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1)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1화(11/354)
#011화. 입학 첫날(2)
학생들은 어리둥절해서 서로를 돌아보거나 멀뚱히 서 있었다.
“점령전? 저게 무슨 소리야.”
“그보다 아까 기숙사 방 배정이라고 하지 않았어?”
“방 배정을 점령전으로 한단 말인가……?”
“그게 뭔 개소리야.”
한낮 개소리로 일축될 만큼 하늘에서 들려온 말은 어이가 없었다.
심지어 그 말 이후론 아까처럼 정적만이 흐를 뿐이다.
학생들은 또다시 혼돈에 던져졌고 그 이후론 오직 자신들만의 힘으로 헤쳐나가야 했다.
열 몇 개의 무리로 갈라졌지만, 학생들은 있는 사람들끼리 머리를 맞대보았다.
그래도 조금은 시끄러워졌던 도시가 다시금 정적을 되찾는다.
엘런은 옥상 위에서 그 변화를 감지했다.
“다들 머리 굴리느라 정신없겠군.”
아마 자신도 그랬을 것이다.
지금 이 상황이 뭔지 몰랐다면 말이다.
본래 제국 아카데미는 졸업생에게 학교의 시설에 대해서 비밀을 지키기 위해 금제를 걸었다.
다만 1위로 졸업을 마친 학생에겐 그 법칙을 적용시키지 않는다.
이사벨은 딱 그런 예시의 학생이었고 학교의 시스템은 우연으로나 필연으로나 엘런의 귀에 들어왔다.
이제 알고 있는 정보를 토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엘런의 기억 속에서도 존재치 않았던 사건이 방금 벌어졌다.
“이게 뭐야.”
방금 하늘의 목소리가 끝남과 동시에 그에게로 오던 까마귀 한 마리.
그 까마귀는 엘런에게 조그마한 쪽지 하나를 던져주더니 그대로 날아갔다.
엘런은 쪽지를 펴보았다.
[중앙성]그게 끝이다.
이 불친절한 운영진들은 중앙성이란 단어 하나를 던져주곤 또 입을 굳게 다물었다.
하지만 엘런에겐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얼렁뚱땅 이 쪽지만 받았다면 그도 머리를 싸맸겠지만 지금 그에겐 이사벨의 술주정…… 아니, 이사벨과의 기억이 있었다.
엘런은 쪽지를 품에 넣고 도시 중앙에 떡하니 자리 잡은 벽돌 성을 바라봤다.
사실 성이라고 하기엔 그 크기가 애매하지만, 웬만한 구색은 전부 갖춘 듯하다.
“이것도 장학생 특혜인가 뭔가 하는 것 같은데.”
엘런은 그 성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후우욱-!!
단숨에 옥상에서 뛰어내려 지상으로 발을 디뎠다.
“떠먹여 주는 건 다 먹어줘야지.”
짙은 미소와 함께 엘런은 중앙성으로 달려나갔다.
***
한 시간 정도가 흘렀다.
학생들은 도시를 돌아다니고 온갖 추측을 다 해본 결과.
우우우우웅-
“돼, 됐다!”
“역시 이게 정답이었어!”
학생들은 철컥하고 잠긴 문고리와 함께 손에 들어온 은 열쇠를 짤랑거렸다.
“문고리를 잡고 거기다 마력을 흘려봐! 그럼 그게 우리의 기숙사 방이 되는 것 같아!”
“아, 아무 집이나 다 되는 거야?”
“그건 아닌 것 같아. 여기 주변을 둘러보라고.”
학생 중 하나가 방금 열쇠를 얻은 집과 근처 집들을 비교했다.
“열쇠가 나온 집만 자주색 지붕을 가지고 있어. 여기 건물 대부분이 잿가루 같은 회색을 가졌는데 말이야.”
“그럼 자주색 지붕을 가진 집을 찾으면 되는 거구나!”
