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06)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06화(106/354)
#106화. 마탑 견학(2)
“괴물이 접근했다는 뜻입니다.”
조금의 변화도 없이 평탄한 높낮이의 어조.
카르디아는 그의 태연함에 되려 놀라 말을 더듬었다.
“그,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보통이라면 마차를 파수꾼들이 보호해줘야 하지만 오늘은 그 역할까지 제가 해야 할 것 같군요.”
“도, 도와드릴까요?”
“하하핫. 과도한 참견입니다. 학생 여러분은 여기서 안전하게 대기해주십시오.”
루퍼트는 마차에 타면서 내렸던 후드를 다시금 둘러썼다.
딸랑- 딸랑-
히이이이잉-!
루퍼트가 종을 울린다.
그것이 어떤 신호인지는 모르지만 말들은 그 소리에 맞춰 더욱 빠르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럼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몸조심하십시오.”
“조,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벌컥-
루퍼트는 마차의 문을 열고 단숨에 지붕으로 올라탔다.
눈 덮인 산맥의 바람이 휘몰아치지만 그 너머로 보이는 것들이 있다.
발 크기만 1M가 넘어가는 놈들.
몸을 뒤덮은 새하얀 털가죽.
설산 등산가들의 공포라 불리는 예티다.
이 산맥의 토종 괴물인 그들은 본능적으로 인간을 노리고 인육을 노린다.
루퍼트는 좌우로 눈짓하며 대략적인 수를 파악했다.
“서른 마리 정도인가.”
……꽤나 많다.
다행히 무리 전체가 달려오진 않은 모양이지만, 서른은 그 대부분이라 해도 좋았다.
현재 예티는 식량 보충기로서 어느 때보다 먹이에 혈안이 되어 있다.
가축을 사냥하는 도중에 우연히 마주친 모양인데.
“어쩔 수 없지.”
루퍼트는 아공간에서 자신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반월 모양으로 휘고 그 끝과 끝이 탄력성 있는 줄로 연결된 병기, 활이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활의 단짝 친구였어야 할 화살은 아공간에서 나오지 않았다.
루퍼트는 활을 왼손으로 단단히 쥐고, 비어 있는 시위를 천천히 당겼다.
쿵-! 쿵-!! 쿵-!!!
우워어어어어-!!
예티들의 발소리가 점점 커짐과 동시에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가 귀청 따갑게 울려온다.
이젠 마차 안에 있는 카르디아와 시에나에게도 그들의 복슬복슬한 털이 보였다.
“저것이 예티로구나.”
“털 있는 트롤 같은데?”
“그 표현도 틀리지 않느니라. 다만 트롤과 다른 점이라 하면 저 거대한 발에서 나오는 각력과 돌파력이 엄청나다는 것이겠지.”
시에나는 문헌에서 읽은 예티의 무서움을 읊어나갔다.
“그들이 한번 돌진해서 부딪치면 달리고 있는 마차도 넘어진다는구나.”
“그, 그럼 어떡해?”
“달려오지 못하게 견제하거나 오기 전에 죽여버려야지.”
“루퍼트란 사람 혼자서 그게 가능할까……?”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게 걱정이니라. 마탑의 견습 마법사가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상대가 수십은 돼 보이니.”
카르디아는 지붕 위에 있을 루퍼트와 나무 너머에서 달려오기 시작하는 예티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도와드려야 하는 거 아닌가?”
“일단 기다려보자꾸나. 루퍼트 씨가 여기 있으라고 했으니.”
“어, 어! 저기 뒤에!”
카르디아가 다급히 반대편 창문을 가리켰다.
크워어어어어-!!
쿵쿵-! 쿵쿵-! 쿵쿵-!
눈 덮인 바닥이 깊게 패일 만큼 강하게 지면을 즈려밟으며 예티 서너 마리가 달려온다.
