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 School Genius Graduates to Become Lazy RAW novel - Chapter (114)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114화(114/354)
#114화. 마탑 견학(10)
손바닥을 기점으로 벨라는 주변의 공기를 한계까지 응축시켰다.
일순간 공간이 그녀의 손바닥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보일 만큼 왜곡적이다.
푸화아아아악-!!
프로스트 골렘의 주먹과 만난 그것은 한꺼번에 방출되었다.
방금 전 파편으로 모여들었던 골렘은 다시금 파편으로 흩어져 후두두둑 떨어졌다.
“하아……. 하아…….”
벨라는 적잖이 놀랐는지 숨을 몰아쉬었다.
“이번 건 어땠습니까?”
“아주……. 놀라웠어요.”
“이번에는 그래도 전력을 다해서 막으신 것 같던데.”
벨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창피하지만 맞아요. 이렇게 근접한 상태에서 골렘이 만들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까요.”
“이사벨 학파장님이 말씀하시길, 마탑은 의외성에 기반한다고 하던데. 이런 면에서 전 합격입니까?”
“글쎄요. 저희 학파는 추구하는 개념이 다른지라.”
“예를 들면요?”
벨라는 입 주변에 바람 같이 하늘거리는 미소를 띄웠다.
그녀는 손으로 산들바람을 모으더니 순풍을 만들고, 순풍을 모으더니 돌개바람을 만들었다.
돌풍은 그렇게 소용돌이가 되고 벨라와 거리를 둔 엘런의 머릿결도 나부끼게 했다.
“저희 학파는 힘을 숭상해요. 마법의 근원은 파괴와 재창조에 있다 보는 거죠.”
“그래서 선배님의 마법들은 하나같이 흉흉한 거로군요.”
“그럴 수도요. 하지만 이제부턴…….”
“이제부턴?”
“더 흉흉해지고 무서워질 거예요.”
자연에서 불어닥치는 소용돌이와 비교하기엔 그 크기가 미약한 것들이 벨라 주변에서 회전했다.
아까 기압 방패보다 훨씬 까다로워 보인다.
그렇다고 기압 방패가 사라진 것도 아니니 방어력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을 것이다.
“학교에서 배우기로 풍속성은 치고 빠지는 게릴라전에 능하다고 하는데, 지금 보면 수성전에 능한 것 같군요.”
“하하핫, 학교의 이론은 틀리지 않았어요. 다만 세부 특성으로 결과가 미묘하게 틀어질 뿐.”
벨라는 소용돌이 하나를 손짓으로 조종했다.
그 바람은 제자리에서 무섭게 회전하면서 무희처럼 한 걸음 한 걸음 땅 위를 움직였다.
“자, 이제 할 수 있는 모든 걸 꺼내셔야 할 거예요. 지금부턴 저도 시간 낭비를 하지 않을 거랍니다.”
“안 그래도 그러려고 합니다.”
“지금은 다 부서졌지만, 아까의 골렘이라도 다시 소환해보시죠.”
“글쎄요. 굳이 재소환이 필요할까 싶습니다만.”
“……?”
벨라의 미간이 살짝 좁혀지다가도 그녀의 발 밑창을 툭 하고 건드는 무언가.
그녀는 퍼뜩 놀라 그쪽으로 고개를 확 돌렸다.
‘얼음덩이?’
“어딜 보십니까.”
타아앙-!!
우드드득-
빈틈을 노리고 벨라의 미간을 향했던 총알이 기압 방패에 막혔다.
“……할 수 있는 모든 걸 꺼내라 했더니 이런 같잖은 속임수나 쓰시는 건가요.”
“할 수 있는 모든 거면 속임수도 포함됩니다. 아무리 같잖더라도요.”
“쯧. 장학생이라는 딱지를 달고 나왔으면 그에 맞는 위엄을 보여주세요.”
“그러기엔 신분이 천한지라.”
엘런은 짙게 웃으며 손을 뻗었다.
“그리고 방금 전 속임수는 전혀 같잖지 않았습니다.”
“그게 무슨…….”
터억-
순간 벨라의 발목으로 단단한 결박감이 죄여왔다.
벨라는 그쪽으로 시선을 힐긋 내렸다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어느 틈에…….”
그녀의 발목에는 프로스트 골렘의 손에 족쇄처럼 묶여 있었다.
다만 그 손이 끝이었다.