“이걸 보면 그런 것 같아.”
학생은 방금 얻은 열쇠를 문고리에 집어넣고 돌렸다.
철컥-
굳게 잠겨 있던 문은 그 손짓 한 번에 끼익하고 열렸다.
그 열쇠의 주인이 된 학생은 싱글벙글 웃으며 본인의 기숙사 방으로 들어갔다.
“어쨌든 너희도 빨리 찾아라. 이제 대부분 이 사실을 알아챈 것 같으니까.”
“아으, 부럽다! 알았어!”
“빨리 가자!”
“뛰어, 뛰어!”
나머지 학생들은 자주색 지붕을 찾아 옥상에 올라가거나 각자의 방법으로 시야를 확보했다.
그러나 개중에는 이미 학생들이 선점한 집도 있었기에 구별은 본인 몫이었다.
또 여기 근처 골목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모래색 머리의 여자.
카르디아는 팔짱을 끼며 몸을 우득우득 하고 풀었다.
“그래. 자주색 지붕이란 말이지.”
그녀는 낮게 웃으며 독사같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냈다.
카르디아는 걸음 한 번에 몇 미터가 넘는 담장으로 올라가고 한 번 더 발을 뻗어 옥상에 도달했다.
단 두 걸음에 드넓은 시야를 갖게 된 그녀는 자주색 지붕의 위치를 확인했다.
“제일 가까운 건 세 채.”
그러나 저기 골목이나 큰길로 그 집을 향해 움직이는 학생 무리가 눈에 띈다.
“죽이지만 않으면 되겠지.”
카르디아는 입꼬리를 크게 올리며 그 방향으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반대편 시가지에서 단서를 조합해 추리를 이어나가던 시에나 또한 자주색 지붕 집의 비밀을 알아냈다.
이제 곳곳에서 들리는 환호 소리.
이 말은 곧 학생들 무리가 기숙사 방을 선점하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뜻이다.
저들 역시 똑같은 시험, 똑같은 평가를 통과한 자들이니 두뇌야 당연히 비상할 터.
시에나는 높은 곳을 찾아 올라가며 자주색 지붕을 찾는 데 신경을 쏟았다.
혼자선 무엇을 찾고 얻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제1 황녀의 위엄, 위압은 카드놀이로 얻는 게 아니다.
그녀는 마력을 몸에 감았다.
동시에 아까 성채 입구에서 그 남자가 지었던 표정을 떠올렸다.
“그놈…….”
살짝 비웃는 듯 입꼬리를 작게 올리며 감히 자신의 보물을 모욕하고 친우를 모욕했으며 깎아내렸다.
하지만 그 조소와 비견될 만큼 놈의 실력은 신경 쓰였다.
“놈은 단순히 마력을 몸에 회전시키는 걸로 그만큼의 신체 능력을 얻었지.”
10M가 넘어가는 거리를 도약 한 번으로 다다르는 건 이미 인간의 범주가 아니다.
대체 코어에 담긴 마력이 얼마나 많아야 그런 게 가능한 걸까.
모르긴 몰라도 평범한 양의 수십 배는 우습게 넘어설 거다.
시에나는 이빨을 까득하고 갈며 지붕 위를 거침없이 달렸다.
후우우욱-!! 후욱-!!
휘오오오오오-!!
다리를 한 번 교차할 때마다 주변의 풍경이 뒤바뀐다.
“곧 따라잡아 주마.”
시에나는 굳게 다짐하며 자주색 지붕이 잘 모인 도시 중앙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지붕을 넘나들다가 무언가를 발견했다.
“성……?”
도시 중앙엔 뜬금없이 성 한 채가 자리 잡고 있었다.
문득 시선을 빼앗길 만큼 이 밋밋한 도시에서 나름의 화려함을 자랑한다.
그러나 지금 저딴 건물에 정신 팔릴 틈이 없다.
어서 기숙사 방을 얻어야…….