그 발걸음 한 번에 땅이 진동하고 나뭇가지 위에 쌓여 있던 눈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더, 더 가까이 오는데?”
“……엘런을 깨워야 할 것 같구나.”
“내가 깨울게!”
카르디아는 달리는 마차 안에서 맨 뒷자리까지 넘어왔다.
“엘런! 얼른 일어나봐! 지금 속 편하게 자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나도 알아.”
“아, 안 자고 있었어?”
“자고 있었는데 잠결로 다 들었어. 예티가 왔다고?”
“으, 응! 그것도 엄청 많이!”
엘런은 이불 대신 덮은 외투를 머리 위로 끌어올렸다.
“그럼 그냥 냅둬.”
“어, 어떻게 그래! 지금 실시간으로 예티가 마차를 포위 중이란 말이야!”
외투 속에서 잠시 말이 없던 엘런은 한마디를 툭 하고 던졌다.
“너는 마탑 견습 마법사가 잡졸로 보이냐?”
“어……?”
푸화아아아악-!!
풍선 터지는 소리가 설원에 울려 퍼진다.
다만 내부가 비어 있는 풍선은 아니었다.
안이 장기와 피, 뼈, 근육으로 가득 찬 예티는 상체가 날아간 채 털썩 쓰러졌다.
티 하나 없이 멀끔했던 눈길이 순식간에 혈색으로 물든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퍼어엉-!! 퍼엉-!! 퍼어엉-!!
마차에게 열 걸음 이내로 다가온 예티들이 모두 똑같은 결말을 맞이한다.
상체가 통째로 날아가거나, 흉부에 커다란 바람구멍이 생기거나, 머리가 꿰뚫리거나.
과정은 가지각색이었지만 결과는 하나같이 똑같았다.
루퍼트가 마차의 지붕 위에서 시위를 당길 때마다 참혹한 죽음이 찾아왔다.
“뭐, 뭐야! 대체 뭘로 예티를 죽이고 있는 거지?”
엘런은 외투를 살짝 걷어 창문 밖을 바라봤다.
그리곤 곧장 답을 내렸다.
“매직 애로우네.”
“매, 매직 애로우? 그 무속성 마법?”
“그래.”
“그거 하나 가지고 이런 위력이 나온단 말이야?”
“말도 안 되는 얘기는 아니니라.”
시에나가 예티들의 피분수를 눈여겨보며 말을 이었다.
“몇몇 마법사들은 속성 마법에 재능이 없음을 일찌감치 눈치채고, 무속성 전문 마법사로 진로를 튼 이들이 꽤나 존재하니.”
“루퍼트 씨가 그런 마법사란 거야?”
“솔직히 확신할 순 없느니라. 우리는 굉장히 단편적인 상황만을 보고 있으니. 다만 가능성이 높을 뿐이니라. 매직 애로우 한 발로 예티가 뻥뻥 터져나가고 있지 않느냐.”
말하는 사이 예티의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루퍼트의 화살이 소리소문없이 날아갈 때면 설원의 바람도 숨을 죽였다.
그럼 예티는 갑자기 조용해진 주변에 이상함을 느낄 새도 없이 신체 중 어딘가 터져 죽어버렸다.
시위를 제자리에서 몇 번이나 튕겼을까.
남은 예티들은 사냥을 포기하고 점차 멀어져갔다.
벌컥-
스으윽-
곧이어 루퍼트가 지붕에서 마차 안으로 돌아왔다.
“모두 무사하십니까?”
“당연하죠! 루퍼트 씨가 예티를 그렇게 다 무찔러줬는데!”
“변변찮은 재주일 뿐입니다.”
“제가 본 매직 애로우 중에 가장 뛰어났습니다. 저도 무속성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을 만큼요.”
후드 속 루퍼트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걸 알아보셨군요. 눈썰미가 대단하십니다.”
“저희는 아니고 저기 자고 있는 애가 알아봤어요!”