나머지 육신의 파츠들은 아직 파편으로 널브러져 있다.
“골렘 전부를 모아서 선배님을 붙잡으려 했다면 아무리 은밀하게 했더라도 들켰겠죠.”
“그럼 첫 번째로 절 건드린 얼음덩이는 눈속임이었던 건가요.”
“정확합니다. 선배님의 예민한 기감에서 비롯된 의심을 역이용하기 위해 시도해 본 것인데 잘 걸려주시더군요.”
벨라는 ‘허’하고 헛웃음만 작게 터뜨렸다.
로브의 깊숙한 후드에 가려져 타인에겐 보이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다행이다.
졸업한 지 몇 년이나 지났는데, 이제 막 입학한 1학년이랑 싸우면서 희열을 느끼고 있다는 게 보이면 정말로 선배 탈락이다.
벨라는 이만 웃음기를 지우며 흠흠하고 목을 풀곤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이제 어쩌실 거죠? 제 발목을 묶긴 했다만 제가 기압을 조금만 움직이면 이것도 부서질 텐데요.”
“물론 그렇겠죠.”
“대비책이라도 있으신가 보네요.”
“그것 또한 물론입니다.”
“그럼 어디 확인해볼까요.”
콰직-!!
벨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프로스트 골렘의 팔이 작살났다.
구석에 있던 구경꾼들은 ‘아아’하고 아쉬움의 탄성을 흘렸으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괜히 이번 프로스트 골렘의 이름이 분열형이 아니거든.”
이번 골렘의 키포인트는 빙속성의 동결력이다.
다른 얼음도 아니고 마법사 본인의 얼음 파편이라면 다른 것과 금방금방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다.
설령 손톱보다 더 잘게 부서지더라도 말이다.
처저저저저적-!!
부서진 속도와 비견될 만큼 재빠른 수복 속도.
“…….”
벨라는 숨 한 번 쉴 시간 동안 부서지고 재건축된 골렘의 팔을 내려다보았다.
“부서진 얼음은 잘게 부서질수록 더 빠르게 수복되고 동결력은 최대치를 넘나듭니다. 파편의 크기가 작아진 만큼 서로의 빈틈이 사라지기 때문이죠.”
“……골렘의 팔이 아까보다 작아진 건 그 때문이군요.”
“예. 아무리 부수더라도 아까보다 더한 결박감이 선배님을 옥죄어올 뿐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덥석-!
벨라의 오른쪽 팔뚝으로 프로스트 골렘의 팔이 끈덕지게 붙었다.
“골렘의 신체 중 한 곳이라도 상대와 붙어있다면 그걸 중심으로 골렘 연성이 가능하죠.”
“……골렘학 연구 엄청 많이 하셨네요.”
“저 대신 싸워줄 친구인데 그 발전을 게을리할 순 없으니까요.”
프로스트 골렘은 전투에서도 손 하나 까딱하기 귀찮은 엘런을 위해 딱 맞춤화된 마법이다.
의지만 주입하면 알아서 싸워주고 상대에 맞춰 전략만 잘 짠다면, 자신은 소파 위에 누워 있더라도 연전연승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엘런은 가지고 있는 마법 중에서 프로스트 골렘을 가장 신경 썼다.
“골렘 자체도 1학년 1학기에 배울 건 아닌데 이만큼의 완성도라니.”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칭찬이에요. 그것도 극찬이죠.”
엘런과 벨라는 그렇게 서로를 몇 초간이나 말없이 쳐다보았다.
“그럼 이제 치킨 게임이네요.”
“예. 맞습니다.”
“엘런 학생의 골렘이 저의 발을 떼게 만드느냐. 아니면 제 공격이 엘런 학생의 조끼를 찢어발기느냐.”
“시작해볼까요?”
“좋습니다.”
벨라는 후드 속에서 싱긋하고 웃으며 방어에 치중했던 소용돌이를 모두 기용했다.
느릿느릿 움직였던 소용돌이는 단숨에 좌우로 어지럽게 춤추며 삭월 모양의 칼바람을 쏟아냈다.
솨사사사사사사삭-!!
엘런은 이빨을 깨물며 최대한 날쌔게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움직였다.
체인 사이를 밟고 뛰거나 바닥을 미끄러지기도 하고 벽면을 밟고 공중제비를 돌았다.
그렇게 사방팔방 움직여도 위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칼바람은 더욱 거세졌다.