철컥-
마력을 불어넣었는데도 문고리가 열릴 생각을 안 한다.
“그럼 다른 집을.”
시에나는 발 빠르게 움직여 근처 자주색 지붕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이곳도, 저곳도, 이 주변 전부가 잠겨 있었다.
“이상하군.”
그녀가 또다시 잠겨 있는 문 앞에서 생각에 잠길 때.
중앙 구역 곳곳에서 절망, 조급함으로 가득 찬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시에나는 턱을 들어 그것에 집중했다.
“아아! 왜 여기도 잠겨 있는데!”
“빠, 빨리 다른 곳으로 가자! 다른 애들도 엄청 달리고 있다고!”
“젠장!!”
“이번엔 저기로 가보자!”
아직도 기숙사 방을 찾지 못해 고전 중인 학생 무리는 저들만이 아니었다.
중앙 구역에 자주색 지붕이 가장 많은 걸 알고 달려온 모든 학생들이 그러했다.
“방을 얻은 학생들은 없는데 이미 주인은 있다…….”
시에나는 이 거대한 모순에 퍼뜩하고 눈을 번뜩였다.
“한 명이 기숙사 방을 독점하고 있어.”
***
짤랑- 짤랑-
“돈 부딪치는 소리도 좋지만, 이것도 만만치 않네.”
엘런은 성 안에서 아무 의자에나 앉아 손에 가득 들어온 열쇠들을 매만졌다.
은 열쇠는 서로 부딪쳐 마치 돈처럼 짤랑거렸고 그 가치 또한 돈과 다르지 않았다.
“기숙사 방을 하나만 가지라곤 한 적 없으니까.”
엘런은 제일 먼저 중앙성의 키를 얻고 학생들이 고뇌에 가득 찼던 한 시간 동안 중앙 구역 기숙사 방을 독점했다.
지금 여기서도 학생들이 패닉에 빠진 소리가 들려온다.
“방이 있을 리가 없지.”
처음부터 외곽으로 빠졌다면 모를까 중앙 구역을 선택한 학생들에게 기회는 없었다.
엘런은 이 열쇠들을 잠시 내려놓고 옆에 따로 둔 금빛 열쇠를 집어 들었다.
“이 성만 뭔가 특별하네.”
다른 집의 열쇠들은 전부 은색이지만 이 성의 열쇠만 유일하게 금색이었다.
엘런은 그 열쇠를 잠시 바라보다가, 이만 일어섰다.
곧 하늘에서 목소리가 한 번 더 들려올 거다.
치이익- 치익-
오크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그 기계음에 학생들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기숙사 방 배정 점령전 종료까지 5분 남았습니다.]그 한 문장을 끝으로 목소리는 다시금 끊겼다.
안 그래도 혼돈에 빠져 있던 도시의 중앙 구역은 더욱더 큰 혼란에 빠져들었다.
남은 시간은 5분인데 중앙 구역엔 남아있는 집 한 채 없고 외곽도 자리가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
“이제 슬슬 가볼까.”
엘런은 열쇠 손잡이에 걸린 줄들을 모두 한 손에 집어 들고 성에서 나왔다.
중앙 구역엔 시가지가 겹쳐 있는 게 많았지만, 마치 다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중앙성 앞 광장에 모여 있었다.
엘런은 마침 집 앞에 모인 그들에게 천천히, 느릿느릿 다가갔다.
급한 건 저들이었지 자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엘런은 광장에 주저앉아 고개를 푹 숙인 학생들에게 말했다.
“다들 집은 찾았어?”
발에 땀 나게 뛰어다니느라 젖어있던 옷도 바삭하게 마른 학생이 짜증으로 대꾸했다.
“넌 이게 찾은 것처럼 보이냐?”
“그래! 찾았으면 우리가 왜 여기서 죽치고 있겠어!”
“글쎄. 나야 잘 모르지.”