“엘런 학생이……. 과연 장학생입니다.”
루퍼트는 고개를 주억이며 다시금 의자에 앉았다.
“이제부터 마탑까지 단숨에 가겠습니다. 더 이상 괴물의 공격은 없을 테니 안심하십시오.”
“네!”
“수고하셨습니다.”
전투의 희열이 가라앉고 처음처럼 조용해진 마차.
말들의 투레질과 함께 그것은 마탑의 검문소까지 멈추지 않고 달렸다.
***
마차는 몇 시간 뒤에 검문소로 도착했다.
시에나는 오는 길에 루퍼트가 꺼내두었던 책을 모두 읽었고, 카르디아와 엘런은 뒤편에서 세상 편안히 자면서 왔다.
검문소의 마법사들은 1차적으로 마차를 살피고 그 뒤에 셋을 검사했다.
“아공간을 열어주십시오.”
셋은 그들의 말에 맞춰 모든 검사를 받았다.
“지나가십시오.”
1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니 검문도 끝이 났고 마차는 나아갈 수 있었다.
엘런과 시에나, 카르디아는 그제서야 창문 밖으로 제대로 된 마지아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그리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도시 중앙에서 하늘에 닿을 것 같이 우뚝 솟은 건물.
마법사의 상징이자 모든 마법사의 꿈인 마탑이다.
그 높이는 물론이거니와 건물의 폭도 장엄하기 이를 데 없었다.
“저게 마탑이구나!”
“나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니라.”
“그러게.”
이곳이 이사벨 누나의 직장이구나.
평범한 영지와 똑같은 모습이지만 무언가 달랐다.
안에 사는 사람들도 달랐고 그 외형도 달랐다.
“이런 도시에는 누가 살고 있는 건가요?”
“상업 건물들을 제외한 것들은 모두 직원 기숙사입니다. 마탑이 내어주는 것이죠.”
“우와아! 마탑에 입사하면 집도 주는 건가요?”
“예. 혹여나 출퇴근하기 힘든 이들을 위해 내어주는 것이라 빈방도 있습니다. 바로 그곳이 여러분의 숙소죠.”
마차는 예고한 대로 제일 먼저 숙소를 향해 움직였다.
숙소는 입구에서 멀지 않았다.
대로를 몇 번 통과하니 도착한 숙소는 엔틱하지만 어제 지은 듯이 깨끗했다.
“문은 잠겨있지 않을 테니 들어가 보십시오. 짐을 풀고 나오실 때까지 전 여기서 대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셋은 숙소로 들어갔다.
숙소는 공용 거실과 공용 주방이 있었고 침실은 세 개로 나누어져 있었다.
미리 준비해놓은 듯 방마다 주인의 이름이 붙어 있다.
“그럼 짐 풀고 여기서 만나자꾸나.”
“그래.”
“오케이!”
셋은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엘런은 딱히 챙겨온 짐도 없었기에 몇 개의 옷가지 정도만 옷장 안에 늘어놓았다.
화악-!
“……!!”
갑자기 뒤에서 느껴지는 거센 밀착감.
엘런은 마력을 내뿜을 뻔했지만, 그사이에 코로 익숙한 향기가 맴돌았다.
꽃밭을 통째로 가져다 놓은 듯이 진한 라벤더 냄새는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것이다.
심지어 이 능글맞은 팔은 엘런의 허리를 감싸고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사벨 누나.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우리 엘런! 누나 안 보고 싶었어욤?”
“그 역겨운 말투는 뭔데.”
“으헤헤헷! 오랜만에 보는 엘런이다!”
이사벨은 엘런의 등에 얼굴을 파묻으며 부비부비 문질렀다.
엘런은 뱀에게 붙잡힌 쥐처럼 몸을 뒤틀어 그녀에게 빠져나왔다.
“마탑까지 오느라 힘들었지?”
“별로. 마차에만 있었는걸.”
“괴물은 안 만났니?”