피잇-! 픽-! 샤삭-!
면도날 사이를 거니는 것과 다름없는 기예 속에서, 엘런의 조끼 에너지 잔량은 미미하게 떨어져 나갔다.
그러나 엘런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쩌저저저저저저적-
벨라의 발목과 팔뚝을 점거한 프로스트 골렘의 팔은 전염병처럼 냉기를 퍼뜨렸다.
그 냉기가 닿은 곳에는 곧장 새로운 얼음이 연성된다.
동시에 프리징 마법이 동결력을 만들어 그들을 하나로 만들면 더욱 거센 압박력이 완성되는 것이다.
드드드드드드득-
그 압박력은 벨라의 몸을 계속해서 뒤로 당겼다.
마치 줄다리기를 하고 벨라가 그 줄인 것처럼, 프로스트 골렘은 벨라의 발을 떼게 만들기 위해 미친 듯이 당겼다.
“으으으윽……!!”
벨라는 몸속에 마력을 최소한으로 남기면서도 어떻게든 버텨서 공격에 모든 걸 치중했다.
하지만 그녀가 간과한 게 하나 있었다.
마력 자체에도 영향을 주는 기압 방패가 아니라면, 엘런의 총알은 바람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
엘런의 입을 모아지며 방아쇠에 손가락이 걸렸다.
“피융.”
투콰아아아아아앙-!!
방패처럼 엘런을 겹겹이 포위한 소용돌이를 무언가 뚫고 나온다.
그건 하나의 예리한 창과 같았으며 엘런의 마지막 공격이었고 마지막 한 수였다.
“크윽……!!”
벨라는 뒤늦게 소용돌이를 회수하고 기압 방패를 펼치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내, 냉기에 몸이 안 움직여! 이대로면……!!’
콰지지지지지지직-!!
벨라의 몸이 허공에 부웅 떴다.
양발은 모두 지면과 떨어지고 포물선으로 날아간 몸은 땅에 볼품없이 떨어졌다.
얼음으로 가득 뒤덮인 벨라의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그건 엘런도 마찬가지였다.
“까딱하면 질 뻔했네.”
엘런은 조끼의 에너지 잔량을 확인했다.
[3%]누군가 입김만 잘못 불어도 부서질 만한 잔량이었다.
다행히 패배에서 한 발짝 남은 그때 아슬아슬하게끔 관통형 총알이 완성됐다.
이 총알은 강력한 위력만큼이나 쿨타임이 필요하기에 뻥뻥 쏴댈 수 없었다.
또한 이 정도의 총알이 아니었다면 벨라는 그 전조만으로도 필시 반응하며 기압 방패를 꺼냈을 것이다.
“하하하핫! 세인트 학파장! 어때요! 이제 견학 담당자가 누구인지 알겠죠?”
“……물론이오.”
“탑주님께는 제가 보고 올릴 테니 어서 견습 마법사를 데리고 가세요! 훠이! 훠이!”
“보고는 내가 올리겠소.”
“그럼 그러시던가요! 하하핫!”
산새 내쫓듯 세인트를 보낸 이사벨은 후다닥 엘런에게 다가갔다.
“엘런! 엘런! 정말 엘런이 이겼네?”
“그럼, 당연하……. 당연한 일입니다.”
하마터면 반말이 나갈 뻔했다.
“엘런! 수고했다! 진짜 멋진 싸움이었어!”
“눈이 즐거웠느니라.”
“엘런 학생이 정말 이길 줄이야. 페널티가 있다 해도 벨라 씨가 질 거라곤 상상도 못 했습니다.”
구석에 있던 시에나와 카르디아, 루퍼트도 달려 나와 그의 승리를 축하해주었다.
하지만 이렇게 당당히 서 있는 이가 있다면 반대편에는 쓰러진 이가 있는 법.
벨라는 로브에 붙은 얼음들을 탈탈 털어내며 조용히 일어섰다.
세인트 학파장은 이미 대련장에서 사라져 있었다.
‘실망하셨겠지…….’
당연히 이겨야 할 싸움을 이렇게 져 버렸다.
그 덕에 세인트의 학파는 오랜만에 찾아온 마탑 견학 담당의 기회를 걷어차게 되었고, 앙숙인 이사벨 학파의 어깨는 한껏 높아져 버렸다.
학파 내에서도 한껏 밉보였을 것이다.