엘런은 태연히 대꾸하며 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곤 단숨에 꺼냈다.
“누가 집을 다 독점해서 그런가?”
치리링- 치링-
백 개가 훌쩍 넘어가는 열쇠들이 그의 손에 걸려 흔들거린다.
학생들은 대경실색하며 녹초가 된 몸으로 벌떡 일어섰다.
“너, 너, 너……!! 그 열쇠들……!!”
“맞아. 여기 중앙 구역 기숙사의 열쇠들이야.”
“이 개새……!!”
철커덕-
열쇠를 쥐지 않은 엘런의 손이 다른 걸 잡고 그 학생에게 들이댔다.
증기처럼 분노를 내뿜던 학생은 동상처럼 우뚝 멈춰 섰다.
엘런은 그에게 겨눴던 총구를 살짝 내렸다.
“나도 아직 한 발도 안 쏴봤거든. 시험 사격을 너희로 하고 싶진 않으니까 가만히 앉아 있어.”
아리네스의 가게에서 얻은 ‘그림 리퍼’는 그 존재 하나로 정말 사신처럼 학생들의 몸을 굳게 했다.
엘런은 그들의 앞에서 열쇠를 짤랑거리며 말했다.
“너희 그거 알고 있냐? 마력으로 남의 기숙사를 뺏을 수도 있다는 거.”
“……!!”
“괜히 점령전이라 불리는 게 아니거든. 근데 너희는 말이야. 몰려다니면서 투쟁을 배제했고 분배를 했어.”
엘런의 말이 이어질수록 학생들의 눈은 아래로 처졌다.
“하늘에서 들린 목소리가 한 말을 단순한 수수께끼로 치부하고 안전한 길만을 계속 택했지.”
“그, 그럼 우리가 지금 이 방들을 재점령하면 되잖아!”
한 줄기 희망을 발견한 학생이 밝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엘런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맞아. 재점령하면 되지. 그 방법에는 딱 두 가지가 있어. 나한테서 열쇠를 빼앗거나 너희의 마력을 문에 쏟아부어서 점령을 초기화시키거나.”
자기 입으로 술술 나불대는 특급 정보.
학생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그의 말을 의심했다.
그러나 엘런은 오직 진실만을 말했다.
몇몇 학생이 기숙사 방으로 달려가려는 데, 엘런은 그 뒤통수에 대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거지. 5분이란 시간 안에 너희가 초기화를 시킬 수 있느냐.”
“헹! 여기 모인 애들이 어중이떠중이인 줄 아냐? 너만 엘리트가 아니야, 이 새끼야!”
학생 몇 명이 근처 기숙사 방문을 부여잡고 제 마력을 탈탈 들이부었다.
그러나 문이 부서져라 마력을 쏟고 탈진이 와서 숨이 헐떡거려도 굳게 닫힌 문은 열릴 생각을 안 했다.
“너희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어.”
“이 새끼가…….”
“그럼 전자의 방법을 골라야 하는데. 할 수 있으려나? 내가 말이야 도망 하나는 엄청 잘 치거든. 남은 시간은 이제 끽해야 3분? 도망은 일도 아니야.”
학생들은 방법이 없다는 걸 직감하고 다시금 바닥에 주저앉았다.
엘런은 입꼬리를 비집어 올렸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잔인하지 않아. 난 너희에게 이 열쇠들을 나눠줄 생각이거든.”
“저, 정말……?”
“그래. 정말이라니까. 다만…….”
다만?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직감한 듯 학생들의 눈이 부들거렸다.
그는 어떤 푸른 기운이 넘실거리는 종이와 깃펜을 아공간에서 꺼내 들었다.
그와 함께 꺼내져 나오는 1인용 탁자.
엘런은 그 위에 종이, 깃펜을 내려놓곤 말을 이었다.
“너희에게 ‘제값’을 받고 팔아치울 생각이야.”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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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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