이미 흰자로 가득했고, 다리는 덜덜 떨렸다.
“이미 죽었지만 남아있는 양분과 투지로 움직이는 건가.”
쩌저저저저저적-
냉기가 일대의 지면과 잔해를 뒤덮었다.
북풍의 한기를 그대로 가져온 듯, 그 특유의 한기는 자연의 공기마저 고개 숙이게 했다.
“엘런이여. 너도 굉장히 성장했구나. 아직도 이 정도의 힘이 남아있다니.”
“……내 거 아닌데?”
“뭐……?”
괴물과 셋의 사이로 누군가 끼어들었다.
누군지는 몰랐다.
그저 반짝이는 은발이 월광처럼 빛났을 뿐.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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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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