“하아아…….”
숨이라도 깊게 내쉬며 이만 대련장을 나가려는데.
“선배님.”
“네……?”
뒤에서 부르는 목소리에 무심코 대답한 벨라는 뒤를 돌아보았다.
엘런은 곁에 사람들 속에서 그녀에게 말했다.
“괜찮으시면 점심이라도 같이 드시죠.”
“저는 괜찮…….”
“그래요! 벨라! 같이 먹어요!”
“이, 이사벨 학파장님.”
아무리 다른 학파라곤 하나, 눈에도 보이지 않을 만큼 거대한 상사의 점심 권유는 신입 사원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그나마 눈치 있는 루퍼트가 엘리스를 말린다.
“학파장님. 벨라 씨도 벨라 씨만의 체면이 있을 겁니다. 지금 저희와 점심을 먹으면 벨라 씨의 입장이 난처해지지 않겠습니까.”
“후으음, 그런가?”
벨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후드 속에서 엘런을 바라보았다.
“맞아요, 엘런. 저도 같이 먹고 싶지만, 다음 기회에 먹…….”
“저는 마탑의 견습 마법사에게 점심을 먹자 한 게 아닙니다.”
“네……?”
“조금 전까지 저랑 마법을 교환했던 제국 아카데미의 선배님과 밥을 먹고 싶은 것뿐입니다.”
“그런…… 건가요.”
그 말장난 같은 말을 벨라는 천천히 이해하면서 후드로 손이 움직였다.
“그렇다면 이 로브는 잠시 벗어둬야겠네요.”
스르륵-
그녀를 외피처럼 단단히 두르고 있던 로브의 단추가 하나둘 떨어져 나갔다.
후드가 벗겨지고 로브가 벗겨진다.
그러면서 보인 얼굴은 어딘가…… 어딘가…… 익숙한 얼굴이었다.
또한 그 미묘한 익숙함은 벨라의 이어진 말로 종결되었다.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벨라 데 푸글리시라고 합니다.”
푸글리시?
그 익숙한 이름에 대해 제일 먼저 떠올린 건 단연 엘런이었다.
“키아 교수님과 어떤 관계십니까.”
“제 여동생이에요.”
“허으어억!”
“……!!”
“……놀라운 우연이군요.”
카르디아와 시에나의 눈이 계란만큼 커지고 엘런도 침음을 삼켰다.
“빨리 점심 먹으러 가자! 나 배고파서 점심 나가서 먹을 것 같아!”
……이건 또 무슨 말이야.
엘런은 이사벨 대신 벨라에게 물었다.
“추천해 주실 만한 식당이 있으십니까?”
“네. 물론이죠.”
벨라는 싱그럽게 웃으며 손짓했다.
“다들 절 따라오세요.”
***
마탑 최상층.
금지된 방.
마탑주의 방.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곳에 세인트가 올라왔다.
학파장 정도 되지 않으면 절대 직통으로 올 수 없는 이곳에는 마탑의 수장이 있었다.
탑주는 어둠 속에서 파이프 담배를 문 채, 방금 들어온 세인트를 돌아보았다.
“견학 계획표는 다 짰나.”
“그렇습니다.”
“그럼 그대로 진행하게.”
“하지만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어둠 속에 가려진 탑주의 눈썹이 휘어졌다.
“그게 무슨 소리지.”
“말 그대로입니다. 탑주님이 주신 기회를 견학생 중 한 명인 엘런 이안느가 잡았고 끝내 저희 쪽 견습 마법사를 이겼습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그건 아닙니다. 저희 쪽 마법사는 한 발짝만 움직여도 지는 것으로 페널티를 주었죠.”
마탑주는 끌끌 웃었다.
“그럼 할 말 없겠군. 결과에 승복하시게.”
“물론입니다.”
“나가보게나.”
“그럼.”
세인트는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한 차례 숙여 보인 후 방에서 나갔다.
후우우-
탑주의 입에서 파이프 연기가 뻐끔뻐끔 흘러나온다.
마탑주는 방금 전 세인트의 말을 곱씹었다.
“아무리 페널티가 있었다고 해도 1학년 따위가 견습 마법사를 이겼다라…….”
담배 연기만 자욱한 방 안에서.
마탑주는 조용히 웃었다.
마법학교 천재는 나태하기 위해 졸업한다
지은이 : 강창사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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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949-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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