“예티를 좀 만나긴 했지. 하지만 그것도 루퍼트 씨가 잘 해결해줬어.”
“다행이네! 역시 루퍼트를 보내길 잘했어! 그가 견습이긴 하지만 실력은 어떤 프로에게도 뒤지지 않거든!”
엘런은 말을 멈추고 방금 이사벨의 말을 되짚었다.
루퍼트를 보내길 잘했다?
이 말인즉슨 루퍼트는 이사벨 누나의 사람이다?
마탑 견학의 심부름꾼으로 누굴 보낼지 정할 수 있다는 건, 그자가 이번 견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엘런은 설마 하는 마음에 이사벨의 눈동자를 마주했다.
얼음 수정같이 투명하고 반짝이는 벽안(碧眼)이 장난스레 휘어졌다.
“응? 벌써 눈치챘니?”
“……이거 진짜야?”
“응! 맞아, 맞아! 이번 마탑 견학 담당자는 바로 이사벨 폰 크레센티아 이 몸이라는 말씀!”
“…….”
엘런은 침묵했다.
이 귀찮은 누나는 그냥 한 번 마주치고 말 줄 알았는데 설마 견학 담당자였을 줄이야.
“견학 학생 목록에 엘런이 있는 걸 보고 아주 잽싸게 신청했지! 어때? 나 잘했어?”
이사벨은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또다시 엘런을 곰 인형처럼 끌어안았다.
그 텐션은 만약 이사벨이 강아지였다면 꼬리가 프로펠러처럼 팽팽 돌아갔을 것이다.
이번 견학, 뭔가 많이 불안해졌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남아있었다.
“누나. 계획표는 짰어?”
짰을 리가 없지.
자신은 이사벨 누나를 잘 알았다.
이 누나는 평생 계획이라곤 일절 짜본 적 없는 사람이다.
오죽하면 태어날 때도 계획보다 빠르게 세상으로 나왔다.
누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나 귓가를 때린 하이톤 보이스는 전혀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당연히 짰지! 아주 기대하라고! 으헤헤헤헷!”
“…….”
“사실 난 짤 생각이 없었는데 카일 오빠가 기어코 짜야 한데서 말이야! 내가 힘 좀 썼지!”
카일 형이 이걸?
엘런은 이사벨의 품속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첫 번째 계획은 뭔데?”
“흥흥흥! 먼저 알려주면 재미가 없지!”
“쯧.”
“혀 차지 말고! 그보다 같이 온 애들은 누구야?”
“……견학 담당자라면서 그것도 몰라?”
“웅!”
무서우리만치 발랄하고 당당한 대답.
엘런은 점점 늘어가는 한숨에 한탄할 새도 없이 두 명의 이름을 나열했다.
“카르디아 아누비샨하고 시에나 카이저 아인티제야.”
“시에나? 시에나는 엘런이랑 어렸을 때 친하게 지내던 걔 아니야?”
“맞아.”
“어머어머! 그럼 되게 반갑겠다!”
“어차피 아는 척도 못 해.”
엘런은 이만 이사벨의 품 안에서 빠져나왔다.
이때쯤이면 저 둘도 짐을 다 풀었을 것이다.
“그럼 조금 이따 만나자!”
“그래.”
휘이이잉-
창문이 열리면서 들어온 바람이 엘런을 휘감는다.
잠시 뒤돈 사이 피부로 맞닿은 바람과 함께 이사벨은 사라져 있었다.
늘상을 머리에 나사 빠진 것 같이 살지만, 실력 하나는 귀신 같은 누나다.
팔랑- 팔랑- 팔랑-
그때 이사벨이 있던 자리로 나풀나풀 떨어지는 종이 한 장.
엘런은 그 종이를 내려다봤다.
[마탑에 온 걸 환영해! 내 동생! 뽀뽀 쪽!]앞날이 두려워지는 환영 인사였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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